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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신비
23. 성모영보 (聖母領報)
내가 보는 것은 다음과 같다. 아주 어린 처녀인 -보기에 기껏해야 열다섯 살이나 되었을- 마리아가 사각의 작은 방에 있다. 정말 처녀의 방이다.
두 벽 중에서 제일 긴 벽에 기대어 침대가 놓여 있다. 테두리가 없고 돗자리나 양탄자를 씌운 낮은 침대이다. 그것들을 탁자나 갈대밭 위에 펴 놓은 것 같다. 과연 그것들은 딱딱해서 우리네 침대가 그렇게 되는 것처럼 곡선을 이루지 않는다. 다른 벽에는 기름등잔과 양피지 두루마리들과 자수 같은 정성스럽게 개켜놓은 바느질감이 놓여 있는 선반이 있다. 정원 쪽으로 열려 있는 문에는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 내려져 있고, 그 곁에 낮은 걸상에 동정녀 마리아가 앉아 있다.
마리아는 매우 희고 비단같이 보드라운 아마를 짓고 있다. 아마보다 약간 덜 밝은 빛깔인 그의 작은 손들은 가락을 재빨리 돌린다. 젊고 작은 얼굴은 몹시도 몹시도 아름다우며, 무슨 즐거운 생각을 품고 있는 것처럼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약간 숙여져 있다.
작은 집과 정원에는 깊은 고요가 흐른다. 마리아의 얼굴에도 그 주위에도 깊은 평화가 감돌고 있다. 평화와 질서, 모든 것이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외양과 가구가 매우 검소하여 수도자의 독방 같은 환경이 무엇인가 엄격함과 위풍당당함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깨끗함 때문이기도 하고 침대 위의 천들과 두루마리들과 등불과 등불 곁에 구리로 만든 작은 물병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병 안에는 꽃핀 나뭇가지 한 다발이 꽂혀 있는데, 복숭아나무 가지인지 배나무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약간 분홍빛깔이 도는 꽃이 달린 과일나무 가지이다.
마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낸다. 대단한 노래솜씨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작은방에서 떨리는 목소리이고 그의 영혼이 떨리는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이다.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틀림없이 히브리말이다. 그러나 마리아가 자주 ‘야훼’라는 말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성가인가 보다고, 아마 성시인가 보다고 이해한다. 아마 마리아는 성전의 성가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고, 실과 가락을 잡고 있는 손들을 가슴에 얹고, 머리를 쳐들어 뒤에 있는 벽에 기대는 것으로 보아 즐거운 추억임이 틀림없다. 그의 얼굴은 발랄한 안색으로 빛나고 무언지 모를 즐거운 생각에 잠긴 눈은 참는 눈물로 인하여 더 빛나게 되며 그 눈물 때문에 더 커보인다. 그런데도 그의 눈은 웃고 있으며, 그것들이 쫓고 둘레에 있는 것에서 따로 떼어놓는 어떤 생각에 미소를 짓는다. 마리아의 얼굴은 매우 소박한 흰 옷 사이로 볼그레하게, 머리 둘레에 화관처럼 얹고 있는 땋은 머리에 둘러싸여서 나타난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 같다.
노래가 기도로 변한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신 주님, 땅 위에 평화를 가져오게 당신의 종을 보내기를 지체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그리스도의 내림을 위하여 유리한 시간과 순결하고 아기를 낳는 동정녀를 일으키십시오. 아버지, 거룩하신 아버지, 당신의 종에게 이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저로 하여금 땅 위에서 당신의 빛과 당신의 정의를 보고 구속이 완성된 것을 본 후에 죽게 허락하여 주십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예언자들이 갈망하게 한 것을 보내십시오. 당신 여종에게 구속자를 보내 주십시오. 제 목숨이 끝나는 시간에, 당신께 바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당신의 그리스도에 의하여 당신의 처소의 문들이 이미 열렸을 것이기 때문에 저를 위하여 당신의 처소의 문이 열리게 해 주십시오. 오십시오, 주님의 성령이여,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리는 신자들에게로 오십시오. 평화의 왕이여, 오십시오!‥‥” 마리아는 이렇게 탈혼에 빠져 있다‥‥.
누가 뒤에서 바람을 일으키거나 젖히려고 흔드는 것처럼 커튼이 더 세게 움직인다. 그리고 순은과 결합한 진주빛 같이 흰 빛이 나타나서 약간 노란 빛깔인 벽을 더 밝게 하고, 천들의 빛깔을 더 선명하게 하며 마리아의 쳐든 얼굴을 더 신비스럽게 한다. 빛 속에, 그리고 행하여지고 있는 신비에, 휘장이 젖혀지지도 않았는데-휘장이 이제는 흔들리지도 않는다. 휘장은 마치 내부를 외부와 분리시키는 벽인 것처럼 지주(支柱)에 닿은 채 완전히 뻣뻣 늘어져 있다.- 이 빛 속에 대천사가 엎드린다.
대천사는 반드시 사람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인간적인 것을 초월한다. 저 매우 아름답고 번쩍거리는 얼굴은 어떤 살로 이루어졌는가? 동정녀의 오관에 감각되게 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그 얼굴을 어떤 물질로 구체화하셨는가? 오직 하느님만이 그 물질들을 가지고 계시고, 그것을 그다지도 완전하게 사용하실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것과 같은 얼굴이요 몸이요 눈이요 입이며 머리카락과 손들이지만, 우리의 것처럼 불투명한 물질은 아니다. 그것은 살과 눈과 머리카락과 입술의 빛깔을 띤 빛이고, 움직이고 미소 짓고 쳐다보고 말하는 빛이다.
“기뻐하여라.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 기뻐하여라!” 목소리는 귀금속 위에 떨어지는 구슬과 같이 기분 좋은 화음이다.
마리아는 소스라치며 눈을 내리깐다. 그리고 자기에게서 1미터 가량 떨어져서 가슴에 양손을 십자로 얹고 자기를 무한한 경의를 가지고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 있는 그 빛의 사람을 보고는 더 소스라친다.
마리아는 일어나서 벽에 바싹 기댄다. 얼굴이 창백해졌다가 붉어진다. 그의 얼굴은 놀람과 심한 불안을 나타낸다.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가슴을 꼭 껴안으며 긴 소매로 손을 가린다. 마리아는 할 수 있는 대로 몸을 더 많이 감추려고 거의 몸을 구부린다. 우아한 정숙의 태도이다.
“아니, 두려워 맡아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너는 모든 여인 중에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계속 두려워한다. 이 이상한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인가, 아니면 속이는 자의 심부름꾼인가?
