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그리움
한 주가 벌써 흘렀습니다. 월요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간 사람을 기다리며 그리움을 키웁니다. 하루에 한 번씩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섞어보지만, 어쩐지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어서 무척이나 바쁜 날들을 보냅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집을 떠나서 지내본 일이 없었습니다. 남편의 부재를 든든한 아들 둘이서 채워주었습니다.
주말까지 아이들과 알콩달콩 지내다 보면 금요일이 성큼 코앞에 있었습니다. 때로는 길게 느껴지는 날도 있고 유난히 보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서는 격주로 내려오겠다고 했을 때 왜 그렇게도 서운했는지 모릅니다. 일주일마다 만나는 그것도 빈자리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데 점점 세월이 흐르니 기다림도 지루하고 그리움도 점점 커져서 이렇게 사는 게 싫었습니다. 젊어서는 애들 키운다고 혼자 얼마나 애를 쓰며 하루를 살아냈는지 모릅니다.
애들이 어려서는 회사 일이 바빠서 주말마다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강했습니다. 엄마이기에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새벽에 시간이 날 때 시를 썼습니다. 그때 나에게는 시를 쓰는 일이 최고의 위로였고 나만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 시간에 세 권의 시집을 냈습니다. 두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을 하던 날에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정말 애썼다고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남편에게 길게 편지를 썼습니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두 아들이 성인이 되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갑니다. 아직은 취업 준비로 바쁜 큰아들과 일러스트 공부하는 작은아들에게 밥해준다고 신나게 요리하면서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는 엄마입니다. 글도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고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즐겁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마다 만나는 일도 그리움을 키워가면서 남들보다 몇 배로 만남의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아갑니다.
부부간에 서로 스킨십 나누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유난히 사람과 스킨십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친구를 만나도 안고 손 만지고 팔짱 끼고 합니다. 엄마가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너무 그렇게 사람에게 치대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킨십을 많이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하고 가족 중에 누가 외출할 때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엘리베이터까지 나가서 인사를 합니다. 잘 갔다 오라고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해줍니다. 남편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인사합니다. 우리 집은 남자만 셋 있지만 꽃 한 송이가 집안을 얼마든지 향기가 넘치게 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는 시간이 왜 그리도 느리게 가는지 지루하다고 남편에게 투정합니다. 곧 도착한다고 웃어줍니다. 화장을 정성들여 하고 예쁜 옷을 골라서 입고 외출 준비를 합니다. 남편과 마트 데이트합니다. 일주일 장을 봐주고 갑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먹을 것도 사면서 시원한 마트에서 데이트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금호강변을 신나게 달려서 옵니다. 일주일간의 그리움을 이렇게 풀어버립니다. 오늘은 소고기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시면서 한 주 간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