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악마를 지운다
이종곤
밤하늘에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어둠이 밀려났다
사건의 냄새를 맡은 천국일보 기자
마그네슘 같은 구식 플래시의 폭음이 시차를 두고
몇 차례 들려왔고 '쏴아' 비가 쏟아진다
비 사이로 희미한 가로등, 아스팔트 위에도
횡단보도에 쓰러진 노파의 몸 위에도 파편처럼
비가 튀어 오른다
노파 주변으로 고인 피, 골고다 언덕의 예수가 되어
빗물에 악마를 지우고 있다
그가 노파의 몸 위에 남겼을 바퀴 자국도
버리고 도주한 양심도 지워지고 있다
노파는 이미 숨을 멈추었고 비의 진혼곡이
한 영혼의 승천을 인도하고 있다
첫댓글 잘 쓰셨어요
잘 계시지요?
아!!! 오랜만입니다. 추석은 잘 지내셨는지요? 가끔 시도 올려 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