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년에 3그루의 앵두나무를 심었는데 작년 부터 열리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많이 열렸다.
워낙 많이 달려서 솎음을 해주기 어려웠다. 잎도 매우 무성해서 열매와의 조화로움이 많이
부족한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눈으로 판단하는것이라 앵두자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비가 온다고 하여 살펴보니 앵두가 말라서 많이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대부분 채취를 했다. 이웃에게 조금 나눠주고 카트기에 넣어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 먹다가
새콤한 맛으로 뱃속이 물러 먹지 않게 되었다. 남은 것은 버리는것이 답이다. 괜시리 아까워 하면 배탈이
날 염려가 있다. 앵두 . 자두 . 대추 곁다리들은 사정없이 쳐내주었다. 그러나 자고새면 잎과 가지가
무성하다.
대부분 4월에 심은것들은 6월 정도이면 수확을 하는데 키만 크지 열매 맺는 시기는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동생이 텃밭에 무엇을 심었느냐고 물었다. 얼갈이배추 . 열무 . 감자 . 고구마 . 토마토 . 가지 . 파프리카 . 당근
. 옥수수 . 땅콩 . 상추 . 쑥갓 . 청경채 . 취나물 . 더덕 . 부추 ......
적어서 사진으로 보내줄께 하하.
가지수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브로컬리 다섯그루를 심었는데 하나가 죽고 나머지는 브로컬리를 달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청벌레를 잡아 주었다. 바꾸어 말하면 청벌레는 브로컬리를 매우 사랑하여 낮이나 밤이나 먹는다는것이다.
가지잎에는 예쁘지 않는 무당벌레가 생기기 시작하면 잎이 말라간다. 보이는데로 잡아야 한다.
밭 가장자리에 앉아 땅을 바라보면 개미가 항상 일을 하는것을 보았는데 요즘은 없다. 개미는 어디로 갔을까?!
봄 당근 수확이 좀 늦어졌는지 당근에서 잔뿌리가 나왔다. 모두 뽑아 집으로 가져와 믹서기에 몇개를 갈아서
남편에게 주고 나도 먹으니 맛이 있다. 오이가 많이 열려 따고, 가지도 여러개 따서 집으로 가져온다.
텃밭은 거의 마트 수준이다. 야채는 거기에 다 있다. 일절 약을 치지 않고 수확하려면 부지런히 그들을 돌보고
대화를 해야 한다. 퇴비가 충분해야 그 들은 살만하다고 한다.
옥수수도 간신히 달리기 시작해서 두개가 달린것은 한개를 따내 주었다.
아무리 잘 키운 옥수수라도 한자루 이상은 잘 되지 않는다는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배들배들 말라가던 녹두가 꽃을 발견하기도 전에 밤새 기다란 씨앗주머니를 쭈욱 내밀었다.
그들은 기회를 놓지지 않는다.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잠간씩 오는 기회에 할 일을 다한다.
나고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존경스러운 식물들이다.
당근을 뽑은 자리에 가을 당근과 쪽파를 심을 예정이라 심을 때를 체크해둔다.
영양가 있는 밭을 잘 만들어 딱 그 때! 씨앗을 넣어주면 나머지는 보드라운 흙속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것이다. 빛 한줄기 지나가면 싹을 내고, 바람 한줄 지나가면 가지가 자란다.
구름이 비를 몰고 오면 구겼던 잎을 편다. 비 한줄기 지나가고 무지개가 뜨면 키를 쭈욱 올리고
태양 바라기를 시작하는 나의 식물들~! .
손녀딸이 오는 방학때에 맞춰서 옥수수가 익어줄거라고 말한다.
토마토도 아직은 볼터치만 살짝했는데 그 때는 더 붉게 익을거라 수줍게 동그라미를 그린다.
브로컬리를 송이송이 따고, 고구마도 조금 비쌀때 캐 먹으라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땅은 나의 스승이다. 게으름을 허락하지 않는다. 너무 서두름도 허락하지 않는다.
딱! 그 때를 놓치지 마라고 늘 일러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땅에 그 식물들에게 인사하러 간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