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2때 <교내 건전한 사이버문화정착을 위한 공모전> 글짓기부문에 참가해 동상 받은 소설입니다.
그리고 고3때 소월문학상에 출품했는데 상 받지 못했습니다ㅠㅠㅠㅠㅠ
전체적인 내용이나 묘사도 봐주시고, 공모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당시 보냈던 원서 그대로 올립니다.
(여담이지만, 월요일이 마감이라 그 전 주 토욜에 등기로 부치려 했다가 잘못 부쳐서 월요일에 다시 등기 부쳤습니다ㅠ 마감일 못 맞췄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건가...고딩땐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ㅋㅋㅋㅋㅋ)
0과 1로 만든 양파껍질
1. 하늘이 물걸레 같은 구름을 쥐어짜고, 그 물이 지상으로 주르륵 떨어져 내리는 어느 월요일 밤. 곧 고 3을 앞둔 한 소녀의 방 컴퓨터 모니터에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발라놓은 침 얼룩이 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G씨 옆에 서 있는 S양의 가증스런 미소 위에.
“탑스타 G씨, 여배우 S양과 미국에서 비밀결혼설…….”
순간, 뇌세포가 부엌 철수세미처럼 이리저리 꼬이는 것만 같았다. 철수세미의 날카로운 표면이 머리를 찔러댄다.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래.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이것도 다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내 마음 속 또 다른 나는 계속 불편하다며, 내 말 좀 들어보라며, 내게 보채고 있었다. 온몸에서 이 사실이 진짜라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제 이상하게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이런 뜻이었을 줄이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루머라고 한다. 하긴, 인터넷상에 한번 어떤 것이 뜨면, 사이트에 사이트를 타고 떠돌다 금세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란 걸 잘 알고는 있었다. 그의 소속사에서 G씨와 S는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명하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웃어넘기기만 했단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겠지. 왜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그렇다면 그 다른 이유는? 그 다음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괴롭혔다.
불안한 마우스 포인터가 결혼설에 관한 한 인터넷 뉴스를 클릭했다. 뉴스 하단의 댓글 창에,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의 여러 글들이 먹이를 먹으려는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듯, 떠오르고 있었다.
수능대박: 에이, 루머겠지뭐~
어쩌라고: 어쩐지 진짜일듯
러블리아: 부탁이니제발닥쳐줄래??
왕비호감: 축하합니다!! 행복하세요~
러블리아: 이ㅅㄲ가! 니 뒤질랜드? 너도 그X랑같이뒤지고싶냐 ㅅㅂ
메렁메렁: 건너건너아는사람도 갔다왔다더라? E여대성악과다니는지인이 축가까지불러줬다는데ㅋ
러블리아: ㅂㅅ아 죽기싫거든 조용히꺼져 손모가지 꺾기전에
시끄럽구나, 아가들아. 좀 조용히 해 줄래? 이 언니가 머리가 많이 아프거든. 그들의 댓글 사이에, 조간신문 사이에 낀 광고지처럼 악플을 끼워놓았다.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결혼설을 다룬 사이트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블로그, 카페, 뉴스, 여러 게시판……. 종류를 불문하고, 0과 1로 이뤄진 공간인 인터넷 속은 그 사건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나는 링크가 걸린 곳이라면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사이트라면 발견되는 족족, S와 G씨를 축복하는 사람들에 대해 악플을 남겼다. 러블리아라는 내 닉네임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을.
러블리아: 올린것들이나S년이나 존나 다싸잡아 개패듯패러 ㄱㄱ
러블리아: 진짜라면 미국테러하는방법알아서 미국다싸그리날려야지.
러블리아: 이런X같은……. S년나하고한판뜨자 XXX야
러블리아: S년 ㅂㅅ새끼 정신병자임ㅅㅂ
집 바로 위에 떨어지려는 운석을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허탈하게 한숨짓는 아니,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처럼, G씨의 옆에 선 S를 바라보았다. 평균 신장을 웃도는 키에, 피골이 상접한 몸매. 물론 ‘여자의 자존심 부위’ 도 나보다 빈약하다. 거기다 피부는 빈혈 걸린 사람처럼 정말 창백하다. 그녀의 수식어 중 하나인 ‘종잇장 몸매’ 그에 비해 나는……. 이럴 수가, 너무 복스럽다. 까짓것, 살 빼면 될 거 아니냐. 그러니까 G씨를 돌려주길 바란다. 내 손에 너의 머리털이 뽑혀 있기 전에. 기억해라. 내가 너보다 더 크다는 것을. 여자는 그곳이 생명인 거야.
그래. 불길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 없다는 말이 맞다. 이제야 명치끝에 걸린 체기가 내려가듯, 마음에 걸린 주먹만 한 것이 스르르 풀린다. 그러나 체기가 풀려 시원해야 할 자리에, 바람이 불어왔다. 지난여름에 불어왔던 태풍이 다시 나에게 불어오는 것 같다. 그 바람에, 나의 머릿속이, 마우스를 쥔 손이, 나의 모든 것이 흔들린다.
얼마 후, 소속사에서도 법적으로 대응하고, 사이버 수사대를 풀어놓겠다고 까지 했단다. 그래도 S는 여전히 화면에 떠서 날 조롱하는 듯, 가증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옆의 G씨도 S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화 속 키스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노래가 들려왔다. 오늘밤 그 말만은 말아요, 왜 날 버리고 갔나요? 난 마음이 아파…….
