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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안국현-
저녁은 눈부시지 않아서 아름답다
목련은 저녁빛을 얼마나 모아 왔을까
가지 끝마다 꽃을 피웠다
눈부시지 않는 빛의 깊이를 본다
그 깊이가 바로 아름다움이어서
저녁빛 같은 꽃잎을 피우는,
즐거운 일이 내게도 일어났으면 싶다
그러나 저녁은 무섭다
저녁은 스스로 어두어져 가벼운 빛들을 드러낸다
사실, 꽃을 피우는 일이 서 있는 일보다 어렵고
사실, 꽃빛의 깊이를 갖는 일이, 향기 내는 일이
꽃을 피우는 일보다 아름다운 것인데
나는 뿌리내리는 법도 익히지 못했다
눈부신 것만을,
너무나 눈부셔 가벼운 것만을 쫓아다녔다
울고 싶다 무섭고 아름다워서
저 거리의 눈부시지 않은 것들을 한참 보면
P.S. 눈부시지 않아서 아름다운 세원고 연극부 제1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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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