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5명의 선정자도 나왔네요
선정된 5분 축하드리며 진정한 팬분들이
선정되셨기를 바랍니다
<지구 우승을 차지한 다음날, 훈련 시간에 전날 착용했었던 고글을 모자에 끼고 나왔던 추신수. '추신수 선수와 식사 한 끼' 당첨자는 하단에 게재돼 있다 (사진=이영미)>
“둘째 아들 건우의 생일 소원이 워터파크가는 거였어요. 시즌 마치자마자 주말에 가족들과 워터파크를 갔는데 아이들이 진짜 행복해 하더라고요.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우리 가족들한테는 ‘서프라이즈’인 셈입니다.”
야구선수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는 10월 16일 이후로 ‘추 패밀리’의 가장 추신수로 돌아가 있었다. 스프링캠프서부터 약 8개월가량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왔던 그는 남은 4개월 동안은 온전히 한 집안의 가장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허탈하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가 그의 휴식기 첫 일성이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패배의 쓴맛을 안은 채 달라스로 돌아온 그는 며칠 동안은 야구선수 추신수에 머물러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올시즌 추신수의 야구 인생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반전 인생’이다. 4월 말, 바닥을 헤맸던 성적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9월에 정점을 찍더니 10월 초, 정규리그를 마무리하면서 149경기 출전에 타율 0.276(30위) 출루율 0.375(6위) 22홈런(26위) 153안타 82타점(24위) 94득점(10위)을 기록했다. 추신수가 9월 한 달간 보인 성적을 두고 미국의 한 언론에선 ‘21세기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크레이지 모드였다’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그의 개인 성적이 팀 성적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지구 우승, 이달의 선수상 수상, 포스트시즌 경험 등은 ‘어제 내린 눈’에 불과하지만 그와 디비전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가졌던 인터뷰가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토론토 원정 경기 때였다. 그 외에도 틈틈이 야구와 관련된 질문을 통해 추신수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다소 긴 내용이지만, 추신수의 올시즌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시작해본다.
정말 욕심을 냈었던 ‘이달의 선수’상
추신수는 미국 진출 이후 두 번째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9,10월에 펼쳐진 32경기에서 그는 .387, 6홈런, 23타점, 30득점, 출루율 5할, 장타율 .613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구 우승을 이끄는 첨병 역할을 담당했다.
토론토 원정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이달의 선수상과 관련해
“욕심이 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솔직히 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큰 상이 내가 원한다고 해서 받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상은 하늘에서 준다고 믿는데 이번에는 그 운이 내게 있었던 모양이다”라며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달의 선수상은 상금이나 상품이 주어지는 게 아니다. 순전히 명예이다. 9월 한 달간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추신수가 제일 성적이 좋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추신수로선 그 상 자체에 의미가 클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는 홈런, 안타, 타율보다 OPS(장타율+출루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런데 올시즌 OPS가 통산 OPS보다 살짝 높았다.
“내 통산 OPS가 .837이다. 그런데 올시즌 OPS가 .838을 기록했다. 그 사실이 정말 기쁘더라.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기록이 OPS인데 통산 기록보다 조금이라도 높았다는 데 대해 만족했다.”
<FOX 스포츠의 텍사스 전담 리포터인 에밀리 존스(사진=이영미).>
추신수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
시즌 내내 지구 하위권을 맴돌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 배경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MLB.com은 텍사스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욱 강했고, 우승의 중심에 추신수와 애드리안 벨트레의 존재감을 꼽았다. 텍사스 선수들도 후반기 상승세의 요인으로 대부분 추신수를 지목했다. 특히 추신수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룬 딜라이노 드실즈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의 올시즌은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한 경기당 최소 두세 차례는 출루하는 것 같다. 초반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후반기에는 그 누구보다 팀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거듭났다. 추신수가 이 팀에 없었다면 우린 이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FOX 스포츠의 텍사스 전담 리포터인 에밀리 존스도 추신수의 남다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에밀리 존스는 추신수를 선수 이전에 인간적으로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신수를 알면 알수록 놀라운 것은 이 선수가 하는 일마다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임하는지를 알게 될 때이다. 팀을 위해, 계약 이행을 성실히 하기 위해, 또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뛴다. 그게 전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후반기에는 뛰어난 성적으로 나타났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전반기 오랫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후반기 접어들면서 이전의 추신수로 돌아왔고,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켰다. 야구 선수로서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에밀리 존스는 추신수가 부진에 빠졌을 때 그와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추신수가 한창 힘들어할 때 그와 이런 얘길 나눴다. ‘추, 당신은 야구 잘하는 선수예요. 그런데 필드에 있는 당신을 보면 혼란스러워 보여요. 당당해지세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 있습니다’라고. 추신수는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내가 아는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요즘 추신수를 보고 있으면 매사에 자신감이 펄펄 넘친다. 이래서 야구가 흥미로운 종목인 것이다. 때론 사람을 살리기도, 또 때론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하니까.”