“마리아, 두려워 말아라” 하고 대천사는 되풀이한다. “나는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이다. 주께서 나를 네게로 보내셨다. 너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었으니 두려워 말아라. 이제 너는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름을 ‘예수’라고 지어 주어라, 그 아이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고(또 실제로 그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릴 것이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오! 주의 사랑을 받고, 하느님의 축복받은 딸이며 하느님의 아들의 어머니가 되기로 예정될 거룩한 동정녀, 네가 어떤 아들을 낳을 것인지를 깨달아라.”
“이 몸이 처녀이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주 하느님께서 당신 종의 제물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제가 당신께 대한 사랑으로 동정녀로 있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까?”
“아니다, 네가 어머니가 되는 것은 남자를 통해서가 아닐 것이다. 마리아야. 너는 영원한 동정녀, 하느님의 거룩한 동정녀이다. 성령께서 네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네게서 태어나실 그 아기는 거룩한 이라 불릴 것이고, 거룩한 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우리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아기를 낳지 못하던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아들을 가졌다. 그 아들은 네 아들의 예언자, 네 아들의 길을 닦는 사람이 될 것이다. 주께서 엘리사벳에게서 치욕을 벗겨 주셨으며, 그의 아들의 이름이 네 거룩한 아들의 이름에 합쳐질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기억은 네 이름에 합해져서 만백성 가운데 남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 마칠 때까지 만방이 너희들에게까지, 그리고 특히 너에게 내려온 주의 은총, 너를 통하여 만방에 내려올 주의 은총 때문에 세상이 끝날 때가지 너희들을 축복받은 여인들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지가 여섯 달이 되었고 그가 지니고 있는 무게 때문에 그의 안에 기쁨이 올라오는데, 너 자신의 기쁨을 알게 되면 더 올라올 것이다.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 하느님께서 못하실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내 주께 무엇이라고 말씀드려야 하겠느냐? 아무 생각으로도 마음이 어지러워지게 하지 말아라. 네가 주를 신뢰하면 주께서 네 이익을 돌보실 것이다. 세상과 하늘과 영원하신 분이 네 대답을 기다리신다!”
이번에는 마리아가 가슴에 양손을 십자형으로 포개 얹고 몸을 깊이 숙이면서 말한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몹시 기뻐한다. 천사는 분명히 그의 동의로 몸을 깊이 숙이고 있는 동정녀 위에 하느님의 성령이 내리시는 것을 보기 때문이겠지만- 경배를 한다. 그런 다음 거룩한 신비 위에 쳐진 휘장을 흔들지 않고 사라진다.
32. 마리아 엘리사벳(즈가리야) 집에 도착
이곳은 산이 많은 고장이다. 높은 산들이 아니고 야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산들은 벌써 우리네 도스카나와 옴브리아 지방의 아페닌 산맥의 산들에서와 같이 진짜 산 같은 꼭대기와 계곡들이 있다. 초목이 빽빽하고 훌륭하다. 신선한 물이 풍부하여 목장의 풀들을 푸르게 보존하고. 집들 둘레로 있는 포도나무들과 더불어 사과나무와 무화과나무가 가득 차 있는 과수원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포도송이들이 벌써 살갈퀴 씨만큼 굵고, 사과나무들의 싹이 터지기 시작하여 이제는 초록빛으로 보이며, 무화과나무의 윗가지들에는 벌써 형태가 잡힌 열매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봄이다. 그리고 풀밭은 꼭 갖가지 빛깔의 폭신한 양탄자와 같다. 양떼들이 거기서 풀을 뜯거나 쉬거나 하는데, 에메랄드와 같은 풀밭에 흰 반점들이 찍혀 있는 것과 같다.
마리아는 나귀를 타고 상태가 꽤 좋은 길을 올라가는데, 그것이 주요한 통로임에 틀림없다. 모양이 한결 같은 그 지대가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마리아가 올라가는 것이다. 늘 나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곳은 헤브론이다.” 하고. 당신은 내게 몬따나 이야기를 하였지만, 나는 확실한 것을 알지 못하겠다. “헤브론”이 그 고장 전체를 가리키는 것인지, 취락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여기에 대하여 내가 아는 것만을 말할 뿐이다.
마리아가 이제 읍내로 들어간다. 저녁 때이다. 여인들이 문에서 낯선 여자가 오는 것을 살펴보며 자기들끼리 말을 한다. 여자들은 낮선 여자를 계속 지켜보다가 그가 그 소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가장 훌륭한 집 중의 하나 앞에 머무르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한다. 집 앞에는 정원이 있고 그 다음에는 뒤와 주위로 손질이 잘 된 과수원이 있다. 그런 다음 산의 기복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넓은 풀밭이 있고, 그 끝에는 키가 큰 나무숲이 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다. 소유지에는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로 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나는 가시덤불과 들장미나무들에 무엇이 달려 있는지 구별하지 못하겠다. 그 덤불의 꽃과 잎들이 아주 비슷해서 가지 위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 동안은 틀리기가 쉽다. 집 앞쪽, 그러니까 마을을 향하고 있는 쪽에는 소유지에 낮은 흰 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지금은 꽃은 없지만 벌써 꽃봉오리가 맺힌 진짜 장미나무 가지들이 뻗쳐 있다. 가운데 쇠창살 대문이 있는데 닫혀 있다. 이 읍내 유지나 꽤 부유한 사람의 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과연 모든 것이 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분명히 유복하다는 것은 나타내고 있다. 질서가 잘 잡혀 있다.
마리아는 나귀에서 내려 쇠창살 대문으로 가까이 간다. 창살 사이로 들여다보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마리아는 자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나타낼 궁리를 한다. 다른 여자들보다 호기심이 더 많은 어떤 작은 여자가 마리아를 따라왔었는데, 방울 노릇을 하는 이상한 설비를 가리켜 준다. 그것은 어떤 축에 고정시킨 두 개의 금속 조각이다. 밧줄로 축을 움직이면 그 금속 조각이 서로 부딪쳐서 종이나 징소리 비슷한 소리를 낸다.
마리아는 밧줄을 잡아당긴다. 그러나 너무도 얌전하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 장치가 가볍게 울렸고, 그래서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자 온통 코와 턱밖에 없다시피 하고 그 사이에는 열 개와 맞먹는 혀를 가진 작은 노파인 그 여자가 밧줄에 매달려서 잡아당기고 잡아당기고 또 잡아당긴다. 죽은 사람이라도 깨울 만큼 요란한 소리가 난다.
“이렇게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들리게 할 수 있소? 엘리사벳은 늙었고 즈가리야도 늙었거든요. 게다가 즈가리야는 지금 벙어리에다 귀머거리라오. 하인들도 늙었어요, 아시우? 처음 오는거요? 즈가리야를 아우? 당신은‥‥.”
