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실이 누나예요.
가끔 다른 친구들 소식 보러 조용히 보고만 갔는데
오랜만에 남기는 글이 이런 내용이라 죄송합니다.
강실이가 오늘 오전 5-6시 사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카페에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는거라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지난 12월 11일 새벽, 갑자기 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 강실이는
신부전 말기와 췌장염을 진단받았어요.
몇년 전부터 신장이 안 좋긴 했는데, 바로 몇달 전 받았던 피검사에서는 신장의 정상 기능이 가능한 범위가 20-30%라고 했었는데
쓰러진 직후 다시 한 검사에서는 6%밖에 안 되는 신부전 말기이며, 이미 신장이 다 녹아내려서 초음파로 그 모양도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의사도 이렇게 진행이 빠른건 처음이라 했습니다)
더이상 치료라는건 불가능하고
그저 수액만 맞으며 오줌을 많이 누게 하여
그나마 남아있는 노폐물을 빼내는 것 외에는 해줄게 없다 면서도
링거를 맞으면 3-4일, 링거를 제거하면 하루나 이틀 안에 강실이가 떠날거라는 수의사의 말에
링거를 빼고 강실이랑 집으로 돌아온게 12월 22일이었어요.
저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강실이가 많이 아프게 되면
그저 사는 날만 늘이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절대 하지 말자고 얘기했었고
무조건 강실이가 고통스럽지 않게만 도와주자, 정 안 된다면 안락사도 피하진 말자고 다짐했던터라
링거 때문에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서 답답하다고 울기만 하던 강실이에게
저희가 해줄 수 있는건 링거를 빼고 마음대로 하고싶은거 다 하게 해주는 것 뿐이겠더라고요.
그렇게 강실인, 링거를 빼고 집안을 맘대로 돌아다니며
맘마도 먹고 물도 마시고 응가 쉬야도 잘 하고
가끔 장난감도 물고 와 누나를 감동시키면서
무려 28일이나 더 씩씩하게 버텨주다가
오늘 새벽 제 배 위에서 자다가 조용히 떠났습니다.
2010년, 18년을 함께 한 꼬실이가 떠나고
반년 뒤 새로 강아지를 데려왔다며 머리 까만 새끼 요키를 여기 카페에 "얘는 꼬실이 동생 강실이예요-"라고 소개했던게 엊그제같은데
강실이가 나이 들어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게 꿈만 같네요.
꼬실이가 못 이룬 20살의 꿈을 강실이가 채워주길 바랐건만
형아보다도 5년이나 빨리 가버린게 믿기지 않아요.
지금쯤 꼬실이랑, 작년에 먼저 간 마당고양이가 마중나왔겠죠?
세상에 이렇게 기운 넘치는 개를 강실이 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습니다.
애견놀이터에 가면 소형견 놀이터를 벗어나 대형견 놀이터에서 리트리버나 도베르만 친구들과 뛰어놀길 좋아했고
달리기, 수영 등 못 하는 운동이 없어서
여기 요키세상 정모 때 한국애견협회에서 전문 어질리티견으로 훈련시켜보라는 제의도 받았던게 생각나네요.
1살도 채 되기 전부터 아토피+자가면역질환으로
평생을 약 먹고 피부 관리하느라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털 깎는 것, 빗질하는 것, 목욕하는 것, 심지어 약 먹는 것도 좋아하고
병원 진료대에 올라가면 의사샘 간호사샘 모두 자기만 본다며
그게 좋아 병원가는 것도 산책가는 것만큼이나 좋아했던 강실이였습니다.
남한테 절대 해코지 한 적 없었고, 세상 모든 개와 사람들이 자길 좋아한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착하고 또 착했던 강실이를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시에 장례식장 예약해놓고
강실인 깔끔히 단장해서 소파에 눕혀놨어요.
그냥 자고있는 것 같는데
오늘 이후로는 다신 볼 수 없을 모습이라 눈에 많이 담아두려 합니다.
첫댓글 요즘 인스타 들어가면 젤먼저 강실이소식 부터 체크하던게 일상이었어요.
같은 아픔이라 그맘이 어떤지 알기에~~어제 강실이 흑백사진을 보고 가슴이 덜컥했어요.
누님이랑 어머님 마음 잘 추스리시고 강실이랑 인사 잘하시길 바래요.
깡아 편히 잘쉬렴
고생했어
그곳에서 행복하렴
멋진 강실이!!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요
저두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싫더라구요
강아지별에서 신나게 기운차게 놀며 가족들 만날때까지 기다릴거예요
이쁘던 아가가 또 떠나가네요
저도 한편생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싫다고 늘 생각은 하고있는데.. 막상 닥치면 어떨지는또 모르겠네요..
일찍이 한아이는 손쓸방도도 없이 순식간에 가서..
강실이도 강아지별에서 이제 신나게 놀고 있을꺼에요~
강실이의 명복을 빌어요
아픔없는곳에서 편히 쉬어 강실아
늦었지만 강실이의 보호자님 맘에 위로를 보탭니다. 강실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다갔는지 보호자님이 써주신 글을 보고도 눈 앞에 그려지네요.보호자님 맘 잘 추스리시길 바랄게요
아.... 저는 왜 오늘에서야 강실이 떠났다는 글을 보게된걸까요......
늘 사진방에만 글을 올리다 보니... 그쪽 폴더만 보고 나갔던터라... 정말 지레짐작도 못한 이야기를 마주하네요.
심지어 얼마 전에 신랑이랑 애들 얘기를 하다가.... '우리 뚜는 언제쯤 강실이와 만나보게 될까?'라는 대화도 했는데....
한동안 카페에 소식이 없었어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잘 지내겠지... 했었는데...
말씀대로 강아지 별에서 꼬실이랑 마당냥이 만나서 신나게 뛰놀고 있겠지요?
늘 해맑고 열정적이고 멋졌던 강실이, 기억할게요.
엄니랑 누나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