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3년 신춘문예 심사평
▷ 문화일보 당선작 <천둥 번개는 곧 그쳐요>
장애를 가진 오빠를 돌보는 동생의 아픈 마음 치유하기
올해의 투고작들에는 예년과 다르게 뚜렷하게 눈에 띄는 경향도 없고, 그렇다고 다양한 관심 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장, 구성, 서사는 무난하되 무엇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남는 게 없는, 힘없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사회 전체가 무기력해진 요즘 세태와 인간 군상이 반영돼 있는 듯해 심사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다.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작품 중 ‘엄마의 날개옷을 숨겨라’는 필리핀인 엄마가 자기를 남겨두고 필리핀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하는 아이 이야기다. 서사가 선명하고 문장이 단정하기는 하지만 의례적인 정황 설정과 해피엔딩이 설득력과 공감력을 떨어뜨린다. ‘대박세일’도 비슷한 경우로, 가난한 슈퍼마켓 집 아이인 화자가 짐짓 쿨하고 쾌활하게 살면서 부자동네에서 전학 온 친구와 가까워진다는 이야기에서 상투성을 털어버리는 데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할머니의 비밀 장례식’은 좋은 소재와 날렵한 문장으로 기대를 걸게 했지만, 산만한 구성이 약점이었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중심 모티프라고 할 수 있는 할머니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그리하여 당선작은 ‘천둥번개는 곧 그쳐요’로 정해졌다. 자폐아인 오빠 돌보기에 지친 동생이 어느 날 없어진 오빠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로, 내성적이고 착한 아이의 마음속 갈등과 분노, 피로, 원망 등의 감정이 세밀하게 짜여 있다. 엄마, 친구, 이웃사람, 선생님 어느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 앓는 아이에 읽는 이의 마음이 아린데, 이 마음 아림을 이끌어내는 촘촘하고 결 고운 문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천둥번개’라는 상징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솜씨도 믿음직하다. 다만 에피소드는 많은데 그것들을 굵직한 서사로 세워내지 못하고 독백이나 회상 안으로 희석시켜버림으로써 이야기가 소품화된 면이 아쉬운 점이다. 심사위원 김서정 · 황선미
▷ 서울신문 당선작 <하트>
미래 배경, 감정조절을 위한 감정과외.. 할아버지의 퐁퐁이로 감정 조절하는 하트 떼어내기
요즘 같은 팍팍한 시기에 과연 좋은 동화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신춘문예에 응모한 수많은 동화작가 지망생은 물론이고, 당선작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232편의 응모작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들이다. 아직도 그렇게 많은 동화를 이 땅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썼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공모이기에 몇 가지 기준을 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회장’과 ‘춤추는 수건’은 둘 다 휴대전화와 수건이라는 사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어간 공통점을 가진 수작이었다. 하지만 전자는 동화에 담기에는 부적절한 몇몇 표현 때문에 탈락했다. 후자는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힘들게 감동적이고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어린이들이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는 동일화의 덕목을 놓쳐 어른들의 동화가 되어버린 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작품 ‘하트’를 골랐다. 후반부에 급박하게 대화 위주로 사건을 전개해 서술이나 묘사가 좀 부족하다는 흠은 있었다. 하지만 시의성을 잘 띠고 있으며, 동화적 상상력이 출중하고, 동일화의 덕목도 지켜냈다. 재치 있는 이야기 구사 능력에서 보여주는 대성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며 축하해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고정욱. 채인선
▷ 조선일보 당선작 <명왕성에게>
부모의 이혼을 앞둔 소녀의 외로움을 명왕성에게 보내는 편지로 표현, 입말체
올해 응모작은 287편으로 작년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러한 양적인 증가가 질적인 향상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늘어나고 있었다.
박진영의 ‘가기 싫어요’와 박윤우의 ‘명왕성에게’는 당선작을 고르기 전에 무척 망설일 만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원고들이었다. ‘가기 싫어요’는 아이의 힘으로는 거역할 수 없는 ‘엄마의 말’ 때문에 황당한 상상을 하는 모습을 ‘이상한 아저씨’를 통해서 반복적이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하였다. 학원에 가기 싫다는 그 한마디를 아이가 엄마에게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솜씨 있는 마무리도 돋보인다.
‘명왕성에게’는 엉뚱한 상상을 좀 더 색깔 있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또한 이혼이 진행 중인 엄마 아빠와 사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안쓰럽지만 참으로 사랑스럽다. 어른들의 일을 어찌할 수는 없지만 가족의 기억을 흔적으로 남기려는 아이의 마음이 ‘사라진 행성 명왕성’과 ‘우주의 마당’ 같은 비유 덕분에 빛을 발한다. 그 희미한 빛 뒤에 깔린 어른들의 어둠이 그래서 더 잘 보인다.
글 솜씨는 좀 덜 세련되었으되 아이와 어른의 내면이 좀 더 깊이 있게 드러난 ‘명왕성에게’를 당선작으로 밀며 축하를, 그리고 ‘가기 싫어요’의 투고자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최윤정 아동문학평론가
▷ 한국일보 당선작 <시계 수리점의 아기 고양이>
길고양이 이야기를 동화스럽게, 난로처럼 따스한 문체로 표현
문학도에게 신춘문예란 단순한 상 이상의 무엇이다. 이 관문을 통과한 사람, 끝내 그러지 못한 사람, 응모작을 검토하는 사람조차 감정의 질은 다를지라도 가슴 묵직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만드니. 응모작들이 우리 삶을 모자이크 해주는 거야 당연한데 그 내용 때문에 이번처럼 우울한 적이 또 있었을까. 상당수가 편부모 가정, 집단 괴롭힘, 성폭행, 편견 등 어두운 현실을 다루었다는 그 경향만으로도 우울한데 문제를 드러내기만 한 의식에는 많이 암담했다.
