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이승현 ( 부제 : QUEEN & KING )
권지용 X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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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센티미터를 웃도는 남자치고는 조막만한 키하며 하얀 피부, 제법 다부지지만 그래봤자 가느다란 팔 다리까지, 영락 없이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바로 이승리였다. 그래도 남자라고, 퍽 짙은 눈썹에 높다란 콧대부터 톡 불겨진 목젖 아래께까지 음영이 좀 지는 선명한 선이 여간 잘생긴 것이 아니었지만서도 폭 쳐진 눈초리에 살짝 내리깐 시선의 그는 이 G남자고등학교의 한 줄기 희망이고 햇살이라는, 시커먼 남학생들의 높은 목청은 유독 유난스러운 것이었다.
이승리라 하면 이 일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고운 외모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었으니, 여학생은 물론이요 남학생들에 하물며 동네 일개 양아치들에게까지 ‘이승리를 절대 건들이지 말 것’이란 것은 공공연한 약속이었고 동맹이었으며 한 지역을 이어주는 탄탄한 결속력을 만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본인이 들으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오소소 돋은 소름을 탈탈 털으려 양 팔을 백 번은 스피드하게 부볐을 ‘QUEEN’이라는 호칭까지 단 그는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오로지 주위 사람들만의 눈치와 압력으로 절대 권력 행사자였던 것이었다.
오늘도 그 식을 줄 모르는 눈길과 애정들은 여전했다. 정작 본인은 역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이승리, 그가 등굣길에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쏟아지는 관심은 당연한 것이었고, 남고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구수한 욕지기들은 음소거 된 지 오래였다. 다만, 모두가 막 걸음마를 뗀 보송보송한 병아리를 보는 암탉의 따스한 시선으로 오늘도 여전히 그저 아름다운 승리의 외모에 흠뻑 빠지고 취해 도둑눈으로 감상하고 음미할 뿐이었다.
정 안 가게 두껍고 일발의 호기심과 재미 한 톨 느낄 수 없고 센스 없는, 그저 표지마저도 두꺼운 하드 커버에 대충 불어로 갈겨쓴 금박 제목을 단 책을 한 권 끌어 안고, 승리는 총총 그 가벼운 걸음을 옮겼다. 제법 길어져 눈썹 아래까지 그 영역을 넓히는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까만 실삔 하나로 슬쩍 넘겨 꽂고 귀에는 MP3와 연결된 이어폰을 꼽은 채 바닥을 걷는 승리였지만 누가 그의 앞길을 막을 쏘냐, 앞을 보고 걷지 않는 그와 부딪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
“아코….”
승리의 그 매끄럽고 얄팍한 입술에서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 팔은 서너일에 한 번씩 바뀌는 책을 끌어 안고 바닥만 죽어라 쳐다보고 걷는 승리가 길 가는 사람과 부딪힌 것은 지금이 처음일 정도로, 그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하던 일이었건만. 혹여 그 고운 옥체 상하기라도 할까, 승리가 나타나는 곳마다 모세의 기적을 일으킬 정도였건만. 감히 누구던가, 이승리의 앞길을 막는 자가, 곧 으르렁 거리며 네 발로 뛰어다닐 듯 한 성깔 해보이는 남학생들이 온통 승리의 앞에 등을 보이고 서있는 남자를 눈알이 빠져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승리의 앞길을 막은 남학생이 누군지 확인하기 무섭게 눈동자는 원위치.
“…잘 좀 보고 다니지, 눈은 장식으로 달린게 아닐 텐데.”
