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
아시아 챔스리그에 출전했었던 <다롄스더>를 통해 알게 된 도시다.
12일 간의 일정으로,
일.휴식.관광을 섞어서,
정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위에서 바라본 대련은 ..
.
.
.
그냥 한국의 보통 도시들과 똑같아 보였다.
수도인 서울과도 다를게 없어 보인다는 인상에,
약간은 심술도 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영화 <이지 라이더>의 한 장면
<넌 어디서 왔어?>
<..도시>
<어느 도시?>
<어디건 상관 없잖아. 도시는 다 똑같으니까>
대련에 대한 내 첫 인상은 적당히 시니컬한 이 대사가 떠오른,
그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 사람 사는데 다 똑같겠지 뭐..>
입국 심사대
인상 찌부둥한 남자가 내 카드를 보곤 말 한다.
<이 부분을 체크 하셔야 하오..!!> (라는, 고전적인 말투로 느껴졌다)
그가 말 한 부분을 보니,
그냥 의례적인 세관신고 관련 내용이었다.
<당신은 이러이러한 물건을 가지고 있습니까?> 라는 문항
나는 그 부분을 공란으로 남겨두었던 것이다.
<그래..? 그럼 아무케나 찍지 뭐>
하는 생각으로 예스와 노 부분을 꼴리는대로 찍었더니
찌부둥한 그의 인상이 더욱 구겨진다.
<당신은 영어를 할 수 있소?>
<약간>
<당신은 “예스” 에 네개나 체크하였소.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신이 트러블 메이커라는 뜻이 되오>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합시다>
예스에 체크 된 부분을 전부 지우고 모조리 <노> 를 찍었더니 바보처럼 웃는다.
.. 정말 바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한 웃음.
뭐지 -_-
대련 공항엔
출구가 하나 뿐 이었다.
조낸 거만한 표정으로 (평소의 표정으로) 서류가방 하나를 들고 주위를 둘러 보았더니
삐뚤삐뚤하게 쓰여진 한글 피켓이 보였다.
<야메떼씨, 어서오세요>
<아, 일단 담배 한대 피우죠>
공항 밖에 밀려드는 택시를 보며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날씨 얘기를 했다.
<더워 하시는거 같아요>
<네, 덥네요>
<그래도 밤엔 서늘해요>
<대륙성 기후니까 아무래도 한국 보단..>
<음, 여긴 항구 도신데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한국에서 대련의 연평균 기온을 보고 왔는데, 서울보다 8월 평균 기온이 1도 낮은 24도 더군요>
<위도는 서울보다 높지만 바다에 인접해서..>
왜 이런 기상청 직원 스러운 얘길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택시는
작았고, 낡았고, 딱딱했다.
하지만 그 택시에서 풍기는 푸근하고도 그리운 느낌.
그것은 마치..
.
.
아, 그래.
그냥 솔직히 말하면 후졌다.
그냥 후진 택시였다.
뱅글뱅글 돌려야 움직이는,
80년대 <포니>에나 붙어있던 창문 여닫이는 부서져 있었고,
시트는 돌덩이 같이 딱딱했고,
겉모습도 열라 촌스러웠으며,
기분 탓인지 뭔가 꾀죄죄한 냄새가 나는것도 같았다.
그래,
중국 사회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상을 솔직하게 말 하자면
정말 솔직하게 말 하자면,
미안하긴 하지만,
<더럽고 후지다> 가 그 인상 중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엔,
보통인지 보통 이하인지 모르겠지만,
고백컨데..
그런 부분에서 약간의 우월감을 확인하며
묘한 쾌감을 느끼는 속물인게 사실이다.
<이런 차가 아직도 굴러가네..>
라는 생각의 밑바닥엔
<일인당 국민소득 10배 차이> 가 가져다 주는 우월감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택시 안에서 바라본 대련은,
<난폭했다>
일본 친구 A는 내 차를 탓을 때 <무섭다> 를 연발했었다.
참고로 난 성격과 안 어울리게도 아주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 편이다 (진짜다)
그런데도 그는 내 차에 타는걸 무서워 했었다.
<뭐가 무서워.. 이렇게 얌전하게 운전 하는데..>
<네 운전이 무서운게 아니라, 다른 차들이 무서워>
그런 느낌 이상 이었을까..
택시는 난폭했고,거칠었으며,
거리는 무질서했다.
신호와 상관없이 비집고 드는 차량들.
그리고, 17초에 한 번씩 튀어나오는 무단횡단자들.
그 사이 공안들의 차량 몇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갔고,
도로의 사람과 차는 그 공안들에게 무신경 했으며,
공안은 그들에게 더욱 무신경 했다.
노*코 호텔
.. 은 3성 호텔이다.
그 <3성 호텔 노*코>는 ..
<모텔> 보다 한참 후진 시설이었다.
그런데,
왜.
수백개의 객실을 가진 20층 호텔에
냉장고가 고장 나 있는거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열만 받을거 같아서,
가방을 던져놓고 바로 거리로 나섯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딱히 정한건 없어요>
<한국 식당 갈까요? 여긴 조선족들도 꽤 있어요>
<여기까지 와서 한국식당 가는건 아쉬우니까..가급적 한족들의 음식으로>
<그럼..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중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편하게 먹는.. 그런 음식들을 경험하고 싶은데요>
<평범한 중국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말이죠?>
엘이 데려간 곳은
정말로 <평범한> 식당이었다.
우동과 국수를 파는 식당.
일단 쓰촨식 우동을 먹어보기로 했다.
겉 보기엔 일본식 우동 같았는데 냄새는 그럴듯 하다.
엘이 무언가 병에 든 조미료(?)를 넣으라 권한다.
<이게 뭔가요?>
<쓰촨(사천)지역에서 많이 쓰는 기름이에요. 한국분들 입엔 안 맞을텐데..한번 넣어 보실래요?>
<당연히 먹어봐야죠>
.
