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형사정책연구 제12권 제4호(통권 제48호, 2001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 ---------------------------------------------
범죄유형별 심각성 가중치를 이용한 범죄발생의 질적 분포와 추세
김준호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학박사) 손장권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학박사) 박철현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사회학박사)
Ⅰ. 문제제기
범죄통계는 어떤 특정한 지역의 범죄의 규모나 변화추이를 나타내주는 중요한 자료 중의 하나이다. 범죄통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공식통계 중에서 가장 신뢰하기 어려운 통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것은 범죄통계가 전체의 범죄규모나 추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불신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범죄가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고 숨은 범죄(hidden crime)로 남는다든지, 형사사법기관이 피의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특정집단의 범죄율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다든지 하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여러 비판들 중의 하나는 범죄통계가 범죄의 질적 측면에 대해서는 거의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지역에서 살인이 10건이 발생하고 절도가 10건이 발생하고, B지역에서 절도만 30건이 발생했다고 할 때, 우리의 통상적인 범죄통계에 따르면, A지역에 비해 B지역이 범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한 특정 시기에 보다 심각한 범죄가 증가했거나 감소했다면, 기존의 범죄통계는 전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1) 최근의 형사정책적 동향은 범죄의 두려움(fear of crime)의 감소를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강조하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심각한 범죄들은 일반 시민들이 매우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범죄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절도와 같은 범죄는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적게 느끼는 범죄이다. 그러나 기존의 범죄통계는 하나의 지표로서 거의 이러한 측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범죄통계가 범죄의 양적인 측면에 주로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적인 측면은 물론, 질적인 측면까지도 모두 반영되는 하나의 단일한 지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존의 범죄통계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적 지표를 만들고, 이것의 유용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심각성점수(serious score)를 이용하여 각 유형의 범죄건수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범죄현상을 나타내는 새로운 지표를 만들 것이다. 또한 기존의 범죄통계와 어떤 차이를 나타내며, 이것의 의의는 어떤 것인지를 검토한다.
Ⅱ. 기존연구들
범죄현상은 크게 추이와 분포로 나누어서 살펴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기본 통계는 대검찰청의 「범죄분석」과 경찰청의 「범죄분석」의 두 가지가 주로 원자료로 이용된다. 범죄의 추이나 지역별 분포를 보여주는 연구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자료를 적절히 가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의 추이에 대한 포괄적인 형태의 연구들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출간된 두 보고서(최인섭진수명. 1999; 이상철기광도. 1994)가 있으며, 이들은 범죄유형별로 지역별 범죄추이도 함께 다루고 있다. 그 외 특정의 범죄유형이나 주제와 관련한 특정분야에 국한된 범죄추이에 대한 연구들(연성진. 1999; 최인섭이상용기광도, 1999; 김성언노성호, 1999 등)이 있으며, 이러한 연구들도 모두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두 원자료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그리고 범죄통계를 통해 국가간 범죄율을 비교한 연구(김준호, 1990)가 또한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 중 범죄의 유형별 심각성을 고려하여 하나의 단일한 지표를 통해 범죄를 설명하고자 한 연구는 국내에서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들은 어떤 지역이나 시기의 범죄현상에서 질적인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 많은 표들을 범죄유형별로 다시 제시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범죄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심각성점수를 이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운 작업을 하지 않고서도 쉽게 질적인 측면을 감안한 범죄의 추이와 분포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나타내는 척도를 이용하여 범죄통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외국에서도 그다지 많지가 않다. 