다리를 저는 작은 노인이 나타나서 이 숱한 안내와 질문에서 구해준다. 손에는 호미를 들고 허리에는 작은 낫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원사이거나 농부인 모양이다. 그가 대문을 여니 마리아는 작은 노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그러나‥‥아이고! 노파에게 대답은 하지 않은 채 들어간다. 호기심 많은 노파는 몹시 기대가 어긋났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자렛의 요아킴과 안나의 딸 마리아입니다. 당신의 주인들의 사촌이지요.”
작은 노인은 몸을 굽혀 인사를 하고 “사라! 사라!” 하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노인은 쇠창살 대문을 다시 열고, 마리아가 귀찮게 구는 작은 노파를 따돌리느라고 빨리빨리 안으로 들어왔고, 정원사도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빨리 쇠창살 대문을 닫았었기 때문에 밖에 남아 있는 나귀를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나무를 끌고 들어오면서 말한다. “아아! 이 댁에는 큰 행복과 큰 근심이 찾아왔습니다! 하늘은 아기를 낳지 못하던 마님께 아들을 주셨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 찬미를 드려야 할 일이지요! 그러나 즈가리야님은 일곱 달 전에 예루살렘에서 벙어리가 되어 돌아오셨어요. 그분은 손짓으로나 글을 써서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 소식은 아마 들으셨지요? 마님은 이 기쁨과 이 마음의 고통을 당하면서 아씨를 몹시 갈망하셨습니다! 사라와 함께 아씨 이야기를 자주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귀여운 마리아가 아직 나하고 같이 있었으면! 마리아가 아직 성전에 있었으면! 즈가리야더러 마리아를 데려다 달라고 청했을거야. 그렇지만 이제는 주님이 마리아를 나자렛의 요셉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셨어, 마리아만이 이 마음 고통 가운데에서 내게 위안을 줄 수 있고 나를 도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게 할 수 있었을 거야. 마리아는 정말 착해서 성전에서도 모든 사람이 마리아가 떠난 것을 슬퍼하고 있거든. 지난 번 축일에, 내게 아들을 주신 데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해 즈가리야와 같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갔을 때, 마리아의 선생님들이 성전은 마리아의 목소리가 이 벽을 울리지 않게 된 다음부터 영광의 케루빔 천사들을 잃은 것 같아요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 하고 말입니다. 사라! 사라! 제 아내는 가는 귀가 먹었지요. 그렇지만 이리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테니 오세요.”
사라 대신에, 집 한편 옆구리에 있는 층계 꼭대기에 반백이 넘는 머리에 주름이 많은 꽤 나이 많은 여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의 속눈썹과 눈썹이 아직 검은 것으로 보아 머리가 아주 검었을 것이며, 또 아주 짙은 갈색머리였을 것임은 그의 얼굴 빛깔로 분명히 알 수 있다. 그의 분명한 늙음과 이상한 대조를 이루며, 그의 임신은 헐렁한 옷을 입었는데도 잘 나타난다. 여인은 손짓을 하면서 내려다본다. 엘리사벳은 마리아를 알아보았다. 엘리사벳은 놀라고도 기쁜 “오!” 소리를 지르며 팔을 하늘로 들어올리면서 할 수 있는 대로 걸음을 재촉하여 마리아에게 마주 온다. 항상 거동이 조심성 있는 마리아도 사슴새끼와 같이 잰 걸음으로 뛰기 시작하여 엘리사벳과 동시에 층계 밑에 이른다. 마리아는 그를 보고 기뻐서 우는 사촌언니를 짜릿한 환희를 가지고 가슴에 안는다.
두 여자는 잠시 얼싸 안은 채로 있다가 엘리사벳이 고통과 기쁨이 섞여있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포옹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자기의 부른 배에 손을 갖다 댄다. 엘리사벳은 번갈아 창백해졌다 붉어졌다 하면서 얼굴을 숙인다. 엘리사벳이 몸이 불편한 듯이 다리가 후들거리므로 마리아와 하인이 붙잡아 주려고 손을 내민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잠시 마음 속으로 정신을 가다듬은 것같이 있다가 얼굴을 드는데, 그 얼굴이 어떻게나 빛나는지 젊어진 것 같다. 엘리사벳은 마치 천사를 보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존경하는 태도로 마리아를 쳐다보다가 몸을 깊이 굽혀 인사를 하며 말한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십니다!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은 이렇게 말한다. 두 구절을 완전히 떼어서) 주님의 어머님이 당신의 종인 나를 찾아 주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문안의 말씀이 내 귀를 울렸을 때 내 태중의 아기도 기뻐하며 뛰놀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껴안았을 때 주님의 성령께서 내 마음 저 깊은 속에서 지극히 높은 진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될 수 없을 것같이 생각되는 것 까지도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당신의 믿음 덕택으로 당신은 이 때를 위하여 주님과 선지자들의 예언이 당신께 예언하신 것을 이룩하게 하실 것이니 복되십니다! 야곱의 후손들을 위하여 태중에 가지신 구원 때문에 복되십니다! 내 아들에게 거룩하심을 가져다 주셨으니 복되십니다. 내 아들이 내 태중에서 느끼는 기쁨 때문에 어린 염소새끼처럼 뛰노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내 아들이 죄의 짐에서 풀려나고, 선구자가 되라고 부름을 받고, 당신 안에서 자라고 계시는 거룩하신 분에 의하여 구속 전에 거룩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웃고 있는 눈에서 미소를 머금은 입으로 진주같이 내려오는 눈물 두 방울을 떨어뜨리며, 이 다음에 당신의 예수님이 그렇게도 많이 하실 것과 같은 자세로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팔도 쳐들면서 외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그리고 우리에게 전하여진 것과 같이 노래를 계속한다. 마지막에 가서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하는 절에서는 손을 가슴에 십자자로 포개얹고 꿇어서 땅에까지 엎디어 하느님을 경배한다.
하인은 엘리사벳이 몸에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마리아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공손히 자리를 떴었다. 그는 과수원에서 머리와 수염이 흰 위엄있는 노인과 같이 돌아오는데. 노인은 멀리서 크게 몸짓을 하며 목구멍에서 나는 소리로 마리아에게 인사를 한다.
“즈가리야가 와요.” 하고 엘리사벳이 기도에 몰두하고 있는 동정녀의 어깨에 손을 대면서 말한다. “내 남편은 말을 못해요. 그가 믿지 않은 것을 하느님께서 벌하신거지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은총이 가득한 마리아가 왔으니, 나는 하느님의 용서를 바라고 있어요.”