.
썅 … -_-
당연은 뭐가 당연..
대체 뭐라고 설명 할 수도 없는 그 독특한 냄새와 맛.
<맵죠?>
<아뇨..맵지는 않은데..>
<그럼요?>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기괴한 경험이었다.
분명히 맵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중간에 입을 멈추고 있으면,
혀 전체가 찌르르 떨리며 아릿하게 마비되는 느낌..
아무런 통각도 없이 혀가 마비되는 느낌..
마치 입에 끈적한 풀을 발라 놓은 늣 한 느낌..
마요우.
참깨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매우 많은 사천요리에 들어가는 기름이란다.
대체, 사천의 참깨는 어떻길래 이런 기름이 나오는지..
미리 말 하자면,
난 입이 <길다>
어릴적 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확실하게 받았다고 자부하며,
내게 주어진 음식을 흘리지도 않으며,
가려 먹지도 않으며,
지저분하게 먹지도 않는다.
그런 내가 음식을 남기는건 일년에 한두번에 불과한데,
일단 중국 첫날 첫 끼에 그게 걸려버렸다.
<비행기 안에서 샌드위치를 먹어 배가 덜 꺼졌나 봅니다>
라는 추접한 변명으로 그 자리를 일단 모면.
중산광장에 가 보았다.
광장이야 말로 그 나라의 서민과 젊은이들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 아니던가.
금융회사와 호텔로 둘러 쌓인 대련의 한복판.
널찍한 공원의 나무들마다 초록색 업라이트가 비추고 있어서
마치 적외선 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광장으로 올라가는 지하 보도에선 할머니 한 분이 깃털(!)을 팔고 있다.
<오늘 무슨 축제 같은게 있나..?>
라는 내 의문은 바로 풀렸다.
광장의 젊은이들이 그 깃털을 차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 하자면, <중국식 제기> 였다.
한국과 똑같은 형태인데,
단지 추에 달린게 끈이나 비닐이 아닌 새의 깃털 이라는 것 만 다르다.
10대도,
30대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가 둥글게 그룹을 지어
이 제기를 차며 놀고 있었다.
<광장에 제기 차러 나오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이와 성별 구분이 없는 <초인기 게임> 이라는 느낌.
꽤 건전하면서도 운동이 되는 레져다..
편하게 앉아 그 모습을 구경 하는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찢어지는듯한 소음과 함께 음악이 흘러 나온다.
그리곤,
놀랍게도,
아줌마들이 몇몇이 느릿느릿 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10초에 한 두 명씩 더 그 춤의 대열에 참가하는 느낌으로,
몇 분이 지나자 백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대열을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이게 뭐죠?>
엘이 씨익 웃는다.
<그냥.. 밥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키고 운동도 할 겸 추는거예요>
<저 사람들은 무슨 동호회 사람들 인가요?>
<아뇨, 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이에요. 그냥 광장에 쉬러 온 거죠>
서로 생판 모르는 사람들 끼리
음악에 맞추어 대열을 지어 함께 춤을 춘다…
따뜻하고도 느긋한 느낌이다.
자세히 보니 젊은 사람들은 아예 없다.
대부분은 중노년 아줌마들이고,
간혹 70대 할아버지와 30대 여자가 섞인 느낌이다.
역시 이 춤의 목적은 <무병장수> 인 듯.
중국 락 밴드
바에 들어갔다.
꽃스럽고 야리야리한 20대 중반의 남자 둘이서 바텐을 보고 있다.
엘은 칭따오를 주문했고,
나는 요즘 한국에서 한창 광고중인
<하이네켄 플리즈> 를 억양까지 맞추어 때려봤는데,
당연하게도 아무 반응없이 그냥 술만 가져다 준다…
꿀꺽꿀꺽.
두 시간 동안 덤덤하게 별 말도 없었던 엘과 나는
술이 들어가면서 서로 말이 많아졌다.
아마도,
<한중 상호간 의식소통과 몰이해에 관한 데카르트적 풀스윙에 근접한 옵사이드>
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했던 것 같다.
<한국사람들이 쫀쫀하긴 하죠>
<한국사람이 뭐가 쫀쫀해요..>
<나라가 작다 보니 사람들이 급하고 잘 못 참는거 같아요>
<나아 참.. 그렇게 따지면 러시아 사람이 제일 마음 넓고 유럽 사람들은 밴댕인가..>
글쎄..
소위 말하는 국민성 이라는것에, 지리적인 인자가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수천년간 지평선을 보고 자라온 사람들과
수천년간 아기자기한(?) 산과 강을 보고 자라온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똑같다면
그것도 이상하겠지.
하지만 그것 만으로 <어느 민족은 이렇다> 라고 말 하는것은 오버 아닐까.
..라는 내 주장에 엘은 수긍 하면서도,
<한국 사람은 쫀쫀하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눈치다.
<좋아요, 그럼 엘씨가 만나본 한국 사람들의, 그 쫀쫀한 면을 구체적으로 말 해 보세요>
<계산이 너무 딱딱해요>
<음..?>
<조금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해요. 아는 사이에도 니건 니거고 내건 내거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요>
<그건 쫀쫀함과는 좀 다른 문제 아닌가요>
<제가 느끼기엔 겹치는 부분이 있어요. 살면서 때론 손해도 보고 하는건데, 그 순간을 아예 겪지 않으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달까>
<합리적이다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텐데요.. 엘씨가 보기엔 한국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서양 사람들이 또 그렇거든요>
<야메때씨도 지금 손해 안 보려고 하잖아요 ㅎㅎ>
<엘씨도 그렇구요>
<ㅎㅎ>
딱히 결론을 못 낸 사이에 굉음이 터져나왔다.
뒤를 돌아 보니
4인조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
중국 신진 밴드들의 락 음악을 카피한 밴드로 보였는데,
30석 규모 바의 카피 밴드였던 그들의 실력은
<꽤 수준급> 이었다.