미국에서 이러한 접근을 최초로 시도한 사람은 블룸스타인(Blumstein, 1974)으로서, 그는 미국의 범죄통계인 UCR(Uniform Crime Report)에 셀린과 울프갱(Sellin and Wolfgang, 1964)의 심각성점수(serious score)를 범죄유형별 가중치로 이용하여 범죄의 질적 측면을 감안한 범죄통계의 지표를 만들고, 이것을 UCR의 추이와 비교하였다. 그는 1960년에서 1972년 사이의 범죄추이에 대한 자료를 통해, UCR통계와 여기에 셀린-울프갱의 심각성점수를 가중한 가중통계치 간에 별다른 추이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심각성점수를 가중치로 감안하는 것이 범죄통계의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후 여기에 대해 아무런 연구가 없었다가, 비교적 최근인 1989년에 에퍼레인과 닌스텟(Epperlein and Nienstedt, 1989)은 애리조나의 UCR통계를 이용하여 블룸스타인의 연구를 그대로 반복하였다. 그들은 애리조나의 1976년에서 1983년 사이의 범죄통계를 이용하여 이것이 가중된 통계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다음의 그림1은 이것은 분석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이 그림에서 기존의 범죄통계와 가중된 범죄통계가 거의 평행선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범죄통계에 범죄의 질적인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별다른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중통계는 기존의 통계에 전체범죄의 평균 심각성을 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블룸스타인의 결론과 같이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하는 것이 범죄통계를 전혀 개선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림 1> 미국 애리조나주의 범죄추이(UCR)와 심각성을 감안한 범죄추이
이와 같이 미국의 두 연구들은 범죄율에 범죄유형별 심각성을 가중하는 것이 범죄통계의 개선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후 여기에 대한 연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연구가 모두 같은 결론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이 두 연구 모두 비교적 짧은 기간의 추이를 비교한 것으로, 보다 확실한 결론을 위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가간, 지역간 차이를 나타낼 가능성도 높으므로, 여기에 대한 추가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1970년에서 2000년까지의 장기간 동안 한국의 범죄통계를 이용하여 범죄율과 가중된 범죄율을 비교하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이 연구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의 범죄통계 중 대검찰청에서 매년 발행하는 「범죄분석」 중에서 검찰에서 인지한 사건을 제외한 경찰인지사건을 이용한다. 검찰이 단독으로 인지한 사건은 건수에서 미미한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찰인지사건만을 이용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범죄율을 계산하기 위해 통계청의 추계인구를 이용하였다. 원래 대검의 범죄통계는 1964년부터 집계가 되어 있지만, 통계청의 추계인구가 1970년부터 이용가능하였기 때문에, 범죄의 추이는 1970년부터 2000년까지가 대상이 되었다. 다음으로 범죄유형별 심각성에 따라서 가중된 통계치를 계산하기 위해서 두 가지의 척도가 이용되었는데, 하나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비척도(ratio scale)이자 크기척도(magnitude scale)인 형사정책연구원의 심각성점수(박철현 외, 1999)를 이용하다(다음의 <표 1> 참조). 이것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인 1,277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크기척도이며, 따라서 이것은 각 유형간에 절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척도에서는 절도가 10점이고 강도가 40점이라면, 강도가 절도에 비해 4배의 심각성을 갖는 범죄라는 것을 의미한다.
<표 1> 범죄유형별 평균 심각성점수
다른 하나는 1994년에서 1998년 사이에 각각의 범죄유형별로 실제로 선고된 추정평균형량이 이용되었다(<부록 1>을 참조). 후자는 법원행정처의 「사법연감」에 수록된 형량 통계가 구간화되어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급간자료의 평균을 내는 공식을 원용하여 평균을 추정한 것이다. 급간자료의 평균을 계산하는 공식은 정확한 급간거리에서 도출된 중앙치를 이용하지만, 법원행정처의 통계는 정확한 급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평균을 추정하는 목적에는 큰 무리가 없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범죄유형별로 평균을 비교하는 목적으로는 충분한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범죄통계는 불행히도 범죄유형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는 절도, 도주차량 등의 매우 상이한 유형의 범죄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범죄유형을 폭행, 절도, 사기, 강도, 강간 등으로 대분류하면 이러한 법에 저촉된 많은 범죄들을 감안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사법통계상의 평균형량을 이용하면, 이렇게 범죄유형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쉽게 그 심각성을 감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한국의 범죄통계상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평균형량을 이용하는 것이 범죄의 심각성을 범죄통계에 감안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 심각성을 가중한 가중통계 또는 가중범죄율을 구하기 위해서, 각 범죄유형의 건수에 각 범죄유형의 심각성점수를 곱한 후 이것을 다시 합산하여 구했으며, 구체적인 공식은 다음과 같다.
