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2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시드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FIFA는 ‘2009년 10월 FIFA랭킹을 기반으로 했다’며 남아공(개최국), 브라질,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 8개팀을 시드 배정국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월 랭킹에서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한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시드 배정에서 제외됐다. [조 편성의 '종자(seed)'가 될 시드 배정은 매 대회 때마다 FIFA가 가장 공들여 선정하는 조추첨의 시작. 월드컵에서의 시드 배정은 시드 내에서의 순위를 따로 매기지 않아 '톱 시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또한, 시드 이외의 그룹에는 '시드'가 아닌 '포트(pot/항아리)'를 사용한다.]
FIFA의 이번 시드 배정은 세 가지 점에서 이례적이다. 첫째, 지난 2개 대회에서 FIFA는 최근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을 반영했지만 이번 시드 배정에서는 월드컵 성적을 아예 배제했다. 둘째, FIFA가 시드 배정에서 하나의 FIFA 랭킹만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FIFA는 2003년 12월, 2004년 12월, 2005년 11월의 FIFA랭킹을 합산해 시드 배정에 적용했다. 200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이번엔 2009년 11월이 아닌 2009년 10월의 FIFA랭킹을 반영한 것도 이채롭다.
FIFA, '장고 끝에 악수'…프랑스 밀어내려 원칙 바꿔
그렇다면, FIFA가 과거와 다른 시드 배정 방식을 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논란의 중심에 놓인 프랑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핸드볼 파문’ 등으로 시끄러웠던 프랑스에게 시드를 주지 않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시드 배정 기준을 바꾼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다. 최근 월드컵 기록을 반영할 경우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11월 FIFA 랭킹에서는 아르헨티나(8위)와 잉글랜드(9위)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FIFA는 예년과 달리 11월이 아닌 10월 랭킹을 반영할 수 밖에 없었다. 10월 랭킹에서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6위)와 잉글랜드(7위)보다 낮은 9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종의 편법을 쓴 것이다. FIFA는 시드 배정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핸드볼 논란과는 무관한 기준이며 그 전에 이미 확정이 되어 있던 것"이라며 "월드컵 예선 플레이오프가 치러져 몇몇 팀들이 더 많은 경기를 뛴 11월 랭킹이 아닌 10월 랭킹을 택했다. 유럽축구연맹과도 논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FIFA는 조 추첨이 자의적이라는 비난에 또 한 번 직면하게 됐다.
2~4번 포트는 대륙 안배 원칙에 기반
시드 배정 이외의 24개팀 그룹 분류에는 성적이 아닌 지역 안배를 최우선 요소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2번 포트에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북중미 팀들이 포함됐다. 3번 포트에는 시드 배정을 받지 않은 아프리카와 남미 팀들이 포함됐고 마지막 4번 포트에는 시드 배정을 받지 않은 유럽 팀들이 포함됐다.
1번 포트(시드) : 남아공,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잉글랜드,아르헨티나, 네덜란드
2번 포트 : 대한민국, 북한, 호주, 일본, 온두라스, 멕시코, 미국, 뉴질랜드
3번 포트 : 알제리,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4번 포트 : 프랑스, 포르투갈, 덴마크, 그리스,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FIFA는 남아공이 A조에 포함될 것이며 지역 안배 원칙에 따라 유럽을 제외한 대륙 팀들은 한 조에 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아공은 3번 포트에서 무조건 남미 3개팀 중 하나와 한 조에 속하게 되고 반대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3번 포트에서 무조건 아프리카 5개팀 중 하나를 상대하게 된다.
시드 배정에서 당초 예상과 다른 것은 프랑스 대신 네덜란드가 시드를 받은 것 정도. 하지만, 두 팀 모두 시드 이외의 포트에서 '죽음의 조'를 완성할 수준 높은 팀들이라는 점에서 이외 팀들에게는 사실 큰 의미가 없는 배정이다.
대한민국, 유럽 2개팀 만날 확률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시드 국가에는 예상했던대로 아프리카 1개팀, 유럽 5개팀, 남미 2개팀이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시드국 8개팀 가운데 6개팀이 유럽이었던 지난 대회에 비해 한 조에 두 개의 유럽팀을 만날 확률이 75%에서 62.5%로 줄어들었다. (시드국별 한 조에 속할 확률 : 남아공 12.5%, 남미팀 25%, 유럽팀 62.5%) 반면, 시드국 중 남아공,브라질,아르헨티나와 한 조에 편성될 경우 4번 포트에서만 유럽팀을 만나게 된다.
3번 포트는 시드국 배정에 따라 가능한 상대의 수가 한정된다. 어떤 시드국과 한 조에 속하느냐에 따라 예상되는 3번 포트 배정 확률은 다음과 같다.
1. 시드국 중 남아공을 만날 경우 (남미팀 100%, 아프리카팀 0%)
2. 시드국 중 남미팀을 만날 경우 (남미팀 0%, 아프리카팀 100%)
3. 시드국 중 유럽팀을 만날 경우 (남미팀 40%, 아프리카팀 60%)
만일 한국이 시드국 중 남아공을 만난다면 3번 포트에서는 아프리카를 만날 수 없게 되는데 이 경우3번 포트에는 남미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에 비해 약한 칠레,파라과이,우루과이 중 한 팀을 만난다. 따라서, 객관적 전력만으로 놓고 보자면 4번 포트에서 ‘시드급’ 팀인 프랑스나 포르투갈을 피하 경우 남아공과 한 조에 속하는 것이 가장 ‘만만한’ 조 편성이 될 수 있다. 남아공, 우루과이/칠레/파라과이, 슬로베니아/ 정도의 조 편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아공과 한 조에 속하는 것은 그리 큰 메리트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드 및 포트 배정이 발표됨에 따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0년 월드컵 조추첨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남북한이 동시에 참여해 조추첨 관전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전망. 조추첨은 한국 시간으로 12월 5일(토) 새벽 2시, 남아공의 케이프 타운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남아공 출신으로 남아공 신생아들에게 '샤를리즈'라는 이름을 유행하게 만든 인기 여배우인 샤를리즈 테론이 데이비드 베컴, 제롬 발케(FIFA 사무총장) 등과 함께 진행자로 나선다.
16강은 올라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