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녁 바람에 억새 울고
강기슭에 물새 울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버지의 뱃노래
고기를 잡아 날 키우시고
뱃노래 불러 날 재우셨던
아~ 아버지 불러봐도 대답 없이
흐르는 저 강은
아버지의 강이여
저 강 건너 나루터에
물새 한 마리 슬피 울면
강바람에 검게 타신
아버지가 그리워
고기를 잡아 날 키우시고
뱃노래 불러 날 재우셨던
아~ 아버지 불러봐도 대답 없이
흐르는 저 강은
아버지의 강이여
-나훈아 작사 <아버지의 강>-
1976년 나훈아 김지미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당시 최고의 톱 가수와 톱 여배우의 결혼
그것도 7살 차이의 연상의 배우와 결혼은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나훈아는 여배우 고은아(예명)의 4촌 이숙희와
1973년 비밀리에 결혼 1975년 이혼하고
채 1년도 안되 김지미와 결혼을 발표했으니
당시로서는 큰 화재를 불려 모았다
1976년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임동 촌에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안동 시내로
유학하러 온 나는 안동 대안극장 가까운 곳에서 자취했다
당시 극장에서는 새로운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대형 포스터를 그림으로 그려서 극장에 부치는데
그 포스터를 그리는 간판 화가가 지인이어서
대안극장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보고싶으면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남진 하춘화 쇼까지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몰래 들어가 봤다
당시 영화 간판을 그리는 간판 화가는 간판쟁이라고해서
화가 취급도 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조그만 도화지에
여성잡지 정윤희 사진을 보고 좀 그려달라고 해서
팬레터로 보냈더니 답장을 보내와서 받아본 기억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공부보다는 연예인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훈아 김지미 결혼 발표 소식도
그때 <선데이서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요즘 SNS 시대지만 김지미 나훈아의
첫 만남을 코맨트한 곳은 없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지만
당시 내가 읽은 선데이서울 기사에 난
김지미 나훈아의 첫 만남은 이렇다
제주도의 어떤 호텔에서 연예인 행사가
있었는데 공항에서 우연히
나훈아와 김지미가 같은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는 달려 행사장으로 가는 도중
급커브길에 김지미가 쏠려 머리를 부딪칠 뻔 했는데
나훈아가 무의식적 동물적 본능으로
김지미를 끌어당겨 위기를 모면했다
그 후 나훈아는 김지미의 집을 자주 찾으며
의남매처럼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내용이다
결혼 발표는 했지만 두 사람은 결혼은 하지 않고
나훈아는 김지미의 정릉 자택으로 들어가
1982년까지 6년 동안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두 사람은 연예계를 떠나 신탄진에서 사업을 했다
당시 신탄진에서는 김지미 오빠가 공장을 하고 있었고
김지미 나훈아는 요식업을 하였는데
사업도 꽤 잘되었다
정릉과 신탄진을 오가며 생활하던 두 사람은
1980부터 애정 전선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나훈아의 가요계 복귀 때문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자라야 한다
결국 나훈아는 1981년 대중들 앞에
<울긴 왜 울어>와 <대동강 편지>를 들고 컴백했다
두 사람이 알콩달콩 지지고 볶고 할 때가 좋았지
두 사람이 동거하고 몇 년이 지나자
나훈아는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김지미는 식당이나 경영하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어 했으나
나훈아는 가요게 복귀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두 사람의 골은 점점 깊어져 나훈아는 모든 재산을
김지미에게 주고 1982년 쿨하게 헤어졌다
나훈아는 가요게 컴백을 앞두고 많은 준비를 했다
<울긴 왜 울어>도 김지미와 헤어짐을 예감하고
그때 만들어진 곡이다
나훈아는 컴백하기 전 <고향역>으로 스타덤에 올려준
임종수 작곡가를 찾아가 자신이 직접 쓴 <아버지의 강>이란
가사를 보여주고 작곡을 부탁했다
임종수 선생은 <아버지의 강>을 작곡하여 <대동강 편지>와 함께 주었다
나훈아는 자신이 작곡한 <울긴 왜 울어>와 <대동강 편지>는
취입하고 <아버지의 강>은 무슨 이유인지 취입하지 않았다
1984년에 와서야 <아버지의 강>은 취입했으나 발매하지는 않았다
<아버지의 강>이란 곡은 그렇게 사장되어 버렸다
그 후 1989년 이태호가 불러 앨범 속으로 넣었으나
그 앨범의 대표곡 <임진강>은 뜨고
다음해 발표된 <미스고>가 워낙 떠버려
<아버지의 강>은 또 그렇게 사장되어버렸다
