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 징미동~ 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
2022년 9월 3일,4일
첫날// 전북 군산시 장미동~
충남 서천군 종천면 장구리 670 ㅡ2
21.74 km
둘째날// ~~충남 서천군 장구면 도둔리 1233
춘장대 해수욕장
22.19 km
합계 44 km
반포 터미널 8ㅡ2 출구
세중여행사 버스
07시10분 출발
태풍 힌남노 ( HINNAMNO ) 가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로로 오고 있다는 기상예보는 걱정스러웠다.
비옷과 비옷 바지를 챙기고 우산 과 여분 옷과 양말, 그리고 신발에 들어간 물을 닦을 작은 수건을 챙겼다.
힌남노는 라오스의 힌남노 국립 자연 보호구역에서 따온 이름으로
돌가시나무 새 싹을 의미한다고 한다.
' 돌가시나무의 새 싹' 이라니 !
태풍의 이름치고는 참 아름다운 어감과 의미를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 힌남노 , 힌남노 "
입 속으로 가만히 불러 보았다.
내가 부드럽게 불러주면 힌남노도 생각이 있다면
비바람이라 하더라도 꽃다이 곱게 지나가리라.
아침 식사로 먹는 제주도의 단호박.
태풍 때문에 일찍 택배 마감한다고 연락이 왔다.
추석을 앞두고 택배가 조기 마감한다고 , 더 이상 주문을 받지 못한다고 ,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전화가 왔다.
이번 토요일 과 일요일에 집을 비우니 다음주 월요일에 보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불안한 생각이 얼핏 스쳤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미리 단도리하고서야 숙제 마친듯이 안심하는 내 버릇이 문제가 아닐까 .
대충 살아도 하늘 안 무너지는데.
그런데 세상에나 , 택배 배송 박스에 '주말에 부재' 라고 빨간 매직으로 크게 써서 붙인 택배 상자를 토요일에 닿게 보내 와서
받는 사람도 없는데 대문 앞 길에 놓고 갔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집이 빈다고 이렇게 세상에 광고해도 되나 ?
자기 할 만 하고 남의 말을 새겨 듣지 않는 일방통행의 대화에 많이 질리는 요즈음이다.
'인생같은 릴레이
12구간 깃발 꿍짱님'
부메랑님, 꿈꾸는 말, 시골 애,
소보로 , 산하일, 행복한 사람,
원행, 라이트, 히딩크,
꼬망세, 꿍짱 , 청람 ,
바위솔, 미보라, 고을,
분홍신, 홍학
열 일곱명이 모여서 소보로님 작사의 네박자 꿍짱, 꿍짜자 꿍짱 노래를 흥겹게 불렀다.
릴레이도보 프랭카드를 길게 펼쳐 이쪽에서 한 사람, 저 쪽 끝에서 한사람 ,
파란 색의 현수막을 탈탈 털어서 똑바로 펴서 들고 출발 사진을 찍었다.
서해랑길 55코스의 시작인 군산 내항,
배낭에 깃발을 꽂고 앞서서 걸어 나가는 깃발님을 따라서 걷기 시작하였다.
구름 가득하여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흐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코끝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입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얇은 비닐 비옷을 입었다.
잿빛 하늘과 잿빛 바닷물과 잿빛 갯벌과 갯벌에 막대기 가지런하게 줄지어 쳐진 잿빛 가두리 울타리들 .
서해의 잿빛 가득한 풍경 을 왼쪽 어깨 너머로 바라보았다.
바다 건너편 멀지 않은 곳에 금란도가 누워있고,
멀리 바다 끝 자락으로 유부도, 개야도, 연도라고 짐작되는 섬들이 아물거렸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잔잔했고 짠 소금 내음은 잿빛에 묻혀 가물거렸다.
익숙한 풍경의 해안가 아스팔트에는 청개구리가 한마리 긴 뒷다리를 한껏 밀쳐내며 저만큼 훌쩍 뛰어 길을 건너갔다.
쪼끄만 놈이 어찌나 멀리 뛰는지 네 번만에 이차선 도로를 다 건너갔다.
춘장대 해수욕장, 문현서원, 휘리산 자연 휴양림, 천방산 풍광 을 타일로 모자이크하여 담을 따라가며 붙여 놓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벽화의 담 위에는 세네겹으로 둘러쳐진 날카로운 가시 철망 울타리가 높이 쳐져 있었다.
여기가 형무소의 담이었나 ?.
열린 대문을 기웃거려 들여다 보니 장항항이었다.
목재를 차곡차곡 쌓아 놓은, 가시 철조망 울타리와는 젼혀 어울리지 않는 단정한 항구였다.
군산에는 군산 사람들이 자랑하는 왕년의 야구 명문 군산 상고가 있고
군산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아름다운 군산 팔경이 있다.
