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을 바꾸면 주민이 즐겁다
元 惠 榮 / 부천시장
1. 변화에 대한 시대적 상황과 자세
장성에 와서 공무원 여러분과 지역 지도자들을 모시고 말씀 드리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럽고 기쁘다.
우리 부천시는 신생도시로서 팔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데 장성군민회도 조직되어 있을 정도로 장성 사람들이 많다. 장성은 그래서 보다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책을 한 권 냈다. 시장하면서 잔소리 한 것을 모아 다듬은 것이다. ‘발상을 바꾸면 시민이 즐겁다’라는 책으로 발상을 바꾸면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 주테마이다.
우리가 무언가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 노력할 때 장성군처럼 앞서가는 지방정부가 있다는 것은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벤치마킹의 좋은 대상이다. 얼마 전에도 경상남도 김해군수님을 모셔서 스포츠 테마파크 만든 사례를 강연으로 들었으며, 장성군의 C․I(County Identity)나 B․I(Brand Identity) 사업, 장례 도우미제 등도 다른 시, 군이 따라 배울 수 있는 좋은길잡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풀무원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6년 간 사장을 했다. 정치인이나 시장으로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또 큰 일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식품산업에 관해서는 한국식품산업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풀무원에 관해서는 저의 아버님이 다녀가셨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1970년대 중반 일본에서 기독교 농민운동을 하시는 분이 와 강연을 하면서 화학비료나 농약이 얼마나 우리 인간에게 큰 해를 주는지 지적을 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저의 아버님은 농사도 기독교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이며, 따라서 내가 농사 지은 것을 사 먹는 소비자도 건강해야지 건강을 해치는 농사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뜻 있는 분들과 바른 농사 짓는 모임이라고 정농회를 만들어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몇 년 지나면서 딸기 먹다 배탈나는 사건, 농약중독 사건 등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 풀무원 농장이 유명해졌다.
나는 유신체제에서 긴급조치위반으로 징역을 2번 살았고, 언론인 숙청 명목으로 남편 잘못 만난 한국일보 기자였던 내 아내도 해고되었다. 그나마 집사람의 벌이로 가정이 별 탈이 없었는데 생계대책의 고민이 따랐다. 그 당시는 내가 징역 갔다오고 제적되고 요주의 인물이라는 점 등이 있어 취직이 어려웠다. 나는 고민하다가 유기농산품이 전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풀무원 유기농산물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의식 속에서 쌀, 야채 등은 그렇다 치지만, 두부나 콩나물과 같은 일상식품도 안전하지 못하므로 안전한 유기농 생산품이 없나하는 생각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분야로도 풀무원의 영역으로 확대했다. 현재, 풀무원은 면류, 장류 등으로도 확장되어서 내가 완전히 손을 뗀 지금도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풀무원은 유기농산물과 두부, 콩나물이 주 품목이다.
내가 한국식품 발전에 기여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이렇다. 두부나 콩나물을 브랜드화 하는 것을 내가했고, 우리 풀무원이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두부나 콩나물은 그냥 만들고 키워서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싸 주면 그만이지, 우리처럼 포장해서 브랜드화 시켜서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두부, 콩나물은 전통적이고 생활에서 중요한 품목인데 위생관념이 강한 사람들에게서는 기피되고 위축 소멸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식품으로 대접받게 만든 것이 풀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성군이 C․I(County Identity) 등 지역과 지역 품목을 브랜드화 시키는 것을 보면서 본받을 게 많다고 보고 있고 브랜드 사업을 해 본 나로서는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들이다.
내가 시장이 되어 제일 처음 부딪힌 문제가 ‘나와 공무원 사이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였다. 그래서, 교육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여러 특강을 개설했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한 달에 두 번 특강하는 게 특별한 문제가 있는가 생각했는데 반발이 많아 고민을 하고있는데 장성은 주단위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는 자신감과 확신을 가지고 교육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교육이 왜 필요한가는 현재, 우리의 조건이 변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본다. 우리 공무원들이 20, 30년 전의 선배들이 해 온 것을 배우고 그대로 해서 모든 일이 잘 되고 문제가 없다면 일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변화가 전면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나 방향조차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과거의 경험, 지식만 가지고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교육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이 수십 년 간 해 온 것인데 무슨 교육이 필요한가 하고 반론을 할 수도 있다. 언젠가 강연에서 유성 인터체인지에서 표 받는일을 하던 직원이 이제 유명한 사람이 되어 지금은 강연 다니느라 표 받는 일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 삼미그룹의 회장이었던 서상록 회장으로부터 들은적이 있다. 이 표 받는 직원은 자세만 바르게 하고 표만 받는 일이 전부였으므로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는데 그 분야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생산했다는 것이다. 새벽에는 피곤하시겠다고 하고 비가 오면 조심운전 하라고 하고 넥타이가 멋지니 사모님이 좋아하시겠다고 말하는 등 표 받는 일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하물며 주민들의 건강, 재산, 생명, 안전, 환경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데 있어 이미 해 온 일이고 다 하는 일인데 더 이상 변할 게 무엇이 있느냐고 반론을 하면 너무나 안일한 사고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래서, 교육의 필요성은 지금이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에 강조된다고 본다.
