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통 인동꽃이 만개했다.
먼저 금화를 다섯송이 따 먹어 보았다. 쓴맛이 살짝 입안 가득하다.
한참을 걸어오다 또 담벼락에 활짝피어있는 금은화로 다가가 이번에는
은화만 다섯송이 따 먹어 보았다. 단맛이 감돌다가 사라지고 약간의 쓴맛이 입안을 맴돌다 사라진다.
어젯밤 금은화 한 바구니의 사진을 보내주신분의 질문에 답해야했다.
어떤 약이며 어떻게 관리하여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물으셨기 때문이다.
금은화와 연교는 항상 풍열감기에 서로 배합해서 사용하는 약재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교는 생산되지
않은걸로 안다. 아주 많이 임상에서 사용해 보았다. 청열약 치고는 비교적 성질이 완만해서
30g 까지 맘놓고 썼었다. 독도 없으며 그렇게 찬 성질이 강하지도 않다.
20여년 넘게 사용해본 약제의 가지수가 얼마나 될까?
족히 몇백까지는 되는것 같다. 그리고 그 수는 차차 줄어 200여 가지의 약재를 지금도 냉장고에
보관 관리하고 있다.
시골로 내려와서 약제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배움은 더 커졌다.
왜? 약제 사이에서 살고 있기때문에 ㅎ .
무궁화를 목우용엽이라고 한다. 민들레의 한약명은 포공영이다. 제비꽃의 한약이름은 자화지정이다.
은행은 백과 . 더덕은 사삼 . 도라지는 길경 . 내가 한약명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것은 잘난체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처음 내가 배우고자 했던 그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요즘 솔직히 말하면 남편 밥해주기 싫다. 난 그럴때마다 남편과 만나 처음 찍은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들여다보며 그 초심을 생각하곤 한다. 그 초심~~!! . 얼마나 절절하고 얼마나 설레는 순간이었던가?! .
아! 저 사람이다. 무식하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줄 몰랐을까?!. 왜 몰라 같은 국민학교 동창인데...
그냥 모른척 하고 싶었겠지. 처음본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
다시 살아서 누구를 선택해서 결혼하라고 하면 바보처럼 나는 또 남편을 선택할 것 같다.
참 바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무엇이 그렇게 나에게 시키는지는 알수 없으나 자동으로 그렇게 할 것 같다.
처음 한약을 배우러 서울로 갈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론으로 어찌할바를 몰라 무작정 찾아갔던 서울 약령시장. 그 날 내가 보았던 약제들은 지금도 눈에
보이는듯 생생하다. 상기생이 바로 나무에서 내려와 가지째 무더기로 쌓여 있던 그 광경. 우리 어머니께서
늘 삶아 드셨던 상륙의 그 고운 뿌리는 이미 내 마음속에서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붉디 붉은 치자 . 홍화 . 향기로운 당귀와 천궁 . 나는 그들 앞에서 완전 바보가 되어 홀릭 되고 말았다.
그래서 늘 그곳에 갔다. 한림서원에서 침을 사고 믿음당에 들어가면 여름에는 오미자가, 겨울에는 쌍화차가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너끈히 오미자 세잔이나 먹어치우면 피로는 사라지고 또 다른 약제들이 내 눈에
들어오곤 했다.
사장님은 항상 똑같은 정직함으로. 정성으로 대해 주셨고 그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다음주 강의는 한약의 분류에 대해 맛과 성질로 구분해서 하려고, 오늘 도서관에서 교제를 만들었다.
金花의 쓴맛과 銀花의 약간의 단맛의 조화로움을 스승님께 배운데로 한번 멋진 강의를 해 볼 생각이다.
생약을 배운이후로 사랑해야할 식물은 무궁무진 해졌다. 2년전에 심은 앵두가 익어가고 있다.
어제 몇개 따 먹어보니 그 맛이 시다. 아직은 덜 익었다. 앵두는 피로를 회복시켜주고 그 성질은 따뜻하다고
한다. 그 색깔은 붉은 색이니 혈액에 많이 좋으리라 금방 알것 같다. 하하.
익지도 않은 앵두에게도 많은 약속을 했다. 맛있는 쥬스도 만들고 누구에게도 좀 주고,
말이 앞서면 뭐든 잘 되지 않는 법을 알고 있지만 바알간 앵두처럼 나도 익어가고 있으니
이제는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나의 젊은 날은 찬란했고 빛이 났으며
지금 나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운 앵두같은 모습이다.
내일도 은화와 금화를 만나 정식 이름으로 불러 주리라.
" 금은화야! 넌 참 멋있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