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 헌법재판소 맞은편, 골목길의 끝엔 ‘인클레이’라는 푯말이 붙은 파란 대문의 한옥집이 한 채 있다. 도자 강습이 열리는 이곳은 도예가 주윤경 씨의 살림터이자 작업실. 토요일 오후 이곳에 네 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작업대 위에서 흙을 주무르는 누군가의 옆에선 또 한 명의 수강생이 초벌구이한 도자기를 열심히 사포질하는 중이고, 뒤편에선 부지런히 물레를 돌린다. 경쾌한 밥 말리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렇게 밥그릇이, 사발이 거짓말처럼 탄생한다. “요리를 배우다보니 그릇에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집에서 직접 음식을 담아 사용해보기도 하고, 친한 사람들에게 선물도 해요. 주위에선 신기해하죠.” 또 다른 수강생은 ‘정서 순화’ 차원에서 도자 수업을 신청했다며, 농담처럼 진심을 고백한다.
‘흙을 만지는 사람 중엔 나쁜 사람이 없다’는 주윤경 씨의 말처럼 흙의 부드러움은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어떤 자연의 힘이 있다. 손으로 흙을 빚어 올려 형태를 만들어 말리고, 몇 번의 유약을 바른 다음 다시 말려 가마에 굽는 긴 과정을 반복한 후에야 결실을 맛볼 수 있는 그 정직한 노동이 주는 보람. 여기엔 신선한 감동이 있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남짓 이어지는 수업 시간에 비슷한 또래의 네 여자들은 바지런히 손을 놀리면서 지난 소개팅의 애프터 결과부터 최근의 연애 문제까지 소소한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그래서 이 여유로운 수업은 볕 좋은 한낮의 티타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들꽃이 핀 마당 앞 테이블에선 가끔 와인 파티도 열린다. 한 줌의 흙이 주는 마음의 평화. 그렇게 기분 좋은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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