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을 보내면서....

[최윤환]

오늘은 2023. 1. 23. 월요일.

하늘에 햇살이 오르고 밝다.

오늘 서울 날씨(일기예보)에는 최고온도 영상3도, 최저온도는 영하 1도.

설날인 어제보다 덜 춥다.

하지만 내일 정월 초사흘에는 서울에는 최고 영하12도, 최저 영하17도로 예상하니 내일은 엄청나게 춥겠다.

어제는 음력설 계묘년 새해 첫날 정월 초하루.

나는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한 채 서울에서 설 차례를 지냈다.

친척들은 자기네 집에서 차례를 지낼 터.

시골의 종가종손인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사니 서울에서 차례를 지낸다.

올해에도 그랬다.

나는 아내한테 설 차례 준비를 조금만 하라고 거듭 거듭 일렀는데도 아내는 나름대로 잔뜩 사서 잔뜩 진열했다.

돈은 아내가 다 지녔으까 아내가 알아서 차례음식물을 구입하고 만들지만 나로서는 영 마땅하지 않다.

뭐하려고 그런 데에 돈을 지나치게 많이 써?

차례음식물,  제례음식물 등은 대체로 보여주기식 군것질용이다.

인터넷에서 차례, 제수용 음식물에 관한 사진을 검색했다.

조금만 퍼어 여기에 올린다.

차례, 제사, 시사/시향 등의 음식물은 이래야 하는 거 아녀?

영혼들이 지상에 내려와서 냄새와 눈요기로 맛을 보고 자셔야 할 것이고, 절한 자손들과 일한 사람들이 함께 나눠서 먹어야 하기에.

그런데 말이다. 뉴스에 거듭 오른 내용이다.

경상도 안동 퇴계 이황네의 가문이 제시한 차례상 사진으로는.... 고개가 흔들어진다.

퇴계 이황(1501 ~ 1571년)이 어떤 분이던가?

조선조 유교문화의 대가이며,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거두가 아니었던가?

수십만 평의 농토와 376명 쯤의 노비를 거느렸던 거부 양반네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2023년 1월 음력설날 즈음해서 '성균관....'에서 제시한 차례상(뉴스 사진)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사뭇 흔들었다.

퇴계가 생전에 이런 식으로 차례를 지냈으며, 사후에 그의 자손들이 이런 식으로 차례, 제사를 지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그 당시의 퇴계 가문네 딸린 의 그 많은 식솔들 특히나 아랫것들인 하인, 노비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아마도 21세기인 지금은 그냥 '보여주기'으로 아래 사진들을 예시했을 것 같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두 사진이다.

비교해서 참고하기 바란다.

               위 사진은 지나치다는 느낌

퇴계 이황네가 제시한 차례상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 왔다.

용서해 주실 게다.

제사 차레상의 모습을 독자한테도 보여주려고 했기에.

*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인다.

2023년 1월 1일부터 음력 계묘년이 시작되는 것일까?

뉴스에서는 새해 첫날이라면서 2023. 1. 1.에 관하여 '계묘년'이라는 용어로 보도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는 거짓, 가짜, 속임수였다.

2023. 1. 1일은 양력이지 음력은 아니다. 음력으로는 계묘년이 아닌 임오년 섣달열흘이다.

토끼띠의 해 계묘년 운운했기에 나는 이를 보고서는 깎아내렸다.

내가 이 카페에 '계모년'이란 용어로 글을 썼더니만 회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댓글이 더러 더러 올라왔다.

'계모년'이라니...

토끼띠의 계묘년은 어제부터 시작되었다. 정월 초하루이었기에.

하루가 지난 오늘은 초이틀.

햇볕이 맑고 밝아서 내 기분도 덩달아 살아난다.

내 몸은 비록 서울에 있어도 마음만큼은 늘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에 내려가 있다.

갯바람 넘어오는 산골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 

사방이 얕은 야산으로 둘러싸여서 산 말랭이 언저리에 있는 고향마을은 지대가 높아서,  손바닥만큼이 작고 좁다.

마을회관 옆에 붙은 텃밭.

텅 빈 집을 둘러싼 텃밭에서는 겨울날씨가 추워도 텃밭에 가득찬 나무가지와 풀뿌리에는 새싹이 움틀 준비를 할 게다.

