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8월 31일(목)*
▲여름의 끝자락
◾가는 여름, 오는 가을
◀여름의 끝자락
◼김동률✕김정원(피아노)
◼김정원(피아노)✕대니구(바이올린)
◼손태진✕문재원(피아노)✕대니구
◼조민규✕이건우(피아노)
◀황금가면
◼김동률 뮤직비디오
◉오락가락하는 비속에서도
여름을 떠나보내는
매미의 막바지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8월의 끝, 이즈음이면
올해 우화(羽化)해서
날개를 단 매미
열 마리 가운데
아홉 마리는 이미
이 세상 매미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지금 매미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남은 자신도 곧 세상을
떠날 때가 다가오니
마지막 할 일인 짝짓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구애(求愛)의
요청입니다.
◉땅속에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이상
유충으로 지낸 매미가
땅 위로 올라와
날개를 달고 성충이 돼서
살 수 있는 기간은
고작 2주에서 3주 정도,
길어야 한 달 남짓입니다.
짧게 세상에 머무는 사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짝을 만나 자손을 남기는
일입니다.
숱한 연적을 물리치고
짝을 만나기 위해서는
암컷의 귀가 솔깃해질 정도로
잘 울어야 합니다.
◉수컷 매미는 암컷 매미를
부르는 소리를 내기 위해
몸의 절반을 텅 비워놓고
현악기와 같은 원리로
‘맴 맴’ 소리를 냅니다.
암컷은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그 부분을 산란기관으로
채워놓고 알을 놓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둘이 만나 할 일을 끝내면
나무껍질 속 여러 곳에
알을 남겨 놓고
둘은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납니다.
◉나무껍질 속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열 달 정도지나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면서 오랜 세월
유충으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우화를 거쳐
부모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런 매미의 삶은 인내와
단순함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참고 견뎌 우화한 뒤
태어난 나무와 그 주변에서
단순하고 짧은 삶을
강렬하게 살다 떠나갑니다.
그래서 한자어 매미 ‘선’(蟬)의
의미를 새겨보게 됩니다.
벌레 ‘충’(虫) 변에 홑 ‘단’(單)을
합쳐 매미 ‘선’(蟬)이라는
글자가 됐습니다.
매미의 삶을 그렇게 읽어낸
선인들의 안목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미의 삶을 다섯 가지
덕(德)으로 읽어낸 3세기
중국 진나라의 시인
육운(陸雲)의 가르침은
위정자들에게 좋은 교훈이
됐습니다.
매미의 홈처럼 파인 줄이
갓끈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지혜를 가졌다고 ‘문’(文),
수액만 먹고 살아서 맑을 ‘청’(淸),
다른 곡식을 축내지 않는
염치가 있으니 청렴할 ‘염’(廉)
집을 따로 짓지 않으니
검소할 ‘검’(儉)
계절에 맞춰와서
할 일을 끝내고 어김없이
떠나가니 믿을 ‘신’(信)입니다.
◉과거 왕이 평복으로
업무를 볼 때 쓰는 모자에는
두 개의 매미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그 모자를 익선관(翼蟬冠)
ㄷ이라고 불렀습니다.
매미처럼 5덕을 갖추고
매미 날개처럼 투명한 선정을
베풀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지난주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매미 한 마리가
집 높은 천정에 붙어
잠시 울며 공연을 펼친 뒤
사라졌습니다.
매미가 집에 든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노년을
자신처럼 검소하게 살고
염치 있게 살면서
믿음 있게 잘 마무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이해해봅니다.
이제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햇살도, 바람도, 하늘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 서늘해진
공기 속에도 가을이 살금살금
스며들고 있습니다.
여름을 마무리해야 할
지금 어울리는 노래,
김동률의 ‘여름의 끝자락’을
불러옵니다.
4년 전 김동률이 만들고
김동률의 20년 지기 친구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연주를 맡아 듀엣으로
엮어낸 고품격 발라드입니다.
◉매미가 울어대고
창문 사이로 미지근한 바람이
스며드는 늦여름 오후,
읽던 책을 베고 잠이 든
김동률이 꿈에 빠져듭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그는
짧은 꿈에서 깨어나
마음을 추스르며 여름 끝자락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김동률의 기존 발라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김동률의 묵직한 목소리에
클래식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주가 더해지면서
고전의 느낌이 나는
클래식 가곡에 가까운
묘한 매력의 가요가
만들어졌습니다.
