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발전사 (4) - 마지막편
이번에는 지난 번에 말한대로 폭스바겐의 역사 중 큰 획을 그은 골프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외의 차에 대해서는 자료가 부족하니.. 여기서 VW편은 마치도록 한다.
골프의 탄생
전편에서 말한 대로 폭스바겐이 현대에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골프의 탄생이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골프는 1974년 5월 첫 등장 이래로 폭스바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 되었으며 (현재까지 약 2500만대 이상이 판매됨, 딱정벌레는 2003년 멕시코에서 생산 중단될 때 까지, 21,529,464대 판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차종이기도 하다(1위는 도요타 코롤라로 3천만대 이상, 2위는 포드 F시리즈 픽업으로 2천9백만대 이상 수준).
골프는 전 세계에 딱정벌레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딱정벌레는 처음 등장하자마자 르노 4CV, 스바루 360같은 차들이 바로 구조와 디자인을 모방했지만 (4CV야 포르쉐 박사가 만든 것이니까 복사본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는 전 세계에 ‘앞엔진 앞바퀴굴림 해치백 세단’이라는 장르에서 각각에 대해서는 맨 처음은 아니지만 이 모두를 합한 부분에서는 처음 개척자이자 처음 성공한 모델이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공식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핫 해치(Hot Hatch)’라고 불리는 장르 또한 처음으로 개척해 성공하기도 하였다.
전편에서 말한 대로 1970년대 들어와 딱정벌레의 30여년 된 오래된 구조로는 더 이상 강화되는 안전규정과 배기가스 규정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경쟁차들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적자도 생기는 등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도요타 코롤라와 같이 앞엔진 뒷바퀴굴림 소형차들이 속속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딱정벌레 고객층들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딱정벌레의 기본구조에 현대식 보디를 얹은 311, 411같은 차들은 시장에서 외면 받았고, NSU에서 개발한 현대식 수냉 앞 엔진 차량인 K70은 큰 재앙과도 같았다.
< 도요타 코롤라 (3세대, 1974~81) >
이러한 때 해결책은 아우디에서 나왔다. 1964년 폭스바겐에서 인수한 아우디는 앞바퀴 굴림 중형 세단인 아우디 80/100을 이미 시장에 내놓고 있었으며 앞바퀴 굴림 방식에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다. 수냉식 앞엔진 앞바퀴굴림이라는 방식은 피아트 128에서 성공적으로 시도되고 있었다. 앞바퀴굴림 방식으로 더 나은 성능, 더 가벼운 무게, 또 더 큰 실내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이러한 이점을 알면서도 폭스바겐에서는 그 동안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제창한 공냉식 뒷엔진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집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여담이지만, 전륜구동을 처음으로 대량 생산한 차량은 1934년 등장한 시트로엔의 ‘트락숑 아방’이다.)
< Fiat 128 >
이러한 과정에서 아우디 80의 플랫폼(B1)을 이용하여 나온 차량이 파사트다. 수냉식 엔진을 세로로 앞에 놓고 앞바퀴굴림를 굴리며 현대식 세단형 / 쿠페형 / 웨곤형 차체를 갖춘 이 차는 상당한 인기를 얻어 폭스바겐의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소형차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폭스바겐을 중형차 시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파사트는 차급으로 딱정벌레보다 한 급 위였고 소형차인 딱정벌레의 직계 후속차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파사트의 성공에 힘을 얻어 엔진은 내구성이 좋은 수냉식으로 결정되었다. 위에 말한 이점 때문에 엔진은 앞에 놓고 앞바퀴를 돌리기로 하였다. 다만 엔진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세로배치 대신 가로배치를 택했다. 효율성을 위해 1961년 등장한 르노 4와 마찬가지로 트렁크를 없애버린 2박스 구조를 선택하였다. 트렁크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변형모델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쿠르트 로츠 박사가 경영책임자가 된 1969년, 골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세대 모델 (1974 ~ 1982, 일부에서는 현재까지)
1세대 모델은 1974년에 처음 등장하였다. 미국에는 상표 등록 문제 때문에 1975년 ‘래빗’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앞서 말한대로 수냉식 앞엔진, 앞바퀴굴림에 해치백 구조였다. 엔진은 새로 개발된 1588cc, SOHC 4기통으로 75마력을 내었다. 이름은 스포츠인 골프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멕시코 만류인 ‘걸프 스트림(Gulf-Stream)’의 독일식 이름인 ‘Golf-Strom’을 줄인 것이다. 파사트의 성공을 이끈 이탈디자인에서 다시 한 번 디자인을 맡았다. 당시 ‘종이접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던 쥬지아로식의 직선 위주의 디자인은 둥글둥글한 차량들 투성이인 시장에서 눈에 확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정평이 나 있던 내구성과 차체 강성을 유지하였다. 또한 시기도 좋았다. 당시 자동차시장은 1973년 제 1차 오일쇼크에 더해 1976년부터 강화된 미국의 배기규제까지 전 세계적으로 큰 변혁이 있을 때였다. 때맞춰 등장한 골프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 골프 (1세대) >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폭스바겐은 바로 차종을 늘려가기 시작한다. 4도어 세단형인 제타가 곧이어 등장하고 지금까지 ‘핫 해치’의 대명사인 GTI 모델이 나온다.