위의 가중범죄율을 구하는 공식에서 Xi는 I번째 범죄유형의 범죄율, Si는 I번째 범죄유형의 심각성점수를 나타낸다. 또한 n은 범죄유형의 총 개수를 나타내며, 위의 심각성점수를 이용한 경우에는 6이며, 추정평균형량을 이용한 경우에는 부록에 제시된 바와 같이 47이 된다. 이 47개 범죄유형의 선정은 그 발생건수를 기준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유형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Ⅳ. 분석결과
1. 범죄의 지역별 분포
다음의 <표 2>는 1996년에서 2000년까지의 5년 동안의 살인, 강간, 강도, 절도, 사기, 폭력의 대분류된 6개 범죄의 지역별 분포를 살펴 본 것이다. 이 수치는 각 연도의 범죄건수를 모두 더한 다음 각 연도의 인구를 모두 더하여 평균범죄율을 산출한 것이다. 이 표에서 두 번째 칼럼의 전체범죄율은 검찰이 인지한 사건을 제외한 모든 범죄의 지역별 범죄율을 나타내며, 세 번째 칼럼은 위의 대분류된 6개 범죄유형을 합산하여 계산한 범죄율로서 해당 지역에 범죄가 양적으로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네 번째 칼럼은 6개 유형별로 각각의 건수에 심각성점수를 곱하여 합산하여 계산한 가중범죄율로서, 이것은 그 지역의 범죄가 질적, 양적인 측면을 모두 종합하여 얼마나 심각한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마지막 칼럼은 이 가중범죄율을 범죄율로 나눈 것으로, 해당지역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범죄의 비율이 높은지를 나타낸다. 우선 인구 10만 명당 전체 범죄율을 살펴보면, 강원도가 가장 높은 4120.3건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제주도가 4007.2건, 전남광주가 3545.3건, 서울이 3544.9건의 순으로 높았으며, 반대로 경북대구와 경기인천, 전북은 각각 2956.6건, 3127.0건, 그리고 3232.4건의 순으로 낮았다. 다음으로 6개 대분류된 유형만을 추려서 계산한 범죄율을 살펴보면, 제주가 1388.7건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서울이 1378.1건, 경남부산이 1311.5건, 전남광주가 1310.9건, 강원도가 1292.8건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경북대구는 876.3건으로 가장 낮았으며, 그 다음으로 전북이 931.7건, 충남대전이 980.8건의 순으로 낮았다. 이 두 범죄율을 비교하면, 전체범죄율에 비해서 6개 대분류된 유형만으로 계산한 범죄율의 지역별 분포가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6개의 대분류된 범죄유형에 상당히 많은 다른 범죄들이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한 가중범죄율을 살펴보면, 제주도가 가장 높은 3913.1이었고, 그 다음으로 서울이 3844.2, 전남광주가 3735.3, 경남부산이 3710.4, 강원도가 3663.7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가중을 하기 전의 범죄율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가중범죄율을 범죄율로 나눈 결과를 살펴보면, 대체로 2.8대의 매우 일정한 수치로 수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계로 본 한국 지역별 범죄율!