김동률의 목소리와
쇼팽 느낌이 나는 김정원의
피아노 듀엣으로만 이루어진
노래부터 들어봅니다.
https://youtu.be/YVB8vL7rBjY?si=1nPDbTfRm8dyNNR7
◉김동률과 김정원의 사이는
각별합니다.
김정원은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입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비엔나 필 하모닉,
토론토 필 하모닉 등과 협연한
국제적 레벨의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런 그지만 대중가수 김동률을
위한 피아노 연주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김정원은 김동률을 장인 같은
아티스트인 음악 동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 피아노
연주를 맡은 것이
기쁘다고 말합니다.
◉김정원이 김동률의 콘서트에
피아노 반주를 맡은 것아
이미 여러 차례입니다.
김동률도 김정원의 피아노 연주를
약속받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정원은 올해 팬텀싱어 시즌 4
프로듀서로 심사를 맡으면서
대중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도
했습니다.
김정원의 피아노 연주와
대니구의 바이올린 연주로
들어보는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https://youtu.be/Ubog_jScLc8
◉김동률의 이 노래는
성악가 출신, 특히 팬텀싱어에
출연했던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는
커버 곡이기도 합니다.
존노, 유채훈, 정민성 등이
그들입니다.
‘불타는 트롯맨’ 우승으로
가요와 클래식을 넘나들며
크로스오버 음악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베이스 손태진의 커버곡으로
만나봅니다.
피아노 연주는 하노버 국립음대
대학원 박사 출신의 문재원이
맡았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에는 대니구입니다.
https://youtu.be/qvBmQT9Xoog?si=WBHGJoxFPZr6YBWT
◉포레스텔라의 테너 조민규는
이 노래가 나온 그해
여름이 끝나면서 김동률의
‘여름의 끝자락’를 커버하기 위해
세밀히 준비했다고 합니다.
조민규는 이 노래에서
김정원의 피아노 연주는
흐르는 시냇물 같고
김동률의 노래는 그 위를 떠가는
종이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통해
고민하고 생각을 거듭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조민규는 원곡처럼
피아노 연주하나에 목소리를
실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피아노 반주는 슈만 피아노 톤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서울대 음대
동문 피아니스트 이건우가
맡아줬습니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수정 없이 원 테이크로
녹음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2019년 추석 연휴
행복한 작업을 통해 탄생한
조민규의 커버곡입니다.
https://youtu.be/MNUJBHv-PbE?si=CAMFSew1Ca4tYOsf
◉여름으로 다가서는 지난 5월,
김동률은 4년 만에
신곡을 내놓았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긴 침묵을 깨고
내놓은 그의 노래는
지금까지 익숙한 김동률의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황금가면’,
만화 제목에나
어울릴 것같이 생소합니다.
음악 스타일도 지금까지
익숙한 스타일과 다른
파격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데뷔 이후 가장 빠른
템포의 곡입니다.
그러면서도 어쿠스틱 밴드를
동원하는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황금 가면’이라는
만화적 상상력에서 시작하는
가사도 김동률답지 않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영웅이 되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이 노래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상상의 주체를 지친 현대
직장인으로 설정했습니다.
특색있는 배우 조우진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 역을 맡았습니다.
자칫 유치하고 뻔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잘 짜인 편곡과
후반부 김동률 특유의
화성과 선율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생명력 있는 반주가
노래와 만나 가상의 영웅,
‘황금가면’ 주제가처럼,
뮤지컬의 클라이맥스처럼
만들어졌습니다.
늘 영웅이 와주기를 기다리지만
지금 시대의 영웅은
바로 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엿보입니다.
그 메시지는 김동률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그게 나야’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빠르고 신나지만
묘하게 슬픈 노래
‘황금가면’의 뮤직비디오입니다.
https://youtu.be/nbueu_IoIH4?si=-CBZP9-B0M523RCw
◉김동률의 단독 콘서트
‘Melody’가 10월 7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
옛 체조경기장 KSPO DOME에서
여섯 차례나 열립니다.
지난 10일 오픈된 티켓은
하루에 만석씩 6만 석 모두가
순식간에 매진됐습니다.
앞에서 들은 신곡
‘황금가면’은 이 콘서트에서
빠른 템포의 인기 있는
떼창 곡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답장’, ‘동행’, ‘출발’,
‘감사’, ‘기적’, ‘청원’ 등
특유의 두 자로 된 제목의
노래들도 가을 분위기에 맞게
추억을 불러올 것 같습니다.
가 볼 만한 콘서트지만
표는 이미 없습니다.
(배석규)
옮겨온 글
첫댓글 시원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