< 골프 GTI (1세대) >
GTI는 1976년 처음 등장하였다. GTI의 아버지는 알폰스 뢰벤베르크(Alfons Loewenberg)였다. 폭스바겐의 테스트 엔지니어였던 그는 골프가 대중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고성능으로 무장한 별도의 스포츠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1973년 골프의 스포츠모델 필요성에 관한 보고서를 올렸지만, 경영진은 ‘대중차를 표방하는 골프에 스포츠모델은 넌센스’라며 뢰벤베르크의 건의를 무시했다. 하지만 일부 경영진들의 격려에 힘을 얻은 뢰벤베르크는 당시 마케팅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별도의 비밀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스포츠 모델 개발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75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첫 등장한 모델이 바로 초대 골프 GTI다.
기존 엔진에서 전자식 연료분사장치인 K-제트로닉을 달아(GTI에서 I는 Injection을 의미한다) 최고출력을 110마력으로 올리면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9초밖에 걸리지 않았고 최고시속은 182km에 달했다. 지금 수준에서 볼 때 대단할 게 없어 보이지만 당시에 160km/h 이상이면 아우토반 1차선을 점령할 수 있던 수준에서 이 차의 등장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대중적인 소형차가 벤츠나 BMW가 주름잡던 아우토반에서 비키라며 경적을 울리면서 달리는 믿지 못할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모델은 원래 5천 대 한정 생산 예정이었지만 그 해 주문만 5만 대가 넘어설 정도로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일반인을 위한 포르쉐”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GTI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 속도규제가 엄격한 미국의 특성에 맞춰서 일종의 고급형 골프로 판매되었다. 헤드라이트는 4개의 원형 대신 사각형으로 바뀌고 실내에는 푸른색이나 붉은색 계열의 가죽 장식이 더해졌고 5 스포크 알루미늄 휠이 달렸다. 엔진은 1.8L 85마력이 얹히고 변속기는 5단 수동이었다.
1980년에는 컨버터블 모델이 생산되었다. 이 또한 안전성을 생각하여 운전석 뒤에 큰 롤바를 달은 새로운 모델이었다. 작은 차체지만 싼 가격에 오픈카를 즐길 수 있었으며, 롤바 때문에 차체 강성도 좋아서 운전성능도 무척 뛰어났다. 실내는 가죽을 사용해서 고급화했으며 제작은 앞서 비틀 카브리올레를 제작했던 카르만에서 맡았다. 2세대 모델에서는 컨버터블이 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 이 1세대 모델이 1980년부터 1993년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 골프 컨버터블 (1세대) >
참고로 이 1세대 모델은 지금까지도 5도어 사양과 픽업 사양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생산중이다.
2세대 모델 (1983~1992)
2세대 모델은 1983년 등장했다. 디자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차체는 더 커졌고 차종도 다양해졌다. 1.6L 디젤 엔진이 얹힌 GTD 모델, 폭스바겐에서 독자 개발한 슈퍼차저인 G-라다가 사용된 ‘G60’모델, 그리고 역시 폭스바겐 독자방식의 4WD시스템이 적용된 ‘싱크로’ 모델 (아우디의 방식과 다르게 비스커스 커플링을 도입하였다), CUV의 시작이라고도 불리는 지상고를 살짝 높이면서 4WD를 접목한 ‘컨트리’모델, 그리고 랠리 참가용의 ‘Rallye’ 모델까지 다양해졌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 모터스포츠에서 따로 개발한 한정판매 모델들이 있는 등 상당히 다른 모델들이 나타났다.