눈물이 멈추지 않아, 화장지를 얼굴에 댔다. 물에 젖은 화장지에 사람 얼굴 모양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2. 처음 그를 봤던, 그 아름다운 5월이 생각난다. 그때 꽃들이 참 많이 피어 있었는데. 이제 그날의 향기마저 아픈 추억이 되어 버리면 어떡하나.
6개월 전, 영화 촬영장에서 G씨를 처음 보고, 그의 연기력과 당당하고 늘씬한 자태에 반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인터넷을 하며 그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다른 팬들이 올린 드라마 리뷰, 실제로 팬 미팅에 갔다 온 소감과 인증사진, 그의 팬 카페, 그의 매력적인 신체부위……. 새로 올라온 포스팅들과 예전에도 봤었던 인상 깊은 포스팅과 G씨가 출연했던 드라마는 다운로드받아 10번, 20번, 30번 넘게 반복해서 봤다. 한약재를 여러 번 우려 내 약효를 깊게 만들 듯, 그렇게 하면 그의 멋진 외까풀 눈 안에서 촉촉하게 빛나는 까만 눈동자와, 하늘을 찌를 듯 큰 키, 그리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내 머릿속에 깊게 박혀, 영원히 기억될 것만 같았다. 그러면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걱정과, 입시 이야기를 하며 3학년 때는 늦었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의 불안한 말씀들은 다 새하얗게 잊혀질 것이다. 천사 같은 그가 살고 있을 듯한, 천국에 영원히 나의 모든 것을 묻어 버리고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10시가 넘은 시간에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동영상 창속에서 열과 성을 다해 학습목표와 요점을 설명하는 스타강사들의 강의를 듣는 동안, 부모님이 주무시는 틈을 타서 G씨의 아름다운 포즈를 감상하고 그가 출연한 드라마 동영상을 불법다운로드 받아 울고 웃으며 감상하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은 새벽 3시를 넘기는 건 기본, 일어날 시간 딱 1시간 전에 잠에 든 적도 수없이 많았다. 물론,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꿈결에서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이건 문제행동이 아니다. 나름대로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나는 사랑을 할 뿐이다. 어차피 미래는 불투명하니까,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그런데, 그런 그가 언제 날아갈지 모른다. 생각하기도 싫다. 어느새 시간은 4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에서, 베게에서 그와 S년이 활짝 웃고 있다. 앞을 가린 눈물로, S년의 미소를 애써 지워냈다.
3. “뭐라고? 나보고 초딩이라고?!”
내 방 컴퓨터 모니터에 침이 튀었다. 모니터 위의 이 침자국들 언제 다 닦아야 하나…….
내가 올린 댓글이 어떻게 됐나, 추천은 얼마나 했나, 아니면 반대는 또 얼마나 했나, 따위의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문제의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새로 올라온 댓글들과 기존에 있던 댓글들. 도합 30개의 댓글 내용은, 진짜인지 의심하는 댓글 반, 둘을 축복하는 댓글 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둘의 사이를 반대(?)하는 댓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쓴 댓글의 추천 수는 하나. 반대는 무려 다섯이었다. 거기다, 둘이 잘 어울린다고 한 댓글 아래에도 욕 답글을 다 써놓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나보고 초딩이냐고 답글을 또 달아놓았다.
근자감: 넌뭔데반말이니??
근자감: 니 초딩이가?ㅋ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 댓글 아래에도 누군가 답글을 달아놓은 것이다. 그것도 문제의 근자감이란 녀석이 맞장구까지 쳤다!
잉여인간: G씨팬이신가보네요ㅎ 근 데 님이그래봤자 G씨는님몰라요~
근자감: 그러게 말예요. ㅉㅉ
머릿속에 든 과열된 기계에서 따끈한 김이 피어오르는지, 머리가 조금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기계가 내 입 밖으로 한숨을 뱉어내게 시켰다.
나는 또 다른 뉴스를 검색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나쁘게 말하는 내용이었다. 소설 내용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나 뭐라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어디서 함부로 이런 걸 쓴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S양과 같은 이름을 가진 어떤 사람이, 일부러 어려운 용어만 써가며-잘난 척하는 건지, 뭐하자는 건지-그 작가님을 욕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행. 나는 이 사람에게도 악플을 달았다.
러블리아: S년때문에 기분졸라더러워 죽겠는데 잘걸렸다. 이XX가 어디서 꽁지쌤을 욕하려들어?ㅅㅂ
러블리아: 아주동명이인끼리세트로 ㅈㄹ 떠시네요~ㅗㅗ
내가 악플을 단 지 얼마 안 되어, 녀석의 댓글에 답글을 달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난데없는 100분 토론이 벌어졌다. 물론 난 그 사이사이에, 샌드위치 사이에 넣는 스프레드처럼 악플을 끼워 넣었다. 이제야 좀 보기 좋군. 물론 녀석은 날 천박하다며 비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사이트 메인으로 갔다. 내가 악플을 단 블로그에 답글이 달렸단다.
억울해: G씨팬이신가봐요~ 개인적인생각이었어요. 아니면됐지, 말이너무 심하세요ㅠㅠ
너무 얌전히 꼬리를 내린다. 좀 대들고 어쩌고 해야 터지는 맛이 있을 텐데.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다. 오히려 내 댓글에 반응이 없으면 불안하고, 어떻게든 반응이 오면 안도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누가 내게 관심을 보여주기만 한 것만으로도, 그냥 좋다. 그렇다. 나는 외로운 것이다. 비록, 진짜 ‘관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했고, 또 행복을 내게 선사했던 이가 떠날지도 모른다!
