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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학원팀의 자존심 대결은 프로 산하 유스팀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포천 극장'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대건고(인천 U-18)와 포철고(포항 U-18)가 장식하게 됐다. 나란히 일반 학원팀의 대표 강자인 영등포공고(서울)와 학성고(울산)에 진땀승을 거두며 정상 정복을 위한 여정을 계속했다.
대건고는 29일 포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대교눈높이 후반기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연장 후반 7분 박명수의 결승골로 영등포공고에 1-0으로 승리했다. 대건고는 16강 언남고(서울), 8강 부경고(부산)에 이어 이날도 전통의 강호 영등포공고와 연장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1골차 승리를 거두면서 '끝판왕'의 면모를 줄곧 이어갔다. 2007년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토너먼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도 잡았다.
◇전통의 강호 영등포공고에 제대로 혼쭐 난 대건고, 박명수 결승골로 3G 연속 1-0 승리 '함박웃음'
고학년 선수들을 풀가동한 대건고와 저학년이 주축이 된 영등포공고의 이날 경기 초반 분위기는 예상대로 대건고가 지배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미드필더 라인을 거치는 매끄러운 빌드업 전개로 영등포공고를 압박한 대건고는 전반 5분 김보섭이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강찬원의 선방에 막혔고, 이를 박형민이 재차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한 볼도 강찬원의 '슈퍼 세이브'를 뚫지 못했다. 김보섭과 김진야, 박형민 등의 포지션체인지로 공격의 날을 조인 대건고는 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박명수의 크로스에 이은 박형민의 오른발 슈팅도 크로스바 위를 향하며 헛물을 켰다.
몸을 아끼지 않는 육탄방어로 대건고의 공세를 저지한 영등포공고는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대건고의 빈 틈을 호시탐탐 엿봤다. 전반 12분 조영규의 패스를 받은 이창현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민성준의 손에 가로막혔다. 빠른 공-수 전환과 측면 연계 플레이로 대건고에 맞불을 놓은 영등포공고는 전반 16분 조영규의 패스를 받은 박성정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왼발 슈팅도 민성준의 선방에 잡히면서 벤치의 깊은 탄식을 자아냈다. 1분 뒤 박성정의 오른발 코너킥이 문전 앞으로 흐르자 이를 받은 임현우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한 것도 불발로 그쳤다.
두 팀의 경기는 전반 중반 이후 제대로 불을 뿜었다. 대건고는 빠른 빌드업에 이은 김보섭과 김진야, 박형민 등의 포지션체인지, 영등포공고는 수비 뒤 이어지는 위력적인 역습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영등포공고가 전반 26분 박성정의 침투 패스를 받은 임현우가 상대 골키퍼 민성준까지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골라인을 지키고 있던 수비에 가로막히며 또 한 번 헛물을 켰다. 대건고 역시 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은 박형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마음먹고 때린 왼발 슈팅도 강찬원의 선방에 막히는 등 지독한 골 가뭄에 허덕였다. 두 팀은 빠른 템포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페이스 유지에 안간힘을 썼지만, 확실한 2%가 못내 아쉬웠다.
전반과 달리 후반은 약간 소강상태로 흘러가는 모습이었다. 경기운영에 신중함을 기한 나머지 빌드업 과정에서 잔실수가 속출하며 경기 템포가 뚝 끊겼다. 공격 상황에서 무리하게 볼을 소유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등 코칭스태프의 애간장을 녹였다. 이로 인해 두 팀은 교체 카드를 통해 돌파구를 뚫는데 주력했다. 영등포공고는 후반 15분 박성정 대신 김서호, 대건고는 후반 18분 박형민 대신 정우영을 각각 투입하며 공격 전술에 변화를 줬다. 돌파력과 침투 능력 등이 뛰어난 이들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벗겨내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의 바램과 달리 골 가뭄은 해갈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대건고는 후반 23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김보섭의 오른발 터닝 슈팅이 크로스바 위를 향했고, 후반 31분 김진야의 패스를 받은 박명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도 옆그물을 때렸다. 임현우와 이창현 등의 포지션체인지와 빠른 빌드업으로 대건고의 수비를 몰아세운 영등포공고는 후반 39분 임현우의 패스를 받은 이창현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후 중원에서 팽팽한 육탄전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영등포공고가 후반 45분 이창현의 패스를 받은 조영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크로스바 상단을 때리면서 절호의 찬스를 날려보냈다.
전-후반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연장전에 돌입한 가운데 체력적인 부담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내며 결승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적극적인 공간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 등으로 서로의 틈을 엿보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이 이어졌다.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까지 염두해던 찰나에 먼저 '0'의 균형을 깬 쪽은 대건고였다. 대건고는 연장 후반 8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박명수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영등포공고의 골네트를 가르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저돌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선제골을 이끌어낸 박명수의 '공격 본능'은 결정적일 때 실효를 거둔 셈이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영등포공고는 임현우와 이창현, 조영규 등의 포지션체인지로 분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마음이 급한 탓에 패스 미스만 잦은 모습을 나타냈다. 대건고는 고도의 집중력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영등포공고의 끈질긴 저항을 뿌리치며 창단 첫 왕중왕전 결승 진출의 열매를 맺었다. U-17 대표 출신인 박명수는 극적인 결승골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며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올 시즌 백운기 준우승, 대통령금배 3위 등으로 풍족한 커리어를 쌓은 영등포공고는 고학년이 주축이 된 대건고를 맞아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사상 첫 왕중왕전 상위 입상을 일궈낸 것에 위안을 삼았다.