날씨가 곤두박질하게 추워도 동지도 지났고, 음력설날도 지났기에 저 멀리에서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게다.

마을 앞산 남서쪽에 있는 산.

서낭댕이 고개마을 남서쪽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은 최씨네 무덤들이 있다.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서북쪽을 내려다보면 서해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틀면 태안군 안면도 방향이며, 대천해수욕장, 용머리해수욕장이 보인다.

고개를 왼쪽으로 틀면 무창포해수욕장, 서천군 마량포구 등의 갯바다가 멀리서도 보인다.

선산에 올라 10여대의 무덤마다 절을 올리고...  내 아버지와 어머니 무덤에도 절을 하고, 나와 쌍둥이었던 동생의 무덤에도 절을 올리곤 했다.

쌍둥이 동생은 대학교 시절 여름방학에 시골집에 왔다가 울안에서 뱀 물려서 다음날 대천병원에서 죽었다. 만20살을 조금 넘긴 앳된 청년이었는데도...

형인 나는 동생이 죽은 뒤로도 지금껏 산다.

올해 8월이면 동생이 죽은 지도 만54년이 된다.

해동되는 올 3월에는 고향에 내려가야겠다.

낡은 함석집(1957년에 개보수함) 주변을 둘러싼 텃밭 세 자리.

밭에 가득 찬 과일나무, 꽃나무, 풀들을 올려다보고 내려다보아야겠다.

또한 삽 호미 낫 톱을 들고는 서낭댕이 앞산에도 올라야겠다.

무덤가에 난 풀뿌리를 캐어내고, 눈앞을 가리는 나뭇가지를 살짝이라도 베어내야겠다.

시원한 갯바람이 넘실넘실 불어와야 하니까.

핸드폰에 문자가 계속 찍힌다.

내일 엄청나게 춥다고 한다.

주머니와 지갑두께가 가뜩이나 작고 좁고 엺은 나한테는 또 걱정이다.

늙은것이 되어서 등허리가 굽혀져서 땅바닥이나 내려다보는 세월에 와 있는 나한테는 이런 일기예보를 보면 겁이 버럭버럭 난다.

바깥으로 나서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 산책로를 한바퀴라도 걸어야 하는데도 산책로가 살짝 얼면 나는 어쩌라고.

어리버리한 늙은이가 엉거주춤하다가는 넘어지는 크게 다칠 터. 은근히 겁이 난다.

추레하게 늙어가는 나한테는 그저 따스한 봄바람, 햇볕이 훨씬 더 소중하다.

                                     2023. 1. 23. 월요일.

잠깐 쉬자.

단숨에 다다닥했으니 은근히 지친다.

[박민순]

차례는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것이기에
가장 기본적인
술과 안주 두어 가지나
고인이 평소에 즐겼던 음식 올리고
차(커피나 녹차나 그 외 차 종류)를 올리는 것도 좋을 듯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리는 것도
다 허례허식으로 비쳐집니다.

저는 어버이날, 벌초, 시제 때 고향의 선산을 찾아
술을 한 잔 올리거나
어머니가 즐기셨던 커피를 한 잔 올리고(커피는 미리 보온병에 타 가지고 갑니다)
절을 두 번 하면서 예를 올립니다.

기 제사니 명절 차례니 그런 것은
저에게는 없습니다.

[박민순]

우린 종교는 읍써유.
건강이 아주 안 좋으시다던 아부지께서 작년에 결국 돌아가셨군요.

삼가 조의를 전합니다. 칭구!

[최윤환]

댓글 고맙습니다.
설과 추석의 차례는 작게 적게 조그만 차렸으면 합니다.
지금도 지나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어린시절인 1950년대, 청년시절인 1960년대의 설과 추석..행사는 대단했지요.
그거 다 허례허식...
산골 시골사람들이 뭐 그리 대단한 조상을 두었다고...
2020년대인 지금은 많이도 간소화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겠지요.

[최윤환]

예...
저는 아무런 종교도 없고, 이런 유교문화에도 별로이지요.
그냥 내가 돌아가신 분들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한다는 뜻에 차례, 제사, 시향 등을 지내지요.
종가종손인 내가 이럴지니....
그래도 어제는... 제 아내는 많이도 준비했대요.
아내는 성당에 다니기에 어제 새벽에 성당에 나가서...
나중에 보니 아침 차례상을 준비하대요. 종교를 떠나서 조상한테 음식 차려드리고, 절/ 인사 등을 올렸으면 합니다.
마음속으로요.