3. 점점 불안해지자, G씨와 S양이 전에 찍었던 화보를 보며 S를 저주하는 대신, 매일 밤마다 새로운 것에 몰두했다. 물론, 공부와 대학에 관련된 것은 절대 아니다. 바로 인터넷 게임. 3D그래픽의 화면은, 영화 속에서만 보던 환상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나의 아바타는 오늘도 연초록 풀 위를 뛰어다닌다. 다갈색의 긴 생머리, 모델처럼 조막만한 얼굴에 비율 좋은 몸매를 가진 또 다른 나, 러블리아. 바로 앞에 몬스터가 보인다. 다람쥐와 여우의 혼혈처럼 보이는 몬스터를 내 어찌 죽일 수 있겠냐마는, 내 레벨을 올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저런 이들을 희생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들고 있던 마법의 지팡이로 녀석의 머리를 세게 쳤다. 그런데, 녀석의 체력이 쉽게 바닥나지 않는다. 데미지 창을 보고, 녀석의 이름을 다시 확인 하니 이럴 수가. 변종 몬스터였다.
어느 새 내 체력도 반쯤 줄어들었다. 스킬 창을 열고, 배운 지 얼마 안 되는 스킬을 녀석에게 사용했다. 마법의 화살로, 체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다른 유저들에게도 쓸 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유용한 스킬이다. 어쨌든, 녀석은 죽고, 아이템이 떨어졌다. 갑옷이다. 나는 전리품을 러블리아에게 입혔다. 착 달라붙는 갑옷은 그녀의 몸매에 잘 어울렸다.
사냥을 끝내고, 인벤토리 창에서 빨간 물약을 먹였다. 마우스 스크롤바로 화면을 확대시켜, 러블리아가 물약 마시는 것을 지켜보았다. 광고 찍는 것처럼 참 예쁘게 잘도 마신다. S가 예전에 찍었던 음료 CF보다 훨씬 낫다. 어쨌든 만족한다.
마을 입구에, 슬픈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노랑머리 여자가 보였다. 퀘스트 NPC다. 짝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단다. 그는 마을의 보스몬스터와 싸우러 암흑의 동굴로 떠났다고 한다. 작은 선물이라도 줘 마음을 전하고 싶단다.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도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좋아하는 남자에게 내 마음이라도 전해주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 힘들다. 그는 연예인이니까. 어찌어찌하여, 사인회 같은 것에 가서 고백(?)한다 해도 날 기억해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여기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여자가 있다.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아니, 나를 도와주고 싶은지도 모른다.
여러NPC를 거쳐, 그들이 준 퀘스트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경험치도 쌓여 레벨도 한 단계 오르고, 아이템들도 많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좋아한다는 그 남자를 만났다. 구릿빛 피부의 남자. G씨보단 못하지만, 나름 괜찮은 외모다.
그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했다.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것은 그녀의 오해였다고. 그러면서, 보스몬스터를 잡아주면 사례를 후하게 해준다고 했다. (직접 잡을 것이지 왜 남을 시켜? 게임 시나리오 작가의 허점이 보인다.)
나는 물론 두 자릿수 레벨이지만, 보스몬스터를 혼자 잡는 데는 힘이 많이 부친다. 그래서 다른 유저들과 파티를 구성해서 잡아야 한다. 내 주위에 몰려든 유저들을 물색했다.
러블리아: 같이 보스몹깰사람 구함당~
이츠미: 저 어떠3??
강남스타일: 저도요저도요
이츠미는 무쇠망치를 든 여자였고, 강남스타일은 쌍칼을 든 남자였다. 그 외에, 다섯 명의 유저를 더 포섭해 파티를 구성하고 암흑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암흑의 동굴은 말 그대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캐릭터가 든 랜턴으로 간신히 주변 몬스터만 구분할 수 있었다. 종유석처럼 생긴 몬스터에 속아, 데미지를 입기도 하고, 체력이 바닥나 죽고, 다시 부활하긴 하지만, 경험치를 잃는 건 아까웠다. 아니, 내가 죽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모니터를 주먹으로 한 번 내려쳤다. 몬스터의 몸체가 휘청한다.
두 번째 세 번째 맵으로 이동하는 것은 나름 순조로웠다. 특히 이츠미와 죽이 척척 맞았다. 우리는 게임 아이디를 서로 추가해 주기까지 했다. 네 번째 맵으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 같은 구간으로 들어갔다. 행상인 같은 NPC에게서 회복 포션을 조금 샀다. 그때, 강남스타일이 내게 말을 걸었다.
강남스타일: 님 몇살임?
러블리아: 18살. 고2에요.
강남스타일: ㅎㅎ 난 고3.
러블리아: 공부마니힘들져?
강남스타일: ㅇㅇ무슨야자를11시까지하냐. 미친. 대학가기만해봐. ㅅㅂ 실컷 쳐놀아드릴테니까.
러블리아: 어쩔 나도곧 고3인데;;
강남스타일: 메이트온하셈? 내아이디 comeonbaby1004야 친추해줘
러블리아: 제아이디 asasmy94에요ㅎㅎ 친추해드릴게요.
강남스타일은 나 말고 다른 유저들과도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했다. 화면 속 캐릭터의 머리 위에 대화를 띄우며 한참 놀다, 어느새 보스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인상이 참 못되게 생긴 보스몬스터는 먼저 우리를 위협했다. 사실 화면상에 보이는 거라 그리 무섭지도 않았지만.
