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연히 들린 집이 진짜 맛이 있었다면 그 즐거움은 더 배가 될 것이다. 또한 최고 수준의 음식점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나는 이번에 우연히 맛있는 집을 찾았다. 이번 여주 잡지에 기고할 김영구가옥 답사를 다녀오며 이러한 즐거움을 느꼈다.
여주를 가는 여정은 퇴촌을 거쳐 양평을 지나 37번 국도를 따라 가는 길을 택하였다. 이 길은 처음인데 주변에 음식점들의 간판이 연이어 있었다. 그저 그런 간판들에 식상해 있을 무렵 눈에 띄는 간판이 보였다. <산당/031-772-3959>이라는 음식점간판과 그 옆에 같이 있는 <임지호의 요리연구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음식을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저런 간판을 걸 수 있는 것일까 궁금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리라 마음먹고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가 일찍 끝나 점심시간에 맞추어 올 수 있었다. 큰길에서 접어드니 음식점이 보이는데 규모가 일반 식당과는 차이가 있었다. 규모가 꽤 크고 집도 사면을 유리로 덮어 시원하게 만들었다. 단지 검은 샤시를 사용하여 우중충하게 보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음식은 한식으로 한다는데 건물의 이미지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입구도 특이하고 입구에 장독대가 있어 분위기를 돋구고 있었다.
들어가 자리잡고 메뉴판을 보니 우선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음식은 한식으로 제일 싼 것이 33,000원 그 다음이 55,000원 제일 비싼 것이 77,000원이었다. 가격표를 보니 음식값에 이미 부가세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안주인이 써빙을 하였는데 55,000원 짜리 이상을 먹어보라는 것이다. 예술로서 느끼는 요리라는 것이다. 어떤 계열의 음식인가 물었더니 창작요리이기 때문에 어떤 계열의 음식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하여도 점심에 비싼 것을 먹기는 무엇하고 또 처음으로 찾은 음식점에 수준을 알지도 못하면서 돈을 투자하기는 싫었다. 이미 제일 싼 것도 삼만원이 넘는 것이기에 이것도 처음 가는 음식점의 점심으로는 매우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조금 비싼 듯하여 나올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집의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아 먹어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동동주도 반되(5000원)을 청하였다.
음식의 코스는 모두 12가지 였다. 한식을 기본으로 약간의 변형을 한 요리이다. 순서대로 나열하면 좁쌀죽/회/돼지고기와 야채샐러드/단호박찜/빈대떡/견과류을 주재료로 한 완자/튀김/오리고기구이/도토리묵/조그마한 게 튀김/조기구이와 메생이국/백반이다. 백반은 좁쌀밥과 된장찌개, 각종산나물 8가지(?), 가자미식해, 총각김치, 배추김치, 갓김치, 물김치, 더덕무침, 게장 그리고 누룽지가 같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33000원의 음식값이 전혀 아쉽지 않은 성찬이었다. 음식모두가 대단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하였다. 자기이름을 내걸고 할만큼 음식에서 깊은 연륜이 배어 나왔다. 서빙을 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남편이라고 하였다. 경력이 30년이라고 하는데 서울에서 하다가 이곳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전체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으며 매우 담백하고 재료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설탕보다는 꿀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단맛도 은근하다. 음식의 차림도 매우 화려하였다. 먹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도록 차려나왔다. 음식의 양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전 코스를 먹어도 그리 큰 부담은 없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음식을 즐기기에는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조금 빨랐다는 점이다.
몇 가지 음식을 소개하면 첫 번째로 나온 회는 문어, 연어, 광어가 각 한 점씩 나왔다. 회는 생각보다 싱싱했다. 같이 나온 초장도 여러 재료를 넣어 그리 맵지 않으면서 맛을 순하게 만들었다. 특이한 것은 바닥에 녹색소스가 뿌려져 있는데 측백나무열매를 갈은 것이라고 한다. 향기가 매우 독특하며 아주 소량을 약간 찍어 먹으면 매우 감미로운 향이 입 속에 휘감는 것이 매우 이채로웠다. 레몬을 뿌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러나 향이 강해서 아주 적은 양만을 찍어 먹어야 한다. 또한 산초열매로 짱아찌로 만든 것이 같이 나왔다. 회를 먹은다음 조금 먹으면 입안 개운해 진다는 것이었다. 산초짱아찌도 한 두알 씹으니 향기가 은은하고 군맛이 사라지는 것이 매우 좋았다.
세 번째로 나온 돼지고기구이와 야채샐러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고기도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갔는데 돼지고기의 비린내를 완전히 없애면서도 향이 강하지 않아 먹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같이 나온 샐러드는 간장을 기본 베이스로 하여 여러 과일을 갈아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느끼한 돼지고기의 맛을 보완해 주는 훌륭한 조합이다.
