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성균관대 하이브리드컬처 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2040년 한국의 삶과 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40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9.3세로 예측됐다. 직장에서 은퇴하고도 30여 년의 삶을 더 살아야 한다. 남은 여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대. 이 같은 추세에 따라 귀농·귀촌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강원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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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귀농·귀촌 인구 급증
힐링 인기·농업 제2 직업 선택
지난해 귀농인구 전년대비 두배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해 강원도를 찾는 귀농·귀촌인이 급증하고 있다.
강원도내에 정착한 귀농·귀촌 인구는 지난 2011년 3464명에서 지난해 6304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귀농·귀촌 가구 수도 2011년 2167가구에서 2012년 3758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도는 올 들어서도 9월 말까지 서울 등에서 강원도로 온 귀농·귀촌가구가 25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도내 귀농·귀촌 행렬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귀농 선호지역으로 경기(43.6%)와 강원(14.0%)을 꼽았다.
도내 귀농·귀촌인 중에는 전원생활을 동경해 농촌을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70~80%는 농업을 제2의 직업으로 선택한 경우라는 게 농정당국의 설명이다.
여기에 힐링에 대한 관심과 강원도의 청정 이미지가 맞물려 생태체험과 숲 해설가 등 직업군이 다양화된 것도 귀농·귀촌인 증가요인으로 분석됐다. 강원 귀농·귀촌에 대한 도시민들의 관심은 지난 10월 서울무역전시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2013 귀농귀촌 창업박람회’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림회가 열린 3일 동안 강원도 부스에는 총 1570여 명의 도시민들이 찾아 귀농·귀촌 상담을 받았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서울지역 도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도시민 귀농·귀촌 교육’에도 지난해와 올해 각각 135명이 참여했고, 일부는 실제 귀농·귀촌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인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은퇴자는 물론 40대 중년층도 강원 농촌에서 인생 2막의 싹을 틔우고 있다.
서울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양희주(41)씨는 지난해 영월로 귀농해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생활은 ‘먹고 살만’ 했지만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쳤다. 양씨는 “농사는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진다”며 “올해 2회째 농사를 지었는데 수익도 기대 이상이고 무엇보다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양씨는 특히 “귀농을 빨리 시작한 만큼 노후생활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최근에는 ‘반귀농 반귀촌’형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위험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피부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형철(60)씨는 부인과 함께 양양군에서의 ‘5도 2촌(도시 5일, 농촌 2일)’ 생활을 계획 중이다. 강씨는 특히 자신의 본업을 살려 양양군에서 ‘아토피 힐링 센터’를 운영할 생각이다.
양양군에서도 센터 건립 및 운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양양군 관계자는 “도시민 재능기부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귀농·귀촌 활성화와 지역민과의 융합 등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koreash@kado.net
강원도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귀농귀촌인들. 이들의 삶 속에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행복과 여유가 있다.
# 강원도서 맞는 새로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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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산 토종꿀 연구회의 양심꿀 대표 김성한씨. |
“도시를 버리고 여유를 얻다”
▶귀촌 19년차 김성한(62)씨
김성한씨는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춘천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소소하지만 재미있다.
그는 매운탕집 사장이자 숲해설가와 소양호 환경해설가다.
부업으로 토종벌도 키운다. 올해도 토종벌꿀 2.4㎏ 20병을 채취했다. 닭도 키운다. 그가 키우는 닭은 200여 마리나 된다. 사료는 주지 않고 등겨만 먹여 건강하다. 정성스럽게 기른 닭은 식당 등에 친환경 식재료로 공급되고 있다. 그는 19년 전. 서울에서 이곳으로 왔다. 그는 서울지역 유명 출판사에서 과장급으로 지내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삶이 ‘팍팍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관계는 거칠고 삶은 건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연에서의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게 됐다.
그는 “(서울은)인구가 많다 보니 출근길도 답답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많다. 무엇보다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귀촌을 결심했을 때 초등학생이던 두 딸과 아내, 부모님 모두 반대했다. 그는 “굳이 안정된 삶을 버리고 갈 이유가 있느냐고 (가족들이) 반대했었다”며 “지금은 가족 모두 만족해 한다”고 밝혔다.
아침마다 새들이 지저귀는 것도 좋다. 매일 맑은 공기를 마주하다 보니 심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그는 춘천지역에서 성공한 귀촌인으로 손꼽힌다.
지난 17일에는 춘천시문화재단 주관으로 도 광역자활센터에서 열린 ‘귀농·귀촌 토크쇼’에 초대돼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귀촌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도 했다.
김씨는 “정착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귀농·귀촌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며 “정착을 위해서는 재배할 작목이나 사업 아이템을 미리 정하고 전문가 조언과 현장 답사 등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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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록한우 체험농장 최영철 대표. 이진우 |
“귀농은 자유와 창조적 생활”
▶한우와 함께한 20년, 최영철(56)씨
춘천시 사북면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하는 최영철씨. 그의 하루는 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는 소 30마리를 방목해 키운다.
지난해부터는 체험농장을 열어 양 30마리도 키우고 있다. 성수기에는 월 수백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최씨의 농장은 춘천시의 ‘현장학습 교육농장’으로 지정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한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텃밭을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씨는 지난 1993년 서울 생활을 접고 귀농했다. 그는 연봉 1억 원의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다. 출장을 가면 5성급 호텔을 이용하는 등 젊은 나이에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씨는 “내 시간이 필요했다”며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눈에 든 건 ‘귀농’이었다. 귀농은 자유 속에서 창조적인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대가 극심했던 가족들을 설득해 고향인 춘천을 찾아 산을 초지로 만들고 소를 방목해 키우기 시작했다.
소박하지만 만족감은 컸다.
최씨는 “대도시는 시간 낭비가 많고 생활 유지비도 많이 드는 반면 농촌은 생활 자체가 여유롭다”며 “특히 주변 관계가 경쟁이 아닌 공동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귀촌을 꿈꾸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곳(농촌)에는 수익성이나 투자성에 대한 조언은 물론 귀농 생활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원책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koreash@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