서로 한 대씩 치고, 몬스터는 불로 공격하고……. 내가 주특기인 마법의 화살을 쓰자, 몬스터는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다 화면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아이템을 챙겨, 남자 NPC에 갔다. 그는 퀘스트 아이템을 고맙게 받아들고, 많은 경험치 와, 강력한 무기를 답례로 줬다.
갑자기, 화면이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더니, 노랑머리 여자와 구릿빛 피부 남자가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더니, 안고 입술을 포갰다. 둘의 얼굴에, 나와 G씨의 얼굴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G씨의 도톰한 입술……. 아, 정말 부드럽다. 난 딱 이 순간만이라도 5분……이 뭐냐, 1분 30초 동안의 황홀경을 만끽하려 노력했다.
G씨와 S년이 찐~한 키스신을 찍었던 어느 영화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려 얼마나 애먹었는지. S, 너 그때 내 머릿속에 침입해서 우리 둘 사이를 방해했다면 넌 정말……. 사람 아니라고 판정 났을 거다.
다음 날, 수업시간의 꿈속에선, 선생님의 말씀 대신 G씨와 나의 모습이, 어제의 게임 화면 속 캐릭터가 되어, 입을 맞추고 있었다. 깨어나 보니, 교과서는 눈물로 젖어 있었다.
4. 메신저 창에 comeonbaby1004라는 낯익은 아이디가 떴다. 강남스타일이 전에 가르쳐 준, 그의 메신저 아이디였다.
그의 프로필사진 창에는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G씨가 활짝 웃고 있었다. 순간, 눈에서 눈물이란 구슬이 굴러다녔다.
asasmy94: 님G씨좋아하세요?
comeonbaby1004: ㅇㅇ 같은남자가봐도 정말맘에들어 성격도좋고, 연기도잘하고. 나 연기자 되고싶거든? 근데 ㅅㅂ 부모님이존나반대하셔ㅠㅠ
asasmy94: ㅠㅠ 안됐네요.
comeonbaby94: 근데 님도 이분좋아하시는 듯...
asasmy94: ㅇㅇ 팬이에요. 이번에영화 보셨죠?? 완전 감동감동 그 영화촬영장에서 G씨보고 팬됐어요>_<
나처럼 G씨를 좋아하는 사람을—남자긴 해도—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부모님의 반대로, 꿈이 반대에 부딪혔다니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화상 채팅을 하다, 실제 그의 얼굴을 보고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그와 대화할 때면, G씨와 대화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화면 너머에,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열심히 키보드를 치고 있는 G씨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기보다 컴퓨터에 더 소질이 있는지, 내게 해킹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보를 가끔 흘려주고, 해킹사이트도 소개해 주었다. 회원 가입할 때 소개인 아이디에 강남스타일의 아이디를 추가한 덕분에, 처음 가입하고부터 강남스타일도 나도 나름 VIP 대접을 받았다.
나도 나름 해킹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대학이고 나발이고, 이참에 해커로 전직할까보다.
서서히 그와 친분을 쌓아갈 무렵, 언제나처럼 게임에 접속했다. 캐시 샵에 들어가, 그동안 모아둔 캐시를 이용해 러블리아에게 새 옷을 사주려 했다. 유료로 결제하는 캐시니만큼, 일반 상점에서 볼 수 없는 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그중 예쁜 옷을 이것저것 고르다,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 찾았다. 결제를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결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고개를 거듭 내밀었다. 처음엔 시스템 오류려니 생각하고 계속 눌러봤지만, 계속 메시지가 뜨니 슬슬 짜증이 났다. 도대체 서버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그러다, 내 캐시 잔액이 눈에 들어왔다. 0원이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몇 백은 넘게 모아두었고, 쓴 적도 없었는데……. 캐시를 되찾길 바라며 홈페이지 온라인 게시판에 문의 글을 올렸다.
며칠 후, 내가 당한 피해는 해킹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강남스타일이었다. 단수가 좀 높은 놈인지 아이디 추적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사이트를 탈퇴했단다. 마법의 화살 스킬을 녀석에게 적용하게 될 수도 없게 되었다. 녀석은 내게 해킹 기술을 남겨주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강남스타일의 쌍칼에 공격을 당한 기분이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홈페이지 운영자란 것들도 반밖엔 보상해주지 않았다. 제기랄.
그날,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일전에 아이디를 추가해놓은, 이츠미를 유저소환 기능으로 찾아냈다.
이츠미: 혹시님도당했어여?
러블리아: 멀요?
이츠미: 해킹요ㅅㅂ 내캐시다갖고 튀었음
러블리아: 저도 캐시샵가보니 내캐시 다털렸음-_- 어떡해, 님도당했네요ㅠㅠ
이츠미: 혹시 님그거 아세열?
러블리아: 뭘요?
이츠미: 범인 그때 그 이리와 새끼에여ㅅㅂ 같이파티맺고보스몹깼던. 메신저아이디 괜히 알려줬어 이호로새끼가ㅂㅅ
러블리아: 마자여. 그새끼 메신저로 존나청승떨어 동정심유발시켜놓고 먹튀하고 운영자년도 캐 시 반밖에 보상 안해줬음ㅅㅂ
이츠미: 그때파티했던분들도 다 당하고, 당한애들더있다고 하던데ㅅㅂ
러블리아: 완전 악질새끼네ㅅㅂ
우리는 몬스터를 사냥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몬스터의 데미지 창이 뜨고, 몬스터의 이름 대신 강남스타일의 닉네임이 위에 겹쳐졌다. 나는 마법의 화살 스킬을 썼다. 녀석이 탈퇴하지만 않았어도 그 녀석이 서서히 죽어가는 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츠미: 아참, 그리고 님 그거 아셈?
