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예장고신 교단을 살펴볼 때 고신교회가 어떤 신학과 보편적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지도자들의 심각한 도덕성 상실, 교권을 장악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는 ‘교권지상주의’, 교회의 재산을 지키는 것과 하나님의 영광을 동일시하는 ‘물신(우상)숭배’와 ‘세속주의’, 소속교회들의 신앙고백 불일치와 신학적 혼합주의, 신학적 바름보다 우선되는 ‘정치적 고려’ 등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절망과 탄식의 단계에 와 있다.
교단 소속 사학자 이만열 교수의 평가를 빌자면 “일제시대 신앙의 정절을 위해 앞장서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전개하였고 1920년대 한국교회절제운동을 전개한 역사와 전통위에 선 교단, 한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역사적 정통 개혁주의를 표방하였던 교단”이 오늘날 이 지경까지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비단 고신교회만의 것은 아니며 한국교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란 점에서 한국교회에 속해 있는 우리 모두의 말씀 앞에서의 깊은 각성과 참된 회개를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들을 주님의 몸된 교회의 지체로서 아파하며, 앞으로 몇 회에 걸쳐 고신교단을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직면해 있는 문제점들을 살피고 성경적인 대안을 모색해 가고자 한다.
1. 심각한 수준인 교회지도자들의 도덕성 상실
◇ 학교법인 고려학원의 외적 성장 배경
고신교단이 직영해 온 학교법인 고려학원은 지난 1980년대 이후 외형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복음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학교법인 안에 의학부, 간호학과 등이 순차적으로 생겼고 신학과와 유관된 학과로만 유지되어 오던 학교가 종합대학교를 지향하면서 각종 학과를 신설, 외적인 성장을 거듭한 것이었다.
교단소속 교인들은 이같은 학교법인의 외형적 성장을 위해 배후에서 학교법인을 위한 기도와 헌금을 계속했다. 당시 고신교회들은 각종 예배와 기도회 시간에 학교법인을 위해 기도했으며 각종 명목으로 학교법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위해 ‘헌금’하였다.
여기에는 학교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성장 정책도 일조를 하였다.
전직 고신대학교 총장 오병세 박사의 은퇴논문집에서 고신대학교 신학과 이상규 교수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사상에 충실한 학교관계자들-이를테면 이근삼 전 총장 등-이 삶의 전 영역에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나라와 민족을 이끌어 나갈 기독교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법인의 종합대학교를 적극 지향하게 되었다”고 수록, 몇몇 신칼빈주의적 신학사상을 가진 이들의 신학적 근거제시에 의해 학교법인의 외형확대의 정당성이 뒷받침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 학교법인 성장이 가져온 교회의 타락
문제는 이러한 학교법인 고려학원을 오랫동안 군침을 삼키며 눈여겨 봐온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교단 정치계파를 움직여온 그룹들과 학교법인을 통해 경제적 이권을 얻기 바라는 상당수 교단 지도급 인사들은 교인들의 열정적이고 맹목적인 지원과 관심, 교단내 신학적 논거에 의해 외형확대의 정당성이 담보된 학교법인의 외적성장을 유도하거나 편승해 성장의 이면에서 얻을 수 있는 과실을 탐하게 됐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교인들에겐 “‘하나님의 대학’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하나님 나라 확장에 앞장서게 될 때 축복이 임할 것”이란 논리와 “학교법인이 외형적으로 잘 운영되고 성장되는 것은 바로 고신교회가 흥왕하여 지고 나아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교해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연히 대다수의 ‘착한’ 교인들은 자신들의 연보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학교법인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교권을 쥔 이들이 그리하도록 유도했고 ‘우민(愚民)화’된 교인들은 이에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법인에 대해 깊숙이 관여하게 된 세력들은 외형성장에 따라 자금이 부족했던 이곳에 사채를 놓아 고리의 이자를 챙겨갔고, 자신들의 친인척을 학교법인 교수나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 종종 잡음이 있었으나 그들은 ‘사소한’ 일에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이사회와 기관내 요직에 심어둔 ‘자기사람’들을 통해 학교법인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여갔다. 당연히 여기서 발생된 이익금 중 일부는 자신들의 계파(사람)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데 재투자됐다.
◇ 잘못을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학교법인이 이른바 ‘복마전’이 되어 온갖 악행과 불법이 자행됐고 서서히 불법과 부정이 외부에까지 알려졌으나 대다수 학교구성원들이나 교단 목사, 장로 심지어 고신대학 신학교수들이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이들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명백한 부정과 불법이 자행되는 가운데 살아계신 삼위 하나님을 가르치고, 교회의 교회됨을 가르쳐야 할 신학자들이 침묵했고 묵인했다는 점은 자신들의 임면권을 틀어쥔 교권이 두려웠거나, 그들 중 일부도 교권의 달콤함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불법과 부정에 대한 지적은 지난 2002년 이후 학교법인의 문제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신학자들과 일부 교단 인사들에 의해 지적됐다.
2002년 이후 교단 신학자 개인자격으로 문제제기가 간헐적으로 있어오다 지난 2003년 4월 1일자로 학교법인에 관선이사진이 전격 파송되자 신대원 교수회가 7일자로 성명을 발표했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교단이 이러한 상황으로까지 오게 된 것은 그동안 우리가 비판과 경고의 음성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이를 깊이 회개한다. 관선이사 파송사태는 50년간 누적된 과오와 부조리의 결과였다”고 진단하고 “그동안 학교법인(복음병원)에 고리채를 놓거나 어두운 재정에 깊이 관여해 온 이들과 각종 불법, 탈법을 저질러온 인사들은 공개사과하고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심지어 신대원 유해무 교수같은 이는 교단지 기고글을 통해 “이 지경까지 온 고신교단이 존재할 명분이 있는지”에 대해 통렬한 개탄의 글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또행차 후의 나발 불기’였고 ‘이불속에서 만세하는 격’에 다름 아니었다.
