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촌놈’인 나는 학창 시절부터 ‘영화광’이었다. 충무로 대한극장과 명보극장에서부터 종로 단성사와 피카디리, 명동 코리아극장 등에 이르기까지, 그 당시 개봉한 영화는 거의 다 보았던 기억이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린 이후에는 극장 나들이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한국고전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추억의 영화를 골라 본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들라면 <닥터 지바고>와 <글루미 선데이>, <첨밀밀>과 <색,계>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여배우가 둘 있다. 한 여인은 ‘장만옥(張曼玉/Maggie Cheung)’이고, 또 다른 여인은 ‘탕웨이’다. 장만옥은 1997년 개봉된 <첨밀밀>에서 처음 만났다. 여명과 함께 출연한 이 달콤씁쓸한 영화에서 장만옥은 ‘홍콩 드림’을 꿈꾸는 ‘이교’로 등장한다. ‘소군’으로 첫사랑 역할을 한 여명과의 예기치않은 이별 끝에 전개되는 드라마틱한 재회, 마지막 그 장면!! 뉴욕 차이나타운의 한 전자매장 TV 앞에서 나란히 서 ‘등려군’의 타계 뉴스를 보다가 '회심(會心)'의 미소를 주고받는 두 남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 또 하나. 홍콩의 암흑가 보스의 ‘숨겨놓은 애인’이 된 장만옥이 결혼한 여명과 다시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자신의 차 안에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 작별을 눈치챈 여명이 발걸음을 돌려 멀어지려던 순간, 장만옥의 이마에 닿은 클락션이 울린다. 덩뤄진의 ‘월량대표아적심’이 흘러나오자, 경적 소리에 뒤돌아선 여명과 눈이 마주친 장만옥, 새빨간 ‘구찌베니’를 바른 자신을 향해 달려온 여명과 차 윈도우 사이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나는 그 때 그 명장면을 보며 장만옥에게 서서히 빠져들었다. 리칭이나 장쯔이처럼 미녀는 아니지만, 묘한 매력을 뿜어내는 장만옥. 약간 촌스러운 얼굴이지만, 정겨운 눈빛과 섹시한 입술.. <첨밀밀> 이후,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집 앞 어두운 골목길에서 양조위와의 밀애를 즐기는 ‘첸 부인’ 장만옥..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트한 핏과 아슬아슬한 옆트임으로 여성미가 물씬 흐르는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의 매혹적인 섹시미가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한편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탕웨이(汤唯/Tang Wei)’는 누구나 다 잘 아는 <색,계(色,戒)>에서 ‘막부인’으로 등장했다. ‘양조위’와의 격렬하고 적나라한 베드 신으로 뭇 남성들의 눈길을 한 데 모았던 불후의 명작이다. 첫 만남부터 운명적인 이끌림은 설렘으로 이어져 치명적인 사랑에 빠져버린 두 남녀..위기의 순간, 탕웨이는 양조위에게 피신하라는 눈짓을 보내고..그 덕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지만..‘새드 엔딩’으로 끝나고 만다.
탕웨이와의 새로운 만남은 ‘칸영화제’ 감독상(박찬욱)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이었다. 첫 개봉일 나는 가까운 ‘메가박스’로 달려가 첫 회를 보았다. 의문사한 남편의 중국인 와이프 ‘서래’로 등장한 탕웨이는 담당 형사 박해일과 묘한 로맨스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절제된 관능미가 돋보이는 탕웨이의 매력적 분위기는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녀의 명대사, “내가 그렇게 나쁜가요?” 그리고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나는 당신의 미제 사건이 되고 싶나보다."
내가 가슴 한편에 몰래 담아두었던 장만옥과 탕웨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했던가? 장만옥과는 몇 년 전 마카오의 한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카페 VIP 라운지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와인을 마시던 그녀는 허벅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로 다리를 꼬고 있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리 일행은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잡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와인 글라스도 ‘짱~~!!’하고 부딪혔다. 또 다른 여인 ‘탕웨이’는 아직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 지내는 김태용 감독이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헤어질 결심>이나 다시 한번 더 봐야겠다. (*)
https://youtube.com/watch?v=axfdk2JtEPg&feature=shares
첫댓글 넷플릭스에서 색계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그때부터
홍콩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무간도가 기억에 남네요.
