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곰비 입니다.
운좋게 이번 멋진인생과 컬럼리스트 분들과 함께 MT를 다녀왔는데요. 1년 이상 조용히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밤새 같이 얘기하며 제 얘기에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래도, 빨간쪼끼님, 밍쇼님, 김긍정님, 제르트르다님, 은찬모친님 등등 스텝분들은 너무 고생만 많이 하시고 정작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울것 같아서, 제가 뭘 해드릴건 없고 가진건 경험담 뿐이라...
(BGM - 2AM 이 노래)
VIDEO
서론은 이쯤 하고 시작해 보겠습니다.
토지주 어르신과의 협상에 의해 사건번호는 공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바랍니다.
고급반 2기 수업을 듣고 얼마 후, 미친듯 강호에 뛰어나가 좌충우돌 하던때의 에피소드 입니다.
언제나처럼 저녁에 컴 앞에 앉아서 재미있는 물건이 없나 하고 검색하던 중 답(논)이 49%짜리가 보입니다.
네모반듯하지도 않고 못생긴데다 1/8 지분이라 가격은 최저가 40만원대.
이거다!!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런데 하필, 입찰일이 다음날 아침. 임장갈 시간이 없습니다.
어떡하지? 농지인데, 임장도 안하고 입찰을 해?
게다가, 지방까지 가려면 휴가를 내야 할텐데... 포기를 해야하나?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부장님께 전화를 합니다.
"부장님... 집에 큰 일이 나서 조퇴 좀 해야겠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다녀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방법원까지 부리나케 달려봤지만, 아무리 봐도 은행을 들를 시간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저가가 얼마였죠? 40만원대.
네... 입찰보증금은 지갑에 있던 5만원권 지폐 한 장으로 해결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사임당님)
역시나 단독낙찰입니다. (공유자 우선도 안들어왔습니다)
대출이모들이 명함도 안줍니다. (T.T)
잔금을 납부하고, 고수들만 한다는 낙찰 후 임장을 하러 갑니다. 괜히 제가 고수가 된 기분이 들어서 어깨가 우쭐 합니다. 물건지로 가서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토지주를 만나러 갑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머릿속으로 온갖 시나리오가 다 지나갑니다. 이러다 드라마 작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젊을때 한가락 하셨을것 같은 어르신이 "새마을"이라 씌여진 초록색 모자를 쓰고 째려보며 한마디 던집니다.
이 새마을 모자는 이 날 이후로 두고 두고 제겐 소중한 아이템이 됐습니다.
어르신 : "왜 왔어?"
곰비 :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땅 낙찰 받은 사람 입니다."
어르신 : "그러니까 왜 왔냐고~!!"
곰비 : "제가 낙찰 받았으니 인사도 드리고, 땅에 대해서 말씀 좀 나누려고 왔습니다."
어르신 : "할 말 없으니 가!"
곰비 : "아니... 어르신 역정을 내실게 아니라, 제가 1/8만큼 땅을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르신 : "알았으니 다음주에 와 그럼"
곰비 : "알겠습니다. 제 연락처를 드리고, 어르신 연락처도 좀 주십시오."
그 날은 일단 탐색전을 끝내고 서울로 복귀합니다.
다음날 전화가 옵니다. 뗄렐렐레~~ 뗄렐렐레~~ (칸데오 버전)
어르신 : "땅 뭐시기 한 사람이오?"
곰비 : "네~ 어르신. 안녕하세요?"
어르신 : "내가 처리를 해놨으니 내려와서 보고 얘기를 하자고"
곰비 : "네~ 알겠습니다. 제가 직장인이니 주말에 찾아뵙겠습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뭐지? 뭘 처리를 해놨다는 거지?"
상당히 불안한 마음이 엄습을 합니다.
그 다음 토요일에 내려가보고, 턱이 빠져서 양악수술 할 뻔 했습니다.
살다 살다... 6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져 있었습니다.
사진처럼 논에 1/8 지점에 못줄을 걸어놓고, 그 만큼이 제 땅이니 거기다 농사를 지으라는 겁니다.
지료로 유기농 쌀이나 좀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모든게 허사가 되고 주말마다 논농사 짓게 생겼습니다.
"하이구야~ 이걸 어떡하냐?" 하늘이 노랗습니다. 송사무장님께 전화를 드려봐야 혼만 날것 같습니다.
저는 임기응변에 극히 약해서,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직면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일주일간 끙끙 앓으며, 고민을 하다 갑자기 초록색 물건을 보는데 새마을모자가 오버랩 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서울 근교에 벽돌을 살 수 있는곳을 찾습니다. 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고 주변에 빌라 공사 현장을 가도 그 흔하던 벽돌 한 장이 안보입니다. 요즘은 빌라도 다 철근콘크리트로 레미콘으로 부어버린답니다.
다시 일주일간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러다, 어르신께 전화를 드립니다.
