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지훈 또다른버전
제 7 장 스승의 가르침
이 장에서 서술하는 내용은 신지훈이 만난 스승과 앞으로 만날 스승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지훈이 배웠거나 배우게 될 내용들이다. 지구상에 57개의 경전이 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량의 지식과 가치들이 존재한다. 신지훈의 다음 스승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스승이라 함은 주로 동시대이거나 혹은 그 이전 시대의 성현, 석학, 예술가, 행동가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백년전에 살다간 인물이든 이천년전에 살다간 인물이든 무슨 상관이랴? 동시대의 인물이든 자신보다 나이가 더 어린 사람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스승은 그냥 스승인 것이다.
어떤 스승은 몇년간 신지훈의 주변에 있기도 하고, 어떤 스승은 단 한 순간 그를 스쳐가기도 한다. 심지어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없이 스쳐간 스승도 존재한다. 또 식사 한 번으로 끝나버리는 인연이지만 오래토록 강력하게 영향력을 끼치는 스승도 존재한다. 잠깐 만나도 심장에 남는 사람은 오래도록 존재하는 것이다.
신지훈이 처음 만난 스승은 A이다. 이 스승 A의 특징은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그들 중 한 명은 영적이고 정신적이며 예언을 하는 노인이였다. 그가 속세에서 육신의 나이로 몇 살이든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른 한 명은 충동적이고 육체적이며 세상의 시작, 일의 시작을 알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어린 아이의 캐릭터였다. 그 또한 지구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들은 몇 개월간 신지훈을 가르쳤고, 신지훈은 그들로부터 영적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현실적인 것들, 근원지향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이고, 예술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음악을 배운 것이다. 이런 노스탤직 포스트 락 발라드의 출현은 복고와 포스트가 결국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과거와 미래가 하나임을 말하고, 클래식과 락이 하나의 음악임을 말하며, 전통과 진보가 하나임을 의미하고, 보수와 혁신이 하나임을 나타낸다.
결국 1930년대부터 활발해진 초현실주의가 세간의 오해와 몰이해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라지기는커녕 더욱더 발전하고 세련되게 바뀌어 혁신과 혁명 혹은 비질서와 혼돈, 파괴만 주창할 것 같던 초현실주의는 균형과 불균형의 절충을 추구하며 진화하였다. 그것은 기하학적으로도 모든 산업과 생활 전반에 쓰이기 시작하였고, 이미 뿌리 깊히 박혀 있다. 이것을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그냥 벽지를 보면 된다. 저 널리고 널린 벽과 벽들에 발라져 있는 저 하고많은 벽지들의 사방연속무늬를 보라. 그것은 균형과 불균형이 싸우고 화해하며 만들어낸 초현실주의의 결과물들이 그냥 그대로 정체되지 않고, 무한대로 스스로를 복제하며 사방 팔방으로 뻗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것이 어느날부터인가
음악에서 구현되고 있었다.
그런 시대였다. 반복적인 비트의 무한증식, 조화와 부조화의 투쟁, 균형과 불균형의 화해, 장르와 장르들간의 퓨전, 개인과 집단의 단절, 섬과 섬을 잇는 안개, 단조와 장조의 만남, 악기와 악기들 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포스트락이 세상에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포스트락의 다음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시대에 신지훈이 세상에 등장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포스트락 그 이후, 비록 포스트락이 세상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빠른 스피드로 그것을 다음 시대로 이끌고 감과 동시에 음악과 인간의 근원을 잊지 않는 장르, 남녀노소와 인종을 초월하는 장르, 과거와 미래를 초월하는 장르, 이름하여 노스탤직 포스트 락 발라드의 구현인 것이다.
첫번째 스승들과의 몇 달 간의 작업이 끝나고 신지훈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예술과 철학이 담겨 있고, 발라드의 근원에서 출발하여 발랄한 리듬이 가미되고, 몇 가지 트렌드와 그 트렌드가 나아가는 방향에서 첨가된 데코레이션, 그렇게 치장되고 영적인 스승과 현실적인 스승이 합세하고 신지훈을 위하여 만들어진 어떤 대중문화 비지니스의 아이템. 바로 노스탤직 포스트 락발라드를 장착한 신지훈의 앞날에는 가수 데뷔라고 하는 속세의 통과의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다음 스승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스승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신지훈을 기다리고 있을까...
신지훈의 연예계 활동
생략
직접 보세요. ^^
신지훈의 두번째 스승은 학교에 있었다.
