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망산(北邙山)은 고도 낙양(洛陽)의 북쪽에 위치한 명산으로 본래 이름은 망산(邙山)이다.
헌데 언제부터인지 낙양의 북쪽에 자리한 산이라 하여 북망산이라 불려졌다.
북망산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낙양일대 주인들의 공동묘지로 사용되어 왔다.
그 결과 산 전체가 온통 무덤으로 화해 망자들의 귀역(鬼域)으로 일컬어지고 있었다.
콰르릉! 버언쩍!
한 소리 뇌성과 함께 새파란 번개가 번쩍 허공을 그었다.
낮게 드리운 먹장구름 때문인지 때는 초저녁이었으나 주위는 암울한 어둠 속에 잠겨 금방이라도 한 바탕 폭우가 쏟아질 듯 음습한 날씨였다.
북망산의 남쪽 산록으로 한 명의 소년이 우뚝 서 있었다.
“으음! 사부님께서 이곳 북망산에 오셨단 말인가?”
상관기는 침중한 신음성을 발하며 암울한 북망산 일대를 들러보았다.
그의 어깨 위에는 적성이 사뿐히 앉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기는 적성의 대답에 검미를 모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부님이 무엇 때문에 이런 음침한 곳에 오셨단 말인가?)
그는 알 수 없는 듯 내심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멀리 무덤 너머로 몇 개의 그림자가 유령같이 스쳐갔다.
일순 상관기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떤 자들이 이런 시각에 북망산에 나타난 것일까?)
스읏!
그와 함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림자가 나타난 곳으로 몸을 날렸다.
북망산의 남쪽에 자리한 어느 양지바른 계곡에는 최근 세워진 듯한 무덤 하나가 있었다.
불과 하루 이틀 전에 세워진 듯 아직 봉분의 흙의 습기도 마르지 않은 무덤 앞에 놓인 향로의 향이 채 꺼지지도 않은 것이 보였다.
“헤헤! 바로 이 무덤입니다.”
화락! 스스스!
음침한 일성과 함께 무덤 주위로 사인의 괴인이 날아내렸다.
흉신악살을 방불케 하는 음침한 인상의 괴인들로 피부는 섬뜩하도록 푸르텡텡하여 마치 무덤에서 금방 뛰쳐 나온 시체를 연상케 했다.
그것은 그자들이 일종의 음유한 사공(邪功)을 연마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이 낙양성주 딸의 무덤이 틀림없단 말이냐.”
사인의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무덤 앞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이에 제일 왼쪽의 괴인이 얼른 나서며 간살스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헤헤. 그렇습니다 노대(老大)! 소제가 일꾼으로 가장하여 직접 하관(下棺)까지 했는뎁쇼.”
“막내가 하관까지 했다면 틀림없겠지.”
노대라 불린 우두머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삼 인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자, 빨리 시작해라. 누가 보면 귀찮은 일이 생길테니....”
“예 노대.”
“시작하자.”
첫째 괴인의 며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삼 인은 대답과 함께 급히 무덤으로 달려들었다.
그런 자들의 손에는 삽과 곡괭이 등이 들려 있었다.
퍽! 퍽!
정성들여 단장해 놓은 봉분은 삽시에 괴인들의 손에 의해 무참하게 파헤쳐졌다.
상관기가 잔뜩 검미를 찌푸렸다.
(도굴범이었나?)
그는 네 괴인이 파헤치고 있는 무덤 십여 장 밖의 봉분 뒤에 은신하고 있었다.
그가 우연히 발견한 인영들은 바로 그들 네 괴인이었다.
상관기는 그자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천벌을 받을 놈들! 할짓이 없어 남의무덤을 판단 말인가?)
생각같아서는 장장이라도 뛰쳐 나가 그 자들을 응징하고 싶었다.
그는 한 가지 이상한 예감에 선뜻 뛰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네 괴인의 눈빛이었다.
푸르스름한 빛을 띤 그 자들의 안광인 일견하기에도 예사롭지가 않았다.
상관기는 한눈에 그자들이 상당한 수준의 음독한 무공을 연마했음을 알아보았다.
(무공을 지닌 도굴범이라니.... 좀 더 두고보자. 무슨 수작들인지....)
그는 검미를 잔뜩 찌푸린 채 봉분 뒤에 은신 한 채 사 인의 행동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나왔다.”
