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강남 입주물량 245% 증가…"전셋값 반값 이하 떨어져"
서울 전세가율 82% 관악구가 최고…치솟는 금리에 ‘깡통주택’ 속출 전세보증금 지킬 방법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 아파트에서도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해 2021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 송파구(-0.77%)와 강남구(-0.53%)의 낙폭도 심화되고 있다.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22년과 비슷한 18만 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급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침체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월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2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95% 하락했다.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지난 10월10일 이후 8주 연속 역대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전세자금대출 부담으로 수요가 월세 등으로 분산된 데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물량 초과 공급이 이뤄진 영향이다. 특히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 투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거래절벽’에다 집값마저 내려가면서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에다, 전셋값이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자료:부동산114
특히 2021년초까지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랐던 강남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에서는 이날 기준 전세 매물이 832건 나와 있다.전용 59㎡의 경우 최저 호가가 7억원, 전용 84㎡는 9억원대다. 대단지 입주가 예정되면서 바로 옆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2019년 8월 입주) 전용 59㎡는 12억~13억원 수준이던 호가가 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서는 지난달 전용 84㎡ 전세 계약이 13억원(2층)에 체결됐다. 2년 전 17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지만 4억원이 떨어진 가격에 새 계약이 이뤄졌다. 이 면적은 지난 6월만 해도 최고가 22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들어 시세가 40%가량 떨어진 것이다. 인근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역시 올해 2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지만, 최근 호가는 11억원까지 내렸다. ‘반값’아래로 내려간 셈이다.
내년 금리 상승세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세 시장 전망은 암울한 상황이다. 특히 입주 물량 증가가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낸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변화의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올해 하반기 주택시장의 역전세난 발생은 입주물량 증가의 영향보다 전세대출금리 인상의 효과”라며 “신규 주택 입주물량이 올해 연말부터 증가할 전망이어서 역전세난과 주택가격 하락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부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임대 포함)은 17만8274가구로 올해(18만397가구)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 2만4115가구에서 2만4310가구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입주 폭탄’이 예고된 상황이다. 서초구·강남구·송파구·강동구 등 강남 4구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1만2402가구)은 올해(3592가구)보다 3배 이상이다. 강남구에서는 2023년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가 입주 예정이고, 11월에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2023년 8월 총 2990가구 규모의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를 시작한다.
초과 공급에 따른 전셋값 하락세가 2023년에도 계속될 경우 매맷값 역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1월23일 NH투자증권이 발표한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부동산시장 하락 사이클은 매매와 전셋값 하락세가 동시에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면서 "매매가격 하락세가 멈추려면 전셋값 하락이 진정돼야 하는데, 내년 입주 물량 증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전셋값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11월30일 '2023년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3~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주안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시장은 주택 수요 감소가 지속하는 가운데 신규 공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주택시장 전반의 경착륙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며 "주택가격은 전체적으로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3~4%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높아진 대출 이자 부담, 집값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주택 거래절벽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입주 아파트 주변의 기존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갱신권 사용과 월세 전환 등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전셋값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깡통전세' 사이렌 울린다…서울 전세가율 82%, 관악구가 최고
최근 집값 하락 폭이 가팔라지면서 '깡통전세'의 위험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월23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지난달 전세가율은 75.2%로 8월(74.7%)보다 0.5%P 높아졌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에 대한 전셋값의 비율이다.
자료: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보통 전세가율 80% 이상일 경우 '깡통전세'라고 부른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거나 추월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과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9월(8월 조사)부터 전세가율과 보증사고 현황, 경매낙찰 통계 등을 제공 중이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8월 69.4%에서 9월 70.4%로 확대했다. 서울의 9월 평균 전세가율은 63.2%로 타지역보다 낮았지만 8월(62%)보다는 1.2%P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북 포항북구(91.7%), 경북 구미시(90.8%), 전북 익산시와 경북 포항남구(각 90.6%), 광양시(90.2%) 등지는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지난 8월 83.1%에서 9월에는 83.4%로 0.3%P 상승했다.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81.2%에서 82.0%로 높아졌다. 특히 관악구 전세가율은 8월(85.3%)보다 6.6%P 상승한 91.9%를 기록해 '깡통전세' 경고등이 켜졌다.