웅장한 중저음 코러스가 절묘하게 세팅된 사운드 안에서 착착 휘감겨 맛을 내고 있었고
보컬을 비롯한 각 파트들의 실력 하나 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에 <나는 북방계 몽골로이드요> 라고 쓰여있던 그 뚱한 표정의 보칼의 노래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웅혼> 이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계산을 할 때 그와 나는 서로 자기가 내겠다며 다투었다.
결국 자기가 마신 만큼만 내는걸로 합의를 봤는데,
<이렇게 다투느니 그냥 첨 부터 더치페이 하면 편하잖아요>
라는 내 말에 그는 또 웃었다.
<술이 떡이 됐다>
를 <완전 직역>하면
<알콜 이즈 고잉 투 떡>
이 되겠군..
이란 썰렁한 생각을 하며
침대에 쓰러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당연히 담배 한 개피를 꼬실리는 것.
그리곤 또 담배 한 개피를 더 물고 해장똥을 때린다.
쾌변.
이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고,
이를 닦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되는거다.
수천번은 해 왔던 그 일들.
하지만 여긴 내 집이 아니다..
일단,
<어떻게 하면 샤워기에서 물을 쏟아지게 할 수 있을까>
를 아침부터 연구해야 한다.
이 레버를 돌리면… 물이 안나오는군..
그렇다면 이 단추를 누르면… 역시.. 안나오는군..
아, 이거다. 이걸 위로 잡아당기면…
.
.
.
안나오자나 씨발..!!
어쩌라는 거야 썅…
울컥, 해서 닥치는대로 이것 저것을 잡아당기고 비틀어 보았더니.
간신히 더운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헉..헉..
자, 그럼 샴푸가…
욕실 한쪽 벽에 놓여진 플라스틱 통이 보였다.
거기엔 영문으로,
그것이 샴푸임과, 이 호텔에서 제공되는 것 이라는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는데..
딱 보기에도 별로 쓰고싶게 생기질 않았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이미 오픈 된 것 아닌지가 의심스러웠다.
중국에 와서 답답했던 것 중의 하나가.
일회용품의 껍질(?)을 벗기는게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간편하게 찢거나 부수도록 되어 있는 부분이 따로 없어서..
일회용품 포장재를 통째로 파괴(!) 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씨근씨근 거리며 비누의 껍질을 벗기고 드디어 사워 및 머리감기에 성공.
자, 이제 면도를 하면 되는데..
일회용 면도기를 보고 세 번 놀랐다.
1. 가격표가 붙어있다. 자그마치 15원. 우리 돈으로 2천원이다.. <여관급 3성 호텔>에 비치되기엔 비싸다..
2. 면도기 이름이 <질레브> 다…
3. 일회용 면도기.. 완벽하고도 꼼꼼하고 완강하게(?)포장된 그 면도기는.. 누가 봐도 <중고품> 이었다. <혹시 중고품?> 이 아니라 <당연히 중고품> 이었으며 그것도 <상당히 낡은 중고품> 이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어째서 칼날 부분에 녹이 슬어 있지..? 어째서 수염조각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붙어있지..? 어째서 손잡이 부분에 때가 잔뜩 타 있지..? 어째서 면도기 헤드 부분에 흠집이 잔뜩 나 있지..??
누가 봐도 중고품인 이 면도기를..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도 태연하게 <포장>을 해 놓은거지..?
그것도 기계 포장을..?
아니, 아니..
그런거 보다..
대체 <1회용 면도기>를 몇 번 재활용 하면 이렇게나 낡을 수 있는거지..???
이러니 저러니 투덜대고는 있지만,
난 사실 이런게 좋다.
바람과 먼지가 날리고,
혼란스럽고 거칠고 정해지지 않은 사회.
거짓과 가짜도 적당히 섞여 있고,
진실과 아름다움도 그 안에서 적당히 공존하는.
난 그런 삶을 살길 바래왔고,
실제로도 동년배 친구에 비하면 비교적 그런(?) 삶을 살아 왔다.
그래,
중국에도 거짓이 있는 건,
눈으로도 확인 했다.
이제 진실과 아름다움을 찾아 볼 수 있어야겠지..?
실망 시키지 마.
중국.
아침 거리를
걷다 보니,
가판대에서 파는 음식을 사람들이 간이 의자에 앉아 먹고 있다.
낚시 의자와 비슷한 모양새와 크기인 그 의자는
나무와 천으로,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것 이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만두와 쌀죽을 주문.
모두 6원이다.
만두는 그닥 입맛에 맞지 않았으나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따 큰 파리 새끼들이,
자꾸 만두 위에 앉는다.
길거리 이니까 당연 할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행복한 마음으로 먹게 되지는> 않는다.
쌀죽은,
담백하고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소박한 음식이었다.
<한국 사무실 밀집 지역이나 대학가에서 아침에 이거 팔면 돈 되겠는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피씨방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피씨방이 하나 있단다.
물어물어 찾아간 그 피씨방은..
일단 그 규모 부터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마트 사이즈의 건물 1-2층이 모조리 피씨방이다.
피씨방 안에 <매점>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내가 앉은 자리의 좌석 번호가 800번대였다..
모두 합치면 1000대는 가뿐하게 넘어가는 규모인듯.
가격은..
시간당 2원 (약 260원)
오전인데도 3분의 1 쯤은 자리가 차 있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MMORPG 게임을 하는듯 하고,
(리니지와 카트라이더 화면에 괜히 기뻐진다)
여자들의 모니터엔 까페 게시판이나 드라마 동영상 등이 자주 보인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일본 애니메이션 <꽃보다 남자>를 보는 아가씨도 있고,
<가구가락>를 마시며 <야심 만만>을 보는 아가씨도 있다.
남의 나라 피씨방에서 보는 강호동은,
반갑게 느껴진다..