무덤을 파헤치던 삼 인 중 한 명이 문득 환호성을 질렀다.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첫째는 급히 무덤으로 다가갔다.
어느덧 봉분은 다 파헤쳐지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하나의 큼직한 아름드리 향나무로 만든 듯한 목관(木棺)이 드러나 있었다.
삼 인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급히 목관을 밖으로 들어냈다.
“내가 열겠다.”
첫째는 눈을 번뜩이며 목관을 향해 다가섰다.
우두둑!
첫째가 깡마른 손으로 목관의 뚜껑이 열어 제쳤다.
“오오! 고것!”
사 인의 입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관뚜껑을 여는 순간 은은한 서기가 신비롭게 번져 나왔다.
수많은 보석들에서 발해지는 것이다.
보라!
목관 속은 온통 찬연한 빛을 발하는 각종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금은보화에 둘러 싸인 채 한 명의 소녀가 자는 듯이 누워 있었다.
나이는 십 오륙 세 정도로 수선화같이 청초한 미모를 지닌 소녀였다.
안색이 밀랍같이 창백한 것 외에는 십전완미라 할만한 이목구비를 지녀 보는 이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한 미모였다.
“으음!”
사 인의 우두머리가 입을 헤벌린 채 관 속 소녀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 자의 두 눈은 사악한 욕정으로 점점 음험한 빛으로 물들었다.
어느 새 그 자의 두 눈은 소녀의 몸을 천천히 훑어 내려가고 있었다.
소녀의 시신에는 얇은 소복만이 걸쳐져 있었다.
때문에 농염한 육체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아직 나이가 어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제법 붕긋한 한 쌍의 탐스러운 육봉, 그 위에 살풋 올라앉은 자주빛의 작은 유두,
한 줌 밖에 되지 않을 듯 잘룩한 세류요와 풍만하게 벌어진 둔부의 전면으로는 미끈한 허벅지가 양쪽으로 갈라져 뻗어내려 있었다.
그 허벅지 사이로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자잘한 방초로 덮인 붕긋한 둔덕과 깊숙한 계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흐으! 사람 죽이는 계집이군.”
얇은 소복에 덮인 소녀의 시신을 훑어보던 우두머리가 참지 못하고 거친 숨을 할딱였다.
이에 막내라 불린 괴인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허리를 굽신거렸다.
“헤헤! 어련하겠습니까. 이 계집은 생전에 낙양제일미(洛陽第一美)로 불리던 계집입지요.”
말을 하는 그 자를 비롯한 다른 이인의 눈빛도 야릇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막내가 첫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헤헤! 어떻습니까 노대? 사부님이 이 계집을 필요로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한번 회포를 푸는 것이....?”
첫째는 그 말에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내가 먼저 이 계집의 속살을 맛보겠다. 이의는 없겠지?”
그 자는 나머지 삼인을 둘러보았다.
“물론입지요.”
“헤헤, 장유유서(長幼有序) 아닙니까?”
다른 세놈이 당연하다는 듯 허리를 굽실거리며 대답하자 첫째는 만족한 듯 히죽 웃었다.
시간(屍姦)!
끔찍하게도 이자들은 죽은 소녀의 시신을 범하여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다.
“흐흐! 고맙구나. 그럼 빨리 끝내도록 하겠다.”
사락!
우두머리는 손을 뻗어 소녀의 시신을 덮고 있는 소복의 치마를 위로 걷어 올렸다.
순간 어둠 속에 새하얀 소녀의 아랫도리가 아찔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대리석같이 매끈한 소녀의 하체는 위쪽으로 올라가며 점점 굵어지다가 마침내 하나의 계곡을 이루며 끝이 났다.
소녀의 나이는 잘해야 16세 정도, 아직은 완전히 성숙한 여자라고 할 수 없는 어린 나이다.
그 때문에 계곡 안쪽의 도독한 둔덕에는 그리 길지 않은 방초가 파릇파릇하게 덮여 있었다.
이제 막 방초가 나기 시작한 그 둔덕 아랫쪽은 아직 무모(無毛)의 민둥산 형태를 하고 있다.
전혀 털이 나지 않은 탓에 계곡 중앙부에 깊숙이 파여있는 수직의 금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어린 소녀의 그 부분답게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조물주의 오묘한 도끼질...