신지훈은 어린 나이게 운동을 시작하여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자신의 영어 교과서가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지도 모르고 학교를 다녔다. 그의 생활은 이미 교과서 본 지 오래였다. 서울 수도권의 아이스링크가 가득 차면, 피겨 연습을 위해 때로는 하루에 150km씩 떨어진 곳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그러니 무늬만 학생이었지 운동선수로서 한 가지만 하기에도 벅찬 나날이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글도 모르고 학교를 들어갔으나 타고난 지능과 재능으로 높은 사물이해도를 가지고 인간과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았으며, 그런 기본 자질은 갖추었으나 복잡하고 추악한 인간들을 아직 많이 겪어보지 않은 상태라 인간사의 수많은 사건사고들 사이에 존재하는 헤게모니와 역학관계들, 즉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알아내는 능력은 아직 키우지 못한 상태였다. 평소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에 독학을 해야만 했다. 그때 신지훈은 한심국어, 구멍수학, 저능교육같은 학습지를 열심히 풀고, 수학을 주제로 한 만화책이나 만화잡지를 보면서 학교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독학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초등 5학년 때 올백 비슷한 점수로 전교 1등을 한두번 해 보았으니 바보는 아닌 것 같고, 그때 모 출판사에서 기획한 전국 수학 올림피아드에 출전하여 당당히 1등을 하였으니 어쨌든 머리가 바보는 아닌 것 같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대략 일곱 가지 영역에서 측정을 하기도 하는데, 신지훈은 최소한 국어/언어 능력과 수학/수리 능력에 있어서 바보는 아닌 셈이다.
신지훈은 이렇게 나름 수재였으나, 운명은 그를 학교에 처박힌 우등생으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김연아를 내려 보내어 신지훈의 눈에 띄게 만들고, 그에 반한 신지훈은 자신의 진로를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일찍 결정하게 된다. 어쩌면 신지훈의 첫번째 스승은 김연아이다. 스승이란 그런 것이다. 신지훈은 김연아를 한번도 만나지 못하였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다. 다만 김연아 장학금 수여자 명단에 잠깐 자신의 이름을 올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동시대에 살면서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김연아는 신지훈의 절대적인 스승이다. 즉 김연아는 신지훈의 최초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를 알파라고 부를 만한 일이다.
이 스승 알파는 신지훈의 스승이자 롤모델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신지훈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해 주었기 때문에 신지훈은 운동을 시작한지 2년여 만에 조그마한 대회에서 입상하며 자신감을 쌓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무한대의 능력을 측정할 길이 없었는데, 속세에서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게 되어 비로소 영점조준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사실 영점조준을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잘못 작용하면 스스로를 가두는 울타리가 되고, 또한 너무 영점조준을 하지 않고 힘조절을 못할 경우 연습과 연마 과정에서 이미 그 분야의 끝단으로 가버려 곧 단명해 버리거나, 속세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게 되기 십상인 것이다.
어리지만 어리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운동은 그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주었다. 빠른 시간에 보람찬 결과를 얻기 시작하였으나, 트리플 악셀에 도전할 즈음 몸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하였고 몸의 무게중심도 바뀌기 시작하였으며 그때마다 점프 자세를 교정해야 하는 하루하루가 미세조정으로 피곤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단 이틀만 운동을 하지 않아도 감각이 무디어져 부상의 위험이 커지는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은 화려한 겉보기와는 달리 인간을 한계로 내모는 지독한 종목이었다. 또한 한 번 잘못 넘어지기만 해도 선수 생명이 그대로 끝나버릴 수 있는 냉혹하고 잔인한 종목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하늘은 왜 신지훈으로 하여금 피겨를 하도록 만들었나? 그것은 예정에도 없고 별 의미도 없는 신지훈 개인의 일시적이고 취미, 취향적인 결정이었던가? 세간에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신지훈이 피겨를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겨는 스포츠로써 먼저 신지훈의 심신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평범한 학생에서 운동선수가 되어 규칙적인 생활과 훈련을 시작한다. 피겨는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으로서 얼음판 위 그곳은 사시사철 영하의 공기가 존재하는 곳이다. 하늘은 신지훈을 그곳으로 보내어 신지훈의 폐와 성대와 기관지에 어떤 작업을 해 놓았다. 타고난 그의 목소리가 후천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도록 하는데 가장 적합한 장소가 바로 아이스링크였던 것이다. 이것은 한겨울 얼어붙은 폭포수 앞에서 목에 피를 토하며 창을 연마하고 득음에 이르던 예인의 전통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자고로 득음의 경지에 오른 인물들은 세계 각지에 역사 곳곳에 등장하고 사라지곤 하였는데, 신지훈은 인류 최초의 자연 + 인공적인 환경에 의해서 생성된 득음자로 내정된 것은 아닐까.. 