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거리다 심심한 마음에 쓸쓸히 혼자 동네 노래방에 갔다.
이름하여 "L노래방(아줌마는 럭셔리 노래방이라 했지만, 우린 로또나 럭키의 약자가 아닌가
의심했었다..)
늘 선도랑 둘이 노래연습만을 위해 즐겼던 단골집인지라, 드라마를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바로 의자에게 일어나며 반갑게 맞아주셨다.(이것이 단골의 힘이다~)
"초록~오랫만이네..그런데 오늘은 선도는 안보이네? 혼자 온거야?"
"예?예~하하; 심심해서요.."
"그러게~어지간히 심심했나보네~호호"
이 아줌마가 오늘 왜이래~-_-;혼자서 노래방 오면 안돼나?확 뒤돌아서 나가버릴까보다.
그래도 오늘은 진짜 심심하니 노래나 살짝 해주고 가야겠다.
혼자라 드넓은 노래방에서 돈아깝지 않게 확실히 놀아야겠다는
사명감에 첫 스타트 곡으로 휘성의 안되나요를 마이크를 꼭 쥐고 노래를 불렀다.
"안~돼나요~ 노래방 혼자 오면~~ 가끔 혼자 올 수있는거죠~아니면,
잘생긴넘과 합~방을 시켜주던지~이런 나도 우울해요~"
맞지도 않는 음에 주인 아줌마의 말에 상처받은 나는 승질을 내며 힘껏 불렀다.
이어서 댄스퍼레이드로 나름대로 개발한 율동(고개는 좌우로, 손가락은 엇갈리며 위아래로 흔들
기~)과 더불어,열창을 하다 너무 많은 에너지 소비와 목이 메여서 터덜 터덜 카운터에 음료수를
사러 갔다. 카운터옆 냉장고에는 음료수를 고르는 아이, 식탁에 앉아 담배피는 아이,
마치 학교인냥 식탁에 엎드리고 자는 아이 등의 여러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세수도 안하고 집에서 곧바로 나온지라, 후질구리한 빨간색 트레이닝에 머리를 하나로 묶은뒤
말아올린 나는 뻘줌함을 감추며 포카리행을 집어들고, 카운터앞에서 아줌마와 농담을 하는 남학
생들을 휙 손으로 밀치고 그들이 째려보는것을 무시하고 아줌마께 말했다.
"아줌마 얼마예요?"
"포카리?천원받아야 하는데 초록이니까 700원에 줄께~"
"헤헤..진짜요? 700원.. 여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보니, 백원짜리 4개, 오십원짜리 1개, 십원짜리 4개.. 헛;490원밖에
없었다.-ㅅ-;; 아까 주머니에 짤랑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는데 십원짜리였구낭..ㅜㅠ
남자애들 틈을 헤치고 들어가서 사온 사랑하는 나의 포카리행...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줌마께 외상을 해달라고 철팔깔고 조를것인가? 아님 자신있고 당당하게, 포카리를 포기하고
쪽팔림을 무릅쓰고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을것인가?주변에 인간들이 많아서 둘다 쪽팔리긴
마찬가지였다. 고민하고 있는 내 뒤에서 계산하려 서 있던 애들이 버부적대는 나를 살짝 밀고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야- 빨리 빨리하지. 음료수 하나를 하루 종일사나.."
"어머..초록아 니 돈 모질라냐?"
타이밍 죽이는 눈치없는 아줌마.ㅜㅠ이름은 왜 불러요~ 에이..내가 안먹고 말지.
그냥 갖다 놓아야겠다.-0-
비굴한 웃음을 보이며, 음료수를 들어 갖다 놓으려는 순간 내 앞에 700원이 놓여졌다.
뭐지 이돈은?0ㅅ0?
"태호야! 니꺼 내가 샀는데 돈은 왜 내?"
"어차피 너 음료수 사줄라고 했는데 니가 샀고, 앞에서 계속 서있길래 보기 그래서^^"
"너 쓸데없이 이런거 신경쓰지말구 자. 졸립다더니 언제 일어나 있었어?"
태..태호라 하면... 아니지, 이름이 같은거겠지..사실, 모르는 사람한테 음료수를 받은건
7살때 이후로 처음이긴했지만, 목이 너무 말랐기에 고마운 마음에 휙 뒤돌아 인사했다.
"음료수 잘먹..헉?-0-?"
"어-안녕~^^ 놀라긴..우리 구면이지?두번째보네?그지?"
처음보다 더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버스에서의 미.소.년..태호였다..ㅜㅠ
두번째네?.....;;;날 기억하네... 하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기억못하면 바보지..그런데;
어떻게 말해야하나;; 무조건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정말 진심으로 실수였다고
나 변태 아니라고,,말해야하나? 뭐라 해야하나? 당황스러움과 놀람에 말을 이을수 없었다.