그 흠집의 맨 위쪽으로는 마늘같고 감씨같은 형태의 연분홍 살점이 살짝 물려져 있어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게 만든다.
“죽... 죽이는구만!”
“흐미! 조가비가 혀 빼물고 있는 것좀 보소!”
둘러서서 보고 있던 사내들은 소녀 시신의 아랫도리가 드러나는 순간 진저리를 치며 신음했다.
“흐흐흐!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도 맛을 보게 될테니...!”
첫째 사내도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소녀의 시신의 두 다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소녀의 다리를 들어올려 좌우로 활짝 벌렸다.
아랫도리만 허옇게 드러낸 소녀의 시체는 두 다리를 관 밖으로 내놓고 활짝 벌린 민망한 자세가 되었다.
두 다리가 한껏 벌어진 탓에 소녀의 그 부분의 조가비도 살짝 입을 벌리며 속살을 드러냈다.
아직 한 번도 사내를 받아들인 적이 없는 순결한 그 부분이 신비한 형상으로 나타났다.
털이 전혀 나지 않아 백옥같이 뽀얀 살집이 부드럽게 갈라진 틈새... 그 틈이 살짝 벌어지면서 뽀얀 살집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연분홍 점막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소녀인지라 점막으로 이루어진 살점들도 성숙한 여자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너덜너덜하지도 않고 그저 작고 가녀린 형상을 한 살점 한 쌍이 수줍게 숨어있을 뿐이다.
“흐흐흐! 고것!”
소녀의 시체이 아랫도리를 벌려서 관의 모서리에 걸쳐놓은 우두머리는 급히 자신의 하의를 벗고 관 속으로 들어갔다.
향나무로 만들어진 관은 상당히 커서 그자가 들어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랑이를 벌리고 누워있는 소녀의 시체 아랫도리 쪽에 무릎을 꿇은 사내의 하체 중심부에서는 이미 검붉은 색조를 띤 살덩이가 징그럽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흐흐흐! 처녀귀신이 되지 않도록 은혜를 베풀어주는 것이니 고맙게 생각해라!”
사내는 음험하게 웃으며 손을 소녀의 시체 아랫도리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보드라운 살집을 좌우로 벌렸다.
여전히 탄력을 지닌 살집이 좌우로 벌어지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여체의 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분홍 점막의 살점들이 애처롭게 벌어지며 그 안쪽에 자리한 옹달샘 입구가 이지러지며 벌어진다.
“으음!”
우두머리는 작고 애처로운 소녀의 옥문을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할딱였다.
이어 벌려진 그곳으로 자신의 징그러운 흉기의 끝을 잇대었다.
“허억!”
차갑지만 보드라운 살점에 자신의 용틀임의 끝이 닿는 것을 느끼며 사내는 진저리를 쳤다,
시간(屍姦)!
시체에 음욕을 발산하려는 천인공노할 만행이 벌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상관기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이를 부득 갈았다.
(죽일놈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뛰쳐 나가려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누구냐!”
막 소녀의 시신을 능욕하려던 사내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흉갈을 터뜨렸다.
그 자는 두 눈은 부릅뜨며 정면을 노려보았다.
“...!”
상관기는 흠칫하며 그 자가 노려보는 곳을 바라보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
언제부터인지 어둠 속에 하나의 새하얀 인영이 표표히 서 있었다.
(유, 유령(幽靈)?)
상관기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그 인영을 주시했다.
하지만 인영은 유령은 아니었다.
여인은 나이가 삼십대 중반 정도이며 갸녀린 몸에 아무런 장식도 없는 백의를 걸치고 있었다.
또한 여인은 치렁치렁한 머릿결을 허리 아래까지 드리운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아름다움 중에 범접치 못할 기품과 위엄이 서린 모습이었다.
마치 백옥으로 깎은 미인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백의여인에게서는 마치 인간의 여인이 아닌 듯한 고고한 기품과 신비로움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갸녀린 세류요를 휘감은 요대(腰帶) 사이에는 한 자루 고검이 걸려 있었다.
의복처럼 전체가 눈같이 흰 고검이었다.
“켈켈! 이게 웬 떡이냐? 식욕 돋구는 암컷이 제발로 걸어오다니....!”
“클클! 저 계집은 내가 먼저 시식하겠다.”
쐐액! 화악!