세상이 너무도 탁해지고 자연으로부터 멀어져가자 하늘은 선천적인 재능에 인공적인 환경을 제공하여 이런 인공자연 모드에서 그동안 인류에 존재하지 않던 목소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피겨는 모든 스포츠를 통하여 가장 예술적인 운동으로서 신지훈의 예술적 감각을 키워주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리듬체조와 피겨는 그 상황이 사뭇 다르다. 신지훈이 리듬체조를 하지 않고 피겨를 한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김연아라는 걸출한 청룡의 기운을 받아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진로를 일찍 결정하고, 영하의 얼음 공기를 마시며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목소리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속도감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얼음 위에서의 빠른 속도감은 이후로 신지훈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이 세상을 바꾸어 놓는 기초적인 훈련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 두 가지를 들어 보자면, 그것은 신뢰와 속도이다. 신뢰만 있어도 정체되고, 속도만 있어도 혼란스럽다. 신뢰는 내부를 결속해주고 내구성을 단단하게 해주어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다. 신뢰는 방향을 설정한 후 핸들이 떨리는 것을 막아주며 바퀴와 핸들이 한 방향으로 일치하도록 해주는 휠 얼라이언먼트이다. 이것은 오만원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신뢰를 가지고 속도감을 주면 그 사회나 국가는 매우 빠른 변화를 일으킨다. 징기스칸이 신뢰와 속도로 유라시아를 휩쓸었고, 미국은 신뢰와 속도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였고, 한국은 신뢰와 속도로 빠른 변화를 시작하였듯이 신지훈에게 속도와 시간에 관한 관념과 훈련을 시키는 데에는 피겨가 가장 적합한 운동이었던 것이다.
신지훈이 속도를 즐기는 것은 사실 이미 그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속성이었다. 그는 이것을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는데, 신지훈의 어머니는 카파 매장에서 직원이 어머님, 옷 한 번 골라보세요~라고 하면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아우디 레이싱 점퍼를 고르는 사람이었다. 또한 신지훈의 모친은 스케이트보드 선수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 중에서 메달감의 스케이트보드 스피드를 자랑하던 그는 수년전 무릎 부상으로 무릎 덮개뼈가 삼등분으로 인수분해되어 그렇게 좋아하던 스케이트보드에서 발을 떼게 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스피드와 레이싱과 드라이빙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그 정신에는 짚시와 히피와 스포츠의 피가 흐르고 있다.
신지훈의 부모의 특징은 매우 기동력이 뛰어나다는 점인데, 신지훈의 아버지가 매우 활발히 돌아다니는 것은 정복자로서의 그것이고, 신지훈의 어머니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그것이다. 이렇듯 신지훈은 어려서부터 엄마 등에 매달려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질주하던 폭주족 엄마를 둔 관계로 이미 태어날 때부터 스피드를 몸에 지니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왜 피겨를 시작하였느냐는 질문에 그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바람은 긴 머리를 풀어 헤치며 대지를 쓸어간다. 그곳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들어있다. 인류의 과학은 유전학과 생물학 이 그 마지막 영역을 건드리고 있었다. 이미 바이올러지는 신의 영역 코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과 기계 문명은 아직도 그 뒤를 따라가지 못하여 바이올러지가 생명의 근원과 비밀을 푸는데에는 근접했으나, 천문학이 우주의 비밀을 캐기에는 아직 부처님 손바닥도 벗어나지 못한 원숭이의 상태이며, 기계 문명 또한 아직까지 침대 위의 이불조차 개지 못하는 개허접한 수준이었다. ^^;;
따라서 신지훈의 다음 스승은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거나 혹은 기계를 전공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어쩌면 이 두가지를 모두 합쳐놓은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우주는 빛과 소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곧 빛과 음악을 의미하며 이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스승이 존재한다면 그를 B로 부르도록 하겠다. 그는 빛과 음악을 지배하는 신이 인간으로 현화하여 존재할 것이다.
만약 현실 속에서 그를 묘사한다면, 그는 기계 전공에 전기를 독학하여 메카닉과 일렉트로닉을 온 몸으로 체득한 메카트로닉의 천재이며, 더욱 공부를 하여 빛의 근원으로 파고 들어 광학 쪽으로는 레이저를 전공하거나 천문학도 병행하여 공부한 그런 존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취미는 당연히 독서와 음악과 스포츠이다.
만약 신지훈이 그런 스승을 스무살 이전에 만난다면, 그는 앞서 만난 스승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질 것이다. 즉 정신적인 면에서 예언가이고, 육체적인 면에서 어린아이인 그런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앞서 남자의 몸으로 그런데 여성의 정신을 가지고 이땅에 태어난 스승들을 만났다면, 이번에 만나는 스승은 여성의 몸으로 남자의 정신을 가진 어린 아이와 같은 영혼과 왕성한 식성을 가지고 육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면서 신지훈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그런 인물이 될 것이다.
