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여름에 조규수를 보기 위해 고교야구 중계를 시청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북일고에
당당한 체격에 안경을 쓴 선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당시 2학년 생으로 내놓라 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4번을 거머쥔 모습과 3학년 선배들을 상대로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스윙을 하는 모습
에 반했습니다.
이선수는 고교시절 추신수, 이대호와 함께 프로 스카우터로부터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고 한화에 1차지명되었습니다. 그리고 데뷔후 장종훈의 부상을 틈타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매
김을 했지요.
이듬해 3루수로서의 포지션 적응의 실패로 대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03년 데이비스의 부재와
송지만의 부상으로 팀타선이 빈곤을 겪을 당시 유일하게 3할을 넘겼고 31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4번타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 몇년간 정체된 모습을 보면서 아쉬워 했습니다.
"분명 더 잘할수 있는 선수인데" 하면서 말이지요.
해마다 눈에 띄게 불어나는 몸을 보고 살좀 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태균이가 올시즌 무거운 배트를 쓴다는 말을 듣고 가벼운 배트를 써서 배트스피드를 극대화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당시 한지인이 이러시더군요.
"무거운 배트를 쓰는 것은 타격포인트를 앞으로 끌어오기 위함이다. 난 태균이가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라고 말입니다.
작년까지 태균이는 중심축을 최대한 뒤쪽에 두는 타격매커니즘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의 밑등보다는
정타나 공의 약간 위쪽을 가격하는 때가 많았고요. 올시즌 장종훈 2군코치가 태균이에게 "공의 약간
밑등을 노리라는 조언을 했다"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납니다.
태균이 요새 모습을 보니 확실히 공을 앞쪽에서 그리고 공의 밑부분을 때린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작년과 올시즌 초반 투수들이 과감하게 태균이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는데 홈런이 나오기 시작하니
섣불리 몸쪽으로 집어넣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저는 태균이가 앞으로 더욱 진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일본이 아니라 신인시절 자신이 "언젠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잡았으면 합니다. 물론 그러
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흘린 땀보다 더욱 많은 땀을 흘려야 겠지요.
부디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끄적여 보았습니다.
첫댓글 저도 고교야구를 우연히 보면서 김태균을 처음 봤었습니다. 당시엔 안경을 쓴 채 지금보다 뭐랄까 순박한 모습이었죠. 확실히 재능이 천부적인 선수이고, 타격을 어떻게 하면 잘 하는지 아는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트 무게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장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다만 멘탈적인 측면에서 약간 안주하는 모습과 소심함(?)이라고 표현할 만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행스럽네요~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올시즌 김인식 감독의 야수 운용 측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인 면이 있습니다. [경쟁]인데요. 김수연이 올라오지 못하는 거 말고는 참 적절한 운용입니다. 김태완이 있음으로 해서(사실 아직 김태균을 위협할수는 없지만) 김태균에게 경기 후반 휴식+어느정도의 긴장을 부여하고 있고, 이도형-심광호의 주전 기용을 통해서 신경현을 도루저지율 1위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팬들이 가장 바라마지않던 부분중 하나였는데 어찌됐든 올해는 실현이 되네요. 정희상-김태완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주는 것도 그렇구요. 현진이를 시즌 초반처럼 돌리지만 않는다면 사실 불만스러운 부분이 거의 없을 듯 싶습니다.
요새 뱃돌리는거 보면 시원스럽더군요. 자신있게 돌리는 모습을 보니 신인 시절이 기억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