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6살때의 사건 하나를 고백할까 합니다.
아버지께서 공무원이셔서 경북 상주로 전근을 가시게되어 경주에서 이사를 했다.
처음에는 봉대라는 변두리(?) 동네에서 살았는데, 주인집에서 밀주를 담그면
꼭 우리방에 숨겨두곤 했는데 어린마음에도 그건 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것과
무었보다 그 냄새가 싫어서 어머니에게 늘 투정을 부리고 하던 어느날!
밀주단속반이 들이 닥쳤는데 주인집은 안밖으로 뒈지면서 정작 우리집은 보지도 않고 가기에
뒤쫓아가서는 주인집에서 담근 밀주를 우리집에 숨겨뒀다고 밀고(?)하는 바람에 쫓겨나서
시내(당시는 읍)로 이사를 했는데, 이유는 몇달 후면 내가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기 때문(7살에 입학)
이기도 하고 시장이 멀다는 어머니의 불평때문이기도 했다.
당시에 상주는 잠업이 상당히 번창해서 동네 거의 대부분이 누에를 치고 있었다.
그래서 상주를 지칭할때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한다.
삼백이라 함은 쌀과 누에고치, 그리고 곳감의 하얀 분(가루)을 말하는데, 그만큼 이 세가지 농산물이
주 업종일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많아서 붙여진 별칭이라고 어른들께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었다.
각설하고, 집집마다 누에를 치니 자연적으로 아이들의 주요 간식꺼리는 번데기일 수밖에..!
그런데 정작 외지인인 나는 그것을 먹어보기는 커녕, 맛을 보기도 어려웠다.
어쩌다가 어머니가 이웃집에서 조금 얻어오셔서 소금을 넣고 삶아주시면, 그게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번데기를 엄청 좋아한다)
그당시 내 머리엔 어떡하면 저 번데기를 원없이 먹어보나 하는 생각 뿐...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좌우간 모르겠고.. 어쨌든 절호의 기회가 아주 쉽게 그것도 우연히 찾아왔다!
손님이 선물로 준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께 가지고 온 뇌물(?)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물품을 두고 갔는데,
마침 어머니가 안계신 틈을 이용해서 뚜껑을 열고 살짝 찍어서 맛을 봤드니, 입안이 갑자기 화 하면서 박하향이
온통 입안을 자극하는,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오묘한 맛이였다.
그걸 한통을 들고 나가서 그중에서 그래도 내말을 잘 듣던 아이에게 조금 짜서 맛을 보여주었드니,
그렇게 달라고 해도 주지않던 삶지않은 번데기를 대나무 소반에 가득 담아와서는 내가 가진 것과 바꿔 먹자는 제안을 해왔다.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찰나의 기쁨! 그래 바로 이거다! 라고 생각한 나는 아이들을 일렬로 세우고는 번데기의 양에 따라
손가락 한마디,두마디 씩을 짜주면서 교환을 했고, 삽시간에 번데기는 산처럼 쌓였다.
의기양양하게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오니 번데기를 보신 어머니께서 엄청 놀라시며어찌된 일이냐고 물으시기에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드니 한통 남은 것을 갖고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야 이넘아 이건 먹는게 아니고
이닦을때 사용하는 치약이라는 거다" 하시는게 아닌가....ㅎㅎㅎ 치약을 맛있는 음식이라고 그것도 아껴가면서 먹였으니..ㅋㅋㅋ
번데기의 반품은 전혀 없을 수 밖에...지들이 먹은 치약이 목구멍을 통과한지가 언젠데... 그 사건(?)으로 인해서
내 생애에 처음으로 치약이라는 것도 알게되었고, 또 그것은 손마디에 짜서 먹는게 아니라 이를 닦는데
사용하는 것 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치약 좀 먹는다고 어디가 아프거나 죽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
우리카페에 58년전에 나로인해 치약과 번데기를 바꿔먹었던 사실이 있는 친구들은, 지체없이 알려주기를 바라며,
그시절 무지의 소치로 비록 한번이지만, 본의 아니게 치약을 맛있는 음식으로 둔갑시켜서 사회적까지는 아니지만,
동네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점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의 뜻으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니 참석하여
지나간 옛이야기하면서 소주나 한잔 하세나.....!
외증손녀때문에 장수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입안의 세균을 죽이는 치약이 배속에 들어갔다고 본인의 임무를 소홀이 하지는 않았을테니,
외증조 할머니의 오장육부가 깨끗해 지셨을 겁니다....그러니 당연히 무병장수하셨을 건, 뻔한 이치지요....!ㅎㅎㅎ
의외로 치약을 맛있게 드신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제가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ㅋㅋ 우리는 다 공범이네요.....!ㅎㅎㅎ
ㅋㅋ 맘이 통하는 동기를 만났으니 친목회 활성화 시켜야 것음다ㅎㅎㅎㅎ
공연히 짜증나는 아침이였는데...치약 향기때문에 씨원해졌습니다.
저도 평생 뻔데기는 징그러워서 못먹었는데 고것이 당뇨에 좋은 식품이라는 유혹에 끌려 70이 넘어 딱 한번 먹어보았어요.
초등학교 아이들의 특별한 간식인데...우리 아이들 자랄 때 비 위생적이라고 먹지 못하게 한 것이 미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