신지훈의 스승이 꼭 무슨 천재라거나 피겨여왕 김연아처럼 대단한 인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때로는 아주 평범하거나 혹은 신지훈보다 훨씬 못한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집안의 형제로 장애인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들은 보살핌을 받는 존재로 살아가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스승이다. 걸출한 인물들이 자신의 장애인 형제들을 통하여 유전적으로는 그들의 재능을 나누어 가지지 않고, 한쪽으로 몰아주며 윤리적으로는 인류애를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역할로서의 스승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신지훈은 아직 이런 형태의 스승은 만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신지훈은 이런 스승을 이미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안면기형 어린이들이다.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을 안고 태어난 아기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신지훈은 이후 짠돌이로 악명을 떨치다가 어느날 문득 안면기형 어린이돕기에 거액을 쾌척하게 된다. 이 어린이들은 신지훈의 보살핌을 받는 가련한 존재들이자 그의 도움으로 구제되는 행운아인 동시에 실제로는 신지훈에게 약자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를 가르치는 스승이다. 신지훈은 나중에 이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스승을 한번더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부상을 당한 자기 자신이다. 부상을 입고 절망에 빠진 자기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서 발견할 때, 그를 스승으로 삼을 것인가 적으로 삼을 것인가, 자신을 비하하거나 그릇되게 타자화시키고 그저 방관할 것인가는 자신의 판단이다.
신지훈의 새로운 스승 B
만약 이 스승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복합적인 인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는 다음과 같이 묘사될 것이다. 그 스승은 앞서 등장한 스승 두 사람의 모습을 하나로 합쳐놓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신지훈이 자신의 언니와 나누어서 가진 재능을 모두 합쳐놓은 인물이다. 또한 그는 신지훈이 가진 것은 없고, 신지훈이 없는 것은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결국 그 새로운 스승은 신지훈이 가진 문예체능과 신지훈의 언니가 가진 문리과적 천재성을 모두 가진 인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신지훈과 서로 상쇄되는 모습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가령 신지훈이 체구가 작고 손과 발이 크다면, 다음 스승으로 등장하는 B는 손과 발이 작고 체구가 큰 사람이 될 것이다. 신지훈이 손과 발에 열이 많다면, 그 스승은 손과 발이 차가운 사람이 될 것이다. 신지훈이 안정적인 성격이라면 그 스승은 오히려 약간 불안정한 성격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신지훈이 육상과 체조를 잘 한다면 그 스승은 구기종목이나 격투기를 잘 할 것이다. 신지훈이 현악기를 잘 다룬다면, 그는 타악기를 잘 다룰 것이다. 신지훈이 색감에 재능이 있다면, 그는 조소에 재능이 있을 것이다. 신지훈이 컴맹이라면 그 스승은 컴퓨터에 능할 것이다. 이런 캐릭터가 바로 신지훈의 다음 스승인 것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왼손잡이로 태어나 양손잡이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이것은 두 사람 모두 음악과 스포츠와 창작을 잘 해야 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공통사항이다. 즉 이렇게 태어나야 뇌가 그렇게 발달하는 것이다. 그는 운명적으로 신지훈의 스승이다.
그를 B로 칭한다.
B 스승님 이후의 다음 스승은 아마도 미술의 천재, 혹은 미술의 신이 인간으로 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는 빛과 색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고 창조하고 지배하는 존재이다. 만약 그가 빛과 색의 마술가, 마스터에 그치지 않고 공간감각까지 갖추고 거기에 역사와 철학까지 갖춘 인물일 지도 모른다. 실존 인물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그 스승은 아마도 고 백남준이 될 것이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고 백남준의 예술세계가 신지훈의 스승 C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백남준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그의 영혼이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여 동시대에 동일한 공간에서 신지훈과 조우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신지훈이 고인이 된 역사 속의 과거의 인물들의 정신과 교류하고 그들을 스승으로 삼는 일은 가능하다. 그것은 어느날 우연히 방문한 맨하탄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그곳에 설치된 빛의 폭포를 보고 번개처럼 자신의 내부로 들어오는 경험으로도 존재한다. 빛의 폭포라는 작품은 달팽이처럼 생긴 건물 내부의 텅빈 공간을 이용하여 그곳을 빛으로 가득 채운 백남준의 작품이다. 그 설치미술은 이미 수십년전에 철거되었지만, 미리 사진을 통해서 작품을 접하고, 그곳을 방문했을 때, 수십년전 그때 그 작품이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이 가능한 인종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 신지훈이 겪게 될 한 번의 스탕달 신드롬 만으로도 그에게 어떤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지 그 누가 알 것인가.