본심에 올려놓고 고민한 작품은 '어떤 평화' '무 뽑는 날' '번개의 전설' '우산' '시계 수리점의 아기 고양이'였다. 이 작품들은 대체로 동화의 분위기를 잘 구현해 낸 편이었고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얻었다.
'어떤 평화'는 까마귀의 눈으로 서식지의 변화를 바라본 시도는 좋았으나 환경과 개발에 대한 고민이 기왕의 습관적 방식에 그쳐버렸다는 아쉬움이 컸고, '무 뽑는 날'은 인물들의 입말이 아주 감칠맛 나고 문장의 완성도가 좋은 반면 땅 수호신의 등장이 부자연스러운 결점을 보였고, '번개의 전설'은 번개를 맞으면 생명을 얻게 되는 우산들의 전설을 흥미롭게 설정하고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우산'은 아이다운 감성과 빛이 느껴지고 읽는 내내 환한 그림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인물 간의 믿음과 관계형성이 건강하고 아이와 여우의 대화가 재치와 더불어 말끔하다. 그러나 어린왕자 이야기에 상당량을 할애하고도 정작 스토리 라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사실은 지금부터일 것 같은 미진함이 남은 상태라 완성된 이야기로 보기가 어려웠다.
'시계 수리점의 아기 고양이'는 소재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으로 올리기에 충분했다. 직조된 전체 그림이 정답고 애잔한 정서를 일관되게 보여주고 문장의 리듬감이나 언어의 운용이 자연스럽다. 특별한 설정 없이도 환상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능력과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대상을 대하는 인식에 성숙함이 돋보여 이 작가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어졌다. 멋진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 동아일보 당선작 <우주놀이>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에게 질투를 하다가 이해하게 되는 주인공
총 190여 편의 응모작을 읽으며 올해는 유난히 아이들의 소소하고 뻔한 일상에 지나치게 붙들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문학적 상상력의 고갈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된다. 예년에 비해 이른바 판타지 동화에 속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혹시 꿈꿀 여력조차 없는 현실을 반영하는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모두 네 편이었다. 길고양이가 소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그 아이가 온 것 같다’는 안정되고 잔잔한 서술이 호감을 주었으나 참신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비행예방백신’은 모처럼 판타지 형식의 미래를 다루었을 뿐더러 문제의식이 좋았으나 서사적 연관성을 더욱 촘촘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태풍 때문에 깨진 베란다 유리창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이야기 ‘나는, 창문’은 흔히 지나치기 쉬운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할뿐만 아니라, 예술의 역할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큰 장점을 보여주었으나 이른바 리얼리티가 부족한 것이 결정적인 흠으로 지적되었다.
당선작인 ‘우주놀이’는 장애아 현수가 오기 전까지 반에서 최고 인기남으로 있었던 화자인 나, 박민철의 갈등을 다룬다. ‘장애를 가진 친구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라는 일견 진부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서술보다는 묘사로써 독자에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었고, 흑백논리로 아이들의 행동을 파악하지 않는 건강함이 돋보였다. 고심 끝에 심사위원들은 진부한 소재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일구는데 성공한 ‘우주놀이’를 당선작에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심사위원 김경연 아동문학평론가, 황선미 동화작가
▷ 부산일보 당선작 <방귀걸 한다진>
저마다 갖고 있는 아이들의 재능을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자존감 높이기
114편의 응모작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다.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해 보자면 한 부모 가정의 아이가 겪는 어려움, 성적이나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부모와의 갈등, 자연이나 동물을 의인화해서 살펴본 어린이의 삶이나 환경 문제 등이다. 소재는 각기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세태와 어린이의 삶을 통해 그들의 현실을 천착하고 있었다. 문학적 완성도와 재미를 기준으로 삼아 심사한 결과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당선작 '방귀걸 한다진'을 비롯해 '고양이 석상의 비밀' '아빠는 진짜 부자다!' 등 세 편이었다.
'고양이 석상의 비밀'은 판타지 동화로 평범한 아이 철온과 고양이 석상이 기억을 거래하는 내용으로 매끄러운 문장과 단단한 플롯이 장점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당장의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조건으로 자기의 좋은 기억을 내준 끝에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스토리의 도식성이 감점 요인이 됐다. '아빠는 진짜 부자다!'는 아빠가 실직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유머러스한 문장, 재미있는 스토리 등이 흥미롭게 읽히나 실직 가정의 단면을 좀 더 예리하게 포착하지 못한 채 시트콤처럼 그린 점이 아쉽다.
당선작 '방귀걸 한다진'은 자칫했으면 평이해졌을 이야기를 판타지 기법으로 처리해 문학성과 재미를 높인 점이 돋보인다. 아이들에게는 각각의 재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성적 하나로 재단하려 드는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노골적인 대사나 문장 하나 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신선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이 가진 장기를 '방귀'로 설정해 어린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점도 작가의 재능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떨어진 분들에게는 격려와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심사위원 이금이
▷ 국제신문 당선작 <별난 예술가>
사고로 손을 다친 아빠가 자랑스럽게 목욕탕 때밀이가 된 이야기
올해 응모자와 작품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 40대에서부터 60대 현역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중후한 세대의 등장이다. 그래서 작품마다 인생의 무게가 실려 동화의 참맛에 다가간 흔적이 퍽 고무적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환상적인 동화보다는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한 소년소설이 많아 동화적인 문장보다 소설적인 문장이 대세를 이루었고, 독자층도 중학생까지 올려 청소년 소설에 가깝게 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결손가정,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 3분의 2를 넘었다. 이는 응모자의 시선이 요즘 잘 팔리는 동화 소재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내 사랑 고여사', '마음을 집는 젓가락', '별난 예술가', '입술이 좋아요'는 고만고만한 이야기 속에서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 작품들로 동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고루 들어 있었지만 하나씩은 흠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별난 예술가'(한기훈)와 '입술이 좋아요'(황성진)는 그 흠을 비교적 따뜻하고 보드라운 동화의 이불로 잘 덮은 작품이다.
