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2일 오전 10시 목마도서관에서 4월 글두레 정기모임을 가졌습니다.
4월의 추천시는 안정옥님의 <내가 안정옥하고 불러 줄 때가 있어> 시를 감상하였습니다.
5월에는 글두레 봄소풍의 색다른 만남을 위해 "낭독회 독서모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낭송하기에 좋은 책으로 5월의 추천책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읽고 인상 깊었던 부분을 낭독해 보고 왜 선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특별한 장소로 김정란 선배님께서 이사하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근처에 서울마곡식물원과 공원이 있어 함께 산책해도 좋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역사와 세계의 역사 공부하기' 제3탄 <천안문>은 격변했던 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중국혁명의 의미를 참여했던 주요 인물과 그 주변의 인물의 입과 눈을 통해 중국인이 아닌 이방인의 시선에 의해 쓰여진 방대한 책입니다. 책에서 궁금했던 점과 어려웠던 부분은 김이경 선생님의 도움으로 이해할 수 있어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이 다른 역사책과 구별되는 점은 한 시대에 대해 서로 입장이 다른 인물을 내세워 다각적인 입장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독자를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작가의 탁월한 구성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이 날은 회원님들의 독서 소감은 발표한 후 책이 어려운 관계로 질문이 많았던 시간이라 질문 위주로 정리하겠습니다.
### 질문 1. 이 시기에 소수의 지식인, 문학인들이 대중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과연 대중들과의 호흡을 맞춰 나갔는지 궁금하다. 그 당시의 지식의 힘, 문학의 힘에 대해 알고 싶다.
ㅡㅡㅡ그 당시 권력을 가진 자들이 끊임없이 지식인, 문학인을 탄압한 것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대한 탄압은 지식인과 문학인들의 글과 말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반증일 것이다. 파급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예를 들면 우리나라 안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미친 영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수면 아래에 머무르고 있었던 친일의 세력이 전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았는가.
### 질문 2. 사람들이 책에서 보여지듯이 많은 희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사람들이 꿈꿔 왔던 세상과 얼마큼 가까워졌을까 과연 희생의 가치가 있었던가.
ㅡㅡㅡ 혁명가 추진은 체포당할 것이 뻔한데도 도망가지 않았고 피하라는 충고도 무시한 채 결국 체포되어 고문 취조를 받은지 이틀 후에 참수당하였다. 그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헛된 죽음인가. 이와 다르게 부유한 삶을 누렸던 캉유웨이는 자신의 사상과 모순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인간이 자기의 인생을 산다는 것과 한시대의 역사로 산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은 자기 의식을 가지고 시대를 산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인물이지만 또한 '나' 라는 개인으로 살고 싶은 욕망은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이 두가지 임무를 함께 수행해 나가고 있는 것에 작가는 주목하고 둘 다 인정하는 입장에서 글을 썼다. 그리고 이 두가지 임무에 대해 최대한 긴장감을 많이 가진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 왜 작가가 딩링, 루쉰, 캉유웨이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는지 알 수 있을거 같다.
### 질문 3. 루쉰이 후대에 와서는 왜 장문이 아닌 단문만 썼을까. 그리고 루쉰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ㅡㅡㅡ 루쉰은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인데 어떻게 사회의 변혁운동을 계속 해왔을까 루쉰은 민중에 대한 환상도 없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이에 대한 의문을 품고 루쉰의 문학작품에서 우리 독자가 찾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루쉰은 자신의 작품 <광인일기> <공을기>
<악> 세 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타락한 인습과 미신에 젖어 잔인한 일을 보고도 무감각해진 중국을 단면을 보여주고 또한 자신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혁명가들을 청조에 팔아넘기는 중국인을 고발하였다. 하지만 루쉰은 너무나 미세하고 흐릿하여 그냥 지나쳐 버리기 쉬운 상징으로 실날 같은 희망을 남겼다. 희망은 많은 '길'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면 '길'이 생기듯이 희망도 '길'처럼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면 길이 될 수 있고 그 길은 희망이 될 수 있으며 그리고 자신을 믿고 열심히 가다 보면 그것이 희망의 길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야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당시 중국인들이 전면에 나서서 투쟁에 앞장서지도 않았던 루쉰에 대해 존경하고 그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 알아 차리는 중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독서 후기
ㅡㅡㅡ청조 말부터 지금의 중국이 존재하기까지 뿌리째 뽑힌 듯 급변한 중국의 기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천안문>은 이런 나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 듯 하다.
책은 근대 중국의 기틀을 다진 사람들을 소개해준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나갔다. 그들 중 유독 캉유웨이, 노쉰, 쉬즈모, 딩링이 눈에 들어왔다.
