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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선풍기라면 당연히 있어야 날개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영국의 한 업체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가 그 주인공. 커다란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독특한 모양도 구경거리지만, 가운데가 뻥 뚫린 구멍 속에서 마치 마법처럼 바람이 끊임없이 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선풍기=날개’라는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뜨렸다.
헛!!! 이것까지 카피 제품이???
그리고 올해 또 마법(?)과도 같은 일이 있어났다. 영국 다이슨사(社)가 3년간의 개발 기간과 1년 간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출시한 이 제품을 불과 몇 달 만에 중국의 한 업체가 그대로 카피해 내놨다. 사진으로 보면 생김새도 다이슨의 그것과 거의 같아 어느 것이 진품인지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 모양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니라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누르면 바람도 나온다. 모방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한 이 카피 제품은 다이슨에서 날개 없는 선풍기가 처음 공개될 때만큼이나 세상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산 카피 제품이니 당연히 그 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산 카피 제품도 연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선풍기 가격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워낙 고가인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에 비해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날개 없이 시원한 바람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특히 눈 여겨 보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중국판(?) 에어 멀티플라이어. 제품을 담고 있는 박스부터 중국산이라는 느낌이 충분히 풍겨진다. 떨어지는 인쇄 품질, 제품을 보호하는 내부 포장재 등.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다이슨 정품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박스를 보면 나름 ‘nouge’라는 제품명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제조사에 대한 정보는 없다. 주소나 전화번호 등 연락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수입사에 대한 정보도 없다. 상태가 이정도니 '전기용품 안전인증'은 당연 찾을 수 없다. 측면에 ‘Made in China’ 스티커만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을 뿐이다.
◇ 중국산 카피 제품 - 제조사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영어와 스페인어 등 2개국어로 되어 있는 다이슨의 사용설명서에서 영어 부분만 쏙 발췌해 재구성한 짝퉁 사용설명서도 놀랍다. 설명서 앞부분에는 1년간 품질보증을 해주니 등록하라는 메시지가 있지만 제품 어디를 뒤져봐도 제품 등록을 위한 안내는 전혀 없다.
◇ 왼쪽이 중국 카피 제품, 오른쪽이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설명서이다.
◇ 박스 안에는 사진과 같이 몸체와 윗부분이 분리되어 있어 조립해야 한다.
(이는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도 동일하다)
제법 잘 베꼈다...
형태나 크기는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와 거의 비슷하다. 아니 이 제품을 처음 보는 이에게 어떤 것이 중국 카피 제품인지 물어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군데군데 있는 다이슨(dyson) 표시만 그 차이를 말해준다. 자세히 보면 몸통 부분에 있는 흡입구도 약간 다르다.
◇ 이렇게 봐서는 어느 것이 중국 카피 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왼쪽이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 오른쪽이 중국산 카피 제품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아직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일부 오픈마켓에서 팔고 있는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미국 등지에서 수입, 판매되는 제품이다. 때문에 120V AC 전원을 사용한다. 플러그도 11자 모양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려면 변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중국산 카피 제품은 220V를 지원한다. 플러그도 흔히 얘기하는 돼지코 모양이라 바로 꽂아 사용할 수 있다(제품 가격을 제외하면 이 부분이 중국산 카피 제품의 유일한 장점이다).
전원을 연결하면 아무 것도 없는 구멍 속에서 바람이 솔솔 나온다. 아래 다이얼을 돌리면 바람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릴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진다. 대신 소음도 덩달아 높아진다. 중국산 카피 제품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소음이다. 계측기로 측정,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와 비교 기사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에어 멀티플라이어보다는 소음이 심하다. 에어 멀티플라이어는 자연스러운 바람 소리에 가까운 반면, 중국산 카피 제품은 내부에서 모터 도는 소리가 심하게 들린다는 느낌이다. 계속 듣고 있자니 귀에 거슬린다.
◇ 좌측부터 전원 버튼 / 속도 조절 볼륨 / 회전 버튼 순이다.
◇ 하단 몸체 안쪽에 있는 팬이 바람을 일으켜 위쪽으로 보내준다.
풍속은 그럭저럭 괜찮다. 아래 회전 버튼을 누르면 좌우 45도 정도 회전도 한다. 뭔가 집중적으로 바람을 맞고 있다는 선풍기의 그런 느낌이 아닌 자연풍에 좀 더 가깝다. 때문에 오래 켜 놔도 일반 선풍기에 비해 거부감이 덜하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소음. 모터가 돌아가는 듯한 기계음은 상당히 거슬린다.
◇ 아래 팬에서 생성된 바람은 위로 올라와 제트 기류를 형성, 강한 바람을 낸다.
좌우 회전 뿐만 아니라 위, 아래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조금은 뻑뻑한 느낌이 들지만 아래로, 혹은 위로 바람 방향을 맞출 수 있다. 차지하는 공간도 좁은 편이어서 바닥 뿐만 아니라 선반이나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사용하기에도 좋다.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카피 제품, 하지만 그 성능은?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중국. 역시나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몇 달 만에 근사한 모방 작품(?) 하나를 만들었다. 시중에서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가 워낙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보니 카피 제품이지만 절반도 되지 않은 저렴한 가격(그래 봐야 10만원 후반대다)이 ‘한번 사볼까?’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이슨 에어 멀티플라이어와 비교해 중국산 카피 제품의 성능은 어떨까? 곧 이어지는 ‘에어 멀티플라이어’의 리뷰에 이어 소음과 풍속, 그리고 소비전력 등 계측기를 이용한 구체적인 측정을 통해 두 제품간의 성능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 날개가 없기 때문에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날개 없는 선풍기>
미디어잇 이준문 기자 jun@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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