"아-; 하하;그.. 그러네요.."
"태호 너 아는애야?"
좀 전에 날 밀치고 음료수를 계산했던 녀석이 날 또 한번 훑으며 의아해했다.
마치.. 이런애를 어떻게 아냐는듯... 죽을래? 돈없어서 내가 음료수좀 얻어먹었다고
그딴식으로 보는겨?아님 나의 스타일이 그리 구리냐?어디서 아버님같은 스타일로
나를 무시해?콱! 음료수로 찍어부릴까부다....-ㅅ-+
"어.그냥 어떻게 하다가 아는애.여기 근처 사나봐?"
어떻게 하다가 아는애?..하긴..날 뭐라고 설명하겠어.. 가면서 얘기하겠지..
자길 뒤에서 안았던 변녀라고..그런데 목소리도 정말 굿이구만..+_+
너무 완벽한거 아니야~홍홍~^0^ 사실,그닥 좋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쪽팔림에서 구해주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무지 반가웠다.
"네?네...아!하하; 음료수 고맙고요~저 여기랑 집하고 무지~ 가깝거든요? 제가 지금 확~가서
700원 갚을테니까 잠깐만 기다릴래요?"
"^^아니야; 괜찮아. 뭐 대단한거라고 갚아;ㅋㅋ 됐어됐어..
그런데 나 나이들어보여? 왠 존대말?"
이자식- 자식아! 사람이면 뭐하나 부족한게 있어야지..잘생기고 몸매죽이고..
착하기까지ㅡㅜ.. 쪼잔한 선도녀석이었으면 생명의 은인이네 뭐네~하며 이자까지 받아먹었
을꺼다. 글구 나의 존대말? 컨셉이지~ 변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순진함의 컨셉~유후~♡
"아~아뇨..그냥요..하하; 그쪽이 놓자면 놓죠~"
"놔~^^ 근데 요새는 버스 안타고 다니나봐? 몇일 안보이던데?"
-ㅅ-;저 순진한 얼굴로 보복을 하려했던건 아닐테고,너무 충격이 커서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려고 날 찾았나?=ㅅ=a;;
"어???????하하하^^; 아~내가 원래는 전..전철 타거든? 하하;
그날만 탄거야.. 그날만.. 하하; 그땐.. 정~~~~~말 미안해~진짜~나 이상한 애 아니야~^^;;;"
"아~~~~~~~~그날만 탄거였구나... 몰랐네..난 또 니가 쪽팔려서 안탄건줄 알았지...
쨋든.. 반가웠다.ㅋ 나 가께 잼나게 놀아라.그리고 웬만하면 혼자 노래방 오지마~외롭잖아~"
태호가 씨익 웃으며 뒤돌아가자, 대여섯명이 그뒤를 따라 사라졌다.태호가 메인이구만~
나이스!!나는 주먹을 불끈쥐고 나의 사랑스런 미소년.. 태호가 사준 포카리행에 뽀뽀를 하며
그 녀석을 다시 본 행복감에 부풀어서 음료수를 마시다, 내가 혼자 노래방에 온걸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 의혹을 떨쳐버릴수 없었다..-ㅅ-;;; 아니, 저녀석 혹시 내 주변에 스토커를
심어놨나? 어떻게 알았지?
"초록이 좋겠네~ 태호같이 잘생긴애가 음료수도 사주고~호호호~
그렇잖아도 아줌마가 니 얘기 해놨다~ "
"예?무슨 얘기요?"
"어. 울 노래방 단골 손님중에 오늘 혼자온 애가 있는데 느그들 같이 좀 놀아줘라~그랬지..
그랬더니, 민철이가 니 방가서 흘깃보고 와서는 싫다하더라구.. 뭐 스타일이 구리?..뭐랬는데;?
호호- 암튼, 재네들이 공부도 잘하고 애들이 괜찮더라고... 친하게 지내. 혹시 아냐?
아줌마가 초록이 남자친구 만들게 해줄지?하하~ 니 오늘 복터진거야~
그나저나, 태호가 오늘 무지 피곤했나보네. 식탁에서 내내 자더만.."
아까 남자애들 틈에서 식탁에 누워 자던 애가 태호였나보다.. 어쩐지 내 킹카레이다망에
안걸렸더라니. 태호가 얼굴들고 있었음 몰랐을리가 없지. 원체 광채가 나야말이지~
동네 노래방이라 폐인모드로 그대로 나왔더만,이런 시골뜨기몰골로 만나게되다니...ㅜㅠ
뭐 어차피 이 최악의 얼굴과 스타일~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래도 아줌마 덕분에..대박이구나~아자!아자!!아줌마 사랑해요~♡
"^^아~그래서 알았구나.. 전.. 저 혼자온거 어떻게 알았나 했어요..