그 이후의 스승은 육체를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것은 스포츠나 댄스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댄서 출신의 스포츠맨, 혹은 스포츠맨 출신의 댄서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전혀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격투가나 무도인일 수도 있고, 길거리 공연을 펼치는 비보이가 될 수도 있다. 만약 혹시라도 이런 스승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저 자신의 육체에 머물지 않고, 육체를 바탕으로 진화하여 영적으로 합일된 어떤 인물이라면 가령 그는 싸이같은 인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육체 즉 형이하학을 바탕으로 하여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가의 능력을 겸비한 채 형이상학으로 가는 인물인데, 라틴어에서 따 온 PSY라는 어근은 영어권으로 들어가 영어 단어가 되었는데, 그 뜻은 '영매'이다.
그는 기존의 스승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다. 세포에서부터 출발하여 세포 속의 DNA에서 영적으로 곧바로 상승해 버리므로써 득도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또한 세포에서 그치지 않고, 세포에 음악을 더하여 수 억 명의 인간을 최면으로 홀릴 수 있는 가장 기이하고도 강력한 캐릭터이다. 그는 세포와 음악을 지구상의 모든 남녀노소에게 적용하여 그들을 조정하므로써 인간이 결국 세포와 소리로 구성된 존재임을 자각시켜 준다. 그는 음악으로 인간의 DNA까지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초강력 파워를 보여주는 스승이다. 음악으로 DNA를 바꾼다고 함은 우는 아이에게 싸이의 노래를 들려주면 울던 아이가 웃기 시작하고, 잘 놀던 아이에게 신지훈의 노래를 들려주면 신나게 놀던 아이가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지훈은 도대체 애는 왜 울리는 것인가?
그 이후의 스승은 뇌를 쓰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스티븐호킹 박사처럼 신체의 일부분이 약간 불편할 수도 있고, 멀쩡할 수도 있다. 그는 정서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거나 혹은 멀쩡할 수 있다. 그의 뇌는 컴퓨터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며, 그저 무미건조한 뇌의 계산 작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와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그는 인간 뇌의 특별한 계산능력과 승리를 위한 집념이 한데 어우러진 그런 종류의 스승이다. 스티븐 호킹의 뇌는 생존 본능과 탐구 본능으로 구현되고, 그외 인간 뇌의 특출함을 보여주는 다른 현존 인물 중에 한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는 이세돌이다.
이세돌은 세계 바둑 1인자로서 그의 바둑은 기존의 모든 법칙을 무시라도 하듯이 모든 것을 다 파괴해 버리고 승리를 쟁취하는 싸움바둑의 세계 최강자이며, 파괴를 통해 생산을 하는 시바신의 현인이다. 파괴의 여신 시바가 인간의 몸으로 현화한 것으로 속세의 인간들은 시바 신이 다른 인간의 몸에 잠시 깃든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인물에게는 뇌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파괴를 통한 창조, 승리를 쟁취하려는 집념만이 응집되었다. 무미건조한 숫자에 생존 본능과 탐구 본능 만으로 그 끝단을 보여주는 스티븐 호킹과는 달리 이세돌의 뇌는 실리를 계산하고 승패를 향해 나아가며 결국은 승리를 쟁취하고야 마는 뇌의 계산 능력과 목적 의식을 보여준다.
무슨 얘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빅뱅 이론을 주창한 우주물리학자인데, 그런 종류의 뇌가 있고, 이세돌은 바둑 세계 1위인데, 그런 뇌가 잘 하는 일이 있다. 즉
스티븐 호킹은 테트리스를 잘 하고,
이세돌은 철권을 잘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되시려나...
만약 이해가 된다면 당신은 30대 이상
파괴의 신 시바가 등장한 관계로 시바 신이 인간들에게 작업해 놓은 일을 잠시 언급해 보도록 한다. 시바 신의 현인이 미국에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마이크 타이슨이다. 이 파워풀한 세포로 이루어진 존재는 시바 신의 인카네이션이 뇌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세포 속으로만 들어간 케이스이다. 타이슨은 기존에 인류가 만들어놓은 복싱의 법칙을 모두 파괴하였다. 복서가 잽과 잽에 이은 스트레이트 혹은 훅을 날리면서 경기를 이끌어갔다면, 타이슨은 이런 복싱의 법칙을 모두 무시하고 상대의 강력한 잽을 엄청난 회피력으로 잘 피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이 파괴되는 것에 굴하지 않고, 상대의 잽 한 두 대를 맞아주면서 그냥 인파이트로 치고 들어가서 상대에게 핵주먹을 가하여 스스로도 대충 파괴되고, 상대방을 완전히 파괴시켜버리는 파괴를 통한 창조를 어느 정도 완성한 인물이다.