러블리아: 또뭐져??
이츠미: 그 G랑S랑 결혼설난거있잖아여ㅎㅎ 그거 메이트판에 첨 떴던거에요ㅋㅋ 아오 그거보다가 나 존나빵터졌음ㅋㅋㅋㅋㅋㅋ
이게 진짜!! 아까는 심각해하며 말끝마다 ㅅ과 ㅂ을 달아놓더니, 도대체 뭐가 우습다고 ㅋ과 ㅎ을 띄워 놓는 거야? 아가야, 그만 웃으려무나. 그러다 입 찢어질라. 그리고 자꾸 님, 이거 아세요, 저거 아세요. 하는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뭘 안다고.
대체 이 바닥에서도 내 편은 없는 이유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나마 게임을 하면서 천천히 회복되는(?) 중이었는데. 굳이 다친 데 더 긁어서 곪게 만드는 의도가 대체 뭐야? 이젠 이 게임도 못하게 생겼다. 게임 화면이, 돌아다니고 있는 다른 유저들의 머리 위에서 피어오르는 그 결혼설 주제로 저마다 떠드는 내용이 쓰인 말풍선으로 도배되는 환상이 보였다. 점점 차가워지는 밤공기 때문일까. 온 몸을 소름이란 벌레들이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6. 이 자리배치는 사상 최악이다. 왜 하필 척진 애들을, 그것도 ‘한 뭉텅이’로, 옆에 앉혀 놓은 걸까? 아무리 1년만 더 참으라지만, 이러다 대학 가기도 전에 스트레스로 죽을지도 모른다.
옆의 녀석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소리가 귓속을 긁는다. 비몽사몽간에 고개를 들고, 붉은 실을 잘라 붙여놓은 듯 핏발이 선 눈을 간신히 들어 칠판을 바라봤다. 모처럼의 자습이라, 칠판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다. 초록색 칠판이 게임의 배경 같다. 나의 러블리아가 풀밭은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 같다. 이제 1교시만 더 참으면 석식 시간이다. 오늘 맛있는 것이 나온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은 몰래 튀고, 근처 PC방에 가서 어제 못한 게임을 이어 해야지. 조금만 더 올리면 레벨 3자릿수도 만들 수 있다. 리아야, 러블리아야. 잠깐만 기다려.
지금 이 순간엔 어제 못잔 잠 때울 겸, 꿈속에 잠수해서 S년을 처치해 버리고 G씨를 차지하면 되리라.
그때, 갑자기 G씨가 칠판에 보였다. 그리고 난 혼자란 생각에 외로워졌다. 순간, 눈 밑을 눈물이 지날까 봐 고개를 숙였다.
1분단 내 바로 오른쪽에 앉은, 얼굴에 여드름을 도배한 녀석이 주변 아이들과 킬킬거렸다. 그리고 여드름녀는 날 돌아보고,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자기 주위에 앉은 아이들과 입방아를 찧었다. 무리 사이에, 마침 나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체육을 잘하는 아이도 껴 있었다.
“G하고 S하고 결혼설 난 거 있잖아. 그거 어쩐지 진짜 같지 않아?”
“루머라고는 해도 어째 의심스러워.”
“솔직히 진짜라면 S가 더 아깝지.”
정말 거슬려서 못 참겠다. 조용히 하라고 녀석들에게 눈을 흘기며 눈치를 줬다. 그러더니 더 재미있어졌는지 더 웃음소리를 높인다.
“S가 G보다 인기도 더 많은 것 같은데?”
“솔직히 S 진짜 예쁘지 않냐?”
“너 걔 나온 영화 봤지? 진짜 인기 많았잖아.”
“참, 그리고 저 새끼 아까 정컴시간에 S 절벽이라고 욕하더라? 어이없어. 어디 크다고 다냐? XX, 대신 졸라 쳐진 주제에.”
게임에서 입 찢는 스킬도 새로 배웠는데, 녀석들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꿩 대신 닭이라고, 그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러자, 전에 애들이랑 놀다 실수로 머리에 500원 동전 크기 땜통이 생긴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너 지금 무슨 짓 했냐? 다시 한 번 해봐, 이 새끼야!”
그의 소리에 놀란 선생님께선 녀석을 뒤로 나가라고 하셨다. 분이 풀리지 않은 녀석은 한참 씩씩거리다가, 선생님 몰래 자신의 무리가 앉은 자리로 가서 뭐라고 욕을 해댔다.
수업시간이 끝나자, 땜통녀가 내게 다가왔다.
“야, G가 너 같은 찌질이 새끼 좋아할 것 같냐? 나 장애인 같은 니년한테 욕 들은 것만으로도 기분 졸라 엿 같아. 무릎 꿇고 미안하다고 당장 빌어라. 안 그러면 나 너 다음 시간에 짓밟아 놓는다, 이 XX년아! 아, XX! 뭐 이런 X같은 경우가 다 있어! (주위 아이들을 둘러보며) 야, 내가 이딴 년한테 무시당할 정도로 만만하냐?!”
물론 나는 꿇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애한테 꿇어? 내가 끝내 꿇지 않자, 그는 날 몇 번 때릴 뻔 했지만, 옆의 아이들은 버둥거리며 악을 써대는 녀석을 간신히 붙잡았다.