옛날 얘기 중에, 성을 쌓는 공사장에서 벽돌을 쌓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한 사람은 “보면 모르겠습니까, 지금 벽돌을 쌓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했고, 또 한 사람은 “벽을 쌓고 있습니다.”라고 했고, 마지막 한 사람은 “나는 지금 크고 아름다운 성을 하나 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세 사람의 얘기가 모두 맞지만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이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성이 될 수도 있고 마지못해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똑같은 일인데도 나의 자세가 어떠냐는 것에 따라 차이는 엄청나다는 뜻이다.
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얘기 중에 원효대사의 일화가 있다. 원효대사가 중국으로 불법을 공부하러가다 생긴 일이다.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목이 마른 참에 샘물을 발견하고 달게 마신 후 그 옆에서 눈을 부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물이 해골 물이었다는 것을 알고 어제 마신 물을 모두 토한 후 ‘어제 내가 먹은 물은 무엇이고, 오늘 내가 먹은 물은 무엇이냐’는 깨달음을 얻는다. 일체유심조(一體有心造), 모든 일은 나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 유학을 포기한 후 해동불교를 창건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교육과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것은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는 변화의 여러 내용들 가운데 우리 사회의 자원 중 인적자원, 사람의 몫이 커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산업의 3대 요소로 노동, 자본, 토지를 들었는데 이제는 사람의 기여도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100년 동안 세계에서 유서 깊은 회사로 자리잡은 제너럴모터스와 같은 기업처럼 몇 대를 걸쳐 축적돼온 부(富)보다 대학을 중퇴한 40대 청년이 몇 년간 컴퓨터 산업을 통해 키운 회사가 더 큰 부를 갖고 있는 세상이다. 바로 빌게이츠의 MS사이다. 이 산업을 구성하는 한 개인의 창조력, 응용력이 막대한 토지와 설비, 그리고 수십 년을 축적한 부보다 빠른 시일 내에 더 큰 부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하드웨어적이고, 실물적이고, 물질적인 것보다 소프트웨어적이고 정신적인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성군이 좋은 보기가 될 수 있으며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장성군은 시골이고 교통도 불편하며 대학이나 첨단산업 유치가 불리하다. 지역의 규모, 위치만을 따지면 아주 불리하다. 한계가 분명하다.
부천시도 땅이 작다. 인구 80만 명이 사는데 면적은 53.44㎢이기 때문에 가로질러 20리도 못되는 공간에 살고 있다. 따라서, 도로를 개설하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안양이 50만 명인데 우리와 처지가 비슷하다. 일산에서 만든 30만평 짜리 호수공원을 만들려면 3만 가구를 사서 그 집들을 모두 허물어 만들어야 한다. 될 수가 없다. 좋은 대학을 유치하여 교육도시로 만들려고 해도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해도 몇 십만 평이 필요한데 땅이 없다. 어쩌면, 장성군과 달리 토지자원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인구밀도는 서울 다음으로 부천이 높다.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생활이 그만큼 쾌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장성군에서 외곽지대라고 수도권과 멀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처럼 인적자원의 몫이 커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도 그렇다. 남한의 면적은 10만㎢도 못되는 곳에 4,500만 명의 인구가 살지만, 사람이 많고, 창조적이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모험적인 정신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보여 준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발전 시키는지를 보여주는 노력의 선두주자가 장성군이고, 이러한 장성군이 있어 다른 시․군으로 확산되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내용을 잘 정리한 것이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라는 유명한 경영학자가 쓴 ‘자본주의 이후의 시대(Post Capitalist Society)’라는 책이며 지식의 개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식이란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거나, 개선하거나, 또는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단행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내용을 프린터해서 내 책상에다 놓고 직원들이나 손님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교육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아주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리했다고 본다.