추가지식 내용
<표 2> 최근 5년간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범죄율분포(1996-2000년): 6개 유형
다음의 <표 3>은 47개 범죄유형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의 지역별 인구 10만 명당 범죄율 및 가중범죄율의 분포를 살펴본 것이다. 여기에 제시된 수치는 각 연도의 전체 범죄건수를 더한 다음, 각 연도의 인구수를 더한 수치를 나누어서 평균범죄율을 계산한 것이다. 우선 전체범죄율의 경우 충남이 5948.5건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전남이 5837.1건, 강원이 4120.3건, 제주가 4007.2건, 경남부산이 3883.9건, 충북이 3585.8건, 서울이 3544.8건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경북대구는 2829.3건으로 가장 낮았고, 그 다음으로 경기인천이 3127.0건, 전북이 3232.4건으로 낮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47개 유형만을 추려서 범죄율을 살펴본 결과, 역시 충남이 가장 높은 5109.1건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전남이 4978.5건, 강원이 3565.3건, 제주가 3514.5건, 경남부산이 3082.8건, 충북이 3063.5건, 서울이 2872.2건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경북대구는 2379.1건으로 가장 낮았으며, 그 다음으로 전북이 2632.5건, 경기인천이 2562.0건의 순으로 낮았다. 이 분석결과에서 전체범죄율과 47개만을 추려서 계산한 범죄율이 그 순위에 있어서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앞의 6개 대분류유형의 범죄율이 이 유형들에 속하지 않는 여러 기타범죄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또 하나는 이 6개 유형에 포함되는 경우도 순수하게 가중의 목적으로 신설된 특별법위반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통계집계의 특성상 모두 누락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기존의 범죄동향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서 이러한 대분류된 유형을 추려내어 범죄율을 (지역별로) 산출하는 방식은 상당수의 범죄를 누락하며, 통계 자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한 가중범죄율을 살펴보면, 앞서 살펴 본 가중하지 않은 범죄율과는 조금 달리 전남이 6111.9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충남이 5963.2, 강원도가 4269.8, 제주도가 4165.8, 경남부산이 3749.9, 서울이 3618.2, 충북이 3605.6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경북대구가 2823.0으로 가장 낮았고, 그 다음으로 경기인천이 3120.1, 전북이 3132.8의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앞서 살펴 본 범죄율의 지역별 분포와 비교해서, 범죄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면 전남과 서울의 순위가 1단계씩 뛰어오른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범죄의 질적분포가 양적분포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한 가중범죄율이 가치가 있는 척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표 3> 최근 5년간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범죄율분포(1996-2000년): 47개 유형
그리고 <표 3>에서 가중범죄율을 범죄율로 나누어 해당 지역에서 얼마나 심각한 범죄가 일어나는지를 살펴본 결과, 서울, 인천, 부산이 포함된 주로 도시지역이 심각한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좀더 정확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도시지역을 농촌지역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의 <표 4>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의 6개 대도시를 분리하여 중소도시 및 농촌과의 차이를 살펴본 것이다. 이 표를 보면, 가중범죄율을 범죄율로 나눈 수치가 6개 대분류된 범죄유형을 가중했을 때는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47개 범죄유형을 가중했을 때는 매우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의 경우는 모두 1.2 이상의 수치를 나타냈지만, 중소도시 및 농촌의 경우는 대부분 1.2 미만의 수치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1.2 대의 수치를 나타낸 경기도의 경우는 도시화의 정도를 볼 때 사실상 대도시 지역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수치가 도시화의 정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숨은 범죄(hidden crime)의 문제와 함께 중소도시나 농촌의 전체 범죄율이 3315.2건으로 대도시의 3531.8건에 비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일부는 오히려 도시보다 훨씬 높은 범죄율을 나타내지만, 대도시의 범죄율이 훨씬 높다고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대중의 범죄에 대한 지각은 범죄의 양적 측면보다는 오히려 범죄의 질적인 측면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47개 범죄유형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심각성을 감안하지 않았을 때는 광주, 강원, 제주, 충남, 충북, 경남, 인천, 대구, 서울의 순으로 범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는 광주, 강원, 제주에 이어 서울, 충북, 충남, 경남, 인천의 순으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 결과는 범죄의 질적 측면을 감안한 가중범죄율이라는 단일의 척도가 범죄의 지역간 분포를 나타내는 데도 의미있는 척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2. 범죄의 연도별 추이
다음의 <그림 2>는 1994년에서 2000년 사이의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의 추이를 살펴 본 것이다. 이 그림의 범죄율을 계산하는데 사용된 범죄유형은 47가지이며, 가중범죄율을 산출하는데 사용된 수치는 유형별 추정평균선고형량이다. 이 그림을 보면, 미국의 연구결과들과 유사하게, 1999년과 2000년에 두 선의 간격이 약간 벌어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평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연구결과들과 함께 이 그림도 너무나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결과를 확증하기 위해서는 기간을 좀 더 넓혀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림 2> 최근 7년간 범죄의 질적, 양적 추이(1994-2000)
다음의 <그림 3>은 1970년에서 2000년 사이의 31년 동안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의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우선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이 평행선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예(<그림 1>)에서와는 달리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범죄가 점점 심각한 범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고, 기존의 양적 측면만을 감안한 범죄율의 추이에 비해서 실제의 범죄현상은 더욱 악화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역별로 볼 때, 서울, 대구, 부산, 인천과 같은 대도시가 포함된 지역보다는 강원, 전남광주, 제주, 전북, 충북과 같은 농촌지역에서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부록 2> 참조).