<색,계>는 노골적인 '베드신'이
리얼인지 화제가 되기도 했죠.ㅎ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중 하나..'신선한 충격'이었지요.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엇갈린 운명, 유덕화와 양조위가
빚어낸 전설의 명작! <무간도>죠.
첫 댓글로 공감해주시니 감사..^^
네~~ 엄청나게 재료를 가지고 글 씁니다.
글쓰기 '노하우'도 기본이지만,
어떤 자료가 어디에 있는 지와
그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노 웨어(know where)' 능력도
중요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도 좋은 글감이 된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좋아합니다만
일부분 비슷한 점도 있네요.
장국영 팬이어서,
그리고 장만옥의 의상과 몸매에 반해서,
그리고 머리 감겨주는 장면이 좋아서
아웃 옵 아프리카 다시 보기하고
쇼생크 탈출도 가끔,
인생은 아름다워라.
세 얼간이
어바웃 타임
데미지.
등등......
<어바웃 타임>도 <데미지>도
굿 무비죠~~비슷한 취향인듯ㅎ
반짝반짝 댓글 감사합니다~~^^
제 최애는 <글루미 선데이>~!!
아름다운 여인 '일로냐'를 두고
세 남자가 벌이는 사랑의 전쟁!
레스토랑 주인 '자보'와 독일군
장교 '한스', 그리고 피아니스트
'안드라스'..그는 '자보'와 함께
누워 그 명대사를 속삭였지요.
"난 그대의 반이라도 갖고 싶어"
https://youtube.com/watch?v=9UNowA2Dsi0&feature=sha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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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의 색계, 헤어질 결심, 정말 멋진 영화죠.
근자 오스카사에 도전한 헤어질 결심을 응원했지만....
글 고마워요.
'유곡가인'님 답게,
'춘란春蘭'과도 같이
그윽한 향기 풍기는
'탕웨이' 팬이시군요.ㅎ
응원 댓글 감사합니다..^^
탕웨이 조아 하는데 만추에서 그 표정 화장끼 없이 초췌하던 표정
참 이쁜 여자 다운 여자
7년 만에 특별휴가를 받아 외출 나온 모범수였으니,
초췌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만추'는 문정숙-신성일
주연, 옛날 그 영화를 리바이벌해 주목을 받았지요.
함께 공연한 현빈과의 '로맨스'는 루머로 판명되고,
결국 감독이었던 김태용과 결혼에 골인~~ㅎㅎ
'운선마님'도 '탕웨이'를 좋아라 하신다니 깜놀~~!!
https://youtu.be/nDzd8Jbup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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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들이 참 많아요..
좋은 영화에는 좋은 배우들과
명대사들이 늘 함께 하지요.ㅎ
'임가희'님처럼 예쁜 이름들도
등장하고요. 감사합니다~~^^
저도 중국쪽의 영화를 그리 좋아라 하진 않지만
나름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는 더러 본 것 같아요.
아직 기억나는 영화는 장예모감독의 '붉은 수수밭'
물론 '색계'도 봤지요.파격적이라 조금은 놀라긴 했지만.
'무간도도' 본 것 같고.
탕웨이가 나오는 '만추'도
물론 '헤어질 결심'도 봣습니다,
탕웨이는 우리나라에 잘 왔지요.그녀 개인적인 발전으로봐도.
<붉은 수수밭(紅高梁)> 장예모 감독과
주연 여배우 공리의 데뷔작이기도 하죠.
그 수수밭에서 밀애를 나눈 두 남녀의
운명적 러브 스토리..저도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하나..불후의 명작으로 평가~!!
'탕웨이'랑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것으로
만족한답니다.ㅎㅎ 공감에 감사~~^^
70. 80년
저도 영화 광이었습니다
서부영화
홍콩영화
주로 돈이 없었서
파고다 극장
경미극장
2편 동시상영 하는 극장에 자주간 기억이
납니다 ㅎ ㅎ
영화가 삶과 사고방식을 바꾼다 하지요.
어떤 영화이든, 어떤 극장이든 말이죠.
친구 따라 그 파고다극장에 한번 갔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손을 끌어 대는 바람에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던 웃픈 기억이..ㅎ
요즘도 가끔 동시 상영관에 가는 악몽을
꾼답니다. '영화광'님 만나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