백의여인의 출현에 흠칫 놀라던 삼 인은 굶주린 늑대같이 한꺼번에 여인을 향해 덮쳐들었다.
“켁!”
“크악!”
하지만 백의여인을 덮쳐가던 삼 인의 몸뚱이는 다음 순간 비명과 함께 지면으로 나뒹굴었다.
그런 그 자들의 단전 부위는 온통 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어떤 날카로운 것에 순간적으로 삼 인의 단전을 베어버린 것이다.
단전이란 인체의 수많은 혈도 중 가장 중요한 곳이다.
그곳이 망가졌음은 곧 그 자들이 다시는 무공을 사용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광경을 숨어 지켜보던 상관기는 놀라움으로 숨을 죽였다.
(빠르다.)
백의여인의 왼손이 믿어지지 않을 속도로 허리에 차고 있던 고검을 뽑아 삼 인의 단전을 순간적으로 베어 버린 것을 그는 보았다.
일검은 너무나 빨라 상관기가 눈깜짝할 사이 이미 고검은 원래대로 검집 속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쾌검(快劍)!
실로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솜씨였다.
“크아아!”
“크아악. 사, 살려주시오 노대!”
삼 인은 선혈이 범벅이된 아랫배를 움켜 쥐고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사 인의 우두머리는 시신을 범하려다 말고 안색이 공포로 하얗게 질려 벌떡 일어났다.
그 자의 표정으로 보아 여인의 정체를 알아차렸음을 의미했다.
“거, 검후(劍后) 용천파(龍千波)!”
그 자의 입에서 공포에 떨리는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숨어서 보고 있던 상관기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검후 용천파?)
무림에 처음 나온 그인지라 여인의 별호와 이름은 생전 처음 듣는 것이었다.
무림인이라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안색이 변할 것이다.
검후 용천파란 이름은 십 년 내 무림인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었다.
최강 여검수!
이것이 검후 용천파의 이름 뒤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였다.
검후라는 별호답게 그녀의 검술조예는 가히 발군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이름에 한층 더 무게를 더해 주는 것은 그녀의 배후에 한 명의 거세무적의 거인이있기 때문이다.
-절대신검존 나뢰!
신주칠정의 일 인인 만검의 제왕!
검후 용천파는 그가 마지막으로 거둔 제자인 것이다.
소녀의 시신을 능욕하려던 우두머리 사내가 검후 용천파를 보고 귀신을 본 듯 놀라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으아!”
쐐액!
다음 순간 우두머리는 공포에 비명을 내지르며 급급히 날아올랐다.
스읏!
검후 용천파의 서늘한 봉목에 차가운 한광이 번뜩인 순간 그녀의 섬섬옥수는 전광석화같이 전면을 그어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틈에 예의 순백색 고검이 들려 있었다.
“케엑!”
퍼억!
직후 처절한 비명과 함께 우두머리는 등의 배심혈이 피범벅이 된 채 나뒹굴었다.
검후 용천파의 고검의 검기가 순간적으로 그 자의 배심혈을 관통한 것이다.
“크으! 제, 제발 목숨만....!”
사 인은 일제히 하복부가 피로 물든 채 검후 용천파에게 엎드려 애원했다.
검후는 그런 사 인을 스산한 눈길로 주시했다.
“안심해요. 그대들을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그녀는 서늘한 음성으로 말하며 고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가, 감사합니다.검후.”
“헤헤헤.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사 인은 검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비로소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사 인을 주시하는 검후의 시선은 여전히 서늘하기만 했다.
“감사할 것 없어요. 본녀가 그대들을 살려주는 것은 그대들의 악행을 용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고통을 죄의 댓가로 치루도록 하기 위해서이니.”
그녀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무공을 모두 상실했으니 오늘부터는 그대들이 약자가 되어 강한 자들에게 평생 짓밟히는 고통을 당해야 할 거예요.그동안 쌓아온 그대들의 죄악의 댓가로.”
“...!”
검후의 그 말에 사 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비로소 그들은 자신이 무공을 모두 상실하여 닭 모가지 하나 제대로 비틀기 힘든 신세가 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무공을 믿고 무수히 양민들을 괴롭혀 왔다.
이제 그들 자신도 타인에게 온갖 핍박을 받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장내를 지켜보던 상관기는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명하군. 무공을 없애 죽이는 것보다 더한 징벌을 가하다니....)