마리아는 일어나서 즈가리야에게 마주가서 땅에까지 머리를 숙여 절을 한다. 마리아는 즈가리야의 몸을 덮고 땅에까지 내려오는 흰 옷 끝에 입을 맞춘다. 그 옷은 매우 넓고 수를 놓은 넓은 장식줄로 허리에 매어져 있다.
즈가리야는 몸짓으로 환영의 뜻을 표하고 함께 엘리사벳 있는 데로 간다. 그들은 모두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는 넓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마리아를 그 방에 앉히고 지금 막 짠-아직 거품이 일고 있는-우유 한 잔과 작은 빵과자 몇 개를 대접하게 한다.
엘리사벳은 손에 밀가루를 묻히고, 밀가루가 뿌려져서 실제보다 휠씬 더 희어진 머리를 한 하녀가 마침내 나타나자 명령을 내린다. 하녀는 아마 빵을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사무엘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하인에게 그가 가리키는 방으로 마리아의 괘를 가져가라는 명령도 내린다. 모두가 손님에 대한 주부의 의무들이다.
마리아는 그동안 즈가라야가 하는 질문에 밀초를 입힌 판자에 몸이 좁은 단검으로 글을 써서 대답한다. 나는 그 대답들을 보고, 즈가리야가 요셉에 대하여 말하며 결혼생활이 어떠냐고 묻는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나는 즈가리야가 마리아의 상태와 메시아의 어머니라는 그의 처지에 대하여 아무런 초자연적인 지식도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알겠다. 엘리사벳이 남편에게 가까이 가서 청순한 애무를 하려는 듯이 어깨에 다정스럽게 손을 얹으며 “마리아도 아기를 가졌어요. 마리아의 행복을 기뻐하세요.” 하고 말한다. 그러나 엘리사벳은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마리아를 바라보는데, 마리아도 엘리사벳을 쳐다보지만 거기 대하여 말을 더 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사벳은 입을 다문다.
즐거운. 매우 기분좋은 환상이었습니다! 이 환상으로 유다의 자살을 보고 느꼈던 전율이 없어졌습니다.
어젯밤 잠이 들기 전에 나는 향유 바르는 돌 위에, 움직이지 않는 구속자의 시체 위에 몸을 굽힌 마리아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마리아는 시체 오른쪽에 무덤으로 쓰는 굴 입구 쪽으로 등을 돌리고 계셨습니다. 횃불 빛이 그분의 얼굴을 비추어 고통에 휩쓸리고 눈물로 범벅이 된 그분의 얼굴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손을 잡고, 쓰다듬고, 뺨에 대고 따뜻하게 해 주며, 입을 맞추고, 손가락들을 하나씩‥‥펴고, 이제는 생명이 없는 그 손가락에 입 맞추시곤 했습니다. 그런 다음 얼굴을 쓰다듬으시고, 몸을 숙여 벌어진 입과 반쯤 감긴 눈과 상처 입은 이마에 입 맞추셨습니다. 횃불의 불그레한 빛이 고문 받은 그 온 육체의 상처를 한층 더 생생하게 보이게 하고, 그 육체가 당한 고문의 잔인성과 그분의 죽음의 현실성을 더 뚜렷이 나타나게 합니다.
내 정신이 맑은 동안은 이렇게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졸음에서 깨어나 기도를 하고 정말로 자려는 자세로 들어갔었습니다. 그 때에 이 위에 적은 환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보기만 하여라. 쓰는 것은 내일 하여라.” 자는 동안에 모든 것을 꿈에서 다시 보았습니다. 여덟시 반에 잠이 깨서 어제 본 것과 꿈에 본 것을 모두 다시 보았습니다. 나는 보면서 글을 썼습니다. 그런 다음 신부님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이 뒤에 쓰는 것을 써야 하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것들은 즈가리야의 집에 마리아가 머무를 때에 대한 따로따로 떨어진 작은 그림들입니다. (1944년 4월 2일)
47. 우리 주 예수의 탄생
나는 아직도 마리아와 요셉이 짐승들의 처지를 같이하며 의지할 곳을 얻은 그 초라한 돌 투성이 피난소의 내부를 보고 있다.
작은 모닥불도 졸고 있고, 불을 살피는 사람도 졸고 있다. 마리아는 그의 자리에서 머리를 쳐들고 바라본다. 마리아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이 머리를 가슴에 파묻고 있는 요셉을 보고, 깨어 있겠다는 그의 착한 뜻이 피로에 꺾였구나 하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미소 짓는다, 환한 미소이다. 마리아는 장미꽃에 앉는 나비가 내는 소리보다도 더 조용하게 앉았다가 무릎을 꿇는다. 마리아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기도를 드린다. 팔을 거의 십자 모양으로,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앞으로 내밀고 기도하는데, 그 힘든 자세로 피로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다가 한층 더 심각한 기도의 자세로 얼굴을 건초에 대고 엎드린다. 기도가 오래 계속 된다.
요셉이 잠이 깬다. 그는 불이 거의 죽어 가고 외양간이 거의 어둠에 싸여 있음을 본다. 잔가지를 한 줌 던지니 불꽃이 다시 살아난다. 그는 큰 가지를 얹고, 그 다음에는 더 큰 가지들을 얹는다. 이 폐허 사방에 파고드는 조용한 겨울밤의 추위가 매서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엾은 요셉은 문 -요셉의 겉옷이 막아보려고 하는 그 뚫린 구멍을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꽁꽁 얼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는 손을 불꽃 가까이 갖다 대고, 샌들을 벗고 발도 불 가까이 갖다 댄다. 몸을 녹이는 것이다. 불이 잘 붙고, 그 불빛이 확실해지자 몸을 돌린다. 그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칙칙한 건초 위에 밝은 빛을 그어 놓던 마리아의 베일의 그 흰빛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요셉은 천천히 일어나서 자리로 가까이 간다.
“마리아, 자지 않소?” 하고 묻는다. 그는 세번이나 그 말을 묻는다. 마침내 마리아가 그것을 깨닫고 대답한다.
“기도드리고 있어요.”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소?”
“없어요.”
“좀 자도록 해보오. 적어도 좀 쉬기라도 해요.”
“그렇게 해보겠어요. 그렇지만 기도를 드리는 것은 피곤하지 않아요.”
“잘자요, 마리아.”
“잘자요, 요셉.”
마리아는 다시 자기의 자세로 돌아간다. 요셉은 더 이상 잠에 지지 않으려고 불 곁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도한다. 불에 나무를 얹을 때나 손을 뗀다. 그리고는 다시 열렬한 기도로 돌아간다. 나무가 탁탁 튀는 소리와 가끔 땅바닥을 두드리는 나귀의 굽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빛 한 줄기가 천장의 터진 틈으로 들어오는데, 마리아를 찾아오는 은빛 칼날 같다. 달빛은 달이 하늘에 올라감에 따라서 점점 더 깊어지더니 마침내 마리아에게 이른다. 이제는 달빛이 기도드리는 마리아의 머리에 와 있다. 달빛은 마리아를 빛나는 흰 빛깔의 후광으로 둘러 싼다.