'별난 예술가'는 막힘이 없이 술술 읽히는 문장의 재미와 장애 아빠가 재기하는 노력이 희망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입술이 좋아요'는 청각장애아인 주인공이 입술에 집착하는 소재는 돋보였으나 사진작가의 입술 전시회 부분을 압축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 '별난 예술가'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소중애 배익천(이상 동화작가)
2. 2012년 각종 공모전 심사평
2-1. 어린이 문학상
▷ 비룡소 문학상 성완 작 <다락방 명탐정>
심사경위
저학년 동화의 지평을 넓히고 참신하고 재능 있는 작가의 발굴을 위해 비룡소에서 제정한 ‘비룡소 문학상’의 2회 수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 원고를 최종 마감한 제2회 비룡소 문학상에는 옛이야기, 의인화동화, 생활동화, 판타지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저학년 동화 총 218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예·본심의 심사 과정을 거쳐서 성완의 「다락방 명탐정」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심사평
본심에 올라온 작품이 모두 수준이 높고 재미있었다. 고학년 동화가 소설화하는 경향과는 대조적으로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발상들이 동화의 본령을 보여 주어 좋았다.
「전깃줄 위의 게」는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좋았으나 작가의 관념이 드러나는 의인화 동화의 일반적 결함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
「선생님을 돌려 주세요, 제발!」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나이 많은 담임선생님을 만나 겪는 갈등을 재미있게 그려 내고 있는데 지나치게 설명적인 험이 있고, 갈등이 설득력 있게 해결되지 않아 결말이 약했다.
「내 이름이 들어있는 편지」는 맹인인 아이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갈등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깔끔한 작품이나 타자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가 소재의 특수성에 덮일 우려가 있었다. 또 저학년에 맞는 작품인가 하는 문제도 있었다.
「나는 임금님이야」는 임금님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톨이 아이가 상상 속에서 자신의 백성들을 만나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재미있는 발상의 이야기다. 그러나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내는 정신주의적 결말이 아이의 시각을 벗어나 어른의 목소리로 느껴지는 험이 있었다.
결국 논의는 「두리번 이야기」와 「다락방 명탐정」으로 모아졌다. 「두리번 이야기」는 아빠곰 크앙 씨와 엄마 개구리 펄쩍 부인, 토끼 아들 두리번의 캐릭터가 유머러스하게 잘 살아 작가의 관념을 번역한 듯한 의인화 동화의 일반적 한계를 유쾌하게 뛰어넘는 작품이다. 하지만 학교 이야기와 가정 이야기가 뒤섞여 연작으로서 일관성이 부족했다.
「다락방 명탐정」은 주인공이 도깨비 마을로 초대받아 도깨비 마을의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데 도깨비의 캐릭터가 각각 다르게 잘 살아 있고, 디테일에서 아이들다운 현실에 대한 시각이 유머러스하게 언뜻언뜻 드러나는 게 재미있었다.
「두리번 이야기」와 「다락방 명탐정」을 두고 논의하다가 「다락방 명탐정」을 선택하였다. 완성된 세련도보다는 신인다운 신선한 발상과 도전을 더 높이 산 셈이다. 김진경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본심에 오른 6편의 작품은 ‘신나는’ 동화 읽기를 경험하게 해 주어 즐거웠다. 굳이 갈래를 나누자면 의인동화, 판타지 동화, 현실 동화가 고루 섞여 있는데, 발상이 신선하고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이 경쾌하여 우열을 가르기 어려웠다. 작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되게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었다. 시공간의 구체성의 결여와 날것으로 드러나는 교훈성이 그것이다. 이야기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있는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작품은 허술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작중세계가 시시콜콜 설명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작가의 머릿속에서 충분히 숙고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날것으로 드러나는 교훈성은 너무나 자주 지적되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특히 낮은 연령의 독자를 대상으로 할수록 이런 경향이 강해지는 까닭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갯벌의 게 어디와 거미 거칠이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전깃줄 위의 게」는 모험이야기의 패턴이라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거미의 개성이 돋보였다. 인물의 개성화에 성공한 드문 예인 것이다. 하지만 게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잡혀온 곳이 어디기에 동해까지 전깃줄을 타고 갈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또한 직접적인 교훈성이라는 약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년 전인 여덟 살부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시각장애아의 친구 되기를 다룬 「내 이름이 들어있는 편지」는 깔끔한 글 솜씨가 호감을 주었다. 그러나 주인공이 연령이 비룡소 문학상의 범위에 얼마나 적절한지 의문을 주었다. 연령은 단순히 물리적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 수준과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기대와는 어긋난 담임 선생님을 만난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제발!」은 발상이 좋아 흥미로웠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긴 문장과 호흡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용모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가 아닌, 뭔가 다른 계기들로 문제들이 해결되어갔더라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이름이 글자 그대로 임금님이지만 외톨이인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나는 임금님이야」는 동화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상상놀이를 다룬다. 이름 붙이기에서 이미 작가의 감각을 읽어 볼 수 있거니와, ‘백성’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한 편의 시와도 같은 감흥을 주었다. 아쉬운 것은 시와 같은 추상성이 작가의 목소리와 겹치면서 지나치게 관념적으로 다가온 점이다. 사족이지만, 그러한 깨달음은 어른조차도 지켜내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3편의 연작 「두리번 이야기」는 능숙한 글 솜씨가 눈길을 끌었다. 북극곰 남편과 개구리 아내, 토끼 아들 두리번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조합은 참으로 재치 있는 설정이었다. 전학 온 용 화르르 이야기도 작가의 관념보다는 묘사가 강해 호감을 주었다. 그러나 단편집이 아니라, 연작 형식이기에 가족 이야기와 학교 이야기를 뒤섞지 않고 어느 하나에 집중했더라면 덜 산만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도깨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이야기 「다락방 명탐정」은 무엇보다도 발상이 참신하고, 우리 옛이야기의 판타지적 요소들을 설득력 있게 도입하고 있었다. 또한 ‘보글퐁 쿨럭퐁 들락날락 걀걀’이라는 주문이라든가 ‘그거나저거나’라는 마을 이름, 도깨비들마다 특성이 다른 도깨비 방망이를 갖고 있다는 설정은 유쾌하면서도 독창적이다. 더욱 호감이 갔던 것은 그 참신함과 유쾌함을 넘어선 함의들이다. 10점이나 100점이나. 그런데 그 10점짜리 성적의 탐정은 이른바 ‘루저’가 아니라 도깨비들의 해결사이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는 청량제와도 같이 느껴질 만하지 않은가. 아이들이 가지고 있을 중압감이나 문제들이 도깨비마을의 사건들과 엮이며 더 많은 작품들이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좋았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김경연
▷ 웅진주니어문학상 장편동화 부문 : 안성훈 <거꾸로 세계>
예심 심사위원 : 박정애, 김기정
본심 심사위원 : 송언, 이주영, 이상권
1> 외계인 술래잡기
상상력은 돋보이나, 공상적 상상력에 그쳐 울림이 부족했다. 등장인물인 민서, 지우, 현준의 성격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술래잡기란 놀이 특성을 좀 더 살려서 외계인과 한바탕 놀아보는 데까지 나아갔으면 했는데, 놀이가 아니라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점이 아쉬웠다.