마침,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너희 둘 다 교무실로 따라와!”
그렇게 우리 둘의 싸움(?)은 일단락되었다.
“너희들 정말 고등학교 2학년이 맞니? 18살은 맞는 거니? 내가 이런 일 가지고 지도를 꼭 해줘야겠어?”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동안에도 녀석은 계속 나에게 도끼눈을 흘겼다. 이게 진짜 나 찍어 죽이려고 작정했냐?
“G가 너에겐 뭐야? 네 옆집에 살아? 옆 친구보다 소중해?! 왜 이런 별거 아닌 걸로 일을 만들어!”
결국 우리는 자습시간 전 마지막 시간을 반성문 쓰는 데 통째로 날렸다. 나는 교무실 앞에서, 땜통녀는교실 앞에서. 덜 혼나기 위해, ‘죄송합니다.’ 란 말을 몇 번이나 썼는지 모르겠다.
반성문을 다 쓴 후, 나는 교무실 옆 벽에 S를 욕하는 낙서를 몰래 남겨 놓았다.
그날 밤, 집에 들어가서 땜통녀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다. 실명제인 미니홈피에서 녀석의 아이디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침, 그도 접속해 있었다. 이거 일이 더 쉬워지겠군. 난 강남스타일에게 배운 것과, 해킹사이트에 올라온 해킹 방법을 이용해 녀석의 IP를 추적해 아이디를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녀석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회원정보 창으로 들어갔다. 녀석의 개인정보가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일촌들 창을 보고, ‘일촌취소’를 눌렀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방금 전 입수한 녀석의 핸드폰 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읽고 싶었던 책들을 샀다.
이제 좀 후련하다. 녀석의 핸드폰 번호로 결제했으니까, 녀석의 휴대폰 요금은 모두 바닥났으리라. 문자를 하지 못해 쩔쩔매는 녀석의 구겨진 얼굴과,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받고, 엄청난 요금 때문에 부모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 녀석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너야말로 어디 한번 무릎 꿇어봐라. 하하하하!
7. 고급 해킹 기술까지 익힐 무렵,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G씨의 소속사에서 사이버수사대를 푼 보람이 있었나보다. 인터넷 뉴스에 따르면, 범인은 'me*o*g*i' 라는 아이디를 가진 29살 여자 ‘길 모 씨.’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손해배상까지 물렸다고 한다.
다행이다.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었다는 게 이제야 알려졌다. 잘 됐다. 그의 주머니도 조금 가벼워졌다니 말이다.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날까. 안도감이 들어서? 글쎄, 잘 모르겠다. 뭔가 뜨거운 것이 자꾸 올라오기만 한다.
유포자는 유명 패션업체의 디자이너인데, 평소 G씨의 안티였다고 한다. 영화도 흥행하고 그 여세를 몰아 CF까지 성공해가는 모습이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열애설이 잦았던 S와 미국에서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 포털사이트의 게시판에 먼저 올리고, 트위터 이웃들과 함께 퍼뜨렸다고 한다.
이상하다. 이 사람의 아이디가 이츠미의 게임 홈페이지 아이디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이츠미일까? 게임에서 둘의 결혼설에 대해 말하며, 게임 속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킬킬대는 그녀의 캐릭터가 머리를 스쳤다.
다시 IP를 추적해, 그녀의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게임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이츠미의 개인정보를 봤다. 이 사람도 길 씨다. 역시나 나이는 29살이고, 물론 여자였다. 길 씨는 흔하지 않은데, 내 짐작대로라면 두 사람은 동일인물일 것이다.
뉴스에 오른 댓글을 통해, 그녀의 트위터 주소를 알아내고, 다시 트위터 회원정보를 추적했다. 문제의 트위터 주인도 29살 여자 길 씨. 즉, 이츠미였다!
순간, 이츠미의 무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기가 막혀서, 말을 잊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이 여자 때문에 몇 주 동안 베게에 눈물로 그림을 그려놓고, 게임에 미쳐서 내 캐릭터가 죽는 것도 내가 죽은 것처럼 슬퍼할 정도로 빙의되어버린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왜 한창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런 억울한 일을 만들어 놓은 거야? 한 사람 앞길 막으면, 네 앞날이 시원하게 뚫려? 너 하나 때문에 G씨가 얼마나 마음고생 했을 것 같아? 요즘 G씨 소식이 끊겨 무슨 일이 있나 정말 그런 것일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 나 바보 만들어 버린 건 알기나 해?
그 때, 게임에서 G씨와 S의 결혼설에 대해 말하며 웃었을 때, 당장 마법의 화살 스킬을 썼어야 했다. 아니, 먼저 퀘스트를 위해 파티를 결성했을 때 그랬어야 했다.
아이디 추가라도 해서 참 다행이다, 나쁜 년.
이번에는 좀 어려운 기술을 써 봐야겠다. 먼저, IP부터 추적해서, 이츠미의 컴퓨터에 접근하려했다. 잘나가는 회사 컴퓨터인 만큼,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이 바리케이드처럼 깔려 있었다. 해킹사이트의 총수가 알려준 대로, 침착하게 프로그램을 뚫었다. 컴퓨터에 침입하는 데 성공! 암호도 바꾸고, 컴퓨터에 저장된 디자인 샘플들과 중요한 정보들도 모두 가져왔다.
며칠 후, 나는 다른 회사 직원에게 비싼 돈을 받고 디자인 샘플과 정보들을 팔아넘겼다. 이제 곧 있으면, 그녀의 회사는 왈칵 뒤집어지고, 이츠미는 회사에서 해고당할 것이다. 어디 너도 한번 마음고생 실컷 해보십시오.