곰비 : "어르신~ 잘 지내셨죠?"
어르신 : "아 니 땅에서 농사나 잘 지으라니까 왜 자꾸 전화질이야?"
곰비 : "아~ 안그래도 땅 때문에 내려갈건데, 좀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요."
어르신 : "아... 귀찮게 멀 자꾸 상의를 해"
곰비 : "일단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토요일에 비장의 무기를 차 트렁크에 싣고, 제 땅으로 달려갑니다.
논에 투자를 해보신 분들이나, 농사를 지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든 논에는 물꼬라는게 있습니다.
논 농사를 지으려면, 이 물꼬는 엄청 중요합니다. 물을 대기도 하고 장마철엔 물꼬를 터서 물을 빼주기도 하고, 우리 말에도 "화해의 물꼬가 트였다." 등으로 사용되는 등 농삿일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논에 도착해서, 못줄을 물꼬 앞에 꽂을 다음에, 트렁크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서 옆에다 놓고 전화를 합니다.
곰비 : "어르신~ 논으로 좀 나오셔야겠습니다."
어르신 : "거~참~ 귀찮게 사람을 오라가라해~!!"
곰비 : "안오시면 큰 일 납니다. 지금 바로 오세요"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더니, 어르신이 언제나처럼 새마을모자를 쓰고 나타나십니다.
어르신 : "아~ 뭐여? 왜 귀찮게 사람을 오라가라해. 농사짓는단 사람이 옷 꼬라지 하고는..."
곰비 : "어르신, 제 땅이 1/8인건 아시죠?"
어르신 : "아 근데 뭐? 땅이 너무 작다고? 내가 동네 사람들이랑 딱 재서 꽂아놓은거여!!"
곰비 : "아~ 면적이 문제가 아니구요. 이게 위치가 정해진게 아니라서 제가 다시 못줄을 물꼬 앞으로 옮겨놨습니다.
앞으로 물을 쓰실땐 제 허락을 맡고 쓰셔야 합니다."
어르신 : "뭐야? 이런 젊은놈이 뭘 잘못먹고 환장을 했나... 그런 법이 어딨어?"
곰비 : "어르신, 제가 법을 좀 압니다. 그러니까 경매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제 뜻에 따르지 않으시면 제 땅 경계에다 시멘트를 부어서 물꼬를 막아버리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제 비장의 무기는 바로 시멘트 였습니다.
그리고는 시멘트를 뜯어서, 붓는 시늉을 합니다.
어르신 : "야! 이 미친놈아!! 논에다 시멘트를 부으면 농사지은거 다 망해..."
곰비 : "네... 그럼 제가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끼리 얘기하는게 좋으니 아드님 중에 한분과 연락하게 해주십시오."
사흘 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뗄렐렐레~ 뗄렐렐레~~ (칸데오 버전)
곰비 : "여보세요?"
모르는이 : "아~ 저 XXX씨 아들 되는 사람입니다."
곰비 : "아~ 네... 안녕하세요?"
모르는이 : "아버지가 노발대발해서 전화를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저희 막내 동생 몫의 땅을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곰비 : "네. 그렇습니다."
모르는이 : "그 땅을 다시 사고 싶은데요"
곰비 : 아싸~ 올 것이 왔구나. "아~ 그러세요~. 얼마 생각하시는데요?"
모르는이 : "40만원대에 낙찰 받으셨으니, 50만원 드리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곰비 : "제 기름값도 안나오겠네요. 저는 그냥 시멘트로 벽 쌓을렵니다. 생각 바뀌면 연락주세요~" 뚝.
이틀 뒤, 다시 그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아들 : "아, 선생님..."
곰비 : "네?"
아들 : "아버님이 시멘트 얘기를 듣고, 몸져 누우셨습니다."
곰비 : "어이쿠야~ 몸은 괜찮으신가요?"
아들 : "얼마를 원하십니까?"
곰비 : "제가 무슨 몇십만원짜리 땅으로 수억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딱 감정가대로 100만원 주세요."
아들 : "알겠습니다. 그럼 부동산가서 매매계약서를 써야 되나요?"
곰비 : "그때 가서 보니 읍내에 법무사 사무소가 있던데 거기서 토요일 XX시에 만나뵙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40만원대에 산 1/8 지분 논을 시멘트 한포대 값으로 100만원에 팔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식의 방법도 있구나 하고 소설처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 또 다른 지분 물건을 처리한 얘기도 올리구요.
이 글을, 이번 MT에 제일 고생한 Staff 분들께 바칩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움직인 만큼 얻는다.
곰비
엠티 오셨었죠? 인사는 못나눈것 같네요.