댓글... 그거 많이 달면 안 되나요?
상황에 따라서는 전혀 안 달아도 되며, 또는 더 많이 달 수도 있겠지요.
오래 전... 시험 보려고 우리나라 헌법을 깡그리 달달달 외웠던 저는 법논리, 규칙 등에 대해서는 조금은 융통성이 있었으면 합니다.
아마 카페에서도 그럴 겁니다.

[최윤환]

조금은 허례허식도 필요로 합니다.
먹을거리를 재배하려고 농산임업에 종사하는 일꾼이며, 이를 운반하는 운송업자이며, 이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업자들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단지 보여주기식의 형식적인 차례문화만큼은 줄였으면 합니다.
21세기인 지금도 양반가문이 남아 있지 않기에 더욱 그러할 겁니다.

박 선생님의 방법이 아주 타당하군요.
저도 어머니 아버지 산소에 오를 때에는 먹을거리 조금만 싸서 상석 위에 올려놓지요.
나중에는 아내와 제가 먹고요.

[최윤환]

댓글 고맙습니다.
님한테는 위 글이 장문이군요.

저한테는 지극히 짧은 글이지요.
시간당 3,600 ~ 5,000자를 다다닥하거든요.

나이가 자꾸만 많아지는 지금...
남는 것은 글과 사진 그리고 물품이대요.
기억과 추억은 개인이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없대요.
그래서 저는 날마다 글 쓰지요. 그거라도 있으면 몇년 뒤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다시 읽으면 옛기억, 예추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대요.
님도 글 길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이제는 자꾸만 써서 남기세요.
그게 훗날 소중한 자산이 되니까요.

저는 다달이 어떤 문학지에 글 하나씩 올리는데.. 글감의 소재는 모두 예전에 쓴 일기 등에서 추려서 올리지요.
기억이 새록새록 나니까요.
카페에서도 그럴 겁니다.
글자와 사진이 오래 보존되기에 나중에 하나씩 추리면 소중한 자원이 되지요.

[베리꽃]

하늘나라로 일찍 가버린 동생이 늘 그리우시겠어요.
그러고 보면 사연없는 사람이 없군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차가지고 가끔 무작정 길나설 때 한번 들려볼까요.

[최윤환]

저한테는 정말로 소중한 쌍둥이 동생이었지요.
어린시절 객지로 공부하러 갈 때 두 쌍둥이가 서로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요?

댓글 고맙습니다.
예... 그렇게 하셔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살짝 에두르면...
보령지방에 오면.. 대천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서천 춘장대해수욕장....
또는 보령해저터널을 달리면 원산도., 외연도... 등의 섬마을이 줄줄이 이어지지요.
대천해수욕장과 태안군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기에 해양관광지역이 많지요.
특히나 태안군으로요.
강원도 영월의 태백 산골보다는 서해안 갯마을의 먹을거리가 훨씬 많고 풍부하겠지요.
갯바람도 쐬고.... 멀리 수평선도 바라보고...

그래요. 베리꽃님 충남 서부지역을 한 바퀴 후이 둘러보세요.
이제는 나이가 들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요인이 자꾸만 늘어날 겁니다.

[알천]

최윤환님의 글 재미있게 잘 읽
었습니다.
우리나라 새해는 양력 기준으로 새로 맞이하는 새해는 일본이 1936년 조선 문화를 말살 하고자 음력 설을 양력으로 바꾸면서 현재까지도 양력은 그대로 사용하는 것 까지는 좋으나 위에도 언급을 하였습니다만 양력 새해가 되면 2023년 새해를 명시하면 되는데 다가오지도 않은 간지 즉 계묘년을 "2023년에 간지를 같이 사용하는 것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지적을 잘 해 주셨습니다.
우리 고유 명절인 설(음력1월 1일)에 계묘년이라고 붙이는게 맞는 표기법이라고
지적하는 것을 여러번 본적이 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최윤환]