부산 연제구(127.4%), 경북 구미시(102.6%), 경기 이천시(102.1%), 경기 화성시(102%), 경북 포항북구(101.8%), 경기 안산 상록구(100.7%) 등 전세가율이 100%를 넘어선 지역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임대차시장 사이렌으로 공개되는 전세가율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매월 시세 기준으로 조사하는 전세가율과는 수치상 차이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시세를 바탕으로 한 9월 평균 전세가율은 아파트가 전국 68.9%, 서울 57.4%이며 연립·다세대는 전국 67.7%, 서울 70.5%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실거래 기반의 전세가율은 시세 기반보다 등락이 큰 편이지만 깡통전세 위험신호를 가장 빨리 감지하는 지표로 참고할 수 있다"며 "전세가율이 90% 넘는 곳은 그만큼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도 큰 만큼 계약시 유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원이 공개한 보증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보증사고건수는 523건(1098억원)으로 8월(511건·1089억원)보다 12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만기가 도래하는 보증상품의 총액 중 미반환 보증금액을 나타내는 사고율은 8월 3.5%에서 지난달 2.9%로 0.6%P 줄었다.
치솟는 금리에 ‘깡통주택’ 속출… '전세보증금' 지킬 방법은
치솟는 금리, ‘거래절벽’으로 인한 집값 하락 영향이 세입자까지 옥죄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이른바 ‘깡통 주택’이 늘고 있어서다. 깡통 주택은 전세보증금이 집값과 빚의 차액을 초과하는 집을 말한다. 경매로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022년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건 2012년 6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뛰면서 대출금리도 빠르게 올라 1년 사이 이자 부담이 두배로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연 2.67%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3분기엔 연 4.43%까지 상승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저 5% 선, 최고 7% 선이다.
이 때문에 주택 거래가 끊기고 집값은 하락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1360가구였지만, 지난달은 466가구에 그쳤다. 1년 새 거래량이 65% 감소했다. 사실상 전세 보증금이 전 재산인 세입자 입장에선 고민이 크다.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지급한 변제액은 2022년 들어 9월까지 6466억원으로, 이미 2021년 변제액(579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엔 792억원에 불과했다. 반환 보증 사고 건수도 연초 이후 9월까지 3050건으로 2021년(2799건)보다 많다. 2018년(372건)의 8배 수준이다.
12월5일 금융감독원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전세 계약을 할 때는 우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부터 살펴야 한다.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넘으면 깡통 주택이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막 완공한 신축 빌라는 매매가 시세를 가늠하기 쉽지 않지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대략적인 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등기부 등본도 확인해야 한다. 등기상 전세 보증금보다 우선순위인 근저당 금액이 많다면 전세 계약을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 주택인 경우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
계약할 때 이런 사항을 확인했어도 전세 계약이 끝날 시점에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같이 전셋값이 하락할 경우 집주인이 새 세입자에게 받을 전세보증금이 이전보다 적은 경우다. 차액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전세보증금의 일부만 주거나 집주인의 세금 체납이나 자금 사정 악화 등 변수도 있다.
금감원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서울보증보험 등 보증기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들 보증기관에서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다. 가입하려면 보증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보증료는 세입자가 낸다.
각 보증기관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금감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려면 주택 유형이나 보증 금액, 할인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신혼부부‧다자녀‧저소득‧장애인‧고령자라면 보증료를 할인한다. 고가 주택이라면 서울보증보험을 찾으면 된다. 금감원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은 집주인 동의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전세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이전에 가입할 수 있는 만큼 유리한 보증기관을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수암(守岩) 문윤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