< 골프 컨트리 >
기본 모델은 여전히 1.6L 75마력 사양이었지만 1.8L 114마력 모델도 선택이 가능했다. 물론 GTI 사양도 건재해서 이번에는 DOHC를 얻어 139마력으로 출력은 올려서 더 빠르면서 유연한 달리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GTI가 1세대와 같은 열풍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유럽에서는 WRC와 파리-다카르 랠리 우승 등을 통해 명성을 쌓아온 푸조 205가 1.9L DOHC 엔진을 얹은 GTI 버전을 발표하여 130마력 (후에 3원촉매를 단 버전은 122마력)이라는 뒤지지 않는 성능으로 도전장을 내었다. 오펠도 2.0L DOHC 156마력 카데트 GSi 2.0-16V를 선보였고, 도요타, 닛산도 각각 고성능 모델을 속속 투입해왔다. 미국에서는 푸조가 판매되지 않았지만 혼다에서 시빅 2세대 모델에서 S모델을, 3세대 모델에서 여기에 인젝션을 더해 91마력을 내는 시빅 Si와 CRX Si를 발표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내려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서 ‘웜 해치(Warm Hatch)’라고 불린 골프 드라이버 버전도 생산되었다. 이 차는 겉모습은 골프 GTI와 동일했지만 엔진은 표준형 1.6L였고 옵션으로 GTI의 1.8L엔진에서 인젝션을 빼고 기화기를 단 엔진도 선택할 수 있었다.
< 골프 GTi (2세대) >
미국 시장에서는 ‘골프’라는 이름을 달고 1985년부터 생산되었다. 위에서 쓰진 않았지만 1세대 골프의 미국형은 팬실베니아 州 웨스트모어랜드 카운티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되었고, 2세대 골프도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었다. 하지만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와 내려가는 수익성 때문에 1988년 미국 공장은 닫게 되고 이후로는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1985년 골프 GTI는 모터 트랜드 선정 ‘올해의 차’ 영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골프는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는데 바로 카 오디오 도난율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이 2세대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될 수 있었다. 1984년, FR 방식에 한계를 느끼던 현대자동차에서 차기 자동차(당시 개발명은 X-카)에서는 FF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정세영 당시 현대자동차 사장이 가장 관심있어했던 차가 폭스바겐의 골프였다. 골프의 라이센스 생산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은 서로 회담을 가졌으나, 폭스바겐이 원하는 것은 하청 조립 생산 방식이었고 현대자동차는 기술 이전을 원했다. 결국 회의는 결렬되고 현대자동차는 다시 미쓰비시와 협상 끝에 FF 기술이전에 합의하여 나온 차가 포니 엑셀과 프레스토이고 이후 쏘나타와 그랜저가 나온다. 당시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이전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X차들은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세대 모델 (1991~1998)
3세대 골프는 유럽에서는 1991년 11월에 등장했지만 미국에서는 1993년 봄에 판매가 시작되었다. 이유는 멕시코 공장에서 계속 발생되는 품질 불량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오디오 문제 때문에 이전 모델과 차별화를 하느라 미국에서만 초기에 ‘골프 III’라는 이름으로 팔렸다. 유럽에서도 원래 6개월 이전에 등장했어야 하나 여러 문제 때문에 늦어져서 1991년 최고 판매도 경쟁차인 오펠 아스트라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 골프 (3세대) >
3세대 모델은 1992년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었다. 차체도 더욱 커져서 더 이상 소형차라고 할 수 없었으며 (기존 경차 역할을 하던 폴로가 1992년에 대신 소형차 급으로 커져서 등장함) 차종도 다양화되어 3도어, 5도어만 있던 2세대 모델에 비해서(4도어 세단인 제타까지 포함하면 3종류) 컨버터블도 전면적인 모델 체인지를 하였고 (하지만 특유의 롤바는 여전했다) 웨건형인 바리안트도 더해졌다. 하지만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엔진이었다.
폭스바겐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2.8L VR6 엔진을 얹은 GTI-VR6가 등장했다. 이 엔진은 뱅크각 15도라는 매우 독특한 구성으로 V6기통의 컴팩트함을 가지면서도 헤드를 1개만 사용하여도 되는 직렬6기통의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이 엔진은 174마력을 내었는데, 차는 불과 1285kg밖에 되지 않았다. 1993년에는 전통의 4기통 GTI가 등장했다. 다만 엔진은 2.0L로 배기량이 커졌고 출력도 150마력으로 올라갔다. 출력에서는 GTI-VR6보다 떨어지지만 무게 배분에서는 유리하여 운전성능은 오히려 뛰어나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다시 한 번 골프 드라이버는 골프 GTI의 겉모습에 1.8L SPI를 달아서 나왔다.