댓글 고맙습니다.
양력 새해에는 공직자, 공기업체 등에 다니는 직원들한테는 꼭 필요로 하지요.
1월 1일은 법정공휴일이라서 쉬니까요.
하지만 음력설은 국민 모두가 즐겁게 맞이하지요.
설 차례 음식물을 파고 사는 사람들이며, 연휴기간에 부모를 찿아뵙고, 친지들을 만나고...
등등의 긍정적인 측면은 많을 겁니다.
음력설은 아마도 3,000년 이상을 지속하여 왔을 겁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서양력을 썼나요? 그거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각종제사.... 음력으로 지내고, 아버지, 어머니의 제사는 양력으로 모시지요.
그 위대는 음력으로 지내고요.
설, 추석만큼은 음력이었으면 합니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기에.

[고들빼기]

아들이 국민학교 오학년 때까지는 우리집도 제사나 차례를 모셨습니다
어머니 께서 떠나시긴 얼마전 우리 내외에게 < 너희들은 예수 믿으니까 이젠 제사 그만 지내도 된다 >고.....
그해 어머님 가시고부터 차례는 지내지 않고 명절음식 싸기지고 성묘가서
부모님 산소앞에 자리펴고 먹고 옵니다 ~~

[최윤환]

예
잘 하셨습니다.
개인에 따라서 각각이겠지요.
제 처가... 8남매인데... 어떤 자손은 유교식, 어떤 자식은 천주교, 어떤 자식은 기독교 등 제멋대로 제각각이대요.
제 아내는 성당에 다니면서도 차례, 제사상은 더 열심히 장만하대요.
어떤 방식이던 간에 개인의 성향에 따라야겠지요.
저는 시향/시제를 지낼 때에는 간식화된 유교방식에 따라서 제례를 모시지요.
간소화된 방법으로요.

[지 존]

성님 형수님께 잔소리 금물인거 아시죠
조상에게받치는 상 퇴계선생님의 지혜가 필요하네요

[최윤환]

제 아내는 성당 다니는데도... 제 조상 차례, 제사는 성실껏 모시대요.
나는 생선 비린내를 무척이나 싫어해서 조기 등 생선류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차례, 제삿상에는 생선이 늘 오르대요.
어제 오늘... 밥 먹으면서 아내한테 지청구를 먹습니다.

당뇨병환자는 생선, 육류 등의 고기를 먹으라고 의사가 계속 말하는데도 왜 당신은 안 먹어요?
오늘 점심에도 생선, 갈비찜등이.... 올랐으나 갈비만 겨우 조금만 먹고는 생선은 아예 손도 안 댔지요.
저는 제사... 자꾸만 간소화하렵니다.
그거.... 물건 파는 장사꾼들이나 좋아하겠지만.... 저는 아니올씨이다.
아내....
제 자식들한테는 소중한 엄마입니다.
저 역시 자식을 넷이나 낳아 젖 물려서 키운 아내를 소중히 여기지요.
그런데도 이따금 내 성깔이 불처럼 급해서 욱하는 기질이 있기에.... 나를 더 수양해야겠습니다.

[자연이다2]

네 잘 읽었어요

[최윤환]

댓글 고맙습니다.
위 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요.

[운선]

제가 진성이씨 퇴계 파입니다
요즘 이황의 제사 상차림이 핫하지요 장례 절차도 논의 되고 있더군요 시대가 물질만능주의가 되다보니 화려한 상차림이 곧 부와 권력 신분상승으로 나타나는 추세여서 이리 되었지 싶습니다
지향해야 할 문제지요

[최윤환]

진성이씨라....
양반집 가문이군요.
이씨조선 중기(1500년대 중반)의 명문거족이니 그 위세가 대단했겠지요.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떠받드는 이가 많으니....

무척이나 허례허식이라는 느낌이지요.
가진 게 많은 부잣집은 별걱정없이 음식물을 장만하지만서도 없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21세기인 지금도 서울 시내에서 밥 한끼를 얻어먹는 사람이 있다고 하대요.
어제 뉴스에 보니까 나눔의 집에는 오전 11시부터 줄을 서서 설날 떡국을 얻어먹으려고 수백명이 ....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고 싶대요.

퇴계 이황 명족 가문...
본관이 진보이씨(진성이씨라고도 함) 이황선생 ..
저 국사공부를 더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