<미국 텍사스주 지역 매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제프 윌슨 기자(사진=이영미).>
미국 텍사스주 지역 매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제프 윌슨 기자는 추신수의 올시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추신수의 9월과 10월을 보면 지난해 부상과 수술 후 올시즌 복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물론 4월까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해 걱정하기도 했다. 5월에 반짝 했다가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졌었다. 그런데 후반 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베이스러닝도 자신감이 붙었고, 타율이 상승되면서 수비까지 좋아졌다. 지금의 이 모습이 바로 구단에서 기다려왔던 추신수의 모습이다. 자신이 구단으로부터 받는 몸값이 얼마나 합당한 금액이었는지 충분히 보여줬다.”
윌슨 기자는 추신수의 9월 활약만 놓고 봤을 땐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해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최고의 성적을 냈는데 그 정도면 연봉 더 받는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으며 선수들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추신수 같이 투지가 넘치는 선수를 좋아한다. 물론 포스트시즌이 있지만, 그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게 진심으로 반가웠다.”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텍사스 레인저스와 결별한 데이브 매거던 타격코치의 모습.(사진=이영미)>
시즌 종료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결별한 데이브 매거던 타격코치는 토론토 원정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추신수에 대해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타격코치로서 본 추신수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가 올시즌 롤러코스터를 탄 배경에는 정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추신수 같은 베테랑 선수가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는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는 게 답이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자신의 문제점을 가장 알고 있고, 거기서 나오는 방법도 알고 있다. 내가 심리상담사였다면 추신수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겠지만, 타격코치로선 그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예상대로 그는 스스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겼다. 내가 추에게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로선 그런 선수를 만났다는 게 행운이다. 그동안 나와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선수들 중에서도 추는 손가락 안에 꼽히는, 꼭 기억해야 하는 선수이다.”
배니스터 감독과의 갈등, 뒷담화
올시즌 추신수의 숙제 중 하나는 제프 배니스터 감독과 좁혀지지 않는 관계였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배니스터 감독은 베테랑 선수에 대해 최대한 배려하고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는 좌투수가 나오면 추신수를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거나 우투수가 나와도 기용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해보였다. 추신수도 처음에는 꾹 참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감독의 행동에 대해 후반기 들어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
추신수는 이와 관련해 자신의 일기를 통해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은 선수를, 굳이 이런 방식으로 내모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신은 매일 경기에 나가 타격감을 되찾고 싶은데 휴식 차원의 결장이 계속되고, 야구장으로 출근해 라인업을 확인하며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는 상황이 익숙지 않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았다.
이 일기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은 물론 미국 텍사스 현지 기자들이 일기를 번역해서 소개했고, 급기야 배니스터 감독과 존 다니엘스 레인저스 단장이 그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한국의 한 야구 팬이 일기를 번역해서 텍사스 지역 매체의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일기 전체 내용이 아닌 추신수가 배니스터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부분만 언급됐고, 이 메일을 받은 기자는 추신수에게 직접 그에 대해 확인하는 상황도 벌어졌었다).
<추신수가 인터뷰하는 데 가면을 쓰고 등장한 오도어 선수. 추신수를 많이 좋아하고 따랐던 후배이다.(사진=이영미 영상 캡처)>
흥미로운 부분은 그 일기 이후 추신수는 정규시즌을 마칠 때 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진 적이 없었고, 계속 출전하게 되면서 그의 성적이 상승가도를 달렸다는 점이다. 항간에는 존 다니엘스 단장이 그 일 이후 배니스터 감독과 면담을 했고, 면담 이후 추신수를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시켰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위에 한 차례 언급된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제프 윌슨 기자는 추신수와 감독과의 관계 중 감독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감독이 베테랑 선수를 그렇게 잡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베테랑들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믿고 맡겨야 한다. 감독도 첫 시즌인 만큼 성적을 내고 싶었을 테고, 그러기 위해선 뭔가 본보기가 될 만한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추신수의 라인업 제외였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감독의 마인드에 변화가 일어났고, 추신수가 경기에 나가게 되면서 팀도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추신수는 감독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한참 생각에 잠기다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그때만 해도 너무 힘들다보니 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난 나를 믿고 데려온 사람들한테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지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 했고, 그런 기회가 줄어드는 데 대해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아무리 안 좋아도 마음 아파하지 말고,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좋아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1할을 치든 2할을 치든, 시간이 지나면 난 2할7푼, 8푼 또는 3할의 성적을 나타낼 테니까 말이다.”
