매슬로우(Maslow)의 욕구계층이론에 따르면, `생리적-안전-사랑-존경-자아실현 욕구` 중 외모에 대한 욕구는 마지막 단계로서, 자신의 외모를 보다 좋게 하고 싶다는 욕구는 고차원의 욕구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욕구 실현은 당연한 것으로서, 성형수술 또한 욕구 실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형수술이라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있기 마련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형중독이라 할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사회적인 원인이 있다.
대한민국은 온 나라가 나서서 성형수술을 권한다. 또 학벌-족벌보다 더 무서운 미벌, 미모를 기준으로 엄청난 차별을 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못생기면 죄인이다.
일단 매스컴이 주범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들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물론 오락프로그램의 출연자도, 진지하게 뉴스를 전하는 앵커우먼도 젊고 예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젠가 미모의 앵커가 결혼하면서 나이든 여자 아나운서가 그 뉴스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는데 아나운서 게시판에는 '그 방송국엔 예쁜 처녀 아나운서는 없나? 칙칙한 아줌마가 나오니 뉴스 보기도 싫다' 등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얼짱` 신드롬과 함께 예쁜 얼굴의 소유자라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거나 연기력을 갖추지 못해도 하룻밤에 스타가 되고 유명해진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얼짱 카페에 등장했던 박한별 등이 이미 스타가 되었으며 그 카페를 운영한 여고생은 대학시험에 특차로 합격했다. 죄를 지어도 `얼짱`이라면 용서가 된다. 얼짱 강도가 대표적인 사례. 범인 수배 포스터를 보고 감동한 네티즌이 사진을 올리며 팬 카페까지 생겼는데 나중에 잡힌 얼짱 강도여인은 '어이가 없다, 그 사진 때문에 잡힌 것 같다'며 허탈해했다.
예뻐서 대우를 받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못생겨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구직자 10명 중 1명은 능력이 우수한데도 단지 외모 때문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과 온라인 리서치전문기관 `포에버`는 최근 구직자 8,675명을 대상으로 공동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모 때문에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회 전체적인 외모지상주 풍조로 인해 사람들은 성형중독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개인적 성향에 원인을 들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이 있다. ‘선풍기 아줌마’의 사진이 그것이다. 50대인 그녀의 얼굴은 보통 사람의 세 배다. 그 큰 얼굴 때문에 생긴 별명이 ‘선풍기 아줌마’. 하지만 과거의 사진을 보면 그리 뛰어난 외모는 아니지만 어디 내놓아도 흠 잡힐 만한 얼굴은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잃었을까. 이유는 욕망이었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 성형을 아무리 해도 또 더 하고 싶어지고 성형에 모든 걸 걸다시피 하다가 결국 정신분열증까지 얻었다. 급기야 자기 손으로 얼굴에 콩기름 파라핀까지 주입해 그 고운 얼굴이 마구 부풀어 올라 지금의 선풍기만한 얼굴이 되어버렸다.
사람이면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되어왔다. 중국여인들은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해 발을 동여맸고 미얀마의 한 부족에서는 아직도 길고 아름다운 목을 위해 목에 무거운 청동 고리를 차고 다닌다. 하지만 오늘날만큼 외모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시대는 없었다. 다이어트 성형 미용 관련 산업이 이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 외적인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한 지 오래고 대중은 연예인의 아름다움을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
그렇다면 이 성형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로 언론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인 반향을 가장 잘 불러 일으키고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는 언론 매체 일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의 원인 중에 각종 매체 특히 TV의 발달 이후에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에 대한 동경 또한 하나이다. 이것은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가수나 텔런트 같은 방송계직업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연예인을 지망하는 청소년들 중에서 자신이 외모가 안되면 ‘고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품는 이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잘못된 생각들에 대중매체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최근에 성형수술 한 적이 있는 가수나 텔런트들이 당당하게 방송에 출연해서 그러한 수술한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러한 내용을 기사화하는 매체에서는 성형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이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더 중점으로 보여주고 칭찬하고 있다. 성형수술여부를 당당하게 밝히는 태도는 솔직해서 좋지만 그냥 거기서 생각이 끝나서는 안된다. 이들을 동경하고 우상으로 여기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이것을 보고 성형수술을 가볍게 여길 것이고 대중들은 점점 더 성형수술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들 중에서 성형중독자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대중매체는 성형수술에 대해서 좀더 균형있는 관점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기업 채용 감시 시스템의 강화 필요하다.
‘외모 지상주의’가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외모에 따른 차별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예는 기업에서 사원을 채용할 때이다. 이러한 기업의 사원 채용 선발 과정에 관한 국가 제도적인 차원에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사원을 채용할 때 선발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도록 하는 것, 채용 후에는 공정하고 적절한 기준(능력, 인성 등.)으로 선발하였는지 검토해 보는 방향의 국가적인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교육을 통한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앞서 제시한 ‘외모 지상주의’의 원인 중, ‘불완전한 자아 정체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퍼져있는 ‘외모 지상주의’ 타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아기 때부터 아이들의 자아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교육 제도)과 개인적인 노력(교사, 학부모)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중에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외모만을 보고 그사람에 대한 관점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외모 말고도 성격, 인간관계, 그 자신만의 특기, 취미등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외모지상주의의 타파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까지 한 사태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로는 쉬워 보여도 이미 사회 깊숙이 자리잡은 하나의 이념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