◇'스틸러스의 후예' 포철고, '리틀 동해안 더비'서 학성고에 진땀승으로 'AGAIN 2013' 눈앞
이어 펼쳐진 포철고와 학성고의 '리틀 동해안 더비'는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포철고가 승리했다. 서로 연습경기를 자주 소화할 만큼 플레이 패턴과 전략 등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두 팀의 이날 경기에서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포철고였다. 포철고는 전반 9분 권기표가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포철고는 장기인 빠른 패스웍과 권기표, 서정현, 이진현 등의 포지션체인지로 학성고 측면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으나 번번이 상대에 가로막혔다. 전반 2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권기표의 오른발 슈팅이 상대 김태인의 '슈퍼 세이브'에 잡히는 등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포철고의 패스 게임에 흔들리던 학성고는 신재원과 김민우를 투톱으로 포진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스크린플레이와 위치 선정이 좋은 김민우와 슈팅력과 골 결정력 등이 탁월한 신재원의 콤비네이션으로 포철고 측면 수비의 늦은 전환을 파괴할 복안이었다. 학성고는 전반 32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김근형의 왼발 슈팅이 골키퍼 김로만 손 맞고 나온 것을 신재원이 문전 쇄도 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수비의 육탄방어에 가로막혔다. 이후 학성고는 측면을 최대한 열면서 플레이를 전개했지만, 세밀한 움직임과 마무리가 발목을 잡았다. 포철고는 전반 42분 권기표의 침투 패스에 이은 신도현의 오른발 슈팅이 김태인의 손에 잡히는 등 또 한 번 추가골 찬스를 놓쳤다.
공-수 간격을 촘촘하게 형성하며 페이스 유지에 나선 학성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고준혁, 박선빈 대신 고병일, 김태훈을 각각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줬다. 볼 배급과 경기운영이 좋은 고병일과 스피드와 크로스 등이 뛰어난 김태훈을 통해 신재원과 김민우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학성고의 의중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학성고는 후반 4분 김민우의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신재원이 골키퍼 김로만이 나온 것을 보고 감각적인 오른발 칩샷으로 포철고의 골네트를 가르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뛰어난 스크린플레이로 상대 수비와의 경합을 버텨낸 김민우의 패스와 신재원의 위치 선정 타이밍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대목이다.
동점골 이후 경기 분위기는 학성고의 페이스였다. 학성고는 미드필더 라인의 빌드업 전개가 살아나면서 신재원과 김민우, 김태훈 등의 활동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신재원과 김민우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그라운드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포철고 수비 뒷공간을 끊임없이 교란했다. 그러나 학성고는 확실한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옥의 티였다. 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신재원의 크로스를 받은 김민우가 골키퍼와 단독 찬스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김로만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후반 16분과 18분 신재원과 김민우의 결정적인 슈팅도 김로만의 선방쇼에 막혔다. 학성고의 다이나믹한 플레이에 포지션 간격이 무너지며 위기를 맞은 포철고는 후반 18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권기표의 오른발 슈팅으로 학성고의 골문을 겨냥했으나 아쉽게 옆그물을 강타했다.
두 팀은 중원에서 일진일퇴의 육탄전을 계속했다. 움츠리는 법 없이 공격적인 라인 컨트롤과 빌드업 전개 등으로 상대 진영을 끊임없이 압박하며 경기 템포를 끌어올렸다. 학성고가 후반 37분 신재원 대신 이지범을 투입하며 다양한 공격 옵션 창출을 꾀하자 포철고는 장기인 패스 게임을 극대화하는 '정공법'을 택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포철고는 후반 40분과 41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권기표의 잇딴 헤딩슛이 상대 골키퍼 김태인의 선방에 막히며 얼굴을 쥐어짜맸다. 학성고는 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지범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쇄도하던 김민우의 발에 걸리지 않으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도 득점에 대한 집념은 상당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극에 달한 상황임에도 빠른 공격 전개로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며 접전이 이어졌다. 포철고는 최전방 원톱 권기표와 이진현 등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냈고, 학성고 역시 김민우와 이지범이 뛰어난 연계 플레이와 스크린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럼에도 득점 소식은 침묵을 지켰다. 학성고는 연장 후반 12분 이지범의 오른발 슈팅이 김로만의 품에 안겼고, 포철고는 연장 종료직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박재우의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 있던 권기표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두 팀의 대혈전은 '지옥의 룰렛'인 승부차기를 통해 가려지는 잔혹한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포철고의 손을 들어줬다. 포철고는 3번째 키커로 나선 이창현이 실축을 범했지만, 골키퍼 김로만이 고도의 심리전으로 상대 첫 번째 키커 박승욱과 3번째 키커 전우성의 실축을 유도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진현과 배호준, 이동진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상대 마지막 키커 김민우의 슈팅이 크로스바 상단을 때리면서 승부를 매조지었다. 올 시즌 첫 토너먼트 대회 결승 진출을 일궈낸 포철고는 황희찬(FC리퍼링)과 이광혁(포항 스틸러스) 등이 활약하던 2013년 대회 이후 2년만에 정상 탈환의 찬스를 잡았다. 이와 함께 올 시즌 금석배 8강, 전반기 왕중왕전 32강, K리그 U-18 챔피언십 16강, 전국체전 1회전 탈락 등의 부진도 보상받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올 시즌 진주 문체부장관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학성고는 제주유나이티드 U-18, 창녕고(경남), 강릉중앙고(강원)를 차례로 1골차로 돌려세운 기세를 몰아 포철고라는 '대어' 사냥에 나섰지만, 승부차기 벽을 넘지 못하며 이재성(전북 현대)이 활약하던 2010년 이후 5년만에 왕중왕전 상위 입상 달성에 위안을 삼았다.
매 경기 숨 막히는 명승부로 초겨울 추위를 뜨겁게 녹여주고 있는 이번 왕중왕전은 12월 5일 오후 12시 포천종합운동장에서 대건고-포철고의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