조금 편하게 컴퓨터를 쓰고 싶어 여기 저기 둘러보니,
아예 사무실처럼 완벽한 칸막이와 문 까지 달려있는 공간이 보인다.
이른바 VIP석 인데,
들어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직원이 열쇠를 가지고 와서 문을 열어준다.
이 자리의 컴퓨터를 부팅하면 그 순간 부터는 시간당 8원 (1000원 이상)이다.
꽤 비싸다..
어떤 자리이길래 다른 컴퓨터 보다 4배나 비싸게 받는걸까..
혹시 예쁜 아가씨가 레이싱걸 차림으로 옆에서 부채질이라도 해 주는거냐..
해먹이 걸려있는 자리에 누워서 컴을 하다 보면,
다른 아가씨가 포도를 까서 입에 넣어 주기라도 하는거냐..
들어가 보니,
아무것도 없다....
그냥 넓찍한 공간에 평범한 컴퓨터가 두 대 있고,
조악한 소파가 덩그라니 의자 대신에 놓여있을 뿐.
쌩 콘크리트 바닥은 먼지가 자욱했고,
책상에는 연회색 담배재가 여기저기 날리고 있었다.
소파에는 음식물 찌꺼기가 몇 군데 붙어 있었고,
키보드에는 손때가 뭍어있었다.
.. 뭘 믿고 이렇게 비싼지, 얼핏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생각해 보면,
시간당 8원. 혹은 16원에
아예 4평 남짓한 그 공간 전체를 <사무실>로 쓸 수가 있는것이다.
쓰기에 따라서,
해외 출장자나 장거리 출장자들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시스템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뭐, 내가 여기서 사업 할 일은 없으니 일단 패스 하고,
2위안 짜리 컴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씨피유 2.2 기가에 램 256.
.. 이런 사양으로 용케 리니지 2가 돌아가네..
라는 생각이 든다.
개소문닷컴 자게에 접속해 보니.
<사카모토 사건> 이라는게 눈에 띈다.
메신저에 만년벤치가 접속해 있길래 물어봤다,
<야. 사카모토 사건이라는게 뭐냐?>
<지들끼리 고소하네 어쩌네..시끄럽더라구..>
<아예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막지 그랬어>
<어제 새벽 4시에 그짓을 했더라구.. 출근 하자 마자 다 날렸어>
<무슨 짓인데..?>
<자게에 누가 사카모토 사건 종합판을 올려놨더라.. 그 정성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네.. 그거 링크 걸어주까?>
<아니..됐다>
중국에 나와서 보니 모든게 느긋하고 그냥 흘러가는 일 처럼 느껴진다.
벤치가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이제,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둘러 쌓이는 일 없이
여유롭게 중국 거리를 산책하고 올 생각이다..
담배와 음료를
사려고 피씨방 매점에 진입.
못생겼지만 순한 인상의 붉은 티셔츠 아가씨에게
중국 담배 <윈옌>과 캔커피를 내밀고서
<하우 머치>를 때렸더니..
못 알아 듣는다..
할 수 없이 종이에 적어 주었는데,
<하우 머치> 의 <하우> 를 중국어 <니 하오> 그 <하오> 로 읽은것 같다....
< how = 좋을 "호" 자가 아니야 >
라고 종이에 적었는데..그래도 못 알아 듣는다..
<이건 중국어가 아니라 영어 라니까..>
라고 여러번 말 하자,
<하우 매니..?> 라며 갸웃 한다...
.
.
.
너무 하잖아..
그래, 나도 영어를 못 해.
하지만 못 하는것도 정도가 있는법 아니냐..
아니, 영어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외국인이 물건을 집어 들고서 보통은 어떤걸 묻겠냐..?
너 같으면 담배의 <하우 매니> 가 궁금하겠냐..???
그게 왜 궁금하냐 !!!! 왜 !!!!
좀 생각을 하고 살란 말이다 !!!!!!!!!!!!!!!!!!!!!!
시간은 흐르고,
어색한 공기 속에서 서로가 갑갑한 가운데,
붉은 티셔츠 아가씨의 동료 몇몇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붙더니
내가 쓴 쪽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선 다행히 말을 해 준다.
<일레븐 콰이>
일단 20위안 지폐를 주었더니 9위안을 돌려준다.
<콰이와 위안은 같은 말 이에요?>
<네, 콰이랑 옌은 같은 말이에요> (현지에선 <위안> 이라고 안 하고 <웬>이라고 발음하는거 같다)
담배는 꽤 독하다..
내가 피우는 <팔팔>보다도 한.두 급수는 더 강한 느낌이다.
담배갑의 옆 면을 보니 타르 14, 니코틴 1.3 이라 쓰여 있다..
맘에 드는 놈이다.
잠시 후 설사를 한 판 때리러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매점에 들어가 <티슈>를 날렸지만,
붉은 티셔츠 아가씨는 역시 못 알아 듣는다..
물론 <웨스트룸 페이퍼>도 못 알아 듣는다.
두루마리 휴지 모양의 그림을 그렸는데도 못 알아 본다..
휴..
어쩌라는거냐...
다시 그녀의 동료들이 소집된다..
다들 고개를 맞대고 내가 그린 그림을 열심히 들여다 본다..
솔직히,
내 대학 졸업작품 앞에 서 있던 갤러리들 보다 더 열심히 봐 주는것 같다..
왠지 기쁘다 -_-;;;;
다들 고개를 젓길래,
내 그림에서 휴지 부분에 점선을 그었더니 그 때야 알아본다.
<아 !>
하더니 선반 밑에 있던 티슈를 잡아 방긋 웃으며 건네준다.
<해결했어 !!>라는 표정이다.
나도 덩달아 기쁘다..
또 뭘 먹을까..
국수 비슷한 그림들이 보이는 집에 들어가
면과 고기가 들어간 사진을 보고 손가락으로 주문을 넣었더니
다시 중국어로 물어온다..
