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김도하 기자] 허정한(경남·세계랭킹 12위)이 한국 당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약속의 땅' 튀르키예에서 8년 만에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개인통산 두 번째 우승과 한국의 9번째 당구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16일 자정에 튀르키예에서 열린 '앙카라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허정한은 '3쿠션 세계챔피언' 바오프엉빈(베트남·세계 4위)을 26이닝 만에 50:31로 완파하고 값진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허정한은 당구월드컵 3회 연속우승에 도전하며 아시아 최강 타이틀을 위협한 베트남의 질풍을 잠재우며 한국의 '5전 6기' 우승을 일궜다.
베트남은 지난해부터 세계선수권과 팀선수권, 3쿠션 당구월드컵 등 국제 무대에서 5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과 유럽을 위협하는 신흥 3쿠션 강국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바오프엉빈과 '간판' 쩐뀌엣찌엔(세계 1위)이 8강에 진출해 3회 연속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베트남 킬러'로 등장한 허정한에게 가로막혀 베트남의 기록 달성은 결국 실패했다.
그동안 튀르키예는 한국 선수들이 가장 크게 활약했던 국가였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선수들은 튀르키예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한국의 3쿠션 당구월드컵 9회 우승 중 이번까지 가장 많은 3회를 튀르키예에서 우승했고, 결승에만 총 6차례나 진출했다.
한국의 첫 우승의 쾌거도 튀르키예에서 달성했다. 지난 2010년에 한국은 '선구자' 고 김경률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에도 김경률은 튀르키예 트라부존에서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2012년에는 최성원(PBA)이 안탈리아에서 역대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2014년 이스탄불에서는 조재호(PBA)와 최성원이 결승전을 치러 조재호가 한국의 통산 4번째 우승을 성공했다.
조재호는 2019년에 안탈리아에서 열린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 한 차례 더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허정한, 2016년 우승 후 8년 동안 '무관'
2021년 베겔 당구월드컵 결승에 올라 아쉽게 준우승
이번 대회를 우승한 허정한은 지난 2016년 이집트 엘구나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가 '사대천왕'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세계 3위)를 꺾고 첫 우승을 달성했다.
2017년과 2018년에 포르투갈 대회에서 2년 연속 4강에 올라갔으나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고, 2019년에 벨기에 블랑켄베르크에서도 4강에 입성하며 꾸준하게 활약을 보였다.
2021년에는 네덜란드 베겔에서 두 번째 결승에 진출, 다니엘 산체스(PBA)에게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15번의 대회에서 모두 입상하지 못하며 긴 잠에 빠졌던 허정한은 이번 앙카라 당구월드컵 32강 조별리그전에서는 베르카이 카라쿠르트(튀르키예·세계 18위)와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서울시청·6위), 서창훈(시흥체육회·33위)을 꺾으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부터는 현 세계 최강자인 야스퍼스와 쩐뀌엣찌엔, 마틴 호른(독일·세계 5위)을 차례로 제압하고 통산 세 번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 최강자들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라온 허정한은 지난해 3쿠션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바오프엉빈마저 누르며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7전 전승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4:11로 뒤진 5이닝에 7득점 적시타를 올린 허정한은 6:19로 끌려가던 중 4-1-5 연속타를 터트리며 전반을 26:19(16이닝)로 역전한 채 마쳤다.
경기 시간 갈수록 경험 많은 허정한이 '압도'
후반에 20점 차 이상 점수 벌리며 승기 잡아
지난해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세계선수권을 우승한 뒤 올해 팀선수권 우승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바오프엉빈은 3쿠션 당구월드컵 결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경험의 차이가 승부의 격차를 만들었다. 앞서던 경기를 뒤집히고 한동안 난조를 보인 바오프엉빈이 후반 17이닝부터 5타석 연속 점수를 내지 못하면서 21이닝에는 40:20으로 무려 20점 차까지 점수가 벌어지고 말았다.
허정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19이닝부터 1-8-3-1-2 연속타를 올리며 43:26으로 달아난 뒤 25이닝에서 2점, 26이닝에서 남은 5점을 모두 득점하고 50:31로 승부를 마감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12월에 조명우가 이집트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8차례 열린 대회에서 5번이나 결승에 올라갔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 사이에 베트남은 3번을 우승하며 한국의 자리를 위협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호찌민 당구월드컵에서는 심지어 무명의 쩐득민(베트남)이 '세계 1위'로 올라섰던 김준태(경북체육회)를 꺾고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그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컸던 이번 튀르키예 대회에서는 허정한이 베트남의 최정상 선수들을 모두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해 한국 당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번 대회 결과로 세계랭킹에 변화가 생겨 종전 1위였던 김준태가 2위로 내려오고, 베트남 선수 최초로 쩐뀌엣찌엔이 1위로 올라가게 됐다.
또한, 준우승자 바오프엉빈이 랭킹점수 54점을 획득하면서 8위에서 4위로 상승, 사상 처음 5위 안에 2명의 베트남 선수가 진입하게 됐다.
우승자 허정한은 15위에서 12위로 세 계단을 올라섰고, 조명우는 4위에서 6위, 김행직은 10위에서 11위로 낮아졌다.
한편, 3쿠션 당구월드컵 다음 4번째 대회는 오는 7월 7일부터 13일까지 포르투갈 포르토에서 개최된다.
(사진=SOOP 제공)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5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