빈대떡은 재래의 방식에 가깝게 만들었다. 숙주나물, 고사리, 김치, 돼지고기 등이 고명으로 들어갔다. 특히 김치 맛이 은근하게 살아있어 김치맛을 한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아쉬운 점은 금방 구워진 것이 아닌 듯 하였다. 이미 한번 구워진 것을 약간 데워 나온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바삭하게 구워진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다음에 나온 견과를 주재료로 한 완자는 3가지가 나왔다. 동그랗게 경단처럼 만들었는데 먹어보니 감자를 으깬 것을 기본으로 하여 호도, 땅콩 등을 섞어 만든 것 같았다. 특히 완자 위에 세 가지 소스가 올려져 있는데 노란색, 보라색, 흰색 소스였는데 각각이 독특한 맛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보라색 소스는 아마도 포도 또는 포도주에 설탕을 약간 넣어 졸인 것 같았다. 약간 시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튀김은 연근, 냉이 외 한가지가 더 있었다. 튀김의 상태는 매우 양호하였지만 약간 식었던 것이 아쉬웠다. 소스는 전에 완자에 뿌렸던 보라색 소스가 올려졌는데 잘 어울렸다. 그 후에 나온 요리들도 다 좋았지만 나는 특히 메생이 국이 마음에 들었다. 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간장이다. 간장이 좋지 않으면 국맛이 살지 않는다. 이 집의 장만을 청해서 맛을 보았다. 매우 부러웠다. 그리 짜지 않고 장에서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이러한 장으로 만든 국은 반드시 맛이 있다.
정온선생 댁의 장도 그렇고 윤증고택의 장도 국을 끓여 놓으면 매우 맛이 있다. 이 집 역시 국이 맛이 있었다. 메생이가 후룩후룩 넘어가는 맛과 은근한 국물 맛이 잘 어울린다. 또한 굴로 국물은 내어 시원한 맛을 보여 준다. 다른 어느 요리보다 만족스러웠던 국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백반은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식사에 기껏해야 된장에 김치 몇 가지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한 차림이다. 워낙 한가지의 양이 적어 그렇지 조금 큰그릇에 양을 넉넉히 담는다면 이것만으로도 한 상 가득할 것 같다. 나는 백반에서 가장 중요한 맛을 김치라고 생각한다.
김치만 맛있으면 언제든지 밥 한 그릇 비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인의 밥상에서 김치가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정도로 한국음식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사이 맛있는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보다 힘들다. 이제 직접 담근 김치를 제공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김치의 깊은 맛을 즐기는 것은 포기한 상태이다.
이미 김치를 한번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서빙하는 안주인이 음식이 나오자마자 김치를 맛보라고 한다. 김치는 배추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4가지가 나왔다. 우선 물김치를 맛보니 담백한 맛을 잘 살렸다. 김치도 적당하게 익어 있었다. 나머지 김치도 맛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음식하는 사람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나온 김치 4가지 모두 가장 맛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김치는 발효음식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맛이 조금 씩 달라진다. 처음 담갔을 때 뻣뻣하면서도 싱싱함이 살아있는 맛, 조금 숨이 죽어가면서 맛이 고유의 맛이 깊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배추김치는 시어지기 조금 전의 맛이 좋고, 갓김치는 약간 삭아 약간 시큼한 맛이 날 때가 제일 맛있고, 총각김치도 시어지기 바로 전의 맛이 제일 좋아한다. 물김치는 약간 시큼할 때도 좋고 그 바로 직전의 맛도 좋아한다. 그런데 나온 김치가 내 입맛에 딱 맞는 시기의 것이었다. 아마도 요리사의 입맛의 선호도와 나의 선호도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음으로 더덕무침의 맛도 일품이었다. 주인의 말로는 더덕의 향기가 잘 살아있도록 고추장도 매운 맛이 강하지 않도록 하였고 단맛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꿀을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먹어보니 설명대로였다. 같이 나온 가자미 식해도 비슷한 맛을 유지하고 있었다. 잘 삭혀졌지만 맛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좁쌀이 조금 더 들어가 좁쌀 씹히는 맛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간장게장은 그간 먹어본 것 중에 최고의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이 좋으니 당연히 게장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원래 게장은 장기적으로 보관하기 위하여 만든 음식이기 때문에 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사이는 냉장방법이 발달하여 그리 짜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장이 워낙 짜기 때문에 게장에서 짠 맛을 감소시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이곳의 게장은 그냥 먹어도 그리 짜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장의 부드러운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잘 삭혀져 살이 툭툭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빨려 나왔다.