올스타 휴식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추신수의 올시즌 성적은 7월 14일부터 4일간 휴식을 취했던 올스타 브레이크 전과 후로 나뉜다. 과연 그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추신수는 이와 관련해서 다소 긴 대답을 이어갔다.
“3,4일 밖에 안 되는 휴가를 받고 할 수 있는 건 가족들과의 여행이다. 그래서 차를 타고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서 바닷가를 찾았고, 아이들과 낚시를 하며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큰 걸 보여주려고 하기 보단 작은 부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고.작년에 두 차례의 수술을 했고, 재활 과정을 거쳐 올시즌 복귀하게 됐는데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의식이 굉장히 강했다. ‘반드시 보여주고야 말겠어’라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부드러운 면을 잃었다. 후반기부턴 타석에서 좋은 공만 치자고 다짐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에 방망이를 대지 말고 안타보단 출루율을 높이는데 집중하자고 마음의 정리를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공을 치면 안타가 나오고, 나쁜 공에 손을 안 대니까 볼넷이 나오면서 출루율이 올라갔다. 그렇게 시즌을 보내다 좀처럼 2할5푼을 넘지 못하던 타율이 반등의 조짐을 보였고, 2할6푼, 2할7푼, 그리고 2할7푼6리에 도달했다.”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추신수는 가족들과 함께 애스트로스와의 후반기 첫 원정 경기를 위해 휴스턴으로 향했다.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그는 7월 18일(한국시간) 휴스턴의 미닛메이드파크 원정 라커룸을 찾았다. 라커룸 입구에 붙여 놓은 라인업을 훑어보는 순간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내 이름이 없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잘 쉬었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해서 야구장으로 출근했는데 후반기 첫 경기에서부터 제외된 걸 보고 정말 크게 실망했다. 야구 경기가 아닌 또 다른 상대와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휴가를 보내고 가족들과 함께 휴스턴으로 향했던 터라 그 날 경기장에 아내와 아이들이 야구를 보러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실망이 클 것 같아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숙소에 있으라고 말했다. 아내도 내색하진 않았지만 많이 속상했을 것이다. 그 후로도 한동안 경기 출전 여부가 ‘퐁당퐁당’이었다.”
추신수는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아무리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시즌 마칠 때엔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추신수는 시즌 중 일기를 쓰기 위해 기자와 통화할 때도 “지금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시즌 마칠 때쯤이면 2할7푼, 8푼 정도의 성적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자주 얘기했었다. 4월 말, 0.096, 9푼6리의 타율을 기록할 때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고백하자면, 기자인 나도 추신수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참담할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을 내고 있는 그가 2할7푼까지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내가 잘 할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도, 기자들도 대부분 등을 돌렸으니까.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일기의 댓글들 반응이 엄청났다고 하더라. 거의 날 비난하는 글들로 채워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비난들이 서운했다. 선수가 못할 때 좀 기다려주면 안될까? 기다려주면 반드시 해낼 선수라고 믿고 응원해주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흔들리진 않았다.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댓글로 화풀이한다고 이해했으니까. 난 좋은 글, 칭찬하는 글만 바라지 않는다. 내가 못할 때는 따끔한 지적과 충고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야구만이 아닌 인간적으로 선수를 비하하는 내용이 눈에 띌 땐 마음이 아팠다.”
추신수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아팠던 순간들이 ‘공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조차도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배움이었고, 인생이었으니까. 내가 멘토로 삼고 있는 혜민 스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될 땐,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라’고. 굉장히 도움이 된 메시지였다. 야구가 안 된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게 아니니까. 난 야구만 슬럼프였을 뿐 다른 생활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야구를 못한다고 나의 모든 삶이 불행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족들이랑 더 살갑게 지냈던 것 같고.”
올시즌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추신수로선 그 과정들 속에서 자신만의 ‘느낌표’를 만들고 있었다. 그가 왜 대단한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었다.
“난 이렇게 착각하고 싶었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데서 응원을 보내준 분들이 더 많다’라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을 때 눈물나게 기뻤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 때문에.”
추신수의 야구가 궁금하다!
