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점포율은 프랜차이즈 점주 만족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사진은 서울 명동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밀집된 한 골목.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 바로 ‘점주’다. 프랜차이즈의 성공 가능성을 믿고 창업한 점주들은 실제 브랜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다점포율(잠깐용어 참조)’은 점주 만족도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장사가 잘되면 점주는 같은 브랜드의 점포를 더 늘려 수익성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러 점포를 운영하던 점주는 장사가 안되면 당연히 하나둘 정리할 터다. 매경이코노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내를 대표하는 주요 브랜드 68곳의 다점포율을 재조사하고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편의점·간편식·생활용품 뜨고
1인 가구 증가…편의점 5사 다 웃어
지난해보다 다점포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업종은 편의점, 간편식, 치킨, 생활용품 등이다. 1인 가구 증가, 홈퍼니싱(집 꾸미기) 등의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해당 업종 점주들이 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점포 투자를 늘렸음을 시사한다.
다점포율이 최고로 급상승한 업종은 단연 편의점이다. 편의점 5사(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 모두 1~6.1%포인트 늘었다. 다점포뿐 아니다. 전체 가맹점 수도 5사 모두 증가했다. 편의점이 1인 가구 증가의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면서 기존 점주는 물론, 신규 점주도 편의점 창업에 적극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1년 새 다점포율이 급상승한 또 다른 업종은 도시락 등 간편식이다. 본죽(9.3% → 13%), 본도시락(7.7% → 10.3%), 한솥도시락(7.5% → 8.4%), 김가네김밥(5.6% → 7.5%) 등이 재미를 봤다. 이진영 본아이에프 경영지원실장은 “본 시리즈는 14년 된 롱런브랜드다. 시스템을 자동화해 복수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다점포 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자랑한다. 김가네 관계자는 “김가네 매장 2개 중 1개는 10년 이상 된 매장이다. 가맹점주의 평균 운영기간도 9년이 넘는다. 점주들의 충성도와 만족도가 높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신메뉴 출시와 서비스 교육이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등 꾸준히 점주 관리를 한 것이 다점포율 상승 비결”이라고 뽐냈다.
‘배달음식의 대명사’ 치킨집도 웃었다. BBQ·페리카나·BHC·처갓집·또래오래·강호동678 등 모든 치킨 프랜차이즈가 다점포율을 늘렸다. 1인 가구 증가는 물론, 배달앱 활성화로 치킨 주문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을 통한 치킨 주문건수는 각각 48%, 2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연초 대비 연말 기준). 업계 관계자는 “치킨집 창업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폐업률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1인 가구와 배달 시장 활성화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브랜드 치킨집도 적잖다”며 “단 밤늦은 영업시간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점주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생활용품 업종도 다점포율이 높아졌다. 다이소와 양키캔들은 지난해 6.3%, 16.3%에서 올해 14%, 31%로 2배씩 급증했다. 전 업종을 통틀어 신장률이 가장 높다. 다이소와 양키캔들 인기는 최근 불황에 따른 알뜰 소비와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을 각각 대변한다. 이석원 다이소 가맹기획부장은 “다이소는 불황에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브랜드다. 덕분에 가맹점 매출이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다 할 경쟁 브랜드가 없다는 게 강점이다. 점주 본인이 매장 운영만 잘하면 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양키캔들은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4년도 안 됐는데 벌써 다점포율이 30%를 넘겼다. 최근 ‘향기 시장’이 급성장한 덕을 톡톡히 봤다. 김희철 양키캔들 팀장은 “향초는 재구매율이 70~80%에 이를 만큼 소비자 반응이 좋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을 앞두고는 향초나 디퓨저(막대형 방향제)를 선물하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기념일 특수를 노리고 점포를 앞당겨 늘리는 점주도 적잖다”며 “특히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향기 레이어링(여러 향기를 조합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향초가 신혼부부 집들이 필수 선물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피자·커피·디저트 지고
엔제리너스·미스터피자·피자헛 ‘울상’
반면 지난 1년간 다점포율이 하락한 업종은 피자, 디저트, 커피전문점 등이다.