“거기 계신 분, 이제 그만 나오시는 것이 어떻겠어요?”
문득 검후가 상관기가 은신한 곳을 돌아보며 서늘한 음성을 말했다.
상관기는 쓴웃음을 주었다.
(알고 있었군.)
그는 천천히 봉분 뒤에서 걸어나갔다.
“...!”
걸어나오는 상관기를 본 검후의 서늘한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더할 수 없이 준미한 용모의 청년과 어깨에 한 마리 위맹한 붉은 독수리가 앉아 있는 것이 한 번 보면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인상적인 것이었다.
장내로 걸어 나오는 상관기는 검후를 향해 포권하며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상관기라 합니다. 본의 아니게 여협의 협행을 지켜보게 되었음을 용서하십시요.”
일순 검후의 서늘하던 옥용에 한 가닥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나이로 보면 눈 앞의 소년은 겨우 아들 뻘에 불과했다.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정중한 상관기의 어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신첩이 괜히 소협께서 협행하실 기회를 빼앗은 듯합니다.”
검후는 상관기의 어조를 흉내내어 그의 앞에 깎듯이 손을 모아 보였다.
그것을 깨달은 상관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런 상관기의 모습에 검후는 다시 빙그레 미소 지었다.
“우선 이분 아가씨부터 돌보서 나서 제 소개를 드리지요.”
그녀는 교구를 돌려 열려진 관을 향해 다가갔다.
상관기는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그 분 소저는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검후는 대답 대신 걷어 올라간 관 속 소녀의 치마를 추스려 아랫도리를 가려 주고는 네 흉한의 우두머리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소협께 설명해 드리세요.”
“예....”
흉한의 우두머리는 황제의 칙령이라도 받은 듯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이어 간살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상관기에게 설명했다.
“헤헤. 사실 그분 소저는 돌아가신 것이 아닙니다. 시정탈백산(屍精奪魄散)이라는 일종의 시독(屍毒)에 중독되어 가사상태에 빠진 것입지요.”
“시정탈백산!”
상관기는 흠칫 놀라며 나직히 부르짖었다.
그의 양모 섬수낭랑 당설연은 독의 명가인 사천당문 출신이다.
상관기 역시 각가지 독약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인지라 시정탈백산이 어떤 극독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목적으로 이 분 소저께 시정탈백산을 투여했단 말이오?”
상관기는 신음성을 발하며 관 속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네 흉한 중 한 명이 몰래 투여한 시정탈백산에 중독되어 가사상태에 빠진 것 뿐이었다.
그 자들은 소녀의 가족들이 그녀가 죽은 줄 믿고 매장하기를 기다렸다가 관을 파냈던 것이다.
상관기의 물음에 흉한의 우두머리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소인들의 사부님은 한 가지 음유사공을 연마하고 있습지요. 이를 위해 이십 세 미만의 여자들의 순음지혈(純陰之血)을 마셔야만 합니다요.”
“그런 천인공노할....!”
상관기는 안색이 변하며 치를 떨었다.
여자의 음혈을 마신다는 말에 그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는 억지로 화를 누르며 흉한의 우머리에게 물었다.
“당신들의 사부라는 자는 대체 누구요?”
“그것은 신첩이 말씀드리겠어요.”
검후가 상관기의 말을 받으며 관 속에 누워있던 소녀를 옆구리에 낀 채 다가왔다.
“소협은 혹시 구마(九魔)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나요.”
“구마!”
상관기가 경악하며 부르짖었다.
무림에 처음 나온지라 보통 무림인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양부 신기옥황에게서 당금 무림을 일끌 절정고수자들과 전대고수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어 알고 있었다.
구마라는 자들에 대해서도 그는 신기옥황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구마(九魔)!>
이름 그대로 아홉 명의 절정마인들로 당금무림의 마도를 휘어 잡고있는 구 인의 고수자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구마의 첫째가 누군지 알면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철마 군위명!
신주칠정에 드는 명실상부한 마도제일인인 그가 바로 구마의 첫째인 것이다.
구마 중 다른 팔마는 철마 군위명에 비해 다소 손색이 있다.
그리도 모두 각가지 한 방면에서는 가히 천하무적이라 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명실상부한 마도의 지배자들이 구마인 것이다.
상관기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자들의 스승이 바로 구마의 일 인이란 말인가?)