젠장..
딱 보기에 외국인이 중국어를 못 하는 눈치면 그냥 대충 갖다 주면 좋겠다.. !!!
라는 생각이 슬슬 든다..
그냥 하오하오를 갖다붙이고 앉아 있으니
음식이 나온다.
우동에 쇠고기를 넣은 음식이다.
특이한건, 그 쇠고기는 <장조림> 이 되어 있는 것 이었는데,
한국식 장조림과 비슷 하면서도 뭔가 독특한 향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우동 위에 얹혀진 잎사귀.
미나리나 쑥갗 인 줄 알았던 그것은,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식물.
<악마의 겨털> 이라 불리우는 그 녹색 식물.
바로
<향채 :썅차이>
일단 향이 독특하다..
아니, 이건 독특하다고 표현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뭐랄까.
잡초 향을 10배 농축 시킨 후
쓰레기 더미에 올려 두고서
향수를 그 위에 잔뜩 뿌려놓으면 이런 향이 될까..
그래,
솔직히 향 자체는 참을 수 있었다.
그저 <조금 힘들다..>는 느낌 정도.
난 음식을 남겨선 안되며,
타국의 음식문화를 존중해야 하며,
여행자로서 현지에 방문했을 땐
꼭 그 현지의 음식을 긍정적으로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맛.
그 노골적인 맛.
그 향채를 꼭꼭 씹어
즙을 내어 맛을 내 혓바닷 위에서 확인 했을 때는...
그래....
<쏠린다> 라는 말이 이렇게도 합당한 맛은 처음 경험해 봤다.
음식점 바닥에 모조리 개워낼 뻔 했다...
아마도 식당 종업원들은..
<이 음식에 향채를 넣을까?> 라고 물었고,
나는 <응, 응> 이라고 대답을 해버렸던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썅차이는,
중국에 있는 동안 날 무던히도 괴롭혔다..
<고기를 먹어야 겠어요>
뜬금없는 내 말에 엘은 <네?> 한다.
<저도 고기를 먹고 선진 시민이 되고싶습니다 ..!!>
말이 나오고 나니,
실수를 한 것 같다.
뭐, 개소문의 <고기론>을 농담으로 한 말 이었는데,
물론 엘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그럴거다..
나나 개소문 유저들은 너무 척박한,
전장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만약 그가 내 <농담>의 배경이나 의도를 알았다면,
불쾌해 했을지도 모른다.
<고기.. 어떤걸 드실래요?>
<아무거나.. 뭐든 잘 먹어요. 어디든 군말없이 가서 꾸역꾸역 먹겠습니다>
<ㅎㅎ.. 혹시 베이징 오리고기 들어보셨어요?>
<네>
<그거 먹으러 갈까요?>
<갑시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그 곳은..
역시 손님을 수 백명은 받을 수 있을만한 사이즈의 음식점 이었다.
음식점 앞 보도블럭 앞에는
비엠뻬와 벤츠가 줄지어 서 있었고,
자동문을 열자 말쑥한 차림의 직원들 둘이서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실내 한 쪽 벽에선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오리고기를 통째로 그 위에서 굽고 있었다.
높은 모자를 쓴 남자가 카트를 끌고 왔다.
카트 위에는 거대한 오리가 통째로 구워져 있다...
남자 너댓명이 먹고 죽을 만큼의 양 이었다...
<..설마..저거 한마릴 다 시킨 거에요..?>
<아뇨, 한마리를 통째로 시키면 160원 인데, 80원 어치만 시켰어요>
카트의 남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오리고기를 우리 눈 앞에서 썰어내고 있다.
멋지게 다리를 찢고,
살점을 먹기 좋은 두께로 <슉,슉> 떨어내 접시에 가지런히 담는다.
두근두근.
한 입 맛을 볼까...
일본의 요리 만화를 보면
<어떠어떠한 맛이 어떠어떠한 향과 어떠어떠한 풍미와 어울려 입 안에서 오케스트라와 같은 거대한 앙상블과 해일을 일으키며, 마치 혀를 희롱하는듯..>
따위의 황당무쌍한 표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나는 그럴 때 마다
<아..븅신들, 그냥 쳐먹으면 되지 음식 앞에 놓고 왠 지랄들이야, 지랄들이..>
라고 못마땅해 했었다.
하지만,
이 오리고기는,
정말이지,
<잘 제어된 담백한 오리고기의 맛이 풍부한 육즙과 어울려 입 안에서 고상하고도 농축된 육미 본연의 맛을 폭발시켜 천상의 맛을 재현>
한 듯한 느낌이었다... -_-
(이 자리를 빌어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분께 심심한 사죄 말씀 드린다)
<와아..>
<맛있어요?>
<와아..> (우물우물우물...)
<ㅎㅎ 맛있어요?>
<와아...> (우물우물우물...)
<ㅎㅎㅎㅎ>
<와.. 지인짜 맛있네요...>
<ㅎㅎㅎ 많이 드세요>
고기가 거의 바닥을 드러낼 무렵,
또 한가득 조려진 요리가 나온다.
<이건 뭐죠?>
<아까 고기를 자르면서 뼈를 발라냈잖아요, 그 뼈랑, 거기 붙은 고기를 조린거에요>
안동찜닭..같은 형태의 요리였다.
먹어 보니.. 역시 안동찜닭과 거의 비슷한 맛이다.
내 입에는 조금 짠 느낌이긴 했지만 역시 맛은 지대루.
엘씨는 큰 소리로 점원을 부른다.
점원은 우리 식탁까지 와서 계산서를 내밀고 돈을 기다린다..
내겐 약간 어색한 계산 방식이다.
150위안 (약 2만 원)
비싼 감은 있지만 그 이상의 맛이 있었으니 흡족하다.
