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삶과 죽음의 경계는 질질 끄는 것보다
순간으로 결정하는 게 통쾌한 것 같았다
탕!
한 방에 드라마 속 배우가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랬다
다이소를 검색했다
장난감 권총이라도 사고 싶었다
불가능한 느낌을 가져볼 꿈을 꾸면서
8년 정도 알고 지낸 분이 주무시다 돌아가셨단다
3일 전 밝은 얼굴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황망하지 않고 황당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문을 마치고 다이소에 갔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는 게 꺼려져 머뭇거리다가
1천원인데 하면서 스펀지 권총을 샀다
스펀지를 꽂고 방아쇠를 당겼다
튕겨 나간 스펀지는 던져진 인생 같았다
연결된 노란 줄은 끊어지지 않는 탯줄 같았다
대롱대롱 흔들리는 스펀지는 멈출 때까지 흔들려야 했다
삶이 위태로워 손으로 잡으니 한순간에 멈췄다
탕!
내 삶은 한순간에 끊어질까
그럼 사람들이 황당해할까
흔들흔들 대롱대롱 위태위태
신호가 오고 질질 끌다 끊어지면
그럼 사람들은 덜 황당해할까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 스펀지 권총으로
삶과 죽음 그 경계를 사유한 시간
사색과 시는 남지만 지구 기온은 올라가고...
이 무슨 어이없는 애면글면 연결인가
탕!
스펀지가 직선으로 날아가다 아래로 떨어졌다
좌우로 눈동자를 굴리며
내 마지막 순간을 초조해하는 사이
굵은 극한 호우가 창으로 밀려드는 것 같았다
부질없는 경계 짓기는 멈추고
다시는 플라스틱 권총으로 놀지 말라고
나를 후려치는 것 같았다
이미 산 것
이미 살고 있는 것
탕! 탕! 탕!
빗줄기는 총소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