근데 아줌마 그 얘기도 했어요?"
"뭐?"
"^^제가 생긴건 이래도 착하다는 말은 하셨어야죠~헤헤;"
"했어~했으니까 민철이가 보러갔지~"
"감사해요~^^제가 엄마한테 말씀드려서 화장품좀 얻어다 드릴께요~"
"^^아냐~됐어~ 혹시 남으면 줘도 되고~"
"예~저 이만가볼께요~다음에 올께요~"
"아니,시간 남았는데 갈라고?"
"헤헤. 주머니도 비었고 노래부를맘이 없어져서요.. 대신 담에오면
시간 더 주세요~"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갔으나, 아무도 없는 집안은 컴컴하니 어두웠다.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물체가 눈앞에 쑥 나타났다.
"헉!!!!!!!!!!"
"뭘 놀래;; 이렇게 늦게 다녀도 되는거야?
내가 늦게 들어왔다고 누나도 늦게 들어와도 되는거야?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인정사정없이 주먹으로 선도를 쳤다.
"이 새꺄! 너땜에 놀래서 심장 떨어뜨린줄 아라잖아! 불을 키고 있던가 하지 왜 갑자기 튀어
나와서 놀래켜!"
"아니,잠시 졸았는데 눈뜨니까 누나 들어오길래 그냥 일어난거지 뭐~왜 약한척이야~
자기얼굴좀 생각하면서 놀래지~"
"뭐?!-_-+언제 들어왔어? 너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코앞에 L노래방 갔다왔어.^^
그런데 너 생각나서 혼자 못부르겠길래 그냥 집으로 왔어~ 나 착하지 않냐?"
"-ㅅ-좀전에 들어왔어... 구라치지마.안믿어. 오다가 태호새끼 만났는데, 여전하더만.."
"어? 태호 만났어?아~근데 너 태호 어떻게 아냐?"
"만석이 친구새끼랑 태호랑 친해. 그래서 알어.. 누나는 어떻게 알아-0-?"
"어~있어.. 말하자면 복잡하고; 나도 그냥 알어..그나저나, 너 기분 별루인거 같은데
어여 자라.. 큐티한 누님 먼저 잔다~ ^^"
"또 맛갔구만.. 큐티같은 소리 하네..아! 누나 낼모레 우산 내가 3단 우산 가져간다~"
우산이라...선도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은 딱 2개다.워낙에 잘 잃어버리는 우리가
좋은 우산을 모조리 잃어버리자 마님은 잃어버리면 용돈을 깎는다며, 이 우산 2개만 놓고
쓰라하셨다. 한명이 선택하면, 한명은 울며겨자먹기로 남은넘을 그냥 가져가야한다.
얼마전 마님이 화장품회사에서 얻어온 긴~ 파라솔같은 큰 촌스런 우산하나와
남색의 심플한 3단 우산이 있는데 내가 거의 3단 우산을 썼다. 파라솔 우산은 내겐 너무 버겁고
촌스러웠으나, 기분이 좋아서 상처받은 영혼 선도를 위해 한번 봐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파라솔 우산을 쓸까봐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선도에게 말했다.
"그래~ 오늘은 이 누님은 기분 좋으니까 봐준다~ 대신 담엔 어림도 없다..
근데 그 우산 너무 촌스럽지 않냐? 담에 마님 몰래 하나살까봐~"
"-ㅅ-촌스럽긴.. 누나가 몰라서 그러지 그 우산이 보기엔 그래도.. 엄청~ 비도 잘 막아주고~
딱 좋아~ 좀 커서 그렇지..그나마 내가 쓰니까 그정도지..그리고 엄마한테는 말안했는데~
그거 메이커다~ 닥스!! 알지? 비싼거야~ 그니까 누나도 함 써봐~ 우산 웃겨도 메이커니까
은근히 무시못해~"
"닥스? 닥스같이 안생겼던데.. 좀;; 디자인이~ "
"저번에 쓰고 갔더니 만석이 자식이~ 올~ 이럼서 나한테 그러더라고.. 이새끼 비싼 우산
쓰고 다닌다고~
닥스라고~"
"아~글쿠나.. 아라따.. 함 써보지 뭐~ 그럼 잘자고 좋은 꿈 꿔라~"
"그래..누나도 잘자.. 대신, 자면서 이상한짓 하지말고~"
선도의 뒷모습에 사뿐이 곰돌이를 던져버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By 그린샤인.....................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그악내행(그들에게는 악연?내게는 행운이었다.)♣-꾸러미9
그린샤인
추천 0
조회 109
04.10.16 15:5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