2> 아빠는 마법사
현실적으로 매우 민감한 남북 문제를 다룬 점 때문에 주목받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마법사라는 용어 때문이었을까. 이야기 내용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와 아빠, 친구, 엄마 사이에 더 많은 풍성한 이야기가 있을 법한데 어정쩡한 상태에서 멈춘 것 같다.
3> 어리바리 다섯 형제
옛이야기 화소를 현실 속으로 끌어들인 점은 재미있는 발상이나 주인공이 모험을 펼친다거나 흥미진진한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 옛이야기 못지않게 재미있는 흐름으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했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4> 거꾸로 세계
우선 차분한 문장이 이 작품을 쓴 사람의 내공이 만만찮다는 걸 여실히 보여 주었다. 가상의 세계를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게, 그리고 생생하게 다루는 솜씨가 꽤나 돋보였다. 이야기 진행에 군더더기가 없고, 흥미로운 모험이 살아 있으며,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도 주목에 값했다. 심사위원들 모두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보았다.
5> 엄마의 비밀 폴더
이 글을 쓴 작가가 발휘하고 있는 독특한 상상력은 충분히 인정되었으나, 레고로 만든 성 이야기와 컴퓨터 게임의 결합이 억지스럽게 느껴진다는 점. 주인공 윤후의 내면이 보이지 않아 로봇 같다는 결함이 있어 감정 이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야기의 줄거리가 촘촘하게 짜여 있지 못해 공감의 폭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보였다. 제목과 내용이 서로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6> 북 머신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에 감탄을 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 상상력이 동화적이지 않고 지극히 만화적이라는 점. 즉 ‘마법천자문’식 흐름이 매력적인 요인인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주인공이 북 머신을 통해 고전 <홍길동전> 속으로 뛰어 들어가, 이야기를 뒤틀고 새로운 결말을 유도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여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7> 대못안경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는 ‘대못안경’이 마법을 얻게 되는 과정이 사뭇 억지스럽고,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오게 되는 과정도 호기심을 줄 만큼 신비롭진 않았다. 어정쩡한 교훈주의 동화로 결말을 맺은 점도 아쉬웠다.
8> 색깔 먹는 괴물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재미있는 책 속의 세계로 안내한다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지극히 교훈적일 수 있는데, 사실을 전혀 그렇지 않게 진행되어 믿음이 갔다. 주인공이 머무는 현실 공간과 ‘색깔 먹는 괴물’이 존재하는 가상 공간이 ‘수수께끼’를 매개로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결합하면서, 시종일관 독자를 사로잡는 솜씨가 탁월했다. 그렇긴 한데 ‘수수께끼’ 자체가 그다지 신선하거나 흥미를 끌 정도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동화 부문 : 장한해 <살색 별 초롱이>
1> 여우와 술래잡기, 바다 괴물과 꼬마 해적, 요술 방울
이 세편의 동화를 응모한 작가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 주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그 상상력이 독자를 사로잡을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느낌.
<여우와 술래잡기>는 현실에서 판타지로 넘어가는 장면 즉 여우가 나타나는 장면이 어색하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생님이 존 버닝 햄의 <지각대장 존>에 등장하는 선생님을 연상시켜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 괴물과 꼬마 해적>은 그림책을 통해 바다로 가서 모험을 하고 돌아오는 판타지 동화인데 발상은 재미있으나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이야기와 독자가 착 감기지 못하고 겉돈다고 보았다.
<요술방울>은 면민 체육대회가 벌어지는 날 주인공 보라가 상품으로 주어지는 돼지 두 마리와 펼치는 마법 같은 이야기인데, 이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고 이야기가 공허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2> 살색 별 초롱이, 넌 누구니?, 벗바리
이 세편의 동화를 보내 준 작가는 작품이 각각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 주고 있어서 흥미로웠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믿음이 갔다.
<살색 별 초롱이>는 우주 애완동물 키우기란 색다른 소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지구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인데, 발상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좋은 단편동화라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넌 누구니?>는 엄마에게 버려져 시설에서 자란 아이가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불끈 느껴지고,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이끌어가서 호감도 갔다. 결말에서 뭉클한 감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벗바리>는 양반집 도련님의 몸종이 정작 양반집 도련님보다 시를 잘 지어 주목받는 이야기인데, 그 재주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봐 주는 주인 양반과, 오히려 반상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몹쓸 재주꾼으로 폄하하는 양반의 친구를 대립시킨 점이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따뜻한 결말 처리는 뭉클한 감동으로 이어진다. 주목받을 만한 작품이다.