파괴의 신 시바는 이렇게 한번은 인간의 육체로 스며들어 속세의 인간들에게 파괴를 통한 창조가 무엇인지 보여주었고, 이후로는 인간의 육체와 뇌에 모두 스며들어서 효도르라는 인물을 통해 무섭도록 냉정하고 차가운 창조의 싸움 기술을 선보여 주었으며, 이후로 인간의 뇌 속으로만 들어가서 이세돌의 뇌를 통하여 철저하게 상대를 파괴하고, 바둑판 전체를 새로운 창조로 가득 채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뇌의 끝단에 가 있는 이세돌과 같은 인물이 그 다음 신지훈의 스승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신지훈의 앞날에 신지훈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스승들... 그들을 만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미 몇분의 스승을 만났다. 이제 다음 스승들을 만나려면 신지훈은 우선 다음 스승인 B를 만나야 한다. 그를 거치지 않고 다른 스승들을 만나는 것은 자칫하면 미스샷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스승이라 할지라도 신지훈이 그것을 받아들일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소용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신지훈의 진화 순서에 맞추어 각 단계별로 순서대로 내정된 그의 예비된 스승들.. 이제 그는 두 명의 스승 A 다음에 있는 분을 뵙게 될 것이다.
그 스승의 이름을 B라고 한다고 하였다.
신지훈이 B를 만난 것은 무려 4년이 지나서였다. 사실 B는 이미 4년 전에 신지훈의 곁으로 와서 신지훈을 기다렸다. 그는 당시 25세 여성의 몸으로 존재하고 있었는데, 모대학의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었다. 그는 원래 신지훈이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스승이었다. 그런데 신지훈은 자신의 미완성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껍질을 두르고 있었고, 미처 그의 스승이 이미 주변에 나타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누군가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소개를 받기는 하였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우연한 상황들이 겹치면서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통화 시도조차도 시간차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것은 사람이 일부러 만들 수 있는 종류의 만남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날 신지훈은 소속사를 정하고 계약을 하더니 더더욱 나타나지 않았다,
그 순간 신지훈은 두 명의 스승 A로부터 가르침을 받기 시작하였다. 어떤 하늘의 섭리에 따라 신지훈을 먼저 발견하고 4개월을 기다리던 그 스승은 물러가서 자신의 일을 하며 신지훈을 기다렸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는데 이미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신지훈이 처음부터 B를 만났더라면 그 스승에게 적응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칫하면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버릴 상황이었고, B 또한 신지훈의 스승인 동시에 아직 미완의 다듬어지지 않은 존재였다. 처음부터 이들이 만났다면 신지훈은 자신의 이해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정서로로 받아들이기 힘든 B에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그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여 압력이 커지다가 결국 튕겨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4년 후 신지훈은 20세가 되고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쳤다. 그의 스승 B는 29세가 되어 있었고, 이때 박사과정을 끝내고 29세 8월에 학위를 취득하며 십여년간 다니던 학교를 떠난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지훈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가 이때 신지훈을 만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부와 석사와 박사를 십년만에 끝낸 B에 대한 설명은 이미 하였다. 그의 취미는 독서와 스포츠와 음악이라고 하였다. 스포츠와 음악은 이미 그가 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고, 독서는 그의 뇌가 이과 쪽으로만 쏠려서 작동하는 것을 막아주고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는 인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미래를 제시해 주는 역할이었는데, 그는 어려서부터 시와 소설을 꾸준히 접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은 그를 수다쟁이가 아니라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2년만에 마치고, 대학을 3년만에 마쳤는데, 도중에 잠시 휴학을 하고 한 일 년 놀면서 그때 많은 독서를 하였다. 그의 유년시절은 신지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신지훈이 먼저 만난 스승들 두 사람의 캐릭터를 합쳐 놓은 것과 같았으며, 또한 신지훈과 그의 언니 신예훈의 재능을 모두 하나로 합쳐 놓은 인물이라고 하였다. 그는 또한 신지훈이 가진 것은 없고, 신지훈이 가지지 않은 것은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이것은 유년의 성장과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지훈은 어려서 집이 없어 천막생활을 하였으나 그의 부모가 언제나 든든한 가정이 되어 그를 지켜 준다. 반면에 그의 스승은 집이 있되 집이 아니며, 가정이 있되 가정이 아닌 유년 시절을 보낸다. 신지훈이 IMF 경제 전쟁이 터진 직후인 1998년에 태어나 전쟁통의 와중에도 부모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비록 모든 집과 재산을 다 잃었지만, 다시 한번 살아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면서 2000년 새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스승은 2000년 액마가 집 대문 앞으로 다가와 1년 이상을 잠복하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단란한 가정이었지만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차츰 느끼며, 뭇 사람들이 2000년 밀레니엄의 새천년 시대를 맞이하느라 들뜬 시기에 그는 가정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사람들이 들떠하는 시기일수록 그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2002년이 되어 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축제 분위기가 절정을 이루었을 때 그는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의 나이 불과 14세 때의 일이다. 신지훈이 16세를 시작하면서 대오각성에 따른 크나큰 자아성찰적 고통을 형이상학적으로 체험하고 자신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되는 타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오는 상대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면 그의 스승이 그 무렵에 겪은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너무도 냉혹한 절대적인 고통들이다. 그것은 어쩌면 가정의 해체이거나 육신의 상실이다.