된장찌개 역시 일품이었다. 된장도 맛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감싸는 맛이 강하게 다가오는 여느 된장과는 달랐다. 마지막으로 마시는 누룽지의 맛 또한 좋았다. 이곳에서는 누룽지를 끓일 때 메밀가루를 약간 넣는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구수한 맛이 더 살아난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누룽지보다는 구수한 맛이 더 나는 듯하였다. 백반에서 가장 아쉬운 음식은 밥이었다. 나는 된밥을 좋아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밥알이 서있는 밥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곳의 밥은 약간 진 것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음식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에서는 장소가 좁아 맴버쉽으로 식당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운영에 한계를 느껴 이곳으로 이전하였다고 하였다. 아직 바깥양반이 직접 음식을 만든다고 하였다. 아직 욕심이 많아 주방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주인이 손을 놓으면 곧 음식 맛이 달라진다. 이러한 점에서 얼마동안은 변하지 않는 맛을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
음식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하였더니 가격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음식의 맛을 알려면 많은 음식을 먹어보아야 할 것 같다.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강한 맛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낯설 것 같다.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주변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웬만큼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주인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물어보니 자영업자들이 많고 여자들이 80%정도라고 한다. 내가 식사하는 홀에도 20명 정도의 손님이 있었는데 남자는 나와 같이 동행한 잡지사기자 그리고 여자 셋과 온 60대의 남자뿐이었다. 주인의 말로는 주말보다는 주중이 오히려 손님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식도락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 그것이 맞는 말이다. 여기서 먹는 음식을 과연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사 내가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하여도 내가 다시 이곳을 일부러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먹고 간다고 하여도 일년에 한번 정도가 될까.
이곳은 식사를 하면 이층에 마련된 다실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 차와 약간의 과일은 무료로 제공된다. 이곳의 성격이 낮에 시간을 때우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들의 행태에 맞추어 마련된 서비스이다. 이층은 전망이 좋아 시간이 허락한다면 차를 마시면서 노닥거리기 좋은 장소였다. 연인, 또는 부부끼리 특별한 날에 좋은 식사를 하고 편하게 담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위치는 퇴촌 바탕골예술관에서 88번 지방도를 따라 약 1.0km를 가면 오른쪽에 <산당>이라는 하얀색 간판이 보입니다.
양평시내에서 양근대교나 양평대교를 건너 서울쪽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88번 지방도입니다. 88번 지방도를 따라 퇴촌 쪽으로 약 18km정도 가면 좌측 길건너에 백색바탕에 <산당>이라고 쓴 간판이 보입니다. 만일 못찾고 지나친 경우 바탕골예술관이 나오면 되돌아, 오던길로 약 1 km돌아오면 우측에 간판이 보입니다
마돈나 님의 글을 보고 어제 인간극장을 보았습니다. 그 집이 맞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안주인을 tv로 보니 이상하더군요. 앞으로 손님이 많아질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가격을 알면 나가자빠질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을 소개하는 것은 좋지만 음식값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으면 합니다.
첫댓글 양평쪽에서 가는 일좀 자세히 알려주셔요...^^ 안가면 후회할것 같은데요.....^^
양평시내에서 양근대교나 양평대교를 건너 서울쪽으로 우회전하면 바로 88번 지방도입니다. 88번 지방도를 따라 퇴촌 쪽으로 약 18km정도 가면 좌측 길건너에 백색바탕에 <산당>이라고 쓴 간판이 보입니다. 만일 못찾고 지나친 경우 바탕골예술관이 나오면 되돌아, 오던길로 약 1 km돌아오면 우측에 간판이 보입니다
어제부터 인간극장에 나오는 그 집 이군요. 주인의 기행(?)이 대단하던데... 최성호님의 예리한 혀에 딱 걸렸군요. 저도 좋은 날 한번 찾아가보고 싶네요.
아 저도 어제 인간극장 보았어요. 이곳이었군요..^^
마돈나 님의 글을 보고 어제 인간극장을 보았습니다. 그 집이 맞더군요.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안주인을 tv로 보니 이상하더군요. 앞으로 손님이 많아질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가격을 알면 나가자빠질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을 소개하는 것은 좋지만 음식값에 대한 소개도 곁들였으면 합니다.
뭐, 인간극장이지 맛집소개는 아니니까요 ^^ 아마 사람들이 인터넷 뒤져서 전화해보고 찾아가리라 생각되는데, 그때 메뉴나 값정도 물어보고 가지 않을라나요 ? ^^; 저도 써 놓으신 음식 값보고 나가 자빠질뻔 하긴 했는데.... ㅋㅋ
테레비에 방영이 되서 가면 정말 한참을 기다린 적이 있었지요..예전에 문산에 있는 초계탕집..^^ 산당두 요즘 테레비에 나와서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최성호님의 글을 보구 바로 갔어야 하는데..좀 늦은 감이 ..흑흑흑....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