그 후 신유 아버지 트롯가수 신웅이 불렀고
칠갑산을 부른 주병선도 취입했으나 흐지부지되었다
그렇게 잊혔던 <아버지의 강>이 세상 밖으로 나온 건
2020년 SBS 트롯 경연 프로 <트롯신이 떴다>에
강문경이 파이널라운드 6라운드에
이 노래를 불러 우승하면서 1억원의 상금 주인공이 되고부터다
강문경은 전북 순창이 고향으로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배운 국악 신동이었다
각종 국악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는 등
재주가 남달랐으나 군대를 졸업하고 트롯가수가
되고 싶어 고향 선배이신 작곡가 임종수 선생님을
찾아가 노래 지도를 받았다
국악과 가요는 발성이 달랐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판소리 창법을 떼어 내기 위해
임종수 작곡가에게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받던 중
우연하게 <쓰러집니다>를 부른 가수 서주경이
임종수 선생 사무실을 찾아왔는데 둘은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서주경은 강문경의 <아버지의 강>을 듣고
아버지를 떠나 보낸지 얼마 안 되어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강문경의 음색과 노래 실력을 알아본 서주경은
그 자리에서 자기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로 강문경을 데리고 왔다
서주경 대표는 가사 중 <사랑하나로 날 키우시고>를
<고기를 잡아 날 키우시고>로 바꾸고
2014년 강문경의 EP앨범(미니앨범) <아버지의 강>을 내놓았다
2020년 <트롯신이 떴다>에서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강문경은 상금 1억원을 고스란히 서주경 대표에 드렸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트롯이 대세다
방송 여기저기에서 트롯 경연프로가 있는데
트롯 경연프로에 꼭 빠지지 않는 노래가 <아버지의 강>이다
<불타는 트롯맨>에 황준이 불러 최단 시간 1절 만에 올인했고
<미스트롯2>에 김태연이 블렀고
<미스터트롯2>에서 초등학교 3학년 허스키 까만콩 별명 조승원이
불러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랑의 콜센터>에서 장민호가
<화요일은 밤이 좋아>에서 김의영이
<아침마당>에서 이현호와 리틀싸이 황민호가
불러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KBS 인간극장에 나와 어려서부터 생계를 위해
해녀이신 할머니의 물질을 도운 울산출신의 해남(海男) 고정우는
KBS <아침마당 트롯트가 좋아>에서 5연승을 했는데
<아버지의 강>을 기가막히게 불렸다
요즘은 <미스터트롯2>에서 본선진출을 확정 지었다
나훈아의 아버지는 무역 선원으로 일찍이
배를 탔고 나훈아는 어려서 유복하게 자랐다
<아버지의 강>은 나훈아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직접 쓴 가사다
70년대 남진과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경쟁했던 나훈아가
남진과 다른 점은 직접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는 데 있다
수많은 곡을 작사.작곡한 나훈아는 그야말로 천재다
나훈아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후배 가수들에 줄 때는
아무 조건 없이 주기도 하는 잰틀한 멋도 있다
오래전 조미미가 부른 <연락선>도 본명 최홍기 작사.작곡으로 주었다
강진이 부른 <땡벌>
이자연 부른 <당신의 의미>
심수봉이 부른 <여자이니까>도 나훈아 작사.작곡이다
1976년 당시 남산에 위치했었던 도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나훈아는 스카이라운지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라운지에서 앳된 소녀 심수봉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훈아는 심수봉의 노래 실력에 감탄해
자신이 작사.작곡한 <여자이니까>를 주었다
훗날 심수봉은 <그때 그 사람>으로 화답했는데
<그때 그 사람>의 그 사람은 나훈아다
나훈아가 작사한 가사를 음미하면 시인(詩人)이 따로 없다
때로는 인생철학이 담겨있고
때로는 서정적이고
때로는 향수가 담겨있고
때로는 사랑의 감미로움이 있고
또 때로는 번득이는 에스프리가 있다
트롯 열풍을 타고 빛을 발한 <아버지의 강>
아버지의 강 저 깊은 곳 한쪽에 시인 나훈아가 숨어있다
-강문경 <아버지의 강> 듣기-
첫댓글 원곡인 가수 이태호씨가 부른 노래가 비교도 안돼게 좋던데 저만 그런가요
이태호 <아버지의 강>
정말 애절하게 호소력 깊게 잘 부릅니다
단연 최곱니다
그 앨범 속 <임진강>도
무척 좋은 노래죠
아버지의강 노래가 나훈아씨의 곡이군요 저도 미스트롯2 에서 김태연이가 부르는걸 들으면서 이태호씨의 노래인줄만 알았고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가 보고싶을때에 가끔씩 듣고있는데 훈아오빠 곡인줄을 오늘에야 알았니더~
국보급 가황 나훈아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축복입니다
새해 늘 건강 챙기시고
멋진 나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