지금은 재미있게 얘기하지만 그땐 심각했어요
곰비님 넘 점잖게 생기셔서 재미있으셔요^^
엠티때 곰비님의 토지 시세만들기 넘 재미있게 들었던 1인입니다^^
멋진인생님이 말이 통하는 분을 만나서 넘 좋다고 하셨죠 두분 정말 말이 잘 통하실거 같아요
담에도 멋진 얘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필종부" 얘기 한 기억밖에 안납니다.
"레드썬~"
담에 뵙겠습니다.
와 너무재밌게 읽었습니다
100만원이 중요한것이 아니고 이것이 지분경매의 묘미였네요^^
지분경매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제 의도를 아셨네요 ^^
빅토리경님이야 워낙 잘하니까 금방 하실겁니다.
매번 느끼는거지면 한단계 한단계도 매우 중요한데 너무 맘만 앞서서 많이 벌 생각만하나봅니다. 막상 벌지도 못하면서 ㅠㅠ
이재미 요재미 느끼면서 즐겁게 해야겟어요~~ 경매는~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돈을 버는 것만 생각하면, 직장생활이 어렵고 힘들진 않을겁니다.
내가 원하고 즐거워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좋은글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지분경매는 잘몰라서 보지도 안했는데 암튼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냥 제가 공부했던 과정을 공개한겁니다.
화이팅~*
지혜가 충만하시네요^^
감사합니다.
화이팅~*
대화가 잘 안될때는 효과적인 액션이 중요한것을 덕분에 ~알았습니다~
아하~ 이래서 사무장님께서 자본이 없어 경매 몬한다는건 핑계라 말씀하시는거군요~^^
곰비님 히스토리가 정말루~ 몹시 궁금시렵습니다~~~ ^__^*
요즘은 3억 넣고 5억먹기 이런거 째려보고 있긴 한데요.
제가 워낙 아둔해서 이해가 늦습니다. 크게 한방 노리다가 요단강 건너신분들을 많이봐서 천천히 꾸준히 올라가려 합니다.
화이팅~*
참 내! 아파트 지분 경매하시면 반 나눠서 한지붕 두 가족 생활도 충분히 하사겠네요 비유도 좋고요 그 새마을 아저씨 다시는 지분권자 무시 못하시겠네요 ㅋㅋ 앞으로 성투 하시겠어요 잘 봤습니다 허허
다음에 쓸 아파트지분 얘기가 진짜로, 방 하나를 내주고 살라고 한 건입니다.
이 건은 토지지분은 처음해봐서 더 고민을 했던 건이고 결국 기억에 제일 남는 에피소드가 됐네요.
성투하세요~
헐...곰비님
이렇게 많은 이야기 보따리가 있으신줄 몰랐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엠티때 옆에 꼭 붙어있을것을...ㅋ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
엠티때 곁에 계시던 분들은 다 기억소거광선 한번씩 쏴드렸습니다.
"레드썬~" 기억하실것은 유럽풍님의 명언 "여필종부(여자는 필히 종부세를 내야한다!!)" 입니다.
담에 또 뵐 기회가 있겠지요.
이런방법도 있군요....
멋지십니다~~
와~~~~~ 곰비님!!!!
엄지 척!!!! 입니다.
역시 곰비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아무도 따라 갈 수 없어요.
그리고 이런 멋진 곰비님의 노하우를 공개하셔도 되나요?
저야 좋지만요.ㅎ^^;
항상 최선을 다하시고 멋진 노하우를 이렇게 공개해주시는
곰비님을 뵐때마다 많이 배웁니다.
다음에 뵈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경험글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지어낸 얘기 아니죠 ㅋㅋ 잼 나게 잘 봤습니다. 100%가 넘는 수익률 부럽습니다.^^ 고수만 할수있는 모든 액션이 .... 성투하세요 ㅎㅎ
곰비님 이제야 글을 보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담번에 뵈면 좀더 많은 이야기 듣고 싶네요.
참 경매에서도 쌘스가.중요하다는.걸 알겠네요~
곰비님 매력 짱입니다 ㅋㅋ
글솜씨도 협상도
임기응변 약하시다는건 엄살이신대요?
곰비님 쏘신 레드썬 광선은 제게만 통하나봅니다
엠티때 분명 위에 언급하신분들 옆에 있었는데 ...
글을 읽을수록 꼭 만나뵙고 싶네요
짱입니다.
좋은글감사드립니다...재미있네요..ㅎㅎ
배짱이 짱입니다
대단하십니다~
글쓰는 솜씨가 대단 하네요.
캬 진짜 책 나와도 될 글입니다.
너무나 많이 배우고 갑니다.
저같은 초보에겐 정말 이런 글들이 너무나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배웁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임기응변에 능하신대요?
경매를 하려면 약간의 뻔뻔함도 필요한것 같습니다.~~^^
시멘트에서 정말 빵터졌습니다~~ 임기응변 갑아니신가요 !ㅋㅋㅋ
곰비님,,, 글쓰시는 작가님이신줄… ㅋㅋ
경험담 잘봤습니다. 시멘트 끝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