엘씨는 이번에도 한사코 75위안을 내려고 한다..
<됐습니다. 제가 가자고 했으니 제가 낼게요. 다음에 사세요>
억지로 엘씨의 손을 뿌리치고 200 위안을 종업원에게 주자,
종업원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10 위안 짜리 다섯 장을 한손으로 <휙> 건네곤
인사도 없이 돌아선다..
음..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계산을 할 때는 언제나 이런 종류의 위화감을 느끼곤 한다.
<손님인 나는 정중하게 두 손으로 종업원에게 구겨진 지폐를 펴서 건네준다>
<종업원은 그 돈을 한손으로 나꿔채듯 받은 후, 주머니에서 엉망으로 구겨진 지폐를 던지듯 놓고 그냥 가버린다>
내가 짧게 머무른 중국에서, 나는 이 같은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잠깐.
나는 이 부분에서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려는게 아니다.
그들은 나를,
손님을 무시해서 그러는게 아니니까.
단지,
내 느낌으로는..
그들은 <돈을 건네주고 받는 행위>에 예의나 격식을 따지지 않는것이고,
나는 따지는것이다.
성장하고 생활한 사회가 다르니까.
이런 부분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한다.
내가 습관적으로 돈을 펴서 두 손으로 건네줄 때,
그 행위가 그들에겐 <쟤 왜저래..?> 로 보일 수도 있는거고.
내가 보기엔 <휙 던지듯> 하는 그들의 행위가
그들에겐 <아주 평범하고 이상할 것 없는 <돈 건네주기> 일 수도 있다.
음..
하지만 말이다..
내 입으로 딱히 <예의> 라고 하면 조금 민망하지만..
내 몸에 밴 <두 손으로 물건을 건네주는> 그 행위는
중국인이건, 네덜란드인이건, 과테말라인이건...
그 누구에게건..
분명히 <정중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보일것 같다.
그런 태도로 상대가 물건을 건네 준다면,
설령 똑같지는 않다 하더라도..
가끔은,
비슷한 느낌으로 돌려주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난,
중국에서
손님인 내게
<정중한> 느낌으로 무언가를 건네는 <상인>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이 이야기를 엘 에게 했을 때
그는 크게 웃었다.
<대련은 그래도 나은거에요. 베이징은 진짜 심하거든요. 같은 중국인인 저도 화가 날 정도에요 ㅎㅎ>
대련사람인 엘이 대련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인지,
혹은 그가 개인적으로 북경사람을 싫어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북경에서 그런 경우를 몇 번 겪고서 편견이 생긴 것인지,
어쩌면 실제로 북경이 더 심한(?)것인지
북경에 가 본 적 없는 나는 모른다.
단지,
<대련만 그런것은 아니다> 라는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 이야기가
<중국인은 오만하다> 라는 명제를 구축하는 한 예가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그것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중국 상인들은 접객 태도에 무신경한 경향이 있다>
라는 명제는 받칠 수 있을 것 같다.
밤이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밤 거리에서,
상대적으로 약간은 돈이 있는 외국인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1. 한글이 쓰여진 마사지 가게에 들어가서 한국 종업원들과 대화를 한 후 아가씨를 불러서 이런짓 저런짓을 한다.
2. 한글이 쓰여진 나이트클럽에 들어가서 한국 종업원들과 대화를 한 후 아가씨를 불러서 이런짓 저런짓을 한다.
일단 위의 두 가지는 피하고 싶다.
그렇다면..
3. 일본어가 쓰여진 마사지 가게에 들어가서 일본 종업원들과 대화를 한 후 아가씨를 불러서 이런짓..
4. 일본어가 쓰여진 나이트...
..음,
똑같은 짓인가 -_-
아니면, 인터넷에 접속해 호텔까지 배달(?)오는 아가씨를 수배해서..
그녀와 함께 이런짓 저런...
(어째 생각하는게 전부 그 짓이냐...)
나는,
그닥 건전하고 향기로운 삶을 살진 않았지만
어쨌건 이런 외국에까지 나와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진 않다.
<한국 남자들은 여자를 밝힌다> 는 현지인들의 편견에 한 몫 거들고 싶지도 않고.
어제의 그 술집을 찾았는데, 바에 사람이 꽉 차 있다.
혼자서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기도 뭐 하고..
다른 술집을 찾으려 하는데 쉬이 보이질 않는다.
몇 블럭을 기웃기웃 하다가,
아직 영업을 하는듯한 평범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어째 날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종업원과 주인, 모두가 합체해서 내게
<우리집에 왜 왔니!> 라는 눈빛 공격을 퍼붓고 있다..
(영업이 끝난건가..? 밖에선 하는거 처럼 보였는데..)
모두가 엉거주춤 하던 그 순간,
종업원이 주인에게 말을 건넨다.
<저새끼, 내쫓을까요?>
..한국어였다.
순식간에 <내쫓길 위기에 놓인 새끼>가 되어버린 나는
밀려드는 모멸감과 당혹스러움에 잠시 얼어버렸다.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목소리를 위장하고
<.. 영업, 끝난겁니까?>
라고 물었더니,
주인은 놀라지도 않았고
미안해 하지도 않은 채,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노골적인 짜증을 담아 말을 던진다.
<..끝나쓰요>
완벽한 발음의,
경상도 사투리였다..
혼자 술집에 좀 늦게 들어온게 무슨 죽을 죄 라고..
그냥 웃는 얼굴로 <미안한데 영업 끝났습니다> 라고 하면 될 걸.
그들이 조선족인지, 혹은 한국인 인지는 알 필요 없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건 간에,
난 그저 극히 일부의,
단순히 <똥을 좀 밟은 것> 뿐 일테니까.
<..많이 파쇼>
나 역시 말을 던지고 뒤돌아서 버렸다.
말이 통하는 <동족>에게 그런 취급을 당하고 나니
어쩐지 서글퍼졌다.