마리아는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머리를 들고 다시 무릎을 꿇는다. 아아! 이 순간엔 정말 아름답다! 마리아가 머리를 드는데, 흰 달빛으로 빛나는 것 같고, 인간의 것이 아닌 미소로 변모하였다. 그 순간에 마리아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무슨 소리를 듣는것일가?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나는 다만 마리아 주위에 빛이 커지고, 커지고, 또 커진다는 것밖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빛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고 마리아의 둘레에 있는 보잘 것 없는 물건들에서 발산하는 것 같고, 특히 마리아에게서 발산하는 것 같다.
짙은 하늘빛인 마리아의 옷이 지금은 물망초와 같은 부드러운 하늘빛을 띠었고, 손과 얼굴은 거대한 밝은 청옥의 불 아래 있는 것처럼 하늘빛이 된 것 같다. 이 빛깔을 보니, 비록 더 엷기는 하지만 거룩한 천국에 대한 환시에서 봤던 빛깔이 생각나고 또 동방 박사들이 오는 것을 본 환시의 빛깔도 생각난다. 그 빛깔은 특히 물건들 위로 점점 더 퍼져서 그것들을 감싸고 깨끗하게 하고 찬란하게 해 준다.
마리아의 몸에서 빛이 점점 더 발산하여 달빛을 흡수한다. 그 빛이 하늘에서 내려올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마리아가 빛을 맡아 가지고 있는 여자이고, 세상에 그 빛을 주게 될 여자이다. 세상에 주어지려는 찬란하고, 저항할 수 없고, 더불어 헤아릴 수 없으며, 영원하고 숭고한 이 빛이 새벽과 더불어, 새벽을 알리는 지저귐과 더불어, 깨어나는 새벽빛과 더불어, 점점 더 커지는 빛나는 원자들의 합창과 더불어, 거대한 향의 소용돌이 모양으로 올라오고 또 올라오는 밀물처럼, 급류같이 내려와서 베일 모양으로 펼쳐지는 밀물처럼 퍼진다‥‥.
갈라진 틈과 거미줄과 절묘하게 균형잡힌 것같이 보이는 불쑥 나온 파편투성이이며, 꺼멓고, 그을은, 혐오감을 일으키는 천장이 왕이 사는 방과 같이 보인다. 돌 하나하나가 은덩어리 같고, 틈 하나하나가 유백색으로 빛나며, 거미줄 하나하나가 은과 금강석으로 짠 천개(天蓋)와 같다. 두 돌덩어리 사이에서 동면하는 큰 도마뱀은 어떤 여왕이 거기에 잊어버린 벽옥(碧玉) 목걸이와 같고, 동면하는 한 무리의 박쥐는 귀중한 풀마노(瑪瑙)와 같은 빛을 풍긴다. 제일 높은 구유에서 늘어져 있는 건초는 이제는 풀이 아니고, 물결치는 머리채처럼 우아하게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는 순은실, 정말 순은실이다.
투박한 나무로 만든 아래 구유는 광을 낸 은덩어리가 되었다. 벽들은 수단으로 덮인듯하고 비단의 흰 바탕이 도드라지게 수놓은 진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땅바닥은‥‥땅바닥이 이젠 어떻게 되었는지? 흰 빛으로 비추어진 수정이다. 불쑥 내민 곳들은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땅위에 던져 놓은 빛나는 장미꽃들과 같다. 그리고 구멍들은 향기와 좋은 냄새를 풍기는 귀중한 잔들과 같다.
빛은 점점 더 환해진다. 눈부시어 눈으로 그 빛을 견딜 수가 없다. 그 빛 속으로, 마치 백열한 빛의 베일에 빨려 들어가듯이 동정녀가 사라진다‥‥그리고 그 빛에서 어머니가 나타난다.
그렇다. 내 눈이 빛을 견딜 수있게 되었을 때, 나는 마리아가 갓난 아들을 안고 있는 것을 본다. 장미꽃 봉오리 만한 손과 장미꽃 속에라도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작은 발을 흔들며 몸부림치는 분홍빛의 토실토실한 작은 아기, 작은 나무딸기같이 빨간 입을 벌리고, 장미빛 입천장을 맞치는 작은 혀를 보이면서 꼭 금방 난 어린 양의 목소리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우는 아기.
어떻게나 엷은 금발인지 머리카락이 없는 것같이 보이는 작은 머리, 동그란 작은 머리를 흔드는 아기. 어머니는 그 작은 머리를 한손바닥으로 받쳐 들고, 동시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아기에게 경배하고, 거기에 입맞춤을 하려고 머리를 숙인다. 그러나 순결한 머리에 입맞추지 않고. 우리를 위하여 뛰고 또 뛰는 작은 심장이 있는 가슴 한가운데에 입맞춘다‥‥나중에 상처를 입게 될 그곳에, 어머니는 티없는 이의 입맞춤으로 그 상처를 미리 처매준다.
환한 불빛 때문에 잠이 깬 소는 요란스러운 굽소리를 내며 일어나서 운다. 나귀도 머리를 들고 운다. 그놈들은 빛 때문에 잠이 깼다. 그러나 나는 그놈들이 자신들을 위하여 또 모든 동물들을 대신하여 그들의 창조주께 인사를 드리고자 하였다고 믿고 싶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초연할 정도로 열심히 마치 탈혼상태에서처럼 기도하고 있던 요셉도 몸을 흔든다. 그리고 얼굴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이상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본다. 그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머리를 들고 돌아선다. 서 있는 소에 가려 마리아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가 그를 부른다. “요셉, 이리 오세요.”
요셉은 달려가다가 그 광경을 보고 흠숭하는 마음으로 꼼짝 못하게 된 것같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려고 한다. 그러나 마리아가 조른다. “오세요, 요셉.” 마리아는 왼손으로 건초를 짚고 오른손으로는 아기를 붙잡고 가슴에 꼭 껴안으면서, 다가오려는 마음과 불경스러움을 걱정하는 두려움 사이에서 망설이는 요셉 쪽으로 간다.
잠자리 맡에서 두 부부가 만나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쳐다본다.