◇ 교단지도자들의 처신은 어떠했나
먼저 교단신학자들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지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2003년 당시 총회장이던 이선 목사는 신대원장인 한진환 교수의 성명서 발표와 총회석상에서의 발언을 중간에 제지하면서 “신대원장이 되어서 분위기 파악도 못하느냐. 한심하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가”라며 핀잔을 주었다. 총회석상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종 불법 탈법사건들의 전모가 드러난 후 관련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얼마전 전직 학교법인 이사장 4명이 부산지법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당시 전직 이사장들은 자신들은 당시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가운데 해당 범죄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강변했고 법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를 끝까지 몰랐다고 부인하는 이같은 행위가 ‘괘씸해’ 형을 내린다”고 밝힌 바 있었다. 실형 선고 이후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진다거나 공직에서 물러난다는 이야기는 없다. 물론 소속노회로부터 치리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교단실력자들 중에 고리사채를 놓았던 몇몇의 면면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들은 부도상황속의 학교법인에 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요구했다. 압권은 그들 중 진주의 아무개 목사는 지난 2002년 교단지를 통해 사채공방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교단정치의 핵심에 서서 학교법인을 쥐락펴락했던 인물이었으며 복음병원 사태의 최대의 핵심인물이었으나 자신의 잘못에 대해 한번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전직총회장 출신 목사는 김해복음병원에 대한 불법지원에 대한 <이면확약서>를 써주어 복음병원의 부실을 키운 점이 드러났으나 그도 책임을 지거나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또 학교법인 이사로 있으면서 각종 비리혐의가 드러났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건재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복음병원을 중심으로 학교법인을 바로 세우자던 개혁그룹들은 어떠했는가.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이 고신교단의 참회와 초기 신학과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 정치목사들의 전횡과 학교법인을 통한 각종 불법 탈법행위 때문에 교회가 타락했고 이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소리높이며 교단내 세력을 규합했다. 한때는 교단의 정치적 힘의 균형이 개혁그룹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하지만 이들도 과거 그들이 비판했던 정치세력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교단과 학교법인의 요직에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했다. 몇몇 사안들에 성경적 원리와 원칙을 적용하기보다 계파의 이익과 사람 챙기기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정치적으로 노련한 보수계파는 이같은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보수계파의 재집권과 몇몇 핵심인사들에 대한 실력행사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자 실각한 개혁그룹들의 정치적 칩거와 함께 개혁의 목소리도 서서히 사라졌다. 개혁세력을 자임했던 이들 중 상당수는 개혁을 빙자해 줄서기를 통한 정치적 득세를 노렸다는 비판도 뒤이었다.
어쨌건 보수계파의 길들이기는 주효했다. 개혁세력으로 분류되며 막강한 세력을 가졌던 학교법인 이사장이 전격 해임됐고, 학교법인의 대표인 고신대학교 총장을 자진 사임하도록 흔들었고, 나아가 소속노회로부터 무기정직과 수찬정지를 당하게 만들었다.
신대원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혁그룹의 핵심이던 이성구 교수를 수년째 총회를 통해 신학사상을 들어 궁지로 몰았고, <목양장학회>관련 의혹을 빌미로 개혁그룹으로 분류되는 몇몇 교수들을 몰아세웠다(그들의 신학사상과 행위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2003년 4월에 “자신들의 침묵 때문에 교단이 이 지경이 됐다”고 했던 신대원 교수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50년간 그들과 그들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제 표면적으로 고신 교단내 개혁그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말씀 아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교회
이같은 상황들을 살펴보면서 하나님의 교회에 성경말씀의 원리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함을 본다.
교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간신이 충신이 되고, 공신이 역적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교회의 교회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교권주의자들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 말씀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엉뚱하게 들먹이기도 했다. 교인들을 우민화하여 자신들의 목적에 이용하기도 했다. 순박한 교인들에게 바른 원리를 가르치기 보다는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했다. 자신들의 하나님 앞에서의 잘못됨은 물론 도덕적 타락들을 성경을 들어 정당화해왔다.
교회의 선생된 신학교수들도 위협하고 달래가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신학자들도 자신들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불법과 죄악 앞에서 적당히 입다물고 적당히 말하며 사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 적당한 존경과 인정을 받기 위해, 성경이니 개혁주의니 말하며 비판해 ‘개죽음 당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런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을 정죄하며 자신들의 성안에 안주하고 있다.
신학자들의 침묵과 묵인속에 교권주의자들은 더 이권과 명예에 탐닉하여왔다.
고신교회 아니 한국교회에는 절대표준인 성경 말씀보다 더 상위에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교권을 거머쥔 자이다. 그들의 말씀은 성경을 잠재한다. 그들 앞에서 원칙을 말하면 상황도 분별 못하는 철부지가 되고, 그들의 잘못 앞에서 주의 교회를 통한 권징을 이야기하면 되어 거세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교권 앞에서 희생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말씀 앞에, 하나님 앞에 거짓되게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지도자로 세워져야 한다. 교권의 눈밖에 나서 잠시 불이익 받는 것과 영원한 나라를 바라보며 사는 것의 즐거움이 비교할 수 없음을 인식하는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신학지식이 많은 자보다 자신이 가진 신학적 고백과 말씀의 표준 앞에서 아닌 것을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자가 선생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단의 선생들을 통해 바른 목사들이 양성되어야 하고 그들을 통해 말씀과 바른 신학위에 바로 선 교인들이 교회로 세워져야 한다. 그리할 때 교회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은 개혁될 수 있을 것이다.
(* 당분간 고신관련 시리즈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이글은 1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