경악에 잠겨 있던 상관기의 귓전으로 검후의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구마 중의 시마(屍魔) 음렬(陰列)이 이들의 배후예요.”
“시마 음렬!”
상관기가 신음하듯 나직히 그 이름을 되뇌였다.
-시마 음렬!
구마 중의 일 인인 그자는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시독공(屍毒功)과 강시술(畺屍述)의 대가였다.
평생 썪은 시신에 파묻혀 살며 연마한 그 자의 음시독강(陰屍毒罡)은 음독하기 이룰 데 없었다.
그의 전신은 지독한 시독으로 뭉쳐있어 손 끝을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썪어 문드러지고 만다.
그 때문에 무림인들은 그 자와 마주치는 것조차 꺼려했다.
네 흉한은 바로 시마 음렬의 수하들이었다.
검후 용천파는 그윽한 눈으로 상관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분 아가씨가 중독된 시정탈백산의 해약은 시마만이 갖고 있어요. 신첩은 지금부터 그자를 찾아갈 생각이예요.”
상관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력하나마 도와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그는 흉한의 우두머리의 손목을 움켜잡아 일으켰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겠지?
그는 냉막한 어조로 말하며 그자를 노려보았다.
“예예! 소인이 두 분은 안내하겠습니다. 시마 사부께서는 서쪽의 고묘에 계십니다.”
흉한들의 우두머리는 지체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서쪽을 가리켰다.
“현명한 분이군.”
상관기는 그제서야 싱긋 웃은 후 흉한의 손을 잡고 몸을 날렸다.
“...!”
검후는 서늘한 눈을 빛내며 상관기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모습이 삽시에 서천을 향해 날아갔다.
“으음! 잘도 사지로 찾아가는구나 빌어먹을 계집!”
“카악 퉤! 사부님이 네년의 가랑이를 찢어 발겨 우리들의 복수를 해주실 것이다.”
나머지 세 흉한들은 서천을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게라도 무공을 잃어버린 억울함은 풀어보려는 듯....
첫댓글 처음 일등을 해보네요!! 휴가라고 별로 할것도 없고 노사님 글이나 읽으며 보낼렵니다.
제가 부탁드렸는데 드디어 올려주셨군요...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sja 넘 덥습니다만,, 한줄기 청량한 바람인듯..
ㅋㅋㅋㅋ 얼마만에 열리는 지밀보고인지.. 감회가 새로운데요..ㅎㅎ
지밀보고가 새롭게 열렸군요 즐독하겠습니다
감사드리며 잘 보겠습니다
잘봤습니다..
오래간만에 올려주셨네요, 감사
정말 오랜간만이네요~선 리플 후 감상~
정말로 너무나 오랜만에...
감사합니다...ㅎㅎㅎ..다들 반가와하시는군요...
잘보고갑니당...
이 얼마만의 열림인가요? 오늘도 그냥 지나갈뻔 하다 겨우 알아봤습당. 감사합니다
무더위에 고생 하시는 군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노사님. 더위를 싹 날려주시는 군요
오랫만에 열린 지밀보고 군요. 감사...
지밀보고 한참 기다렸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열렷군요 ......계속 열리기를...
잘 보고 갑니당
아니 이런 지밀을 확인도 안하고 자유 게시판 글 서댓으니......
우와!~~~~이게진짜 얼마만이야~~
오랜만에 글이 올라오니 좋네요
간만에...올라온글이네요...ㅎㅎ
아 거참 색욕에 눈이 돌은 놈들이라지만 참으로 기똥차게 따먹으려고 하는구먼 인간의 머리회전이 왜 그런데로만 잘 돌아가 ㅡㅡ그넘들 참 할말없군
노사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감사 도 감사~~~
목마름끝에 해갈이.. 감사합니다^^
휴가 끝나고 오니 이런 기쁨이... 감사합니다.
정말 오랫만에 열렸습니다. 즐감이요....
오랜 만에 지밀보고에 보물이 들어왔군요. 즐감..이요.
노사님 고맙게 잘 보겠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에 이어 잘보구 갑니당...
잘봤슴다
오랜만에 와보니 새로운글이 올라와있군요.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즐독.............
즐독ㄳㄳ
즐독이요~
즐독
감사합니다.
언제나 재미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무공을 잃은체로 살기가 쉽지 않을건데---
잘 읽었습니다.
잘보앗습니다.
지금부터 시달려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