피자 시장은 크게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피자헛을 중심으로 한 빅3 브랜드와 피자스쿨 등 ‘동네 피자’로 불리는 중저가 시장으로 나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빅3 중 미스터피자와 피자헛이 부진하면서 피자 업종 위축을 불러왔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가맹점 수와 다점포 수가 지난해 421개, 169개(다점포율 40.1%)에서 올해 410개, 131개(32%)로 줄면서 다점포율이 8.1%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국내 사업권 매각설로 내홍을 겪고 있는 피자헛의 다점포율도 지난해 37.1%에서 올해 9.5%로 급감했다.
커피와 디저트 음료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엔제리너스(29.8% → 18.8%), 탐앤탐스(17.4% → 11.2%), 망고식스(5.6% → 0%), 스무디킹(15.4% → 8.7%) 등 주요 브랜드들 다점포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페베네는 올해 다점포율을 밝히지 않았다.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아메리카노가 3000~4000원대인 대형 커피전문점이 위축되고, 1000~2000원대 중저가 커피전문점이 약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망고식스는 지난해 10개던 다점포 수가 0개로 급감했다. 스무디킹도 가맹점은 1년간 4개 늘었지만 다점포 수는 반대로 4개 줄었다. 단 스무디킹 관계자는 “다점포 수가 줄어든 건 점주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떡볶이 시장도 주춤했다. 국대떡볶이 다점포율이 1.9%에서 하나도 남지 않았고, 죠스떡볶이는 다점포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단 아딸은 다점포율이 13.3%에서 13.8%로 올라 선방했다. 가맹점이 같은 기간 830개에서 800개로 소폭 줄어든 반면 다점포 수는 110개로 1년 전과 변함없이 유지된 덕분이다.
베이커리는 다소 정체된 모습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지난해 6.9%, 9%에서 올해 6.8%, 8%로 각각 0.1%포인트, 1%포인트씩 줄었다. 다점포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현상 유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2013년 제과점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영향이 컸다. 다점포 수가 늘려면 계약기간 만료 등으로 자연 폐점하는 만큼 한쪽에서 신규 출점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안 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신규 점포를 직전연도 점포 수의 2%까지만 늘릴 수 있게 됐다. 그것도 기존 중소제과점으로부터 500m 이내에는 출점을 못해 추가 출점이 매우 제한적이다. 다점포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 것만 해도 선방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브랜드에 걸린 족쇄가 중소 브랜드에는 기회였다. 중소 베이커리 브레댄코는 다점포율이 지난해 24%에서 올해 26.9%로 상승했다. 조민수 브레댄코 이사는 “특수상권 위주로 입점하는 전략이 먹혔다. 브레댄코는 56개 매장 중 22개가 지하철역 안에 있다. 다점포 점주들이 운영하는 매장도 대부분 역내 매점이다. 지하철은 유동인구가 많아 투자 대비 효율이 좋다”고 말했다.
업종 내 잘한 브랜드
도미노피자·이디야 ‘군계일학’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도 강남 집값은 가장 늦게 떨어진다.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다. 업종 지수가 급락해도 시총이 가장 큰 종목은 버티는 경우가 많다. 1위라는 프리미엄 효과, 즉 ‘대장주 효과’ 덕분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점포율 조사 결과도 그랬다. 업종은 침체됐어도 1등 브랜드는 다점포율이 되레 올랐다. 도미노피자(피자)와 이디야(커피)가 대표적인 예다.
도미노피자는 가맹점과 다점포율이 피자 빅3 브랜드 중 유일하게 증가했다. 가맹점은 지난해 311개에서 올해 319개, 다점포율은 36.7%에서 38.9%로 각각 8개, 2.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미스터피자와 피자헛 폐점이 늘면서 그 수혜가 도미노피자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피자업계 관계자는 “외식 시장에 배달 열풍이 일면서 피자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미스터피자와 피자헛이 배달 못잖게 매장 영업을 중시하는 반면, 도미노피자는 배달 전문 매장이 대부분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 성공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커피 시장에선 이디야가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해 27.8%에서 올해 29.2%가 됐다. 이디야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시장에 합리적 소비가 강조되면서 이디야 열풍이 불자 기존 점주들이 앞다퉈 추가 출점하겠다고 나섰다”며 상황을 전했다.