3> 여우가 남긴 말
현실의 이야기 속으로 가면을 쓴 여우가 불쑥 등장하여, ‘자꾸 거짓말하면 네 몸이 사라진다.’고 말하는 장면은 새로웠으나, 결국 거짓말하지 말라는 뻔한 교훈주의로 이야기가 마무리된 점이 마음에 결렸다.
4> 나는 사자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늘 당하기만 하는 의기소침한 아이가 주인공인데, 스스로 ‘나는 사자다.’라고 위안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묘한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은 지극히 문학적인데 아쉽게도 내용이 빈약하다.
5> 나더러 집을 나가래요
엄마에게 야단맞고 집에서 쫓겨나는 아이 이야기인데, 귀엽고 깜찍한 느낌이 들어 반갑게 읽히는 점은 좋았다. 한데 왠지 소품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다.
6> 백이면 백 모두 그렇게 말하지
발상은 상큼한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백이면 백 모두 그렇게 말하지’라고 지루하게 반복된 지점에서 평가가 엇갈렸다. 그림책으로 접근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7> 개와 여우의 시간
우연히 여우 구슬을 얻게 된 주인공이 신비한 여우 구슬 덕분에 달리기를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 장치는 재미있으나, 이어지는 이야기가 대체로 밋밋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마무리
본선에 올라온 작품 대부분이, 장편 부문이든 단편 부문이든 상관없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보다는 판타지나 비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점. 따라서 작가의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되고, 고만고만한 현실적 이야기의 한계를 벗어난 곳에서 작품의 새 둥지를 틀어야 한다는 도전 정신이 돋보여서, 어린이문학을 풍성하게 하리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현실주의 동화의 몰락, 이라고까지 말하기는 그렇다고 해도, 응모 동화를 쓰는 신인들에게 현실주의 동화가 외면받고 있는 이 뚜렷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염려되기도 했다.
현실의 아이들에 대한 탐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뒤에, 다양한 방법적 고민의 하나로 새로운 형식의 동화 쓰기에 도전한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어쩌면 현실의 아이들에 대해 전혀 무지하기 때문에,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싶은 측면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그 점은 좀 걱정스럽다.
▷ 살림어린이문학상 김혜영 작 <외계의 아이>
40여 편의 응모작 중 5편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가상 역사 소설에서 지금 이 시대 아이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이야기 그리고 판타지까지 작품의 소재는 다양했고,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부터 어른 작가의 아이러니 가득한 시선이 들어간 능청맞은 어투까지, 문체도 진폭이 커서 읽는 맛이 각별했다. 이 중 한 작품을 고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비닐 망토의 비밀』은 학교 폭력을 다룬 이야기로, 이 폭력이 아이들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뒤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제 의식이 진지하고 단단해 보였지만 문장이 난삽하고 구성이 허술해서 가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었다.
『나는 열두 살이다』는 ‘어린이라고 하기도 청소년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나이’의 세 아이들이 외로움, 분노, 슬픔, 기쁨, 자책 같은 다양한 감정을 겪으면서 자라는 모습을 보인다. 별 사건 없는 평범한 일상이 현미경으로 보는 듯 놀랍게 새로운 면모로 드러나고, 그와 더불어 세 아이의 심리가 치밀하게 그려진다. 이 과정이 주인공 화자의 글쓰기 환경과 인식의 변화와 엮이면서 발전한다는 설정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그것이 장점이면서도 그 교직이 너무 허술하다는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세 아이가 각각 나름의 사연과 성격을 뚜렷이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이 서사로서 흥미롭게 풀리지도 못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짜임새를 보여 주지 못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 산동네로 이사한 한 가족의 맏아들이 새로운 환경에 씩씩하게 적응해가는 이야기인 『우당퉁탕 가족증명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평가가 뚜렷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뚜렷하게 시대를 증언하는 것도 아니고, 도옥이네 식구들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가족의 재발견을 말磯鳴� 보기에는 주변 인물이나 에피소드의 간섭이 과하고, 도옥이라는 인물이 돋보이기에는 캐릭터에 대한 집중력이 약하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흥겹게 돋보이는 점은 문체로서, 자칫 상투적인 것으로 제쳐놓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에 문학적 개성을 실어주고 있다. 말은 아이의 입에서 나오되 의식이나 표현 방식은 어른인 작가의 것임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약간 삐딱한 문체는, 우리 동화에 드문 아이러니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도가 소재와 구성과 인물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작품이 나오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매화가 새겨진 옥패』와 『외계의 아이』가 남았다. 두 작품 모두 확실한 장점만큼이나 뚜렷한 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어려웠고, 당선작으로 올리기에도 많은 망설임이 따랐다. 오랜 토론과 숙고 끝에 결국 『외계의 아이』가 당선작 아닌 우수상으로 결정되었다.