“오세요. 예수를 아버지께 바칩시다.”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요셉이 무릎을 꿇는 동안, 마리아는 천장을 받치고 있는 두 들보 사이에 서서 두 팔로 아기를 쳐들고 말한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 이 말씀은 아기를 대신해서 드리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려고 제가 여기 왔습니다. 그리고 아기와 더불어 저 마리아와 제 남편 요셉도 여기 있습니다. 주님, 당신의 종들이 여기 있습니다. 어느 때든지 어떤 경우에든지 당신의 영광과 당신의 사랑을 위하여 당신의 뜻이 저희들을 통하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마리아는 몸을 숙이고 말한다. “요셉, 받으세요.” 그러면서 아기를 준다.
“나! 나에게! 아! 안되오! 나는 자격이 없소!” 요셉은 하느님을 만져야 한다는 생각에 당황하여 몹시 겁을 내고 있다.
그러나 마리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집한다. “당신은 넉넉히 그럴 자격이 있어요. 당신보다 더 자격있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을 택하셨어요. 요셉, 아기를 받으세요. 그리고 제가 배내옷을 찾는 동안 안고 계셔요.”
요셉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팔을 내밀어 작은 아기 몸을 안는다. 아기는 추워서 운다. 요셉이 아기를 안았을 때의 경외심으로 아기를 멀리 떨어져 있게 하려는 생각은 오래지 않았다. 그는 아기를 가슴에 껴안고 흐느끼면서 말한다. “오! 주! 내 하느님!” 그리고 그 작은 발에 입맞추려고 얼굴을 숙이다가 발이 꽁꽁 얼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러자 땅바닥에 앉아 아기를 품에 꼭 껴안는다. 그리고 그의 갈색 옷과 두 손으로 아기를 가려 주고 따뜻하게 해 주고 밤바람을 막아 주려고 애쓴다. 불 옆으로 가고 싶었지만, 거기에는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있다. 그가 있는 곳에 그대로 있는 것이 낫다. 바람을 막아 주고 약간의 열을 그들에게 줄 두 짐승사이로 가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보는 것 같다. 그는 소와 나귀 사이로 가서 어깨를 문쪽으로 돌리고 갓난 아기 위로 몸을 숙여 그의 가슴으로 오목한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의 안쪽 벽은 귀가 긴 회색 머리와 김을 내뿜는 콧구멍과 축축한 순한 눈을 가진 커다란 흰 입이다.
마리아는 궤를 열고 속옷과 기저귀를 꺼냈다. 마리아는 그것들을 따뜻하게 하려고 불 옆으로 갔다. 이제는 요셉에게로 가서 따뜻해진 속옷을 아기에게 입히고 나서 작은 머리를 그의 베일로 감싸준다. “이제는 아기는 어디다 누일까요?” 하고 말한다.
요셉은 휘 둘러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가 말한다. “기다려요. 두 짐승들과 꼴을 좀 더 저쪽으로 밉시다. 더 윗쪽에 있는 먹이통에서 건초를 끌어내려 이 안에 넣읍시다. 이 구유의 전이 바람을 막아 줄 것이고, 건초는 베개가 될 것이고, 소가 입김으로 아기를 좀 따뜻하게 해 줄거요. 소가 나아요. 소는 참을성이 더 많고 조용하니까.” 그리고 요셉은 일을 시작한다. 그동안 마리아는 아기를 가슴에 꼭 껴안고 흔들면서 그 작은 머리를 따뜻하게 해 주려고 뺨을 갖다 댄다.
요셉은 불꽃을 활활 일게 하려고 나무를 아끼지 않고 불을 더 잘타게 한다. 건초를 불에 쬐어서 차차 말리고, 다시 차지는 것을 막으려고 가슴에 안는다. 그런 다음 아기의 요를 만들 만큼 건초를 넉넉히 모았을 때 구유로 가서 그것을 정리하여 요람을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자 다 했소. 이제는 아기가 건초에 찔리지 않게, 그리고 아기를 덮어 주게 담요가 한장 있어야겠는데‥‥”
“제 겉옷을 갖다 쓰세요” 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당신이 추울텐데.”
“오! 그건 괜찮아요. 담요는 너무 까칠까칠해요. 겉옷이 부드럽고 따뜻해요. 저는 조금도 춥지 않아요. 그렇지만 아기가 이제는 고통을 당하지 말아야 해요.”
요셉은 폭신한 짙은 파란색 모직으로 지은 넓은 겉옷을 집어 두 겹으로 해서 건초 위에 깔았는데, 겉옷의 한 자락이 구유 밖으로 쏠려 있다. 구세주의 첫 번째 침대가 준비되었다.
어머니는 물결치는 것 같은 걸음걸이로 아기를 안고 가서 내려놓고 겉옷 자락으로 덮어 주고는, 겨우 마리아의 얇은 베일로 건초에 찔리지 않게 되어 건초에 파묻힌 맨 머리 둘레를 겉옷 자락으로 싸준다. 드러나 있는 것은 주먹만한 작은 얼굴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구유 쪽으로 몸을 숙이고 행복해하며 아기가 처음 잠자는 것을 들여다본다. 따뜻한 배내옷과 건초가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였고 온순한 예수를 잠재웠다.
53. 예수를 성전에서 바침
나는 아주 수수한 집에서 한 쌍의 남녀가 길을 떠나는 것을 본다. 바깥에 있는 작은 층계로 매우 나이 어린 어머니가 흰 배내옷을 입힌 아기를 안고 내려온다.
나는 알아본다. 우리 어머니이다. 얼굴이 희고 금발이고 날렵하며, 모든 몸짓이 아주 얌전한 그분이다. 마리아는 흰옷을 입었고, 그 위에 엷은 하늘색 겉옷으로 몸을 감쌌다. 머리에 흰 베일을 쓰고, 아기를 매우 조심해서 안고 있다. 층계 밑에서는 요셉이 회색 나귀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요셉은 엷은 밤색 옷과 겉옷을 입었다. 그는 마리아를 쳐다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마리아가 나귀 가까이 오자 요셉은 고삐를 왼손으로 옮겨 잡고, 마리아를 안장에 더 잘 자리잡게 하느라고 조용히 자고 있는 아기를 잠시 받아 안는다. 그런 다음 예수를 마리아에게 돌려주고 길을 떠난다. 요셉은 여전히 마리아 곁에서 나귀의 고삐를 잡고 걸으며 짐승이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걸어가도록 살핀다. 마리아는 예수를 품에 안고, 추위가 아기에게 해를 끼칠까봐 두려워서, 그 위로 겉옷 한 자락을 덮어준다. 두 부부는 별로 말이 없다, 그러나 자주 서로 미소를 보낸다.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길을, 계절이 계절이라 헐벗은 들판을 지나간다. 어떤 다른 길손이 두 부부와 만나기도 하고 마주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그러다가 집들이 나타나고 어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나타난다. 두 부부는 어떤 성문으로 해서 들어가서 도시의 틈이 벌어진 포석이 깔린 길을 가기 시작한다. 걸음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그것은 왕래가 많기 때문에 나귀가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돌과 벌어진 틈에서 나귀가 줄곧 흔들리는 바람에 마리아와 아기가 편안치 못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길은 평평하지 못하고,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오르막이다. 길은 높은 집들 사이에 좁게 뚫려 있는데, 그 집들의 출입문들도 좁고 낮으며, 거리쪽으로 창문이 별로 나지 않았다. 위쪽으로는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이 옥상 정원에서 저 옥상 정원으로 이렇게 조각조각 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래쪽 거리에는 고함을 지르고 엇갈리는 사람들, 걸어 가거나 나귀를 타거나 짐 실은 나귀들을 몰고 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고, 거추장스러운 낙타 떼 뒤를 따라가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 한군데에서는 로마군대의 순찰대가 말굽 소리와 무기 소리를 요란스럽게 내며 지나가는데, 그들은 대단히 좁고 돌이 많은 길 위에 걸쳐진 홍예문 뒤로 사라진다.