편의점 업종에선 후발주자인 위드미의 약진이 돋보인다. 신세계에 인수(2014년 7월)된 지 6개월 만이었던 지난해 1월 조사에서 위드미 다점포율은 1%에 불과했다. 올해는 7.1%로 7배 증가했다. 전체 가맹점도 500개에서 1013개로 2배 넘게 늘었다.
물론 가맹점 1만개를 바라보는 편의점 3사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같은 기간 가맹점이 4위인 미니스톱(210개 증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점포 확대 경쟁이 치열한 편의점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여건을 딛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주점은 봉구비어가 잘했다. 신규 점포와 다점포 수가 각각 79개, 36개 늘었다. 다점포율(11%)은 4.1%포인트 상승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혼자서도 10평 매장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 동선과 안주 레시피가 간단하며 창업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이런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존 점주들이 ‘더 해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점포를 계속 늘린 것 같다.” 봉구비어 측의 해석이다.
이외에도 놀부, 채선당, 원앤원주식회사(원할머니보쌈+박가부대찌개), 파파이스 등의 다점포율이 눈에 띄게 상승, 업종 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른 프랜차이즈
야놀자모텔도 다점포…“수익률, 요식업 2.5배↑”
6개월만 지나도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는 프랜차이즈 시장. 역시 최근 1년간 새롭게 각광받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적잖았다. 대표적인 예가 토즈스터디센터(프리미엄 독서실)와 고봉민김밥, 바푸리, 바르다김선생 등 프리미엄김밥, 그리고 야놀자모텔 등이다.
토즈스터디센터는 2011년 목동에 가맹 1호점을 냈지만 지난해부터 점포 수를 급격히 늘렸다. 신규 오픈한 가맹점 수가 2013년 15개, 2014년 37개, 지난해 57개로 점점 늘고 있다. 올해는 1분기에만 30개 이상 신규 출점이 확정,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다. 가맹사업 시작 후 지금까지 폐점한 가맹점은 0개. 다점포율도 24.4%로 높은 편이다. 신규 점주와 기존 점주 모두 토즈스터디센터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토즈 관계자는 “최근 전문화된 학습공간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커짐에 따라 토즈스터디센터 창업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칸막이 형태가 일반적이던 기존 독서실 대신 학습 유형에 따라 최적화된 5가지 공간과 효율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자랑했다.
프리미엄김밥도 지난해 점포를 크게 늘렸다. 2014년 ‘먹거리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른 먹거리’를 내세운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단 다점포율은 10%가 채 안 됐다. 바푸리는 6.8%, 바르다김선생은 3.6%를 기록했다. 고봉민김밥은 다점포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야놀자모텔은 국내 최초로 모텔에 프랜차이즈를 시도했다. 기존 모텔이 ‘음침한 러브호텔’ 이미지였다면 야놀자는 밝고 즐거운 숙박업소를 지향한다. 최근 80호점까지 늘렸다. 야놀자 모텔은 부지와 건물을 동시에 매입하고 리모델링도 해야 돼 창업비용이 50억원 안팎에 달한다. ‘다점포 점주가 있기는 할까’ 싶지만 놀라지 마시라. 야놀자모텔의 다점포율은 무려 20%에 달한다.
“야놀자모텔은 국내 최초로 모텔 품질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제도를 도입했다. 매출 대비 수익률이 일반 요식업 프랜차이즈보다 2.5배 이상 높아 신규 가맹은 물론 복수 가맹률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야놀자 측 얘기다.
잠깐용어*프랜차이즈 다점포율
프랜차이즈의 전체 가맹점 중 점주 한 명이 2개 이상 점포를 낸 ‘다(多)점포’의 비중. 첫 번째 점포에 만족한 뒤 같은 브랜드의 점포를 추가 출점한 것이므로, 다점포율이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해당 브랜드에 대한 점주들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지고 다점포를 거느린 점주도 늘어나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