2. 우선 공무원이 변화에 능동적이어야 한다.
지식이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학교나 책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으로 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개선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개선, 개발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성톨게이트 직원의 예처럼 말이다. 본인에게는 단순한 표 받는 일이지만 그 톨게이트를 지나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 자기의 일에서 또는 생활에서 힘을 얻는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장성군의 홍길동 캐릭터나 장례도우미도 행정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공무원들이 봉급이나 받고 뭐하나 하는 의식에서 공무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자랑스럽다는 공무원들의 자각과 군민들의 인정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지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식은 장성아카데미나 벤치마킹, 토론 등의 교육을 통해 습득되며 활용되어 개선, 개발, 혁신이 이루어진다. 이제 이런 것이 없이는 탈락한다. 예전의 정적인 사회에서는 아무 탈이 없었지만 이제는 변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면 개인적으로 탈락하고, 장성군이 망하며, 결국 나라의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이 변화의 성격에 관해서 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예전에는 메이커 중심이었다. 금성에서 트랜지스터 만들면 잘 팔리고, 현대의 포니, 신일의 선풍기가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팔리지 않았다.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다품종 생산이 나왔다. DJ가 자주 말하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시대이다. 자세히 보았을 때, 기능은 같은데 모양과 색깔만 달리해서 재고의 문제가 생기므로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낭비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마케팅에서는 세일러즈 마켓, 판매자의 마켓에서 유저즈 마켓, 소비자의 마켓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값싸고 튼튼하면 단순해도 잘 팔리는데, 이제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소비자의 환심을 사지 못하면 도태되어 고물이 된다. 이것이 시장의 변화이다. 만들면 팔리는 시대가 끝나고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와 취미를 파악하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똑같이 행정에도 변화가 오고 있다. 우리는 수백년 간의 관 위주의 행정에 공무원이나 국민들이 익숙해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만만하지 않다. 세심하기 따지고 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전체로 보았을 때 4.19 혁명으로 민의 힘이 과시되었고, 광주항쟁, 6.29 선언 등이 나오는 과정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힘이 지배권력에 맞설 정도로 올라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확실한 우위가 아닌 민중과 지배권력의 절충으로 행정기관이나 민이 민주적인 훈련을 받을 시간이 없었다. 권리는 강해지면서 의무에 대한 교육은 부실했다. 우리 사회 모든 갈등과 마찰, 대립이 이런 측면이다.
지배하는 입장에서는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시민의 입장에서는 억눌려 있다는 감정에 익숙해져 있어 지배권력이 별거 아니다는 생각이 커져 있다. 노사분규가 심했던 1987년 이후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는 관에서 하는 일에 잘못이 있어도 그냥 참았는데 이제는 참지 않는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좋은 시절 끝났다고 자조해 보아야 아무 소득이 없다. 이제는 변화의 성격과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 변화의 핵심은 관 위주에서 민 위주로 바뀐 것이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3. 열린 조직,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시민들은 우리보다 잘하는 것이 많다. 불만사항에 대해 전문가에 대한 자문이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알고 문의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민원에 대해 뒤질 수도 있다. 우리는 행정환경의 변화에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배우려 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우리 지방지에 민원사례가 실린 적이 있다.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민원인의 서류를 반려하자 민원인이 서명만 해도 된다고 주장을 한 것이다. 동사무소에서 일어난 이 다툼이 커져 신문에까지 실렸다. 내가 알아보니 규정이 바뀌어 이 주민의 말이 맞았다. 우리 직원은 이 규정에 익숙치 않아 기존규정을 고집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민원인이 제출한 서류 하단에 서명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써진 부분을 줄까지 그으며 강조했는데 우리 직원은 서류에 써진 내용조차 부정하며 안 된다고 했다는데 있다. 이것을 보며 변화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개방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변화에 대한 마인드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만 열려 있었으면 변한 서류내용을 들이미는 민원인에게 몰랐다며 규정이 바뀌었다고 인정했을 텐데 명확히 써진 사항까지 자신의 과거 규정만을 고집하다보니 행정의 공신력을 떨어뜨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행정을 해 오며 우리가 전문가지, 시민이 무얼 아느냐는 권위적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에서는 남의 지식이나 정보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지 그것도 얼마나 빨리 흡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배우는 데 있어서 누구나, 모두가 스승이 될 수 있으며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옛 성현들은 말해 왔다.