그 스승이 사춘기 전후로 겪은 고통은 그를 매우 신중하고 내성적이며 사려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사실 그의 태생은 어린 아이의 캐릭터이다. 신지훈이 처음 만났던 여러 스승들 중 A 그룹 두번째 인물과 동일하다. 그런데 스승 A 그룹의 남자 스승님이 유년 시절을 큰 문제없이 성장해 온 어린아이 캐릭터라면, 이번에 만나는 스승 B는 어려서부터 이미 고행을 거친 어린아이의 캐릭터인 것이다. 어린아이는 시작을 의미하고, 신지훈은 20세가 될 때까지는 이런 캐릭터를 먼저 스승으로 맞이하면서 가르침을 받게 된다. 두 명의 어린아이 캐릭터 그러나 한 명은 외향적이고, 이후에 만난 다른 한 명은 내향적으로 사뭇 다른 성향을 가진다. 내향적이라고 해서 물이나 얼음같은 성향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실제로는 불같은 성격인데, 밖으로 타오르는 불과 안으로 타들어가는 불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스승을들 통하여 신지훈은 인류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될 것이다.
신지훈은 가난하지만 아무 것도 부럽지 않은 행복한 유년 생활을 보내다가 스스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고행의 길을 갔다. 반면에 그의 스승이 유년시절에 겪은 것은 자신이 전혀 원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고통이었다. 신지훈이 16세의 나이에 집을 떠나 방송국 숙소에서 짧은 기간을 지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면, 그의 스승은 16세까지는 집에 있다가 17세에 집을 떠난 후 영원히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신지훈은 매우 가정적이나, 그의 스승 B에게 있어서 결혼이나 가정 그리고 육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신지훈이 자신의 스승들을 통하여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집약적으로 다양한 인간의 모습과 그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진화하기 위한 원리이다. 신지훈의 뇌는 데이터 입력 방식이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미술, 영상과 음악을 통하거나 혹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그들로부터의 접촉과 경험을 통해서 인류 문명과 정신의 데이터가 전달되고 집약되고 생산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미간을 통해서 소통하는 인종들의 방식이다. 이때 신지훈은 어느 순간 그들에게 몰입하고 신지훈과 스승의 영혼이 합일되는 시점이 있는데, 그순간 신지훈에게는 엄청난 영적 도약이 일어난다.
이런 것은 완만한 곡선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급격한 점프이며, 무한대의 상승처럼 보이기도 한다. 굳이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이것은 gradually or rapidly increasing이 아니라, punctuationally jumping or upgrading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gradually가 경사길이라면, punctuationally는 계단을 연상하면 된다. 그 계단은 보기 좋게 균형이 잡혀서 오르내리기에 편리하고 친절한 계단이 아니다. 때로는 계단 한 칸이 무한대로 상승해 버리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오수와 돈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영적 각성으로 인한 발전과 상승은 한 인간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유물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역사적으로 어떤 문명에게도 등장하는데, 문명이 점차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발전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것이 뒤죽박죽 섞이기도 하는데, 바로 그 시대 그 문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어떤 유물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오파츠라고 하는데 out of place artifacts 즉 ooparts란 흔히들 사람들이 세계의 불가사의 따위로 부르는 것들이다. 그 시대나 장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특이한 유물 오파츠.
오파츠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천재나 영적으로 진화한 존재. 인간 오파츠... 그 시대의 문명과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간 오파츠가 신지훈의 스승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신지훈와 동시대에 한국에서 29세 여성의 몸으로. 그때가 신지훈의 나이 20세였다.
사실 그 스승의 성격은 오빠나 마찬가지이다. 신지훈의 스승 A 두 사람이 남성의 몸으로 존재하였는데 사실 그들은 실제 속성은 한 명은 중성이나 다름없는 노인이고, 한 명은 여자 아이이다. 이번에 등장한 스승은 속세에서 여성의 몸을 하고 있지만 그의 근육과 운동신경, 뇌와 사고방식, 식성과 활동성은 모두 남성 혹은 중성의 그것이었다. 이것은 신지훈도 비슷한데, 성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전문용어로는 애늙은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지훈이 애늙은이로서의 중성이라면, 그의 스승은 전혀 다른 종류의 중성이다. 그리고 그는 신지훈과 매우 같으면서 또한 매우 달랐다.