『매화가 새겨진 옥패』는 병자호란을 겪은 비운의 왕세자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 사이의 세손 경선군이 궁궐 밖에서 평민으로 자라난다는 상상이 펼쳐지는 가상 역사 소설이다. 정교하고 탄탄한 문장과 생동감 있는 묘사, 굴곡 많은 서사로 가독성은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지밀상궁과 호위무사를 어머니 아버지로 알고 평범하게 자라던 환은 어느 날 맞닥뜨린 자객으로 인해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자신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살 길을 찾아 필사적으로 나아가는 환의 행적은,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급격히 장력을 잃어간다. 자신이 세손임을 알게 된 때에도 그 충격과 혼란은 거의 없는 듯 넘어가고, 세손의 자리를 포기하고 평민으로 살겠다는 결심에도 당위성과 설득력은 주어지지 않는다. 전반부의 공들인 서사와 묘사를 후반부에서 이어받아 주었다면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전반부의 기대감이 후반부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외계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갑자기 자신에게 냉랭해지고 철없는 동생은 계속 칭얼거리는 상황에서 주인공 민우가 겪는 놀라운 일과 알게 되는 엄청난 사실은, 독자의 흥미를 바짝 끌어당긴다. 인간의 학대를 견딜 수 없었던 지구가 우주로 구조 신호를 보내고, 그것을 전달받은 외계인들이 지구인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 지구인과 결혼까지 한다, 그렇게 나온 반(半)외계인들이 세상에 포진해 있고 민우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반외계인들은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고, 민우의 초능력은 공중으로 떠올라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라는 설정은 상당히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본 설정이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축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인간의 몸에서 나무가 자라나는 트랜스트리 증후군, 강박사의 음모 같은 소재들이 성기게 배치되면서 작품의 통일성이 흐트러진다. SF 영화에서 쓰이는 다수의 모티프들이 자주 눈에 띄면서 개성도 흐려진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어쩌면 환경 문제를 연상할 수도 있고 다문화 문제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면모가 오히려 작품의 집중력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넓은 상상력과 다부진 문장력, 뚜렷한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력은 이 작가에게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소재를 적절히 선별하여 맥이 확실한 서사 구조를 세우는 능력만 갖추면 앞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 가능성 많은 작가를 환영하고 싶다.
심사평 : 원유순(동화 작가), 김서정(아동 문학 평론가)
▷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전현정 작 <으라차차 고은찬>
본심에서 검토한 작품은 「파란 봉투」, 「말하지 않고 말하기」, 「용 똥이 뿌지직!」, 「으라차차 고은찬」이었다. 세 작품이 붕괴된 가정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두 작품이 비만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동화의 제재가 사회적 분위기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심 작품들도 상당수가 이런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우리 아이들이 우울하고 병든 사회 한 복판에 던져졌다는 반증이라 안타까웠다. 작가의 현재 시선이 무엇을 포착하는가는 관여할 바가 아니나 직조된 이야기가 놀라운 것이기를 기대하는 심정으로서는 사회문제를 다루었음에도 기왕의 작품들과 차별성 없이 그저 무난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크다.
「파란봉투」는 손 편지 쓰기를 계기로 두 인물이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손으로 쓴 편지와 편지를 통해 누군가를 궁금해 한다는 설정은 정겹지만 사건이랄 것도 없는 너무나 소소한 이야기라 뒤로 갈수록 지루했다. 두 인물이 각자 이야기를 교차 진술하는 방식은 그나마 흐름마저 방해했고 결말도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장편으로서는 역부족이었다.
「말하지 않고 말하기」는 식이장애라는 제재의 새로움이 눈에 띄었다. 연예인 같은 얼굴과 몸매를 원하는 요즘 아이들 정서가 드러난 작품이고 외모 때문에 자신감마저 잃은 주인공의 심리가 꽤 사실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그 이상의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고 인물 간의 소통 방식도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낼 줄 아는 작가가 다른 인물의 상황은 너무 안이하게 처리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용 똥이 뿌지직!」은 우리를 즐겁게 한 작품이었다. 용이 똥을 쌀 수도 있다는 발상, 용들에게도 급이 있고 능력 또한 차이가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고 무엇보다 무리 없는 입담이 장점이었다. 푸르뎅뎅, 누리끼리, 뻘거죽죽, 얼레 등등 우리말의 맛을 살려낸 이름도 이 작가의 남다른 지점이며 후반부의 반전도 적절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미비한 조직력, 초반에 설정한 아이와 용 크기를 감안할 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장면들, 장황하게 벌여놓기만 하고 전체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구성력에서는 한계가 크게 드러났다.
「으라차차 고은찬」은 제재로서의 새로움은 없으나 인물 각자의 현실적인 이야기로써 전체 이야기를 큰 무리 없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 비만을 그저 부정적인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얻어냈다. 안정된 문장력과 분명한 서사, 소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하는 감각도 칭찬할 만하다. 큰 몸집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주인공과 비만이어야만 하는 엄마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전체 균형을 유지하고, 당뇨환자가 된 할머니의 상황과 발언들은 팍팍한 삶에 온기를 준다. 동화라서 행복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것처럼 주인공의 승리가 섣부른 마무리라는 인상이다. 그러나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심사위원 전원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리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계기가 돼 주면 좋겠다. 심사위원 김화영(문학평론가), 김경연(아동문학평론가), 황선미(동화작가)
▷ MBC 창작동화대상 장편 <내 친구 이름은 블루샤크>
MBC창작동화 대상 공모전은 올해로 만 스무 살이 되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성년이 된 셈이다. 그동안 참신한 작가를 발굴하여 우리 동화문학 분야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해도 수많은 작가들이 문을 두드렸다. 장편 부문 응모작은 무려 87편이었다. 그 중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6편이었는데, 숙독을 하고 보니 예년의 수준을 뛰어넘지 못해 아쉬웠다. 기존 작품의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사를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서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었다. 작품의 기법 또한 전통적인 양식을 답습하고 있었다. ‘바다에게 3,3,7 박수를’은 고려 시대 청자를 싣고 가다 태안 앞바다에서 좌초된 난파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암투 등을 그렸다. 전반부에는 학예연구사인 아빠와 길도의 아빠, 그리고 나와 길도와의 갈등 등이 박진감 있게 펼쳐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고 매우 산만하게 읽힌다. 특히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다루고자 하는 사건들이 많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어설프고 급하게 봉합이 되었다. 의욕은 좋으나 어른의 서사와 아이의 서사가 제대로 직조되지 못하여 아쉬웠다. ‘소아과 병동 404호’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소아과병동의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고 있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힘든 일상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고작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설정이 너무 답답하다. 물론 난치병환자에게 ‘희망’은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지만, 정녕 그들에게 그러한 ‘희망’만이 답일까?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논의된 작품은 ‘내 친구 이름은 블루샤크’였다. 자연의 생명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인간의 이기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환기시키고 있는 아동소설이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소재이며 주제였다. 어느 날 유진의 교실에 ‘하진’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전학을 오는데, 하진이 앉았던 자리에 물이 떨어져 있다. 알고 봤더니 그 아이는 인간으로 변신한 청상아리 블루샤크이다. 미스터리 형식을 도입하여 하진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읽히며 충격적이다. 다소 과장은 있으나, 새롭고 참신하게 읽히며 시종일관 독자를 잡아끄는 흡인력이 있다. 사악한 인어 형제(세이렌)의 등장 또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하진이 인간을 위해 세이렌과 사투를 벌이게 된 동기 설정이 다소 미약하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바다생물에 대한 묘사와 자연생태계의 리얼한 묘사 등은 철저한 자료조사 덕으로 보인다.
