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7만명의 팔로워가 열광하는 소셜라이트(Socialite)이자 성공한 1세대 인터넷 의류 쇼핑몰 창업자인 강희재 ‘업타운걸’ 대표는 젊은 ‘아트 쇼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희재 대표가 처음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건 2007년이었다. “전세에 살다가 주택을 구입하면서부터 ‘내 집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다들 같은 이케아 가구로 꾸미니 비슷비슷해지잖아요? 그때부터 차별화된 인테리어 완성은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거기다 명품은 감가상각인데 미술품은 가치가 거꾸로 오르더라고요.”
첫 소장품은 호주 작가인 제임스 라슨의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700만원에 구입했는데 현재 시세로 약 2100만원 정도 하니 재테크로도 성공한 셈이다. 그 이후 일 년에 못해도 3점 이상은 모아오고 있다. 그는 “200만원 정도는 적금 하듯이 작품 구매에 쓴다”면서 “마음에 드는 그림은 한 번 못 사면 다시는 살 수가 없어서 항상 일순위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단골 갤러리는 한두 달에 한 번씩 작품이 새로 들어올 때 방문하고 있고 아트 페어 구경하는 것도 좋아해요.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올해는 홍콩 바젤에도 가서 작품을 사왔어요.” 그러면서 그는 사무실 벽장 위에 비스듬히 장식해 둔 독특한 컨버스 작품을 가리켰다. 록그룹 ‘소닉 유스’의 킴 고든의 작품 <울프 아이즈(Wolf Eyes)>다. 할머니가 된 록스타 출신 작가의 그림은 여전히 자유분방하고 펑키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는 단골 갤러리 추천으로 한국에 하나 들어오는 제프 쿤스의 <벌룬독> 미니어쳐를 구입했다. 새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거실에 놓아두려 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투자 개념으로 그림을 구입하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재테크 목적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작가가 유명한가' 같은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500만원 이하의 그림은 마음에 들면 쉽게 사지만 1000만원 이상 되는 그림은 물론 후에 갖는 가치 등도 고려해 산다. 실패한 적도 있다. "한때 일본 작가들이 인기를 끌 때가 있었어요. 그때 시장에는 사실 거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한국 작가는 박미나 작가. 작품성도 있으면서 세련되고 ‘쿨’하기까지 해서 좋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가가 발전해서 더 좋았다. “그림 보는 눈도 변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좀 더 모던한 게 좋아요.” 초기에 모은 작품들은 되팔기도 하는데 주로 미술 초보자들이 사간다.
개인 컬렉터로서 미술시장에 대한 전망을 물으니 강 대표는 “고가의 투자나 상속을 위한 그림 시장은 경기를 따라가겠지만 저같이 ‘깨알’ 같은(웃음) 컬렉터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서 시장 자체는 크게 확대되지 않을까요”라고 낙관했다.
그는 시작하는 아트 쇼퍼들에게 ‘내 느낌을 믿으라’고 하고 싶다. 관심을 갖고 전시회를 많이 다니고 보면서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찾는 게 첫째다. 둘째는? 큐레이터의 말에는 너무 휘둘리지 않기를 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