마땅한 술집도 안 보이고,
그래,
기분도 꿀꿀하니 그냥 자긴 글렀고,
캔맥주라도 사서 들어가자..
늦게까지 연 식료품점에 들렀는데,
맥주가 한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게다가 주인 아줌마는 영어를 알아 들을 분위기가 아니고..
<비어> 정도는 알아 들을까..?
<맥주>를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지만 알아도..
아, 이러면 되겠다.
<칭따오..!>
주인 아줌마는 금새 환한 얼굴로 손가락을 가리킨다.
그 쪽으로 따라가 보니 칭따오 맥주가 캔으로 쌓여 있다.
세 개를 집어들고 계산을 하려 아줌마 앞에 다가 서는데,
내 앞에 있던 서양인 하나가 기겁을 한다.
아줌마 바로 앞에 진공포장된 그로테스크한 <안주>들이 쌓여있었던 것이다.
닭발 이었다..
닭발을 통째로 조리해서..
진공포장 팩에 넣어 둔 것이었다.
서너 갈래로 갈라진 그 크고 뚱뚱한 닭발의 원형은..
내가 보기에도 약간은 그로테스크 했다.
스무살 정도로 보이던 그 서양 아이는,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는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가버렸다..
<그럴것 까진 없잖아>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아이가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하고..
어쩌면 나 역시 비슷한 모습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닭발 옆에는 큼직한 소세지가 진공포장 되어 있었다.
집어들고 계산을 하자, 캔과 소세지를 하얀색 비닐봉투에 담아 준다.
인사를 하고 딱 세 걸음을 걷자,
내가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샀다는걸 깨달았다.
그 가게 바로 옆에,
뮤직바가 있었던 것이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자욱한 담배연기와 고출력의 락 음악이 동시에 터져나온다.
.. 내겐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나무와 각종 잡동사니로 인테리어 된 그 바 안에는
30여 명의 손님들이 있었고,
그 중 절반은 서양인 이었다.
바 안에는 세명의 어린 여자애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사장으로 보이는 덩치 큰 사내는 한쪽 구석에서 큰 칼로 수박을 쪼개고 있었다.
예쁘장한 아이가 내게 중국어로 말을 붙인다.
<뭘 주문할래?> 라고 묻는듯 하길래
<하이네켄> 이라 했더니
<헤이네켄?> 이라 되묻곤,
미지근한 하이네켄 한 병을 바 위에 올린다.
50위안을 꺼내놓자 알아서 35위안 을 남겨두는 센스.
왼쪽 자리의 중국인 남자들이 날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시선을 반대로 돌렸더니 이번엔 오른쪽의 서양인이 날 쳐다본다..
<이새끼들이.. 단체로 왜 이래.. 내가 그렇게 잘생겼냐...?>
분위기로 보아 하건데,
대련에 장기 체류하는 영어권 강사들과
그 동네 음악 좋아하는 단골들의 전용 놀이터..인 느낌의 가게 같았다.
당연히 처음 오는 나는 이방인.
중국에 와서 처음부터 끝 까지 가진 불만이,
모든 마실것이 차갑지 않다는 것.
술도, 물도, 음료도,
모두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덜 차갑다...
나는 한 겨울에도,
찬 물을 마시고
살얼음이 낄 정도로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데낄라를 마시는 남자다.
아무래도 <미지근한 맥주>에 만족 할 수가 없다..
이번엔 못생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맥주가 차갑지 않네..뭔가 방법이 있을까요..?>
<미안..나 영어를 잘 못해요>
<나도 존나 못해요.. 차가운 맥주>
<차가운?>
<네, 차가운 맥주>
<아.. 음... 차가운 맥주..>
<얼음이랑 컵>
<오케이>
<아, 재떨이도>
<재떨이..? 그게 뭔데요..?>
담배재를 터는 시늉을 하자 환히 웃으며
컵에 담긴 얼음과 재떨이를 올린다..
<미안해요, 나 영어를 잘 못해서..>
라고 말 하는 못난이 소녀의 얼굴에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괜찮아요. 저도 못해요..>
<하하..>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자
옆 자리의 남자들이 묻는다
<어디서 왔어요?>
순간, 장난을 조금 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예를 들면 <제펜> 이라 대답 한 다음, 온갖 진상을 다 친다던가..)
그냥 얌전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코리아>
<오..코리아~~ 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 건배~~>
<건배 -_->
왜 건배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잔을 부딛쳤다.
<중국말 할 줄 알아?>
<니,얼 싼 쓰.. 워 아이니, 씨에씨에, 니 하오...는 알아>
<ㅎㅎㅎㅎ 또 다른 말은?>
<음.. 따그어(형님).. 그리고.. 왕샹(폐하), 런민(국민).. >
<ㅎㅎ.. 배우고싶은 중국말 없어..?>
<맥주>
<맥주..?>
<응, 맥주를 중국말로 뭐라고 해?>
<맥주가 중국어로 뭔지 궁금한거야?>
<응>
<피지오>
<피지오..?>
<음, 피지오. 이게 맥주야>
그들이 마시던 병을 가르키며
<이건 칭따오 피지오..?>
라고 했더니 되게 좋아한다..
발음이 좋다며 칭찬 해주는듯 하다..
주머니를 뒤져 보니 백원짜리가 하나 보인다.
<선물이야>
<오..한국 돈이야?>
<응. 거기 있는 사람은 제너럴 리. 한국에선 굉장히 유명한 해군 제독이고, 영웅이야>
<아아..>
<리 제독을 알아?>
<미안. 몰라>
<네가 일본인 이었다면 알았을지도 모르는데. 아쉽다>
<아아.. 이건 우리나라 돈인데.. 마오 선생을 알아?>
<알아. 너네 나라 돈에는 모조리 이 사람이 들어있잖아>
<ㅎㅎ 위대한 사람이니까>
마오저뚱이 위대한지 아닌지는 각자의 역사관에 맡기기로 하고,
확실히 중국에서는 칭송받는 사람인듯 하다..