다음 내용은 정규리그 최종전으로 치른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우승 후 개별적으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이다. ‘매직넘버 1’을 남겨 두고 경기 상황을 지켜보는 선수의 심정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선수와의 인터뷰를 Q&A로 구성해본다.
http://tvcast.naver.com/v/552820
만루 상황에서 터진 추신수의 역전 적시타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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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와의 3차전에서 팀이 5-6으로 뒤진 6회 1사 만루였다. 바뀐 투수 세자르 라모스의 3구째 시속 83마일(약 134km) 슬라이더를 밀어 쳐 역전 적시 2타점을 터뜨렸는데 혹시 의도적인 스윙이었나. 현지 중계에서는 ‘almost check swing’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당시 타석에서의 접근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스카우트 리포팅을 보니까 투수 세자르 라모스가 대부분의 초구를 슬라이더로 던지더라. 그래서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초구에 헛스윙했다. 그 다음이 패스트볼이었다. 3구째 공이 슬라이더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가 스윙하려다 나도 모르게 멈칫하면서 온전한 타격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운 좋게도 좌측으로 공이 향하면서 안타가 됐다. 만약 수비 시프트가 아니었다면 병살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에인절스와의 4차전 마지막 경기는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였다. 그런데 선발로 나온 콜 해멀스가 1회에서부터 홈런을 맞고 점수를 내줘야 했다. 지켜보는 심정이 불안하지 않았나.
“당연히 불안했다. 1회초 2아웃 상황에서 마이크 트라웃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가 알버트 푸홀스였다. 그때부터 초긴장 상태였는데 결국 푸홀스가 투런포를 날리더라. 1회말 볼넷으로 드실즈와 내가 출루했을 때 프린스 필더가 안타를 치면서 1득점했다. 1득점 하고 나서부턴 자신감이 생기더라. 5회 2득점을 보태 3-2 역전을 하고, 7회 6점을 내기 전까진 마음을 놓지 못했다. 3차전 때 뒤집어진 경험이 있다 보니까 경기 마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의 존재가 어떻게 느껴졌나.
“마이크 트라웃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이고, 푸홀스가 이전 같지 못하다고 해도 푸홀스는 푸홀스이다. 그러다보니 그들 앞에 주자가 나가 있으면 투수나 야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후반기 들어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 타석에서의 활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인가.
“그렇다. 타격이 잘 되면 수비에서도 자신감이 생긴다. 몸의 밸런스가 생기면서 투타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추신수 선수는 패스트볼에 강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전반기엔 포심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263에 그쳤다. 후반기엔 .410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을 제대로 보고 친다는 건 쉽지 않다. ‘아 저건 슬라이더다, 아 저건 패스트볼이다’라고 머릿속에서 판단하고 스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코스인지 아닌지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좋은 공을 ‘보고’ 쳐야지 하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 어설픈 스윙이 나오게 되고, 땅볼이나 파울볼 처리가 된다. 알려진 대로 난 항상 패스트볼만 노린다. 패스트볼을 노리다 변화구가 들어오면 치는 거지, 변화구를 노리다 패스트볼을 칠 수는 없다. 타석에 들어서면 마음속으로 ‘패스트볼, 패스트볼’을 부르다 변화구 들어오면 휘두른다.”
신시내티 시절과 다르게 2스트라이크 이후 스탠스를 넓게 취하는 타격폼 구사 빈도가 줄어들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타격 코치랑 얘길했었는데 출루도 중요하지만 주자가 없고 꼭 나가야 할 상황이라면 기다리지만 말고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좀 더 공격적으로 대응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방망이를 짧게 잡고 공만 맞추다보면 내 스윙을 하지 못한다. 타격감이 좋을 때는 내 스윙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팔꿈치 보호대를 좌투수 상대로만 착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른쪽 투수가 몸쪽으로 공을 던지면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공이 바깥쪽에서도 들어오니까 잘 보인다. 슬라이더를 때리려면 어깨가 닫혀 있어야 가능하다. 내 몸이 열려 있으면 칠 수가 없다. 그래서 패스트볼을 던지면 피할 수가 없다. 우투수가 공을 던질 땐 바로 보이는 반면에 좌투수가 던질 땐 공이 중간에 올 때까지 패스트볼인지, 슬라이더인지 구분이 안 간다. 변화구는 휘어져 들어와서 괜찮지만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던지면 공에 맞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팔꿈치 보호대를 좌투수 상대로만 착용한다.”
공을 맞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나.
“전혀. 물론 공에 잘못 맞아 골절되는 데 대한 걱정은 있지만 데드볼 자체가 두렵진 않다.”
인터뷰 말미에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실력이 부족해서 슬럼프가 오는 게 아니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일은 ‘정신, 멘탈’이다”는 얘기를 꺼냈다.