신지훈이 패션감각이 뛰어나다면 이 스승은 패션에 문외한이다. 다행히도 예술적 성향을 바탕으로 한 격조높은 안목이 수수하지만 세련된 패션을 만들어낸다. 신지훈이 악세사리를 좋아하고 즐겨 착용한다면 이 스승은 몸 전체에 그 어떤 악세사리도 두르지 않는다. 신지훈이 이 때문에 교정기를 십년간 착용한다면 이 스승은 이가 아닌 다른 부위 가령 턱 때문에 교정기를 짧은 기간 동안 착용한다. 그들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아 언니.. 저는 이런 교정기를 썼는데,,, 그러면 상대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나는 저런 교정기를 썼는데, 그건 어때? 이건 저래. 결국 서로의 경험은 서로 떨어진 곳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신기할 정도로 일치하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러나 또한 다양하게 공유된다. 그 공통된 경험에 대한 서로간의 대화는 자신이 잘 아는 것 같았지만 미처 알지 못하고 간과했던 비밀들을 끊임없이 드러내며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신지훈이 피아노라고 하는 타현악기와 기타라고 하는 찰현악기를 연주한다고 하면, 그의 스승 B는 피리나 하모니카, 트럼펫이나 색소폰을 불거나 혹은 드러머이다. 신지훈이 폐활량이 좋기 때문에 이 스승은 폐활량이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스승의 악기는 타악기 중에서도 가장 끝단에 가 있는 드럼이 바로 그의 악기이다. 사물놀이를 하기에는 그가 다니는 학교가 너무 학구적이다. 방음을 한 실내 혹은 가까운 클럽에서 연주하는 드럼이 바로 그의 악기가 될 것이다. 그런 드럼의 세계로 신지훈을 인도하는 것이다. 또한 신지훈이 리듬감이 부족하므로 그 스승은 리듬감이 뛰어난 사람인 것이다.
신지훈이 그림을 그리면 그의 스승은 망치와 조각칼로 조소 작품을 만든다. 그 작품은 아주 사실적이고 직접적이다. 너무 노골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그런지 희한하게도 그것은 강렬한 영감을 준다. 신지훈이 피겨와 육상으로 재능을 보일 때, 그의 스승은 축구와 유도를 신지훈에게 가르친다. 만약 유도가 아니라면 복싱이 될 것이다. 신지훈이 다리를 잘 쓰기 때문에 이 스승은 팔을 잘 쓸 것이고, 그렇다면 태권도는 아닌 것이다. 그렇게 그 스승은 신지훈이 평소 접하지 않던 구기 종목이나 격투기로 그를 인도하는 것이다. 신지훈이 발라드를 부를 때 그의 스승은 포스트락을 선보인다. 한국에 소개된지 불과 몇년도 안된 락의 한 장르를 신지훈에게 들려주는 식이다. 신지훈이 재능이 뛰어나지만 무대경험이 부족하다면, 그 스승은 재능은 보통이지만 무대경험이 풍부할 것이다.
그는 대략 육개월간 신지훈을 가르치기로 하였으나 어떤 사정에 의해서 그들의 만남은 불과 네 번으로 끝나버렸다. 처음 소개를 받은 자리까지 합치면 다섯 번의 만남을 끝으로 헤어졌다. 그러나 그는 신지훈이 만난 모든 스승들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기도 하다.
신지훈의 나이 20세 때의 일이다.
이글은 제가 집에 열시 반에 와서 갑자기 쓰기 시작한 것으로 집에 가면 이걸 써야지.. 뭐 이런 생각조차 없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앉은 자리에서 생각나는대로 곧바로 대충 쓴 것입니다. 지금 새벽 두 시라서 그냥 7장은 여기까지만 쓰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노스탤직 포스트 락 발라드'라고 하는 단어는 역시나 제가 조금 전에 그냥 갑자기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앞으로 지후니 앨범에 뭐가 들어 있을지는 저도 모르져.
이 용어가 개인적으로 저는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그냥 스스로 만족하고 그만 쓸랍니다. 신지훈의 스승들에 대한 묘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이쯤하고, 신지훈이 이런 스승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 후 그들의 가르침을 뒤로 하고
길 떠나는 지후니~
뭐 요렇게 될 거라는 이야기 ^^
제 7 장 끗
첫댓글 한칼에 읽어어요. 와우 잼난다 우힛^^
시인지훈님은 저의 스승...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