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게부터 본격적으로 눈이 뿌려대더니 늦은 시간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종일 세찬 바람이 불어대며 진눈깨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날씨도 어찌나 차가와졌는지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세찬 바람만 몰아쳤으면 나갔을텐데 예측할 수 없는 들쑥날쑥 진눈깨비 덕에 하루 편한 휴식을 가졌습니다.
4시 넘어 산책가자는 말에 열심히 동화책 베끼고 있던 태균이 한귀로 흘리는 듯 하고, 준이 완이는 애니메이션에 빠져있습니다. 혼자 꽁꽁 싸매고 수산 한못을 걸어봅니다. 오늘 정도면 한기가 꽤 심한데도 길가 토끼풀과 잡초들은 너무 초록빛이 쌩쌩해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수산한못은 인적이 있을리 없지만 대대적인 정리정돈 작업이 있었는지 산책길이 너무 깔끔해져 있습니다. 수산한못 산책길은 떨어진 동백꽃잎들로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하늘은 짙은 먹구름에 잔뜩 둘러쌓여 뿌려대는 눈발들이 심상치않은 폭설로 이어질 듯한 분위기입니다. 혼자 빨리 걸어다니며 하루라도 빼먹으면 왠지 근질근질한 만보중독을 해소해 봅니다.
그렇게 간단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태균이가 옆에 딸린 창고방을 드나들며 무언가를 막 찾고있습니다. 입었던 경량파커와 바지를 빨아서 그 방에 널어놓았더니 그거 꺼내달라고 제스츄어를 해보입니다. 산책가자는 말을 던졌으니 동작실행이 늦을 뿐 반드시 가고야마는 태균이 특성을 깜빡하고 괜히 혼자다녀왔나 봅니다.
집으로 들어가 두꺼운 점퍼를 입히고 다시 나선 함께 산책길. 간만에 둘이서 다정한 데이트. 머리통이 커서 당최 맞는 모자가 없으니 이번에 장만한 겨울모자도 머리 위에만 걸쳐집니다.
짙어져가는 어둠 속에 먹구름만 가득하더니 태균이가 왔다고 반갑다고 하는 듯 하늘에 구멍 하나가 뚫리더니 그 사이로 붉은 빛이 쏟아집니다. 묘한 풍경입니다.
제주도에 와서 가장 좋은 것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사방팔방 자연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툭 터진 곳이 흔해빠진 것. 특히 지금 머무는 곳은 사방으로 뚝 터진 자연풍경이 너무 좋은 곳입니다. 두번째는 참으로 보기 어려운 교회첨탑 불빛들. 제주시나 서귀포시 중심으로 가면 달라지겠지만 외곽에서는 좀체로 보이질 않아서 이 점 참 좋습니다.
도시 주택가나 상가중심의 스카이라인은 거의 교회첨탐들이 다 차지해버렸습니다. 분당이나 용인의 크고작은 빌딩 최고층은 거의다 교회일 정도로 교회도 많다보니 밤에는 첨탑에서 빛나는 십자가 불빛들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런 정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연가득 풍광이 딱 제 취향이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그런가 가까이에 첨탑 십자가 불빛이 멀지않은 곳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풍경입니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이 내일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줄 지... 내일을 기약하며 녀석들 좋은 꿈 꾸길 바랍니다! 그러고보니 성탄절이 곧이네요.
첫댓글 날씨에 관계 없이 태균씨 산책 루틴이 놀랍습니다. 겨울 옷 사진이 더 건강해 보이구요.
만보 중독! 부럽습니다.
전 방구들 귀신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