오랜만에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게임 배경 속의 날씨는 유난히 맑다. 유저 소환을 다시 이용해서, 이츠미를 불러냈다. 예상대로, 그녀 캐릭터의 머리 위에, 욕이 연기처럼 퐁퐁 피어올랐다.
이츠미: 졸라짱나ㅅㅂ
러블리아: 무슨일로?
이츠미: 어떤새끼한테 회사컴퓨터해킹당했어ㅅㅂ 어떤 미친년이 그딴짓했냐?! 나그것땜에 회사에서 짤렸어 미친, 어떻게들어간회사인데ㅅㅂ
그녀의 기분 나쁜 말투에 대꾸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스크롤바를 당겼다. 화면이 확대되며, 모니터 안에 러블리아와 이츠미의 전신이 가득 담겼다. 그녀에게 내가 그토록 쓰고 싶어 했던 마법의 화살 스킬을 썼다. 마법의 화살들이 하나하나 그녀의 몸에 꽂힌다. 그녀의 몸은 불길에 휩싸이고 그녀의 빨간색 체력 바는 점점 떨어져간다. 곧 이츠미가 풀밭 위로 쓰러진다. 죽은 캐릭터의 모습이 화면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8. 양파를 깔 때처럼,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내가 어려서 세배를 하고, 용돈을 저축해 모아 둔 통장과, 내 명의의 저축은행 통장을 비롯해 모든 통장의 잔액이 0원이 된 것이다.
어쩐지, 요즘 자꾸 이상한 스팸메일이 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핸드폰으로 문자와 통화를 많이 쓰지도 않았으며, 누구에게 빌려준 적도 없는데 통화요금이 무려 6만원을 넘어갔다. 덕분에, 핸드폰을 정지당하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쓴 적이 없다고 눈물 짜내고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어느 날에는 내가 받지도 않은 이상한 동영상들이 컴퓨터에서 무려 5GB의 양이나 발견돼,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문 앞에서 덜덜 떨기도 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었다. 물론 내가 가입한 사이트이다. 당연히 내 개인정보는 안전하겠지, 안이하게 생각하며 손을 놓고 있었다. 귀찮은 탓에 오랫동안 비밀번호를 바꾸지도 않았다.
포털사이트 팝업 창에 S년의 화장품 CF가 나온다. 나는 품에 끼고 있던 쿠션을 그년에게 집어던졌다.
그때, 주말을 맞아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양파 한 망을 거실에 꺼내놓은 엄마가 날 불렀다.
“엄마 도와서 양파 좀 까 줄래?”
“나 지금 바빠.”
“하나에 100원씩. 어때?”
“……알았어.”
양파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 대야 속에 넣었다. 양파의 매운 기운이 강남스타일의 쌍칼처럼, 이츠미의 무쇠망치처럼 눈을 공격한다.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래. 사이버 통신망은 0과 1로 만든 양파와 같다.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다 보면, 눈물밖에 남지 않으니까.
대야에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진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공모전의 주제에 맞추기 위해서 짜여진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는 점이었습니다 [건전한 사이버 문화 정착] 이라는 공모전 시제에 인물이나 사건들이 강제로 맞춰져 있는 느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거나 인물의 이야기로 읽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 이 글은 그냥 사이버 문화 정착에 맞추려고 쓴 글이구나 하면서 기운이 훅 빠지는 느낌이에요 인물들이 정말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아니라 (예를 들면 인터넷 글 하나를 보고서 저 글이 정말 맞다고 바로 믿어버린다거나 하는 것들 = 아마 처음부터 믿어버리는게 아니라 의심하고 의심이 굳어진다면 그 사람에게 연락이라도 해보거나 하지 않을까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의 글만 보고 믿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점들을 되돌려 보면서 생각을 해볼것 같은데요 아마 처음부터 사이버 문화 정착에 맞추어서 글의 인물이나 사건전개들이 모두 맞추어졌기 때문에 부자연 스러운 느낌과 뭔가 이상한 전개 순서가 온 것 같습니다. 문단 구분을 1. 2. 3. 등으로 해놓으신 이유를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글로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문단 마다 끊어지는 느낌이기 때문에 읽는데에 어려운것 같습니다 건전한 사이버 문화 정착 이라는 시제에 맞추어서 써진 글이지만 생각해본 다면 그 안에 작가의 아이덴티티적인 주제의식 대역대나 그런것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충격적이고 보기 힘든 사건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글은 세상에 이런일이나 충격적인 신문 기사를 절대 이기지 못한다고 배웠습니다. 아마 훈장님의 작법 강의를 전체적으로 읽어보시면 갈등 부분에 나와있을거에요 충격적인 것들로만 글이 써진다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충격적인 것을 겪기 때문에 인물이 주제에 대해 깊이 사유 하지 못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의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시제에 짜맞추어진 상태에서 충격적인 사건에 반응하는 인물의 감정대역만 나오기 때문에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작법강의 보시면 아마 지금 막히시는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얻으실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ㅎㅎ좋은 평 감사합니다. 열애설 기사 뜬거 믿고 충격에 사로잡힌 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건 맞는데(연예인 열애설. 특히 결혼설 뜨면 팬은 물론이고 보통사람들 중에서도 그대로 믿는 사람들 의외로 많아요ㅠ 게다가 그 사건 연옌 두명이 전에도 열애설 많았던 터라....), 악플이나 게임중독, 해킹 같은 것과 인터넷 중독의 폐해.모두 시제에 필요한 걸 최대한으로 끌어내서 쓰려다보니...그리고 사실적인 전달을 위해 충격적인 장면도 넣은 거라서요. (주인공이랑 체육복여자애 싸우는 장면은 실화입니다ㅠ) 제가 봐도 작위적인 느낌이 없진 않았거든요.