양 손은 바지 주머니에 우겨 넣고 막대 사탕 하나를 물고 있는 남학생의 입에서 지독히 아름다운 음성이 흘러나오기 무섭게, 주위 남학생들이 허업,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느, 늑대 권지용…! 분명 머나먼 다른 지역 학생이었지만 두 주 전에 어마어마한 패싸움이 붙어 이긴 것은 물론, 서너 명 죽기 직전까지 패놔 퇴학은 무슨, 당장 감방감이지만 그 이루 말할 수 없이 견고한 뒷배경 덕분에 고작 강제 전학으로 마무리 되었다더니, 전학 온 학교가 하필이면 이 G남자고등학교였냐, 젠장! 하는 소리는 없었지만 남학생들의 스쳐 지나가는 표정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언제까지 붙어 있을 셈이지?”
소름 끼치게 낮은 지용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할 노릇이었지만 역시나, 본인인 승리는 미동은 커녕 움직여 몸을 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지용이 가볍게 몸을 돌려, 승리가 지용의 마르고 너른 품에 안기는 모양새를 만들 때까지 승리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없었지만 승리의 작은 고개가 조금 들린 것은 지용의 가늘지만 남자다운 손가락으로 이어폰을 뺄 때였다.
“으응? 하아… 실례. 두 시간 밖에 못 자서, 피곤했는데 뭔가 얼굴에 따뜻한게 느껴져서 침대 안인 줄 알았… 후앙- 졸려라…. 그런데, 괜찮다면, 먼저 가 봐도 괜찮지? 내가 실례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승리의 얄팍한 입술이 나비마냥 팔랑거리자, 남학생들은 눈과 귀를 콱 틀어 막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아, 이제 승리 맞는 구나, 천하의 권지용 님께서 손가락 끝이긴 하지만 친히 턱을 붙잡아 주셨는데, 자신에게 부딪힌 사람에게 하는 것 치고는 제법 자애롭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승리의 그 입이 깽판을 쳐댔다.
어디 깽판 치는 것이 비단 그 입뿐만이랴. 가느다란 손을 들어 제 턱에 고정된 지용의 손을 가볍게(하지만 지켜보는 학생들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쳐낸 승리는 정말 이 권지용을 모르는 것인지 매우 느긋하다 못해 다분히 졸리고 무거워 보이는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잠깐…. 이름이?”
저 권지용도 만만치 않구나, 이 바닥 절세미인, 늘씬한 미스코리아다 슈퍼 모델이다 뺨 후려치게 고운 이승리 그 찬란한 이름 석 자를 모르고 본인에게 그걸 묻는다는 말이냐,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G남고 등굣길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지용이 뺀 이어폰을 덜렁거리는 채로 슬금슬금 걷던 승리는 손으로 입을 가려 늘어지게 하품을 하곤 쳐진 눈꼬리에 마른 눈물을 슥 닦은 후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귀에는 역시 승리야, 그러면 너 정말 맞아 죽는다, 그 고운 얼굴 어쩌냐! 하는 남학생들의 생각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불안감에 바들바들 떠는 남학생들을 슥슥 잘도 지나치던 승리였고, 그가 딱 다섯 걸음만 아무 말 없이 더 걸어 갔으면 바로 그 작은 어깨를 낚아채 냅다 주먹을 내리 꽂으려던 지용의 귓가에 작은 울림이 와닿았다.
“1학년 5반… 이승리….”
늑대 권지용, QUEEN 이승현의 첫 만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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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단편방에는 [권애기까꿍]으로 제법 얼굴 내밀었지만,
연재방에는 처음 발을 내민 깜뇽입니다~*
네 이렇게 허접하고 짧게 퀸 이승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애칭은 퀸이에요. <
어쨌든 자주는 좀 무리고<
느리게(?)나마 그래도 인사 드리고 찾아뵐테니까 반가워해주세요!
이상, 퀸의 깜뇽이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재밋어용ㅋㅋㅋㅋㅋ승리...늑대지용이네영ㅋㅋㅋㅋ*.*
으흐 퀸 승리에 늑대 지용입니다.. 아부끄러워<
ㅋ 담편기대할께요
감사합니다ㅠㅠ
재밋을것같아요!!!!!!ㅋㅋ담편기대요!
재밌어지도록할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