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클 san24 님의 후기입니다.
날짜 :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지휘 : 로타어 차그로제크
연주 : 서울시립교향악단
테너 : 다니엘 키르히
메조소프라노 : 알리사 콜로소바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말러 '대지의 노래'
열흘전쯤에 감상한 서울시향의 연주회 후기를 계속해서 미루다 늦게나마 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월 28일 토요일에는 서울시향이 연주하는 슈베르트 교향곡 8번과
말러 '대지의 노래'를 감상하기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말러 '대지의 노래'는 한국에서 실연으로 듣기가 어려운 곡이라 그 기대가 무척 컸는데,
몇몇 말러 매니아들에게 레코드로 들을때와 실제 연주로 들을때에
가장 큰 괴리감이 느껴지는 곡이 바로 이 말러의 '대지의 노래'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차이를 한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1부에서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 연주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슈베르트였습니다.
잠시의 인터미션후
2부에서는 이날의 메인곡이라고 할수있는 '대지의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음...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실제로 들어본 '대지의 노래'는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실제연주와 레코드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는데,
단 이곡의 정체성 만큼은 확실히 '교향곡' 이라는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레코드로 들을때에는 성악가들의 노래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경우가 많아서
해당 음악을 듣다보면 이게 성악곡인지 교향곡인지 좀 헷갈릴때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성악곡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때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연으로 들어보니 1악장에서 압도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관현악의 소리를 감상하며
'이건 확실히 교향곡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말러 특유의 관현악적인 흐름속에 성악적인 부분이
(다른 곡에 비해) 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것 뿐이지,
이런 특징이 대지의 노래가 교향곡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흔드는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연주를 듣다보니 '이곡은 테너가 고생만 많이 하고 빛은 못보는 대표적인 곡이겠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서 빙그레 웃기도 했습니다.
이날의 테너 '다니엘 키르히'는 수준급의 노래 솜씨를 선보였지만
원채 압도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관현악의 반주속에서
그 목소리가 반주에 묻혀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는데
2악장 '가을에 고독한 자'에서 상대적으로 잔잔한 관현악의 반주속에 시작된 알토 파트는
비교적 젊은 메조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가 조용히 노래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듣는 이 소프라노의 성악적 역량은 실로 놀라웠는데,
그윽하게 깔리는 굵고 기름진 그녀의 목소리는
'대지의 노래'를 부르기에 아주 적합한 음색이었고,
콘서트홀 안을 구석 구석 다 울리는 매우 큰 성량의 목소리는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녀가 부르는 3곡을 다 들으면서 '이게 무슨 호사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특히 마지막 6악장인 '작별' 들으면서는 이 곡에 푹 빠져서
대지의 노래의 매력을 120% 이상 느낄수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리사 콜로소바가 Ewig~ Ewig~ 라는 가사를 부르며 긴 연주를 다 끝냈을때에는
말러곡은 '대지의 노래' 역시 실연으로 들을때에
그 만족감이 더욱 배가된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의 지휘자 '로타어 차그로제크'는
교향악단 단원들과 성악가들을 무척 많이 배려하면서 지휘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전체적으로 큰 무리를 하지 않는 무난한 해석이었던것 같습니다.
또 1부, 2부에 걸쳐 교향곡만 2개 연주한 서울시향의 경우는
말러곡에서 중간 중간 귀에 거슬리는 금관악기의 삑사리가 나서
듣는이를 약간 움찔하게도 했는데
트럼펫의 실수가 제법 자주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이날 열심히 연주해준 서울시향 단원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들은 말러 6악장의 가사 Ewig~ Ewig~ 를 혼자 되뇌이며 콘서트홀 밖으로 나온 저는,
만족스런 마음을 안고 귀가길에 올랐습니다.
앞으로도 '대지의 노래'를 실연으로 감상할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말고 꼭 다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들어 저도 모르게 말러 음악의 중독성에 점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