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확성기 방송에...
북 중 국경의 조선족 식당 등에 우리 정부가 한국 TV를 볼 수 있는 장비를 무료로 설치해주자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선족뿐 아니라 중국 내 북한 주민들도 모이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놀라는 프로그램이 ‘6시 내고향’이라고 한다. 북한 농촌에선 매년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한국 농촌에선 먹을거리가 넘치고 일반 농민도 자가용을 모는 장면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는 허구일 수 있지만
농촌의 모습을 매번 가짜로 찍을 수는 없다. 한 탈북민은 “남북 농촌의 차이가 천당과 지옥 같았다”고 했다.
동물원과 전국노래자랑 방송을 보고도 놀란다고 한다. 북 주민 대부분은 평생 바나나를 먹을 일이 없으나 한국 동물원에선 원숭이와 코끼리가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을 푸짐하게 먹기 때문이다.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특권층이 아닌데도 북한 중앙당 간부보다 잘 입고 나와서 무대를 누비고 있다. 개그 프로에서 한국 대통령이 희화화되는 장면은 기절할 수준이다.
외부와 단절된 감옥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평범한 일상에 더 충격을 받는데 우리 군이 6월 9일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선 국제 정세와 대한민국의 발전상, 기상 정보,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스타의 노래가 2시간가량 송출됐다.
한국 소식과 한류 콘텐츠는 김정은 체제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주민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하는 내용이다.
군이 제작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는 이날 오후 4시 55분쯤 애국가를 튼 뒤 5시쯤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아나운서 멘트로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은 첫 소식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한 이유와
그간의 경과에 대해 설명한 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규탄한 소식을 전했다.
방송은 “한 미 일 3국은 지난 4일 오스트리아 빈 국제센터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 정기이사회 공동 발언에서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포함해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북한 도발과 관련한 국제 정세를 소개했다.
이어 삼성의 휴대전화가 전 세계 38개 국가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한 소식과,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체제의 외부 영상물 시청 및 유포에 관한 단속과 검열 강화로 고통받고 있다는 국내 대북 전문 매체 보도 내용을 전했다.
약 30분의 뉴스가 이어진 뒤엔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라는 안내가 다시 나왔고, 북한의 다음 주 지역별 날씨가 상세히 소개됐다.
날씨에 이어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을 소개했는데 북한에서 거래되는 미국 돈, 중국 돈, 쌀, 옥수수, 휘발유, 디젤유 거래 가격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를 해설하는 방송도 나왔다.
방송 중간중간 한국 가수의 노래로 BTS의 ‘봄날’ ‘다이너마이트’ ‘버터’와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우리 군은 과거에도 대북 확성기 방송 시 북한군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옛 노래와 더불어 2030 군인 취향의 최신 인기 가요를 틀었었다.
휴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인은 대략 50만~60만명 정도로 17세에 입대해 10년씩 복무하고 있다.
한창 놀 나이인데 라디오 하나 구경하기 어렵다. 대북 확성기에서 신나는 댄스곡이 나오면 어깨가 저절로 움직인다.
애창곡이 생기고 1년쯤 지나면 방송 시간을 기다린다고 한다. 김정은의 폭정과 은밀한 가족 관계 등을 방송하면 처음엔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대북 확성기에서 나오는 일기예보가 정확히 맞는 것을 경험하고, 북한 축구팀의 경기 결과 등을 실시간으로 알게 되면 확성기 내용을 신뢰하게 된다.
2011~2016년 철책을 넘은 북한군이 9명인데 그중 4명이 2015년 확성기 재개 이후 나왔다.
우리 군이 6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서 방탄소년단(BTS) 등 노래와 일기예보, 북한 내부에서 거래되는 쌀·옥수수·달러 가격 등을 소개했다.
최전방 북한군들은 6년 전처럼 우리 일기예보를 듣고 빨래를 걷고 한류 스타들의 노래도 흥얼거릴 것이다.
이젠 고향 장마당의 물가까지 확성기에서 확인할 것이다
지금 북한군 상당수는 2000년대 출생인데 만성적 경제난 속에 노동당이 아닌 장마당이 먹여 살려준다는 걸 깨달은 세대들 이다.
입대 전부터 한류를 몰래 즐긴 세대 김정은이 ‘한국 드라마 보면 척추를 꺾어 죽인다’고 광기를 부리는 것은
이 신세대의 눈·귀를 가리기 위해서이지만 사람의 눈·귀를 어떻게 영원히 가릴 수 있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