소액권과 고액권을 가릴 것 없이,
모든 지폐에는 마오저뚱의 초상화 <만> 들어가 있을 정도다..
잠시 대화가 끊긴 틈에 흘쩍 옆을 보니,
아까의 서양인이 날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수줍은 듯 시선을 피한다..
약간은 취해 보이고 외로와 보이던 그.
연민의 감정이 들었지만
왠지 내 엉덩이를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본능(!)이 들어서..
더 이상 진입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후, 외로운 게이가 자릴 뜨고
(미안해, 이름모를 서양친구.. 게이가 아니었다면 사과 할 게..)
그 자리엔 서양여자 둘이 자리를 잡았다.
내 어깰 손끝으로 건드리더니 빠른 영어로 뭔가를 물어 본다..
알아듣질 못했다..
<쏘리?>
다시 말 하는데 또 못 알아 듣겠다..
썅..
상대가 영어를 잘 못 하는거 같으면,
좀 느리게 말 하던가 짧게 말 해야 할 거 아니냐...
하지만 제스쳐로 보아,
아마도 불을 빌려달라는 것 같다...
말 없이 라이터를 내밀었더니 한껏 멋을 부려 불을 붙이곤 묻는다.
<이 맥주, 당신거야?>
그녀의 손끝엔,
내가 아까 들고 온 흰 봉다리가 있었다.
<응>
<이 소세지도..?>
소세지를 가르키는 그녀의 표정은 다분히 장난 스러웠고,
옆에 있던 여자는 나와 그 소세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까르르 웃어 젖힌다...
<너 이거 보다 커?>
<캬하하하하하하하하>
.
.
.
.
이년들이 미칫나.... -_-;;;;
바 안에 있던 못난이 중국 소녀도 알아들었는지,
슬그머니 웃는다..
난감해져서..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더니
그녀들은 소세지를 두 손으로 주물럭 거리며 계속 쳐웃는다...
야메떼의 굴욕 2007 버젼...
그래..
솔직히 그거보다 작다.. -__;;;;
아니...
그 소세지가 워낙 큰 거란 말이다... !!!
.
.
.
라고 말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더 험한 꼴 당할거 같아서 그냥 웃음으로 때우기로 했다..
스스로가 비굴하게 느껴진다 .. -__;;;;;;;;;
이 가게는,
나의 중국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처음엔,
서양인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그 바에 자주 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나는 <중국>을 보고싶었던 것 이니까..
하지만,
그 가게엔,
내 작은 친구,
씨씨가 있었던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참~~~~~기네요-_-;;; 재밌어서 퍼왔어요 ㅎ
왠지 마지막 글을 보니 2편도 나올듯..;
첫댓글 ㅎㅎㅎ... 재밌네요... 뭔가 특유의 분위기가 있네요~ㅎ
한 성격 하실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글이 유머러스하네요 ㅋㅋㅋㅋ
글 무척 잘쓰는군요.. 세련되었어요..
중국음식 먹을때는 메이요 썅차이.. 안그러면 오바이트함.
세관신고서류를 X리는데로 찍는다??? 과연...
야메떼는 개소문 쥔장입니다 ㅋㅋ
1선발 이라는 그분?
너무 재미있게 섯네요... 같은여행을가도 뭐했다 저쨌다 정말 멋대가리없고 재미없게쓰는사람들이 있는데... 소설같아요
재밌게 서있는 동영상 입니다. 자게게시물 http://cafe240.daum.net/_c21_/bbs_read?grpid=5sb4&mgrpid=&fldid=IwYk&page=12&prev_page=13&firstbbsdepth=00v5y00v64zzzzzzzzzzzzzzzzzzzz&lastbbsdepth=00v5bzzzzzzzzzzzzzzzzzzzzzzzzz&contentval=00v62zzzzzzzzzzzzzzzzzzzzzzzzz&datanum=219482
야메떼 유명한 사람인데...개소문 창시자이자 주인인...
도데체가 저 샹챠이는 무슨 용도 인가요? 음식의 향을 돋워주는건가요? 아니면 먹는건가요? 전에 저거 술먹으며 쪼가리 하나가 입에 들어 오니 정말 넘어 오더군요.. 간신히 참았습니다..
대련에 두번(팔년전쯤인가) 가봤는데 시장골목? 같은데 가면, 명견이건 변견이건 간에 조그만푸대에 담아서 머리만 내놓고 팔더라고요. 마치 게다리튀김 처럼 ......ㅋ 글구 삼성호텔 가는것 보단 거기 공안용 고급사우나 가는게 훨씬 낳을듯, 사우나 안에 무대도 설치되있어서 가끔 쇼도하고 안마실도 따로있어서 한시간에 100위안 정도하는데 정말 좋았어여 강추. 함 가보세여 전체적으로 지져분하지만 가볼만 하긴 하져(바하고 룸사롱같은것도 있슴)
메론님 개소문 퍼간다는 댓글 봤음 ㅡ.ㅡ
맥주의 발음은 "피지오"가 아니라 "피.지우"랍니다 혹시 중국 가셔서 다들 "피지오"라고 하실까봐 ㅎㅎㅎ
조선족들 발음에 경상도 발음이 상당히 많죠.. 구한말에 경상도지방에서 간도쪽으로 많이 건너갔답니다.
http://www.dkbnews.com/img/2006/06/roth03.jpg 야마떼 사진이라던데.....맞는가 몰겠네요
아~ 이거부터 볼껄.... 재밌다. 2편부터 봐서 이해하기 좀 그랬는데... ㅋㅋ
샹차이..제 느낌은 썩은 행주냄새..
재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와 재밋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두 향채먹고 쏠릴뻔한적 많음 ㅠㅠ 안넣는곳이 없어 히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