<그림 3> 범죄의 질적, 양적 추세(1970-2000년): 6개 범죄유형
이러한 결과는 가중범죄율이라는 단일의 척도가 범죄현상에 대해서 의미있는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약 가중범죄율이 기존의 범죄율에 대해 범죄의 추이에 대해 아무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의 비의 추이는 수평선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음의 <그림 4>는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의 비의 추이를 지역별로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은 모든 지역의 이 비율이 수평선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굴곡을 이루며 증감을 계속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양적 측면을 나타내는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이 별개의 의미있는 척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것은 가중범죄율이 범죄의 추이에서도 유익한 단일척도라는 것을 나타낸다(<부록 3> 참조).
<그림 4> 지역별 ‘가중범죄율/범죄율’ 비의 추이
Ⅴ. 결론 및 함의
이상에서 이 연구는 범죄의 심각성이라는 질적 측면을 감안한 대안적 지표인 가중범죄율을 통해서 한국의 지역별 범죄 실태와 추이를 살펴보았다. 지금까지의 분석결과는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범죄의 지역별 분포에 대해서 살펴 본 결과,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의 지역별 분포는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도시지역의 경우 보다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높은 범죄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따라서 심각성이라는 범죄의 질적인 측면을 감안하면 양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의 범죄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범죄의 추이에 대해서 살펴 본 결과, 범죄율과 가중범죄율은 미국의 연구와는 달리 평행한 형태로 나타나기 보다는 점점 그 간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범죄의 건수뿐만 아니라, 범죄의 심각성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범죄통계에 범죄의 질적인 측면을 감안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범죄의 질적 측면이 감안될 때 범죄는 지역별로 다소 다른 분포를 나타냈으며, 그 추이에 있어서도 양적인 측면만 감안하는 것에 비해서 더 빠른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결과는 미국의 연구결과와 달리 한국의 경우 범죄율 자체가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심각성에 있어서도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범죄의 동향에 대한 다른 연구들과 다소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기존의 연구들이 대도시의 범죄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지만, 이 연구는 대도시의 범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대도시에서 상대적으로 범죄의 암수가 많다는 점도 작용하지만, 대도시에서 범죄가 질적으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또한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도시에서의 높은 범죄의 공포는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대분류된 형태로 제시되는 지역별 범죄통계가 범죄유형을 알 수 없는 많은 범죄들을 누락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향후의 연구는 이러한 점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범죄통계의 수집과 배포가 좀더 과학적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서 범죄통계가 범죄의 양적인 측면만을 보여줄 것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보여주는 하나의 단일한 지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결국 범죄통계가 최근에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범죄의 두려움을 보다 잘 설명할 수 있을 것며, 이로 인해 형사사법기관이 일반대중이 느끼는 체감치안이나 체감범죄율에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1) 범죄통계의 일반적인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김준호.이동원. 1991을 참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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