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울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보고
7월22-26일 한예종 KNUA홀
글/ 김규현(총회신대원교수
前한국음악비평가협회 회장)
국제적인 타악기 음악 대축제
2010년부터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 타악기 페스티벌(예술감독 박광서)를 들었다. 금년이 세 번째다. 타악기 음악문화의 세계화와 문화적 허브(中樞) 역할이 그 축제 목적이다. 5일간(7월 22-26 한국 예술종합학교 KNUA홀)열린 서울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이하 서울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타악기 음악의 국제적인 대축제였다. 미국(Matt penland), 대만(she-e wu) 독일(Jasmin kolberg 와 percussion Ensemble stuttgart), 스위스(Tchiki Duo) 그리고 한국(서울 타악기 앙상블)등 5개국의 타악인들과 앙상블들이 어울려 국내에서 들을 수 없는 최고의 타악기 음악을 들려준 큰 잔치를 한 것이다. 특히 국내 1세대 타악기 주자이고 타악기계의 큰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박동욱의 타악기 작품들만을 조명한 「박동욱의 밤」(7월25일)은 매우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일곱 번의 연주회를 통해서 국내 창작곡(김현민의 ‘타악기 4중주를 위한 scherzo')을 포함해 전 47곡이 연주됐다. 그리고 다섯 번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었다. 과거에 오케스트라의 보조적 기능으로 그쳤던 타악기가 이와 같이 독립적 기능화 되어 타악기만으로 국제적인 축제까지 열린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고 현시대 흐름에 부응하는 살만한 페스티벌 이었다. 그동안 독주회나 앙상블 연주는 있었으나 서울 페스티벌과 같이 대규모의 국제적인 타악기 페스티벌은 전무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경이롭기만 했다. 한 사람(박광서)의 헌신적인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 자리이기도 했다.
연주회 평가와 싫은 소리가 있는 조언
금년 페스티벌은 건반 타악기 마림바 음악세계를 조명을 한 것 같다. 대만 주자 she-e wu나 스위스 출신 듀오 Tchiki Duo 연주만 보더라도 마림바 독주나 마림바 앙상블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페스티벌의 중심측을 이루었던 세 앙상블(서울 타악기 앙상블, 슈트트가르트 앙상블, Tchiki Duo)연주회는 각기 음악적 특성을 심도있게 잘 보여주었고 연주곡 또한 다양해서 신선감을 주었다. 개막연주를 한 서울 타악기 앙상블 연주회는 페스티벌의 대장정의 포문을 기분좋게 연 최고의 연주였다. 특히 John Cage의 「Double music」과 I.Xenakis의 「peaux from pleiades」의 연주는 백미(白眉)라 할 수 있겠다. 서울 타악기 앙상블은 슈트트가르트 앙상블과 Tchiki Duo 등과 동일한 경쟁력도 갖춘 최고의 앙상블 면모도 보여주었다. 슈트트가르트 앙상블 연주회에서는 논리적이고 아카데믹한 규모있는 음악만들기 연주를 했고 Tchiki Duo 연주회는 일종의 종교적인 면모나 구도자적인 심도있는 음악만들기 연주를 해 감동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들이 좀 더 다이너믹 설정을 구체적인 측면 접근을 해서 들려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마림바 중심의 독주회를 한 독일의 Jasmin kolberg, 대만의 she-e wu, 미국의 Matt penland 등의 연주는 각기 해석접근과 논리가 달랐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것은 비르투오소(virtuoso)적인 면모였다. 특히 she-e wu의 연주는 지적이고 (Bach 작품연주) 미적인 표현접근 (G.crumb 의 sonata, Mike perdue의 Meta-marimba)이 돋보였다. Jasmin kolberg 연주는 논리적이고 치밀한 음악만듦이 감동적이었다. 이와 반대로 Matt penland 연주는 휴머니즘적인 측면 접근이 많아 보였고 음악적 친근감을 더 많이 주었고 듣기에 즐거웠다. 이들 모두가 대학교수라는 면에서 연주가 아카데믹했고 해석접근의 구성력이 튼튼해 보였다. 이들의 연주회들이 아쉽게 한 것은 연주곡들이 진부한 것이었다. 좀 더 새롭고 타악기 작품다운 곡들을 연주했더라면 좋을 성 싶었다. 물론 Bach, Max Reger, Debussy, Piazzolla등의 음악도 교육적인 면에서 필요하긴 하다. 서울 페스티벌이 현대(現代)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페스티벌을 추구한다면 시대에 부합된 작품연주가 더 합리적일 것 같다. 개막연주회시 서울 타악기 앙상블이 연주한 John cage 곡이나 Xenakis 곡 등은 오래전에 쓴 곡들이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연주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다. 이런 수준의 작품연주가 필요한 것이 그것이다.
신선한 기획 「박동욱의 밤」의 감동
넷째 날(7월 25일) 원로 타악기 주자 겸 작곡가(박동욱)의 타악기 작품만을 조명해 연주회를 마련한 것은 아주 신선한 기획이었고 잘한 일이다. 타악기계의 대 스승의 타악기 작품들을 한눈으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교육적인 시너지효과도 커보였다. 특히 참여자 대부분이 젊은 타악인들 이라는 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국내 창작 타악기 음악의 한 단면과 경향(흐름)을 인식케 했다는 면에서도 「박동욱의 밤」은 의미가 있었다. 특히 「솔로 팀파니와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은유」를 협연한 박윤의 연주는 팀파니가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친 최고의 노래를 하게 했고 그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접근도 또한 살만했다.
생산적인 페스티벌에 몇 가지 할 일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서울 페스티벌은 교육적인 시너지 효과가 큰 자리였고 국제적인 면모도 갖춘 생산적인 대축제였다. 이제는 서울 페스티벌이 만들어가야 할 몇 가지 일이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국내 타악기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타악기 음악 대축제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한번은 국제 한번은 전국 하는 식으로 한국의 타악기인 들의 대축제를 벌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 대학의 교내 페스티벌은 벗어나야 한다. 두 번째는 타악기 음악의 세계화내지 활성화를 하려면 청중들 속으로 페스티벌을 끌고 들어가는 일이다. 일부 타악인들 중심의 페스티벌로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서울시향 연주회가 성공하고 있는 것은 연주도 감동적이지만 청중들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어떤 이념이나 학맥이나 인맥 등을 초월해서 열린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렇게 하면 전국적인 타악인 대회나 축제가 가능할 수 있다. KNUA홀에서 나와야 한다. 국제적인 페스티벌을 하면서 전국적인 축제나 대회도 얼마든지 할수 있는 일이다. 주최측의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이번 서울 페스티벌은 규모로 보나 수준 높은 내용으로 볼 때 국제적이었고 성공한 페스티벌이었다. 그 열기도 대단했다. 청중들이 이제는 오케스트라 연주회만큼 타악기 축제에도 관심을 갖고 들으면 새로운 음악을 맛볼 수 있을 성 싶었다. 서울 페스티벌이 좀 더 회를 거듭한다면 세계적인 규모의 페스티벌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타악기 페스티벌을 기대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