“한때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한방에 해결하려고, 한방에 해결해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었다. 난 이렇게 형편없는 선수가 아니라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올시즌 깨달은 부분은 인생도 그렇듯이 야구도 조급한 마음으로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걸 깨우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 다음 시즌에 또다시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한두 달을 넘어 장기간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내 자신에 대한 믿음 만큼은 놓지 않을 것이다. 난 분명히 그걸 극복해낼 수 있을 테니까. 올시즌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 나에 대한 이런 믿음, 자신감이다.”
<시즌 마치고 모처럼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선 추신수. 그 장면의 그림자를 아내 하원미 씨가 사진으로 찍었다.>
올시즌 다양한 야구 인생의 스펙트럼을 보이며 우리에게 반전 인생의 매력을 올곧이 보여준 추신수에게 ‘정말 수고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패한 후 집으로 돌아간 그에게 챔피언십시리즈 중계를 보느냐고 묻자, 그는 단숨에 “야구 안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는 그가 안 보려 했던 야구를 보며 감정 이입을 하고 있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천상 야구인, 그가 추신수이기 때문이다.
<이영미 기자>
추신수 선수와 ‘식사 한 끼’하실 다섯 분의 당첨자를 소개합니다.
당첨자 분들께는 담당 기자가 개별적으로 연락드려 자세한 일정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좋은 글들을 남겨주셨는데 다섯 분만 모시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밍구바라기
올시즌 추신수의 1년간을 보면서 성공한 사람은 정말 다르다는걸 느꼈다. 천문학적인 연봉 계약을 한뒤로자신의 일기에 자신의 기사에 무수히 많은 악플을 본인도 봤을텐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팀 수장격인 신임 감독과도 부딪히는 부분에서도 결국 실력으로 맥라렌 같은 악플러들을 사라지게 한건 정말 대단한 듯. 나도 남탓만 하지 않고 나를 믿고 하나 하나 이뤄나가야겠다. 내년 일기도 기대할게요.
wane
20대 중반의 야구를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이번 시즌 초반의 부진한 활약에서 가을 남자 추신수로 돌아오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시즌의 전체적인 결과로 볼 때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만 또 이런 위기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요. 앞으로의 시즌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서 추신수 선수가 텍사스의 베테랑으로서 꾸준한 커리어 이어나가기를 응원합니다.
길을떠나다
감사합니다 신수행님, 행님 덕분에 올 한 해 행복했습니다. 출퇴근하며 행님 타석 하이라이트 보는 재미, 텍사스 레인져스 팀에 흥미를 가지고 빠져들게 되는 재미. 한해 너무 고생 많으셨고, 가족들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몸관리 잘 하세요 ~ 이영미 기자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MBL 및 선수들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인간적인 매력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DonggyunSeo
저는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학교에서 발표가 있을 때, 고작 몇 십 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도 온 몸이 떨리는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곳에서 항상 누군가의 집중과 평가를 받으며 시즌을 치러 나가는 것이 얼마나 심한 긴장의 연속일까 생각됩니다. 부진했던 모습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 너무 멋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지금의 힘들고 외로운 수험생활을 이겨내고 회계사가 되는 멋진 상상을 하곤 한답니다. 앞으로도 멋진 활약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는 추신수 선수가 되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메이져민
항상 추신수 선수 일기를 정독하는 야구를 사랑하고 추선수를 응원하는 한 사람입니다. 메이저리그를 보며 야구를 알게 되었고, 정말 야구가 좋아 야구를 항상 가까이에 둘 수 있고 오직 야구만을 위해 직업을 찾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단순한 식사가 아닌 추신수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긴 시간을 이겨낸 것처럼 저도 제 꿈을 잃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용기를 얻는 뜻 깊은 자리에 초대받았으면 감사하겠습니다. 1년 동안 일기를 작성한 추신수 선수에게도 그 글을 잘 정리해주시는 이영미 기자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재밌는 이벤트네요. 좋은 추억이 될듯 ^^
댓글봐서는 좋은팬분들이 선정된듯 한데, 추신수 선수 만나면
곧 진정한 팬으로 거듭날듯..^^
부러워라~
이벤트 당첨되신분들 축하드려요. 너무 부럽네요
추신수 일기도 이렇게 끝이네요~ 이벤트 당첨되신 분들 좋으시겠습니다^^
이벤트 신청할까 하다 접었습니다...ㅋ
부럽다...
진심 축하드립니다~~정말 부럽네요^^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축하드려요 까페에서 당첨되신분은 없나보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