시민도 우리의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전문성이나 정보에서 앞선 면이 많이 있다. 무엇보다 그 사람들은 현장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직접 하면서 부딪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경직된 해석, 굳어 있는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다루면 주민 입장에서는 불신과 불만을 가지며 깔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지식사회라는 것, 지식행정을 이루는 것도 결국 변화, 발전하는 상황에 대해서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준에 대해서, 좀 더 말씀 드리겠다. 기업에서 Q.C(Quality Control)제도를 활용하면서 내거는 슬로건이 ‘변경되지 않는 표준은 더 이상 표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일을 수행하기 위해 기준이라는 것을 만든다. 예로 밀가루 500g에 십분 간 물 1ℓ를 넣고 100℃로 끓인다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수행하면서 변경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을 계속 그대로 하면 그 모양이 그 모양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이 기준대로 빵을 만들지 않더라도, 즉 500g보다 600g이 낫고 10분보다 8분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면 이 기준은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은 바꾸지 않는다. 결국 이 기준은 액자에 있든, 노트에 있든 먼지가 쌓이도록 그대로 있으면서 실제로는 다르게 돌아가게 된다.
행정서비스헌장 등이 제정되고 있는데, 만드는 것도 좋고 정확하게 준수하고 이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이것이 최선인가 뒤돌아보고 검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언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개선될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며 계속 바꾸어야 한다. 표준이 살아있는 표준이 되고 항상 적용되는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항상 시민들과 대화하고 전문가와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료와 주민,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자문을 구하는 것을 창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제안제도라는 것이 있다. 제안제도도 행정기구가 개방적인 자세로 임할 때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토론할 때도 그렇다.
지금 부천시는 1박 2일로 40~50명 씩 사무관에서 6급 주사까지 자유토론방식을 활용해서 과제의 결론을 도출하는 교육을 보내고 있다. 이제 10회가 넘어섰다. 이런 경우에도 상급자가 ‘되지도 않을 소리, 돈이 얼마나 드는데, 일이 복잡해지는데’라고 해버리면 토론은 끝난다. 이런 상태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이 나올 수 없다.
이 곳에는 연세 드신 분이 많이 있는데, 컴퓨터 하나를 예로 들어도 아들이나 하급자에게 신세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묻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는데 묻지 않는 것,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더 부끄러운 것이다.
우리에게 빠른 변화의 시대,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CD 1장에 도서관 한 벽을 채울 만큼의 정보가 들어가는 시대에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사실, 제안을 하더라도 쓸모 있는 것은 2~5%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2%가 시민행정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이것을 자르면 2%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자라지 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다. 조직문화의 개선은 이룩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벤치마킹, 즉 가서 보고, 배우고 오는 것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한다. 벤치마킹은 남는 장사이다. 백지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첫 시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2%의 현실적용이 가능한 제안을 실용화하는데 있어 한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이 먼저 한 것을 보고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우리 조건에 맞게 변형하면 시행착오가 적은 이점이 있다. 물론,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로도 할 수 있다.
벤치마킹을 하는 것도 남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 전제이다. 다행히 우리 행정은 폐쇄적이지 않아 장성군에서 좋은 제도가 있어 배우러 오면 잘 가르쳐 준다. 벤처기업은 특허 등으로 막지만 행정은 아직 그렇지 않다.
4.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정은 메이커 중심, 공급자 중심의 경영에서 소비자 관점, 다품종소량생산으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효율은 투자되는 예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작은 일들이 개선의 여지가 많고 효과도 큰 측면이 있다.
우리 부천시 사례에서 체육관과 관련한 내용이 있다. 우리는 실내체육관을 크게 지은 적이 있다. 그런데 주변의 잔디공원이 좋아 조금 다듬어서 잔디구장을 짓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와 규모만 맞다면 좋다고 했다. 이 제안은 조기축구회의 한 회장이 자신들의 도대회를 치르는데 돈만 조금 들면 되니까 제안한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이게 되지 않아 맨 흙에서 도대회를 치렀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담당직원에게 알아보니 공원이기 때문에 체육시설로는 사용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보기만 하던 잔디를 평탄하게 해 공도 차게 하면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인데 규정이 그렇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것이다. 담당 직원에게 나의 의견을 제시했다. “축구장 하나가 3,000평이고 평당 300만원이니 90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5,000만원으로 땅만 평탄하게 하면 축구장 하나가 생기게 된다. 5,000만원으로 100억 가까운 효과를 가져오는데 규정이 그렇다고 안 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렇다고 땅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있는 잔디밭 그대로 있고, 보기만 하다가 운동장으로서 부가가치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공원을 체육시설로 바꾸려면 규정을 바꾸거나 절차를 밟는 것 등이 힘들다고 안 하면 되겠습니까?”라며 말이다.