선진화된 의식을 갖고 중국의 근대화와 개혁을 주장 했던 캉유웨이는 한 세기 전의 인물이지만 지금보다 더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시대를 한참 앞서 있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신선했고 놀라웠다.
우리에게 <아Q정전>으로 잘 알려진 노쉰도 <천안문>에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노쉰은 문학을 통해 무지한 민중을 계몽하고자 했으며, 인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시니컬한 노쉰의 세계관은 오히려 인간에 대한 연민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를 가장 매료한 시인인 쉬즈모는 영국 문학에서 영향을 받아 탐미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삶을 살았으며, 그의 근대적인 시는 당시 중국에 널리 알려졌다. 삶마저 시처럼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살다가 간 그의 시는 내 마음을 두드렸다.
딩링은 격변기 중국 역사만큼이나 굴곡진 시대를 살았다. 조너선 D. 스펜스는 <천안문>에서 그녀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한국에는 그녀의 초기작만 번역돼 있는데, 시류에 일정 부분 타협하면서 자신의 진취성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 했던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외세의 침략을 받고 쇠락해 갔던 중국은 이제 미국과 우열을 다투는 강대국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가 제한된 중국의 어두운 단면은 존재한다.
경제적으로 부강해야만 나라가 존속하고 힘이 생기는데, 강대국 사이에 샌드위치 처럼 끼인 현 상황이 한국의 실정이다. 역사 속에서 길을 찾듯이, 우리의 미래도 길을 잘 찾아가길 희망한다. <쿠키별님>
ㅡㅡㅡ과거에서 도출되는 중국 근대화의 시점,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며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역동성과 연속성을 보았다.
서구에 비해 뒤쳐진 과학과 사회의 부패로 인해 피폐해진 국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은 의견을 내고 행동한다.
캉유웨이 말처럼 역사는 흥망성쇠를 순환하는 것이든 서구의 정반합에 의한 진보든 변곡점에서 행동하는 사람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운명처럼 선택한 이념으로 혹은 욕망을 더한 행동으로 진일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삶에서 역사가 되는 과정을 보았다. 꿈을 살다 간 사람, 현실을 살다간 사람, 욕망을 살다간 사람, 뜻을 살다 간 사람, 길을 낸 사람 등등 모두가 중국의 근대를 헤쳐나와 미래로 가게한 동력이 되었다.
어쩜 우리 모두는 그 깃발을 들고 열정을 다한 개인이 역사가 되는 덕에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책이 준 역사의 엄청난 질량감을 느꼈고, 과거와 이어지는 현재의 연속성을 실감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가는 현재를 원인으로 삼는다고 보여질때 숙연해진다.
시대를 정확히 안다는 것의 어려움이 느껴지고,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솔로호프님>
ㅡㅡㅡ중국의 근현대사를 문학과 접목시킨 독특한 방식의 역사서이다. 중국을 변혁시키려고 애썼지만, 혁명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한 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사상ㆍ감정ㆍ고뇌ㆍ한계가 고스란히 담긴 글들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복합체로서 역사를 마주한 듯했다.
저자가 얼마나 많은 책과 자료를 보았을지! 게다가 이렇게 잘 쓰다니! 놀라울 정도로 객관적이면서도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이념이 난무하고 세력들이 충돌하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주저하고 고민하고 꺽이는 모습들, 때로는 번뜩이는 지혜와 용기로 떨쳐 일어나는 모습들, 공감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고, 무력해지기도 했지만, 숭고함이 들기도 했고, 희망을 갖기도 했다.
캉유웨이의 사상은 지금 보아도 혁명적이지만, 쑨원에 대한 견제, 마지막까지 복벽을 위해 간청하는 모습들이 모순적으로 보였다.
루쉰의 냉정한 관점들이 돋보였다. 민중의 의식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하며, 그 수단을 문학이라고 보는 시각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통찰력 있는 장문에서 짧은 잡문으로 바뀐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을 비롯 자신의 생각을 꺽어야 했던 딩링의 굴곡진 인생이 안타깝기도 했다.
웨이징성이 주장한 제5현대화(민주주의)는, 이후 세대가 감당할 씨앗이란 생각도. 그외 한사람 한사람이 의미있었다.
지금의 삶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중국사를 통해 돌아본 기회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시도들이 꿈틀거리고 있으리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선 이들의 죽음이,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도 열심히 노력해야겠구나, 존 밀턴의 문구처럼 '현명하게 성실하게'
<늘보님>
첫댓글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역사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엿본 기회였습니다. 역사책을 읽는 독자로서 저역시 개인의 삶을 넘어 한 시민으로서 책임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