심사위원 심후섭, 원유순
▷ MBC 창작동화대상 중편 <안녕 틱멘!>
<중편 심사평>
제20회 MBC창작동화대상 중편 부문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안녕 틱맨!」를 비롯해「잘 가, 명아주야!」,「꼬마가 도망쳤다」,「마간당 까또또(좋은 친구)」,「비녀 꽃은 홍의장군」,「광대야 훨훨 날아라」등 모두 6편이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안녕 틱멘!」,「비녀 꽃은 홍의장군」,「광대야 훨훨 날아라」등 세 편으로 압축되었다. 하지만 최종 결선에 오른 세 작품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동화「비녀 꽃은 홍의장군」은 내용 생성 면에서 일단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애국적인 인물 ‘홍의 장군’을 택해 독자로 하여금 나라를 사랑하며 우리 얼과 혼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뒷부분의 판타지 세계에서의 내용 전개가 미흡한 편이라 감동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인물관계가 밀접하지 못했다. 주인공이 부모님, 친구인 민우, 할머니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설정해 대립과 갈등 및 해결 과정을 분명히 하면서 연관성 있게 해결 구조로 갈 수 있도록 이끌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전쟁 속으로 몰입하는 판타지 세계 속에서도 전쟁 상황이나 인물의 전쟁 참여에서의 에피소드 속에서의 인물이 좀 더 확실한 캐릭터로 창조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연로한 할머니가 손자를 제쳐놓고 밤샘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곽재우 장군의 기념관으로 가서 이내 판타지 세계로 몰입한다는 캐릭터 구축은 허구의 세계라는 동화 공간에서도 얼른 납득할 수 없었다. 이런 면에서 일단 입상권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광대야 훨훨 날아라」는 조선 시대 후기 하층 계급의 서민과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주인공 ‘금이’가 종국에 가서는 광대로 흘러든다는 전개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조직 면에서 아홉 살 박이 주인공 ‘금이’의 활동무대가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어 전체적인 조직이 흐트러진다. 언어나 사고의 수준도 아홉 살 소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 박해 장면이 전체 흐름과 긴밀하지 못하고 금두꺼비 이야기도 조직상 돌출한다는 느낌이다. 문장 표현도 비논리성이 보이면서 군데군데 언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약점이 발견되었다. 다만 작가가 나타내려고 하는 주제 정신은 돋보이며 당시의 서민 하층 계급의 삶을 투명하게 조명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는 강점은 있었다. 그러나 전래동화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재화할 때 작품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독자인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가가 재창조 과정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면에서 미흡해 이 작품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동화「안녕 틱멘!」은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일상적인 소재를 형상화시킨 아동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 제제의 ‘틱’ 현상 징조가 보이는 데서부터 치료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섬세한 이야기들을 심리적 움직임까지 내면세계를 잘 표출하고 있다. 표현 또한 어린 독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지적 수준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성이 조직적으로 일관성 있게 짜여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현태라는 동성 친구와 다빈이라는 이성 친구와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삽입하면서 독자를 끌어들인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주인공 제제가 끈기 있게 ‘틱’ 증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주제로 담으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나 절정이 없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끝나버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독자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즉, 흥미와 함께 감동이 반감된다는 약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고심 끝에 당선작으로 밀지 못하고 이 동화「안녕 틱맨!」을 가작으로 그치는데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아픈 결단은, 열심히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 응모자들에게 심기일전하여 동화의 새 방향을 제시해달라는 선자의 염원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다. 즉 내용 생성을 위한 소재선택과 일관성 있는 조직, 감동이 있는 주제설정 등에 세심한 배려를 함은 물론 흥미도까지를 높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년에는 MBC창작동화대상 작품수준을 한 단계 높여달라는 염원을 담으면서 응모자 모두가 더욱 정진해주기를 빌어본다.