< 골프 GTi (3세대, 사진은 미국형 모델로 오버팬더가 없음) >
< VR6 엔진(사진은 DOHC방식의 3.2L 형임) >
이전 모델에서 처음 등장했던 디젤 엔진도 발전해서 1993년 직분사 1.9L 90마력 엔진을 얹은 TDI 버전이 처음 등장했다. 가장 큰 특징은 보쉬와 같이 개발한 유닛 인젝션 방식을 도입하여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처음 사용한 커먼레일 시스템과는 달리 최고 분사압을 2000바까지 올리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현대 파워텍 엔진에 유닛 인젝션 시스템이 달려있다.) 하지만 SOHC만 가능한 유닛 인젝션의 한계 때문에 출력은 벤츠 1.7L 106마력보다 떨어져 세계 최초 50마력/L 이상의 디젤엔진이라는 타이틀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에 1996년 엔진을 개량하여 1.9L 110마력을 얻고 최대토크는 24kgf-m이라는 큰 토크를 불과 1900RPM에서 얻어서 좋은 연비와 뛰어난 달리기 성능으로 승용 디젤엔진 보급에 큰 역할을 하였다.
“1993년은 골프 3세대가 양산된 지 2년째 되던 해였다. 골프 3세대는 더 이상 손볼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폭스바겐은 골프에 대해서만큼은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다. 폭스바겐 사람들은 골프를 위 클래스 파사트와 아래 클래스 폴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괴드베르(당시 부회장)가 골프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폴로를 잘 만들지 않았을 만큼 골프 중심의 정서가 폭스바겐 내에 팽배해 있었다.”
4세대 모델 (1997 ~ 2006)
위에서 말한 대로 폭스바겐은 골프에 너무 얽매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2.0L 급인 파사트는 여전히 중형차 급에 속해 있었고 폭스바겐은 대중차에 불과하였다. 계열사인 아우디는 80년대의 급발진 충격에서 벗어나 1995년 등장한 A4를 통해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환경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 골프 (4세대) >
차종은 기본형인 3도어, 5도어, 4도어 웨건형인 바리안트에 4도어 세단형인 보라가 있었으며 카브리올레는 3세대 차체에서 앞뒤모습만 4세대로 바꿨다.
< 골프 카브리오 (4세대) >
엔진도 다양하게 구비하여 1.4L, 1.6L, 1.8L, 2.0L, VR5 2.3L, VR6 2.8L, 3.2L를 갖추고 있으며 디젤도 1.9L 저마력 / 고마력을 구비하고 있었다. 이 엔진들은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새로 개발한 직분사 방식인 FSI를 얹고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또한 직분사 엔진이 터보와 궁합이 잘 맞는 점을 이용하여 1.8L TFSI 엔진이 GTI에 얹혀 174마력을 자랑하며 오래된 SOHC방식의 VR6 2.8L를 대신하였고 대신에 VR6 2.8L 엔진도 DOHC를 얻어 200마력을 자랑하게 된다.
골프 4세대 모델 중 가장 재미있는 버전은 2004년 등장한 R32로 알려져 있다. VR6 3.2L 244마력 엔진에 4WD, 6단 수동변속기, ESP, 18” 휠, 334mm 디스크 로터 등으로 무장하면서 안전성도 뛰어나 A4 플랫폼의 정수라고 불린다. 이 차의 시스템은 5000대 한정 생산으로 판매된 아우디 TT 3.2L 콰트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경쟁차들은 스바루 임프레사 WRX STi,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VIII 등이었으나 랠리와 트랙에서의 압도적인 성능을 목표로 한 경쟁차들과는 달리, 일상 영역에서의 안전성과 운전성능을 위주로 설정하였다. 0-100km/h 가속성능은 5.8초로 폭스바겐의 양산차 중 가장 빠르다.
< 골프 R32 >
5세대 모델 (1996 ~ 현재까지)
A4 플랫폼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신형 플랫폼인 A5 플랫폼으로 2003년 10월 5세대 골프가 태어났다. 단단한 서스펜션으로 이름났던 1~3세대와는 달리 동적 거동이 평균 수준이었다는 4세대 모델에서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특히 샤시 쪽에 강화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포드 포커스 설계팀의 아이디어를 훔쳐왔다는 소문이 자자한 변형 더블위시본 방식의 ‘멀티 링크’ 리어 서스펜션이 탄생하였다. 서스펜션의 변화로 포드 포커스 급의 차체 거동을 이룰 수 있으며 다른 경쟁차들보다 앞서있는 수준이 되었다.
< 골프 GTI (5세대) >
참고로 5세대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은 다음과 같다.
