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3년 전, 업무가 바뀌고 갑작스럽지만 경험삼아 다녀오라던 런던 출장을 위하여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2000년 5월 10일. 역사적인 날이었죠.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그야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여권을 들고 처음으로 간 바다 건너 지역이 런던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때가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네요.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라해서, 출장을 가면 업무외 시간에 가만히 숙소에만 있는 타입이 아니었거든요.
무슨 이유에선지 유효기간은 5년짜리였습니다. (이땐 아마도 5년짜리가 보통이었을 겁니다)
업무상 출장이 많아 미국 비자를 받는데 유효기간 10년짜리를 만들어주는 바람에
이후 5년짜리 여권을 새로 만들어서 두개의 여권을 같이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한 3년 간은 1년에 서너 차례 출장으로, 한 차례 여행으로... 해외를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런던으로 간 출장은 비행기를 편도 약 12시간을 날아서 가는 먼 거리를 1박 3일로 다녀온 살인적인 출장이었습니다.
런던에 가서 면접을 반나절하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처음 간 해외니 그 설렘이 오죽했겠습니까.
도착하자마자 행사장에 가서 행사를 하고, 일정 종료 후 일행들과 저녁 식사 겸 술 한잔... 까지 마친 시간이 오후 9시.
다음 날 오후에(기억이 가물한데 아마도 오전 11시~ 12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일정인데,,,,
저녁 9시에 술이 취한 상태에서 현지 투어를 감행(혼자서...ㅠ.ㅠ)
피카디리서커스에 가서 햄버거(맥도날드)도 사먹고..(그냥 먹고 싶었어요 ^^)
근처 공원도 구경하고, 30분인가 1시간인가 간격으로 있는 심야버스를 타고 런던 교외도 가보고....
밤을 꼬박 세워 런던 일대를 돌아다니다 출발 팀에 합류한 기억은 아직도 어제 일같이 선명합니다.
마치 3박4일 일정인 양 즐겁게 보내고 온... 추억으로요.
사실 이 짤막한 무용담은 서막에 불과하구요, 이후 많은 에피소드 들이 있었죠.
2000년 9월인가엔 미국 출장이 있었습니다. 14박 15일 일정으로 다녀오는 일정이었는데요,
무려 2주 간의 기간이다보니 회사에선 간단한(?) 환송회(?)를 해주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10시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최초의 장기 출장이라 출장 전 회사에서 회식을 새벽 3시까지 하고,
늦잠에서 깨보니 8시여서 부랴부랴 택시를 불러서 인천공항으로 쏘는데
세수고 뭐고 할 겨를도 없고, 대충싼 짐을 택시안에서 뒤져보니 여권만 겨우 살아있고,
출장시 집행할 경비로 받은 1,000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는 온데간데 없어졌고,
처음가는 해외에 가방 싸는 법도 몰라 아침에 대강 옷가지 한 두 장만 싸들고 가야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출발이 고작 30여분 남아있고, 공항내에는 연신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드랬죠.
지금 같으면 절대 못탔을텐데, 그땐 어케어케 부리나케 뛰어서 겨우 탑승을 완료...
타자마자 전날의 숙취로 도착할 때까지 논스톱으로 자버리셨다는...
회사 설립 이후 전무후무한 역사를 썼었드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잊지못할 추억이었죠. (저만)
도착해서도 드라마의 연속이었습니다.
출장경비는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충당하고, 모자란 옷가지는 현지에서 조달하고..ㅎㅎ
그 와중에 일정 후 자유시간엔 맨해튼에 있는 블루노트 본점에 가서 공연도 보고,
LA에 가서는 유니버셜스튜디오 간다고 나섰다가 지하철 무인발권기가 고장이 나서(돈은 넣었는데 표를 안줘요..ㅜ.ㅜ)
센터에 있는 현지인과 안되는 영어 발음으로 싸움질한 기억까지...
그때 집으로 보내준다고 주소를 부르라는데 승질머리 못된 사이먼은 '됐어요~' 라고 고함지르고 끊었다는....
새 여권을 받고나서 괜시리 예전 기억이 추억으로 새록새록하니,
서랍 속에 꽁꽁 묻어둔 예전 여권하고 비교해보고 싶어져서 꺼내놓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오른쪽이 직전에 쓰던 50면짜리 여권이고, 왼쪽이 새로받은 26면 여권입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구청에 가서 받았습니다.
옛날 생각으로 구청에 직접 가야하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참 좋은 세상이 왔더군요.
이제 나이도 있고 예전만큼 자주 해외에 갈 것 같지도 않아서 26면을 선택했는데
50면짜리 여권과 두께를 비교해보니 조금 서운합니다.
발급비용은 온라인으로 신청시 50,000원(수수로 2,000원 별도)인데, 50면으로 발급시에는 56,000원(수수료 포함)이라더군요.
새 여권에는 사진이 여러군데 들어가네요.
작은 사진이 두 군데 더 있습니다.
표지를 열면 첫 페이지에 음영으로 하나, 페이지를 넘기면 2페이지에 크게 하나하고, 3페이지에 작은 사진이 또 하나...
여권이 바뀌었다는 뉴스를 언제가 봤지만, 내 여권은 유효기간이 남아있으니 신경을 안쓰다가
이제 만료된 여권 대신 새 여권을 받아드니
시들해진 여행 세포가 다시금 살아나는 느낌이 듭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어디든 한번 다녀올까 싶어요. 가능하면 오래...
(새여권을 받아들고 예쁜 여권에 설레어서 여권 재발급 후기로 씁니다.)
첫댓글 여권은 언제나 설레이죠~~
제 여권은
강신후 3년째 서랍속에 숨어있네요 ㅎ
올핸 어디든 날아가고 싶은데 ...
꼭 다녀오시길 바랄게요~
새여권 쿨~하네요^^
새여권 받으니 마음도 쿨~ 해지네요. 아직 유효기간 남으셨어도 분실 재발급하면 됩니다 ^^
전 공항철도만 타도 설레요 ㅎ
그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