서해바다의 한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섬들 사이로 온통 붉게 물들이는 서해 낙조의 선유 낙조,
붉게 피는 해당화와 소나무가 둘러쳐진 아름다운 선유도 해수욕장의 명사십리 ,
두개의 바위 망주봉에서 쏟아져 내리는 망주폭포,
선유도 모래 사장에 쌓인 모래톱이 기러기 같다는 평사낙안,
무녀도에 속해있는 세개의 무인도와 만선의 기대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삼도 귀범,
황금어장의 장자도에 조기를 잡는 많은 배들의 불빛이 일렁거리는 불빛이 바다에 비친 장자어화,
신시도의 월영봉의 아름다운 병풍같은 월영단풍,
방축도와 밀도등 열두개 섬의 산봉우리가 마치 투구를 쓴 병사들이 도열하여 서있는 모습의 무산십이봉.
아름다운 군산 앞바다의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군산 8경이라 이름지어 가슴에 품은 군산 사람들의 풍류도 가히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풍류와 마음의 넉넉함, 그것이 바로 군산이었다.
언제부터 멈추었는지 모를 정도로 벌건 녹이 슨 철로에는 풀들이 함부로 자라서
저마다 노랗고 하얗고 보라빛의 꽃을 피우고
길 건너편 송림에서 빠져나온 보이지 않는 바람에 작은 꽃들이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 소리,
우리들이 지나가는 발 소리,
풀 속에서 참새떼가 여남은 마리 우루루 날아 올랐다.
일렬로 급히 날아가는 가 싶더니 철로위 전선에 급하게 줄지어 앉았다.
빨간 바지에 파란 티 샤스를 입고 막대기를 휘두르면서 걷는,
눈만 내놓은 사람들이 참새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진기한 구경거리 일거다.
참새들이 놀라서 소란스럽게 짹짹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지난 2018년에 개통된 동백 대교를 건너서 갔다.
우리가 8년 전, 2014년 서해안 따라서 걸어 올라갈 때에는 아직 동백대교를 놓기 전이라
전라북도 군산에서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 읍으로 갈 때에 금강 하구둑을 지나서 걸어 올라 갔었다.
3km 의 동백 대교를 건너 가면서 난간을 넘어서 양쪽의 금강과 바다를 둘러 보았다.
냇물이 흘러 흘러 강으로 모였다가 ,
강물이 흘러 흘러 바다로 흘러 드는구나.
지도가 바뀌는 동안 세월은 쉬임없이 흘렀고, 우리는 또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수많은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서
이만큼의 세월이 지나고 나서 뒤돌아 볼 때에 달라지는 것이 인생의 그림이다.
나는 오래 전 부터 걷기를 원했고 내 그림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있다.
길 위에서 누리는 무한한 자유!
무심의 평정( Tranquilidad )은 길 위에서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고 햇볕에 바래어져서
이제는 길의 풍경과 거의 닮아가고 있다.
해마다 오뉴월에 꼴갑 축제를 한다는 장항항을 지나갔다.
꼴갑이라니까 단어는 웃기지만 알고 보면 꼴뚜기 갑오징어 멸치같은 서해안 해산물 축제라고 한다.
한라 시멘트 장항 공장을 지나서 장항 송림 산림욕장으로 들어섰다.
검은 색 우듬지의 키 큰 소나무들이 가득하여 어둑한 소나무 숲 속에
맥문동의 보랏빛 꽃의 물결이 환상처럼 또 꿈처럼 일렁이고
보랏빛 향기가 소나무 숲에 가득했다.
숲 속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지나면서 축축하고 향긋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바람 속에 맥문동 꽃의 보라빛 냄새와 송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스카이 워크 매표소는 줄 서 있는 사람이 없었고
아가를 안은 아빠와 아들 아이의 손을 잡은 앳띤 엄마가 보랏빛 꽃 속에서 나와서 잠깐 스쳐 지나갔다.
월포리, 송석리를 지나고 조용한 다사항을 지나갔다.
작은 포구에 어울리는 작은 고기잡이 배들이 갯벌에 묶여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바닷물이 이만큼 가까이로 조용히 밀려들어 왔다.
파도가 민망해 할까봐 펄쩍 뛰어 파도를 피하여 도망가는 척을 해 주었다.
조용히 모래 사장으로 검은 바닷말 지푸라기 몇개와 함께 하얀 바다 거품이 밀려 왔다.
그리고는 곧장 뒤돌아서 하얗게 미끄러지며 바다로 되돌아 가면서
수 억만 개의 하얀 물방울의 흔적을 남겼다.
바다는 하얀 파도가 되어 밀려 왔다가 밀려갔다가 싫증도 내지 않고 되풀이 하고 있었다.
갈매기가 끼루룩거리며 바다 위를 날아가다가 눈을 떼려는 순간 자맥질을 하더니 순식간에 위로 솟구쳐 올랐다.