심사위원 김영훈, 조월례
2-2. 청소년 문학상
▷ 살림 friends 문학상 YA Novels 부문 김선희 작 <전국노래자랑>
『아끼라 백』은 발랄한 문체와 재미있는 캐릭터,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유머와 위트 덕분에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호감을 얻은 작품이다. 구차하고 신산한 삶이 작품의 큰 줄거리를 얽고 있지만, 그 아픔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시선이 매우 건강하게 느껴졌다. 다만 극적 사건이 발현되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사건 간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후반부의 줄거리를 보강하고 사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드러낸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칼, 버터플라이 사막에서 살아남기』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매우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러나 서사 대상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소 감상적이어서,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작품을 읽어 나갈수록 문체의 흡입력과 작품에 대한 몰입도, 주인공의 정서에 대한 독자의 공감도가 떨어지는 점 역시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기억을 파는 가게, 메멘토이』는 이야기를 만드는 기본 문법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다. 그런 까닭에 사건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역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플롯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기보다는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기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지나치게 표면적으로만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폭과 형식까지 제한된 것도 아쉽다. 더욱 생생한 소재를 포착해서 작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다면 반드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국노래자랑』은 서사의 짜임새가 매우 견고해서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강해지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히고, 인물과 인물이 얽혀서 만드는 이야기가 충분히 감동적이다. 세련된 심리 묘사, 인물 간의 재치 있는 대화, 돌발적인 사건 하나하나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선생님의 위선적인 캐릭터를 드러내는 방법과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앞부분의 군더더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몰두하고 공감을 느끼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서사의 힘이 워낙 강렬하다. 사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채 갈무리하기도 전에 만장일치로 『전국노래자랑』을 당선작으로 결정지었다. 이런 것이 바로 『전국노래자랑』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놀라운 힘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의 반응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게 되어 매우 행복했다는 말을 당선자에게 전하며, 청소년문학에 더욱 다채로운 색을 더해 주는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심사 김경연, 한혜원(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 학부 교수)
▷ 블루픽션상 이진 작 <원더랜드 대모험>
본심에 오른 네 편의 소설에서 한 편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수준이 모두 높을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점은 기존 청소년 문학의 관성에서 탈피한 소설이 많은 것이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든, 장르문학을 하든 좋지 않은 소설은 모두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따른다. 그러나 이번 본심에 오른 소설들은 소재나 배경, 주제의식까지 모두 관습의 틀을 깨고 새로운 전개방식을 보여주었다. 문장력뿐만 아니라 문장의 입담까지 뛰어나 심사 내내 즐거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청소년 문학의 미래가 더욱 밝을 것임을 보여주는 분명한 징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아오자이』는 다문화에 관한 이야기다. 유려한 묘사가 아닌 단문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따듯함이 전달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모범적이었다는 것이다. 모범적인 소설은 예측 가능케 만든다. 그리고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그것은 독자에게 기쁨으로 다가오기보다 단조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낭만은 금물』은 청소년 문학의 외연을 확실하게 넓힌 소설이었다. 자본주의라는 무거운 소재를 정확한 문장력과 입담으로 승부하는 것이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본주의에 대해 인식하는 수준이 소설의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 허술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소설의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서정, 연자, 경회』는 이혼을 겪은 아이들 이야기다. 특히 ‘표정박스’라는 것으로 마음을 표출하는 것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여러 인물들이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하면서 관점을 바꿔주는 기법 역시 신선한 부분이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용두사미의 아쉬움이 이 소설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번 당선작은 『원더랜드 대모험』이다. 같은 환경 속에서 소년, 엄마, 아빠, 여동생 4인이 각기 다른 방식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원더랜드 청룡열차를 타고 여기서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이 처절하게 느껴졌다. 원더랜드라는 허황된 소재를 통해 "별거 없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잘 녹여냈다. 소년이 상품을 고르는 장면에서도 현실감이 느껴졌다. '풍선'을 통해 가볍고 쉽게 터져버리는 원더랜드의 허구성을 잘 보여주었고, '백과사전'을 통해 천근만근 무거운 지식을 상징하는 것은 뛰어난 장치였다. 원더랜드를 통한 허구의 발견, 그 속에 감동이 있고 풍성한 느낌이 있었다. 무엇보다 80년대 개발풍경을 이야기하고 있어 이 소설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을 꾀할 수 있음 또한 장점으로 논의되었다. 현재의 청소년이 아닌 2,30년 전의 청소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점 역시 청소년 문학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심사위원 모두 이 소설을 뽑는 데 동의하였고, 당선자의 놀라운 비상을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 김화영(문학평론가), 성석제(소설가), 김경연(청소년문학평론가), 박성원(동국대 문예창작과 교수)
▷ 창비청소년문학상 정지원 작 <비바, 천/하/최/강!>
■ 심사위원 황선미(동화작가), 권여선(소설가), 오세란(청소년문학 평론가), 박숙경(청소년문학 평론가)
* 청소년심사단: 이영윤(전일중 3), 이현지(용곡중 3), 정다솔(장성중 3), 김예은(이화여고 1), 오예림(충현고 2)
■ 본심 진출작 총 119편의 응모작 중 아래 5편이 본심에 진출함.
『내 인생의 두 번째 눈물』
『선물』
『웰컴 투 마이 월드』
『피닉스』
『비바, 천/하/최/강!』
■ 심사평 중에서
『비바, 천/하/최/강!』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백수 상태인 주인공이 응급실에 들어간 친구를 만나러 가는 동안 전철에서 청소년기를 회고하는 형식의 작품이다. 시작과 끝은 현재, 이야기의 몸통은 과거인데 과거의 이야기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동원된 소품들이 예전의 것일지라도 인물들에게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복고풍 이야기의 생생한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빼어난 필력은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야기를 애써 ‘만들어 내려’ 한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이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능이 엿보였다. ‘천/하/최/강’ 네 소년의 뜨거운 우정은 예나 지금이나 사춘기 시절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은 공존한다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일깨워 준다. 청소년 심사단으로부터 “요즘 이야기가 아니어서 신선했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작품과 작가의 다음 행보가 우리 청소년 문학에 새 기운이 되기를 기대한다.
* 수상 소감과 심사평은 계간 『창비어린이』 2012년 겨울호에 실립니다.
첫댓글 제가 함께 하는 글모임 정모 자료예요.
아~!^^
작품 분석도 중요하지만 심사평은 정말 좋은 공부 자료입니다!
못 읽은 심사평도 있는데 저장해서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요긴한 자료!
감사 또 감사 드려요!
저도 감사해요 선생님 저도 비공개로 읽어보겠습니다.
내가 같이 하는 모임 카페가 비공개 카페. 이 글은 공개해서 읽어도 되어요.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