요셉은 왼쪽으로 돌아 더 넓고 더 아름다운 거리로 접어든다. 거리 저 안쪽에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감시구가 뚫린 성벽이 보인다.
마리아는 나귀들와 의지간(依支間) 비슷한 것이 있는 문 곁에서 나귀에서 내린다. “의지간”이라고 말한 것은 헛간 또는 그보다도 지붕이 있는 의지간의 일종으로 밀짚이 깔려 있는 네 발 가진 짐승들을 매 놓기 위한 고리 달린 말뚝들이 있기 때문이다. 요셉은 달려 온 총각에게 여물을 좀 사오라고 약간의 돈을 주고, 나귀에게 주려고 한 구석에 있는 불안전한 우물에서 물 한 동이를 긷는다.
그런 다음 마리아에게로 다시 와서, 두 사람은 성전 구내로 들어간다. 그들은 우선 이 다음에 예수께서 세게 매질하신 그 사람들이 있는 회랑 쪽으로 간다. 그 사람들은 멧비둘기와 어린 양들을 파는 사람들과 환전상들이다. 요셉은 큰 비둘기 두 마리를 산다. 돈은 바꾸지 않는다. 그가 필요한 것을 벌써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셉과 마리아는 모든 문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처럼 여덟 단이 있는 층계로 올라가는 옆문 쪽으로 간다. 이렇게 층계가 있기 때문에 입방체로 된 성전이 주위에 있는 땅 위에 들어올려져 있는 것이다. 이 문 안에는 커다란 홀이 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네 도시의 집 큰대문 안에 있는 홀과 같은데, 더 넓고 장식이 더 잘 되어 있다고 말하겠다. 거기에 좌우에 제단 같은 것, 즉 장방형으로 쌓아 올린 것이 둘 있다. 나는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에 소용되는 것인지를 몰랐다. 몇 센티미터쯤 올린 바깥쪽 전보다 안쪽이 더 낮은 것으로 보아 얕은 수반 같았다.
요셉이 불렀는지 모르겠는데, 사제 한 사람이 달려온다. 마리아가 가엾은 두 마리 비둘기를 바친다. 그들의 운명을 깨닫는 나는 눈을 딴 데로 돌린다. 나는 매우 육중한 큰 대문과 천장과 홀의 장식을 살펴본다. 그렇지만 사제가 마리아에게 물을 뿌리는 것을 슬그머니 본 것 같다. 마리아의 옷에 얼룩이 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것은 틀림없이 물일 것이다. 그런 다음 비둘기와 동시에 돈을 조금 사제에게 주었던(이 말을 하는 것을 잊었었다)마리아가 요셉과 함께 사제를 따라 엄밀한 의미의 성전으로 들어간다.
나는 사방을 둘러본다. 대단히 장식을 많이 한 곳이다. 종려의 가지들과 장식들과 함께 천사의 머리들을 조각한 것이 기둥과 벽과 천장에 죽 달려있다. 햇빛은 물론 유리는 없고 벽에 비스듬히 설치한 길고 이상하며 좁은 창문으로 들어온다. 비스듬히 설치한 것은 소나기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생각한다.
마리아는 어떤 장소에까지 들어가서는 발을 멈춘다. 마리아에게서 몇 미터 거리에는 또 다른 단이 몇 개 있고, 그 위에는 일종의 제단이 또 있고, 그 너머로 또 다른 구조물이 있다.
나는 성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엄밀한 의미의 성전, 즉 거룩한 곳, 또 그 너머로는 사제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 같은 곳이 있는데 성전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안에 있는 것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니까 내가 성전이라고 생각한 것은 성막이 들어 있는 성전을 세 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담으로 막은 현관에 지나지 않는다. 내 생각을 썩 잘 설명하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건축가도 기사도 아니다.
마리아는 아기를 바친다. 아기는 그 순진한 작은 눈을 두리번거리며, 난 지 며칠 밖에 안되는 어린아이들과 같은 놀란 시선으로 사제를 본다. 사제는 아기를 두 팔로 받아서, 계단 위에 있는 일종의 제단을 향해 서서 성전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팔을 펴서 아기를 쳐든다. 의식이 끝났다. 아기는 어머니에게 다시 돌아오고 사제는 물러간다.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구경꾼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에서 지팡이를 짚고 힘들게 걷는 등이 굽은 작은 노인이 나타난다. 대단히 나이가 많은 것 같다. 80이 넘은 것 같다. 그 노인은 마리아에게 가까이 가서 아기를 잠시 자기에게 달라고 청한다. 마리아는 미소지으며 그의 청을 들어준다.
노인은 시므온이다. 나는 항상 그가 사제계급에 속해 있은 것으로 믿었었는데, 반대로, 적어도 그의 옷을 보고 판단하자면 평신도이다. 시므온은 아기를 안고 입맞춘다. 예수는 갓난아기들이 가지는 것 같은 불확실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미소짓는다. 작은 노인이 동시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눈물이 주름 사이로 스며들면서 그의 얼굴에 구슬로 장식한 것 같은 무늬를 놓으며, 예수가 손을 내밀어 붙잡으려고 하는 길고 흰 수염에 떨어지기 때문에 예수는 노인을 신기한 듯이 살펴보는 것 같다. 아기는 예수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 아기이다. 그래서 그의 앞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의 주의를 끌고 물건을 붙잡아서 무엇인지 더 잘 보고자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일으킨다. 마리아와 요셉은 빙그레 웃는다. 그리고 거기 있으면서 아기가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사람들도 미소를 짓는다.