점심 꺼리를 잡았는지 하얀 갈매기가 끼루룩 끼루룩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나란히 날개짓하며 저쪽 갯벌 쪽으로 사라졌다.
군산 앞 바다에서 하얗거나 잿빛이거나 갈매기들은 모두 모여 줄지어 날아갔다.
생일 잔치라도 하려나보다.
누가 갑자기 노래를 불러 보라고 하면 나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 를 부를까,
'송알송알 싸리 잎 에 은 구슬' 을 부를까,
불현듯 생각나는 내 노래는 설겆이 할 때도 빨래를 개킬 때도
멍하게 앞산을 바라보고 앉아서 커피를 마실 때에도 늘 웅얼거리는 나의 노래는 한계령이다.
"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오지마라' 인지 '우지마라' 인지 부를 때마다 헷갈리는 한계령이다.
서울에서 설악산을 가는 길은 경춘 고속도로를 타고 홍천 신남 인제를 지나게 된다.
한참 창밖에 시선을 빼앗기며 신선한 공기와 수려한 산세에 여행의 낭만에 젖을 때쯤 되어서
앞 길이 양쪽으로 크게 갈라지는 한계령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한게령이고
왼쪽 길로 가면 미시령을 거쳐서 설악산을 돌아서 속초로 가는 길목이다.
황태 덕장과 곤드레 나물 밥집이 있는 한계 삼거리.
"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옆에서 발 맞추어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고을님과 함께 소리를 맞추어 나즈막히 노래를 불렀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고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걸어가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히말라야 안나프르나베이스 캠프에서 고산증으로 인사불성이 되어 셀파에게 업혀 내려 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기력을 회복하여 마차푸차레의 산장에서 같이 걸어 올라갔던 사람들과 뒷풀이 하였다.
한잔 술에 겨워서 노래를 청하기애 테이블로 올라가서 섰다.
'저 산은 내개 오지마라 오지마라 ... '
울먹이며 노래하는 나를 따라서 모두 울며 합창으로 불렀던 감동의 노래 한계령.
그 때처럼 지금도 서해안을 걸으면서 힌계령을 부르면서 울컥 목이 메이고 뜬금없이 눈물이 솟았다.
장항 스카이 워크를 지나고 옥남 마을을 지나고 월포마을을 지나고 갈목해변을 지났다.
갈목해변의 모래 밭에 앉아서 물병을 꺼내서
미지근해진 물을 마셨다.
벼가 노랄까 말까한 빛으로 살짝 고개를 숙였나 싶은 장구마을에는 단촐한 집들이 몇채 자리하고
논을 휘돌아 동네로 들어가는 골목은 옛날 시골 같지않게 넓고 훤했다.
작은 이름표를 단 다사항을 지나고 장포 해변을 걸어서 지나갔다.
허리가 아프다고 구부정하게 앞서서 걸어가는 청람님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오스트리아의 비인인가 이국적인 이름의 수수한 서해안의 비인해변을 지나서
길가에 동백나무들이 빨간 동백 꽃이 진 자리에 동글동글 단단한 열매를 매달고
윤이 나는 잎을 반짝이는 선도리를 지났다.
길 가의 우거진 풀 속에는 가을 풀 벌레가 또로록 또로록 울어대고,
자주달개비와 익모초와 넓은 잎 갈퀴와 좀쥐손이 풀과 털 별꽃아재비 들은
까만 밤에 가녀린 불을 밝힌 반닷불이들처럼
너도 나도 보랏빛, 노랑빛, 분홍빛 꽃등잔을 밝히고
가을의 길목에서 눈물겹게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첫댓글 아직 낮햇살이 뜨겁네요.! 나무그늘코스로 트레킹 하며 즐기세요!
9월의 중순이 덥네요/
비 그치니 파란 하늘이 힌결 푸르고 높고
햇볕은 뜨거우나 바람은 선선하여 가을이 왔네요
좋은 계절에 즐거운 도보 하시기를 빌어요^^
글도 이쁘고 사진도 이쁘고 추억도 이쁘다.
최고의 칭찬에 하루 종일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바위솔님과 함께 걸은듯 생생하고 아름다운 후기 감동받으며 읽었습니다
항상 뵙고싶은 청람님,바위솔님 늘 건강하시고 언젠가 도보길에서 뵐수있기를 바래봅니다
좋은 산과 좋은 물가 평평한 자리를 보면 백마강님과 물매화님을 생각해요.
저기가 텐트하기 좋은 데..하구요.
풀벌레 소리 들으며
오늘은 어느 산하에서
별을 보며 머무시는지요?
가을이시작되는 추석이지나고 완연한 가을날씨속 걷기가 참 좋은시기네요!
어디든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에 조은곳 잘 다녀왔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