결국 잔디구장을 만들었다. 그러자, 모든 축구인들이 잔디밭에서 공을 차 잔디가 많이 망가졌다. 그래서, 혹시 더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나 찾았다. 배수지가 있었다. 배수지를 시멘트로 덮어 잔디로 깔았다. 이걸 해 보자고 하니 상수원의 안전성 문제로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 배수지에는 환기구가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는 쉽게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땅위로 돌출 되어 사다리로 올라가야 되기 때문에 완전한 환기구도 있었다. 작년 가을에 정비해서 두 개의 잔디구장을 더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대형 정수장이 건설되는데 그곳도 잔디로 덮어 2개의 잔디구장을 더 만들 계획이다. 우리 부천시는 저렴한 비용으로 축구장 5개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런 것들은 돈이 얼마 들지 않기 때문에 좋은 표본들이다.
또 우리가 일을 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부천시는 종합운동장을 1천3백억월을 들여 건설하여 이번에 개장한다. 운동장 가운데에는 잔디로 축구장을 만들고 주위에 트랙을 만들어 육상도 하는 종합경기장이다. 하지만, 육상 등과 같은 것보다는 축구를 훨씬 대중적으로 즐긴다. 원래 계획이 양잔디를 깔게 되어 있다. 약 10억 원이 들어간다. 양잔디를 일반잔디로 하면 2억 원이 든다는 제안이 있었다. 쉽게 보면 1/5이니 표창감이다. 그런데 이 잔디구장은 수백억 원 짜리 경기장이 핵심이다. 비용이 5배 주는 것보다 수백억 원의 가치인 경기장은 그 가치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잔디구장만 보면 효과적이지만 수백억 원 짜리의 핵심인 잔디를 싼 것으로 함으로써 수백억 원의 가치도 쓸모 없어지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체적이고 종합적이며 실질적인 관점과 연계하여 탄력적인 해석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5. 시민이 주인인 행정추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우리를 어렵고 당황스럽게 만드는 변화의 핵심이 바로 관 중심에서 민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행정이 빠르고 엄청난 힘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성격, 내용, 방향을 이해하고 맞추어 나가는 것이다.
변화 대응노력의 기반은 군청조직이 학습조직이 되는 것이다. 함께 토론하고 배워야 한다. 소비자인 주민들과 전문가와 말이다. 주민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을 조직체질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항상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아무리 부서간의 협조와 토론을 강조해도 잘 안 된다.
우리 지역에 소각장을 세우려 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잘 해결되어서 짓기는 했다. 큰 문제없이 가동을 시작했는데, 주민들이 소각장에서 왜 폐타이어를 태우는지 항의를 했다. 주민들은 소각장에서 공해를 배출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과 자기 지역이 피해를 가장 많이 보기 때문에 지역의 복지와 발전에 시에서 해 달라는 것을 우리와 약속했었다.
그런데, 청소사업소에서는 주민들의 요구사항, 도로건설이나 복지회관 건립을 해 달라는 내용은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주민들이 항의를 하다 복지관 건립이나 도로포장의 문제를 지적하니 소장이나 팀장, 국장들이 모두 몰랐다. 자신들이 하는 쓰레기 소각장의 일만 하지 간접적인 민원사항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사회복지과의 과장이 함께 있었다면 진행상황을 말할 수 있었지만 서로 분리되어 토막토막 진행되니까 전체적으로 일의 규모에 비해 낭비와 저효율을 가져오는 것이다.
나는 네트워크가 정보화시대에 화두로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조직내 부서간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걸 토대로 네트워크가 주민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한쪽으로는 행정대상인 주민, 또 한쪽으로는 전문가와 네트워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조직 내에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장성군은 우리보다 잘 하는데 반해 우리 부천시는 3년을 강조해도 안 되는 것이지만 꼭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유성 톨게이트 직원이 창출한 부가가치 이상으로 우리 행정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엄청난 자본, 엄청난 노동, 엄청난 토지를 들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각, 발상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주민, 소비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생각하려느냐, 어디에 있든 좋은 사례, 좋은 원리나 좋은 제도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만 있다면 우리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엄청난 학위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 우리의 현장에서 바꿀 점은 없는지 개선점은 없는지 늘 학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함께 토론하고 개선하려는 개방적인 자세만 있다면 행정서비스의 수준은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것은 행정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과 국가발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알고 좀 더 사명감과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