나는 거룩한 노인의 말을 듣고 요셉의 놀란 시선과 마리아의 충격, 그리고 거기 있는 작은 집단의 사람들의 반응을 본다. 어떤 사람들은 노인의 말에 놀라고 충격을 받으며, 어떤 사람들은 픽픽 웃는다. 이렇게 픽픽 웃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수염 난 사람들과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는 최고법원의 거만한 위원들이 있다. 그들은 시므온을 빈정대는 동정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가 너무 늙어서 망령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시므온이 마리아에게 그의 고통을 예고하자, 마리아의 미소는 더 심한 창백함으로 사라진다. 비록 마리아는 알고 있지만, 이 말은 그의 마음을 꿰뚫는다. 마리아는 격려를 얻으려고 요셉에게 더 가까이 가고 아기를 정열적으로 꼭 껴안는다. 그리고 목마른 사람처럼 안나의 말을 마시다시피한다. 안나는 여자인 만큼 마리아의 고통을 동정하고, 영원하신 분이 초자연적인 힘을 주셔서 그의 고통의 시간을 완화해 주실 것이라고 약속한다. “아기 엄마, 당신 백성에게 구세주를 주신 분이 당신의 울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틀림없이 그분의 천사를 당신에게 보내실 것입니다. 주님의 도움이 이스라엘의 위대한 여자들을 버리지 않았는데, 당신은 유딧과 야엘보다 훨씬 나은 분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바다와 같은 고통에 저항하도록 지극히 순수한 착한 마음을 당신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자, 즉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가, 네가 전도할 때 나를 기억해다오.”
-내게는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69. 예수의 행방불명으로 인한 마리아의 고통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작은 요한(마리아 발또르따)아, 참아라. 이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데 네 지도신부를 기쁘게 하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이 다른 이야기를 다루자. 이 일은 재의 수요일인 내일로 미루기를 원한다. 나는 네가 이 힘든 일을 끝내기를 원한다‥‥너를 나와 같이 고통을 당하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뒤로, 대단히 뒤로 물러가자. 내가 열두살 때에 토론을 하고 있는 성전으로 돌아가자.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과 예루살렘에서 성전으로 가는 길에까지로 돌아가자.
너는 남자들의 집단과 여자들의 집단이 모였을 때의 마리아의 고통을 알겠지. 마리아는 내가 요셉과 같이 있지 않은 것을 본다. 마리아는 그러나 남편에 대하여 화를 내서 냉혹하일을 가지고도 남자가 항상 가정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잊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의 얼굴에 나타나는 고통이 그 어떤 비난보다도 더 요셉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마리아는 일장의 극적인 장면을 벌이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못한 일을 가지고도 다른 여자들은 사람들의 주목과 동정을 끌려고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몸을 떨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이 엄청나게 떨리는 것으로 마리아가 고통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 하도 분명해서 울고 불고 하는 것보다도 더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마리아는 이제 피로도 허기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하루의 행정이 길었고, 벌써 오래 전부터 아무 음식도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버려둔다. 사람들이 준비하던 잠자리도 나누어 주려는 음식도 모두 다 버려둔다. 온 길을 되돌아간다. 저녁때라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상관없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한다. 마리아는 대상들과 순례자들을 붙잡고 물어본다. 요셉은 마리아를 따라가며 도와준다. 하루를 반대방향으로 걷고 나서 성도를 돌아다니며 안타깝게 찾는다.
그의 예수가 어디에, 대관절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마리아가 나를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할지 모르도록 허락하신다. 어린이를 성전에서 찾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어린아이가 대관절 성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고작 시내에서 길을 잃어 성전에까지, 그 안에까지 그 작은 발걸음으로 돌아왔다면, 그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엄마를 불러 어른들과 사제들의 주의를 끌었을 것이고, 이들은 대문들에 게시판을 달아 부모를 찾을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게시판도 없었고, 시내에서 아무도 그 어린아이에 대하여 아는 것이 도무지 없었다. 예쁘다고? 금발이라고? 튼튼하게 생겼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그 애를 보았습니다. 여기 있었습니다. 저기 있었습니다’ 하고 누가 단언할 수 있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의 미래의 3일간의 고민의 상징인 사흘 후에 마리아는 기진맥진하여 성전으로 들어가서 마당들과 현관들을 돌아다닌다. 아무것도 없다.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엾은 엄마는 달려가고 또 달려간다. 그리고 매애 하고 우는 어린 양들의 목소리까지도 그가 찾는 아들의 목소리같이 들린다. 그러나 예수는 울지 않고, 가르치고 있다. 마리아는 한 떼의 사람 저쪽에서 들려오는 정다운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돌들이 떨릴 것입니다‥‥’하고. 마리아는 군중 사이로 길을 내려고 애를 써서 마침내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한다. 박사들 가운데 똑바로 서서 팔을 벌리고 있는 아들이 저기 있다.
마리아는 신중한 동정녀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통으로 인하여 그의 조심성을 떨쳐버렸다. 그것은 어떤 장애물도 무너뜨리는 터진 둑과 같다. 마리아는 아들 쪽으로 달려가 의자에서 들어 올려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껴안는다. 그러면서 외친다. '아이고!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했느냐? 사흘 전부터 우리는 너를 찾아 헤매고 있다. 얘야, 엄마는 걱정으로 죽을 뻔했다. 아버지는 기진맥진하셨다. 예수야, 왜 이랬느냐?'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왜’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왜’ 그런 행동방식을 취했는지를 말이다. 부름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왜’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따르느냐고 묻지 말 것이다. 나는 지혜였으므로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떤 사명에 ‘부름을 받았었고’ 그 사명을 다하고 있었다. 세상의 아버지 어머니 위에 하느님, 아버지 하느님이 계시다. 그분의 이익이 우리 이익을 앞지르고, 그분의 애정이 다른 모든 애정보다 앞선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그 말을 하였다. 나는 박사들의 모후인 마리아를 가르침으로 박사들에 대한 가르침을 끝마쳤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 가르침을 절대로 잊지 않았다. 겸손하게 순종하는 내 손을 잡을 때에 한 줄기 햇빛이 그의 마음에 돌아왔다, 그러나 내 말은 그의 가슴에 남아 있었다. 내가 아직 세상에 있을 21년 동안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많은 날과 구름 낀 많은 날이 하늘 아래서 흘러갈 것이다. 이 뒤에 올 나머지 21년 동안에 그의 마음에는 많은 기쁨과 많은 근심과 눈물이 번갈아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가 다시는 ‘얘야, 왜 우리에게 그렇게 했느냐?’하고 묻지 않을 것이다. 너희 거만한 인간들아, 이 교훈을 배워라.
나는 네가 보는 환상인 내게 대해서 가르쳐주고 설명해 주기를 원하였다. 그것은 네가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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