소제목 나눈건...ㅋ 사실 어느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랑 따라한거예요ㅋ 주인공 감정전달을 조금이나마 사실적으로 하기 위해 쓰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왜 했나 싶은ㅋ 분량도 얼마 없는데 굳이 나눴어야 했나 싶습니다ㅋ 아마도 가독성 떨어지는데 한몫한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사이버공모전 출품 전에 국어쌤께 보여드렸거든요. 좀 충격 받으셨는지 제가 실제로 게임에 빠져 사는지, 주인공처럼 학교생활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건지 걱정된다고까지 하셨거든요....ㅋ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충격적인 장면을 넣었긴 한데, 독자도 배려해야겠어요~ 아래 제가 쓴 소설 읽어보셨는진 모르겠지만 제가 돌직구 리얼리티(?)스타일이라ㅋㅋㅋㅋ
일단 전체적으로 전개를 더 자연스럽게 고쳐야 할것 같네요ㅎㅎㅎㅎ 다시 한번 평 감사드립니다ㅎ 건필하세요!!!
응모원서에 주민번호가 그대로 있어여;;;
삭제했습니닷;;
글들을 읽고 솔직히 놀랐어요. '조간신문 사이에 낀 광고지처럼 악플을 끼워놓았다'라던가, '뇌세포가 부엌 철수세미처럼 이리저리 꼬이는 것만 같았다'라는 신선한 표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글들에 '1., 2.' 처럼 번호를 새겨넣는 걸 보고 김연수의 '깊은 밤, 기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시점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이어서 더 직접적으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게 있다면 '나'라는 인물의 일인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여기 주인공은 혹시 친구가 없나?', '부모님이랑 대화는 안 하나?' 보통 글을 읽다가 이런 의문이 드는 순간 나오게 되는 결론이 있습니다. 바로 애정결핍입니다.
사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거죠. '나는 G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 라고. 그런데 갑자기 터져버린 S와의 열애설로 인해 '나'는 폐인 상태가 되기 시작─보통 주인공 '나'가 점점 몰락해가는 구간─합니다. 그리고 몰락해가는 과정에서 '나'가 탈출구로 삼은 것은 바로 '컴퓨터 게임'인데, 오히려 이것이 더더욱 주인공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죠. 그렇게 글들이 주욱 진행되고 있는데─끝까지 주인공 주변 사람에 대한 설명은 안 나오죠─그렇게 되면 주인공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예전 상태─적어도 친구나 가족들 중 하나와의 관계 회복─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아에 비극으로 몸서리 치는 장면이어야 제대로 된
결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결말이 흐지부지 됐다, 재미가 없다, 둘 중 하나로 나뉘네요. 그리고 중간중간 '인터넷 상 대화'가 너무 길어요. 원고지로 쓰면 버려지는 칸 수가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 길고, 개중에 쓸 데 없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요.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내가 지금 정말 필요한 것만 쓰고 있는 걸까, 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 보통 결말을 생각하고 쓸 텐데, 이 글은 처음만 생각하고 뒤는 생각치 못한 것 같아요. 처음 부분에 너무 크게 비중을 두다 보니까 뭔가 깔끔한 결말이 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운 글이었어요.
표현력은 신선했고 어울림도 좋았어요. 수 번의 퇴고를 걸쳐서 수정하시길 추천할게요. 건필하세요!
평 감사드립니다ㅎㅎㅎㅎㅎㅎ 주인공과 주변의 상황 설정이 좀 문제가 있었네요ㅠㅠㅠ 서링님 말씀대로, 친한 친구도 별로 없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대화도 거의 안 하는 그런 상황 맞아요. 그래서 애정결핍이 생기고, 연예인에게 의존(?)하는 상황이에요. 여기에 대한 부연설명을 더 넣었어야 했는데...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단 건, 반 친구와 싸우는 장면에서 드러냈고, 학교 적응을 못하는 건 수업시간에 거의 잔다는 것으로 드러내려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네요ㅠㅠㅠ 간단한 설명만으로라도 상황을 더 언급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쓰다보니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글이 되고 말았네요ㅠㅠㅠㅠ 위에 14학번님 말씀대로 공모전이다 보니,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것들을 다 설정하고, 짜맞추다 보니 생긴 문제인 것 같아요. 표현이라든지 묘사, 리얼리티에만 너무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도 들어요. 소설 쓰기 전에, 스토리라인과 플롯을 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네요ㅠㅠㅠㅠㅠ
그리고 인터넷 대화창....사실 어떤 분 수상작에서 보고 따라한 겁니다...ㅋㅋ 대산문학상인가?? <추잉추잉gunn>이란 작품인데....(예고 문창과 학생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라든가, 설정에 영향을 받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적당히 넣었어야지 너무 남발한 것같네요ㅋㅋㅋㅋ
(아, 참고로 원고지가 아닌 A4였습니다ㅎ 현장공모가 아니라 우편접수라..ㅎ)
그리고 칭찬 감사드립니다ㅎㅎㅎㅎ 퇴고해서 더 완벽한 작품 만들겠습니다ㅎㅎㅎ 서링님도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