- 아우디 A3 (2세대)
- 폭스바겐 캐디
- 세아트 알테아
- 폭스바겐 투란 (2세대)
- 스코다 옥타비아 (2세대)
- 세아트 톨레로 (3세대)
- 세아트 레온 (2세대)
- 폭스바겐 이오스 (신형 오픈 스포츠카)
- 아우디 TT (2세대)
- 폭스바겐 티구안
선대 골프들의 ‘단단한’ 인테리어는 많이 희석되었으나 높은 품질은 경쟁차보다 앞서있으며 능가할 수 있는 차는 오직 형제차인 아우디 A3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5년형 파사트에서 처음 보였는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위치 조절(마케팅과 가격 등등)에 따르는 듯 싶다.
2004년 9월 등장한 신형 GTI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엔진에서 그렇다. TFSI 2.0L 엔진은 200마력까지 올렸고 여기에 결합되는 변속기는 6단 수동이거나 8/1000초만에 변속이 가능한 6단 DSG다. 2005년 9월에는 R32가 등장하여 V6 3.2L FSI 엔진으로 250마력을 자랑하며 최고속도 250km/h를 달성하였다. 0-100km/h 가속은 DSG 모델에서 6.2초이다. 역시 4WD이며 18” 휠을 사용하여 전륜 345mm, 후륜 310mm라는 거대한 크기의 디스크 로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 2.0L TFSI 엔진 >
마치며.
골프는 1974년 처음 등장한 이래 소형 해치백 시장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려왔다. 그리고 한 때 위기가 있었지만 플랫폼 공유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다시 굳건히 세계 최고의 자리로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원가절감 전략에도 불구하고 동급의 경쟁차보다 10% 이상 비싼 것은 골프로서는 큰 걱정거리다. 포드 포커스, 르노 클리오, 오펠 아스트라, 푸조 307, 마쓰다 3, 혼다 시빅, 도요타 코롤라 등 새로 등장하는 경쟁차들과의 격차도 기존과 같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곧 따라잡힐 듯한 위치에 놓여있는 듯 싶다. 게다가 부동의 ‘스포티’ 모델이었던 GTI 급에서도 BMW 1시리즈, 미니, 혼다 시빅 Type R과 같은 막강한 경쟁모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폭스바겐이 어떻게 넘길 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첫댓글 오호 잘봤습니다 다음내용 기대되네요 ^^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BMW, 벤츠의 역사를 순서대로 써갈 예정입니다. 통사로 써야 할 지, 특정 차종에 대한 역사를 써야할 지는 지금 고민입니다. 일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이 있는지 찾아보고 결정하겠습니다. ^^
< 오펠 카데트 GSi 2.0-16V > 이차는 르망 베이스 모델인거죠??
예. 정확히는 카데트는 세대별로 A~F모델이 있는데 이 중에서 C모델은 새한자동차의 제미니의 원형이, F모델이 대우자동차의 르망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르망에서도 처음 나온 GSE모델이 F모델이고, 후에 나온 고급형 GTE모델은(속칭 르망 살롱) 미국수출형으로 미국GM에서 다시 디자인한 겁니다. 그 후 중간모델로 저 GSI겉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인젝션이 안달려서 I는 '지성적인(Intellectual)'의 약자가 되는 안습상황이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최고급 스포츠형이 국내에서는 달리기 성능도 그저 그런 중저가형이 된 것이죠. T_T 카데트 F의 후속이 오펠 아스트라이고 골프 3가 나오기전 유럽최고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아.. 참고로 저 카데트 2.0-16V 엔진을 기본으로 해서 대우자동차의 1.5L DOHC 엔진이 만들어졌습니다. (로터스의 도움이 컸다고 하죠.) 그 외에 구형 매그너스에 얹히던 2.0L DOHC엔진도 역시 이 엔진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즉 지금 라세티에 들어가있는 1.6L DOHC도 이 엔진을 모태로 했다는 것이죠. 참 오래도 울궈먹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형으로 1.4~1.8L 급을 개발하고 있다니까 여기에 기대를...
오랫동안 울궈먹은것도 있지만 그 시대에 그만한 엔진이 나왔다는게 더 신기하네요.ㅋ
그렇죠. 당시에는 배기규제가 약하고해서 오히려 고출력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촉매달면서 10마력 정도씩 떨어졌죠. 또 GM대우에서 4기통 2.0L는 전 세계 GM엔진에서 사용중인 EcoTEC엔진으로 바꿀 분위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변경되리라 생각됩니다. 2.0L급이 150마력급인데다가 연비도 좋다고 하므로 기대되죠. 이 에코텍 엔진이 G2X에서도 얹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