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짙게 끼긴 했지만 습하지도 않고 날씨가 나쁘지는 않다. 일단 오늘부터 3박 할 후라노 유스호스텔에 확인전화를 걸고. 지금 아사히카와 공항이라 하고 예약 확인을 했는데 당연히 OK. 저녁식사가 7시 무렵이니 대충 6시 정도에 도착할 것 같다 하니 아주머니가 잘 찾아올 수 있을까나? 라고 한다. 약도를 보면 찾아가는데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 암튼 잘 부탁드린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사히카와 공항은 역시 일본답게 깔끔한 모습이었다. 아사히카와 시내로 가는 버스티켓을 끊고 시각표를 확인하니 버스 출발때까지 약 4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멀리 갈 생각은 못하고 공항 주위를 좀 구경해보기로 했다. 근처에 공원화 된 뒷동산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의외로 공항 건물은 컸다...; 이 곳도 역시 나하 공항과 똑같다. 국내선 청사는 이렇게 큰 반면 국제선 청사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아시아나 항공만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곳은 아시아나 항공이 꽉 잡고 있다. 왜? 국제선이 서울행 딱 한 노선 뿐이니까. - -; 한국인 관광객을 몇명 봤는데 내가 타고 온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시간이 다되어 아사히카와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이제 겨우 정식 취항한지 1년밖에 안됐는데 버스에 한글안내가 되어 있는게 이채로운 느낌이었다. 아직은 여기로 오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투어객이라 전세버스를 주로 탈 텐데. 이런거 볼때마다 느끼는게 왜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의 1/3이 일본인이면서 일본어 표기를 그렇게 보기 힘든걸까? 국민감정 때문에? 실리를 생각하여 우리도 빨리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아사히카와 역 앞에서 내렸다. 늘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 왠지 반가운 느낌이다. 우선 트윙클플라자로 들어가 JR패스와 홋카이도 패스 인환증을 패스로 교환받는게 급선무다. 트윙클플라자로 들어가 안환증을 내밀고 각각 7월 30일, 8월 5일, 8월 10일에 개시하고 싶다고 했다. 여권을 제시하고 패스 교환신청서도 작성하고. 패스를 교부받고 여기서 지정석 예약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당연히 오케이라고 한다. 미리 써가지고 온 예약할 기차편 리스트를 내밀고 예약을 부탁했다. 특급이나 신칸센은 어차피 그때그때 예약을 해도 되는데 반드시 사전에 예약할 기차는 미리 리스트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그중 최우선으로 예약해야 할 것들은 왓카나이행 기간한정특급 하나타비리시리의 고로네카(다다미 객차), 쿠시로행 야간특급 마리모, 아오모리행 하마나스의 카펫트카와 고노센을 달리는 관광열차 리조트 시라카미, 선라이즈세토의 노비노비좌석, 그리고 아카츠키의 레가트시트 등이다. 리스트를 베껴 가지고 가더니 역시 홋카이도 이외 지방의 열차들은 익숙치 않은지 시각표를 들고 끙끙 거리는게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그 모습이 귀엽다. 미인이라서 더 그리 느껴졌나? ㅋㅋ 지정석 예약을 모두 마치고 하나하나 확인해주더니 하나타비리시리는 고로네카가 만석이란다. 큭, 어쩔수 없다. 그냥 일반 좌석이라도 탈 수 밖에. 짐을 코인로커에 넣고 시계를 보니 아직 2시가 되기 전이다. 7시까지 나카후라노 역에 가야하는데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사실 이 날은 별다른 일정을 정해두지 않았다. 이제까지 항상 첫날부터 시간에 쫓기며 여행을 해온지라 이 날은 그냥 여유롭게 가볼만한 데 가서 둘러보자 정도로만 생각했다. 100배 즐기기('05~06판)에서는 분명 아사히카와 역의 종합안내소에서 자전거를 바로 빌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믿고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자전거를 빌리고 싶다고 하니 젠장, 여기선 빌릴 수가 없덴다. 도보로 30분 떨어진 토키와 공원이라는 곳까지 가야한덴다. 뭐 별 수 있나. 어차피 길도 단순하니 아사히카와 역 앞의 카이모노 공원(시내 유일한 번화가이다)을 슬슬 구경하면서 가자. 아사히카와 시내 지도를 받아들고 어디서 빌리는지는 알아뒀다. 자전거 대여비가 착하게도 무료라는 사실이 참 마음에 든다. 역 앞에 아기자기한 꽃집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체 저 자전거 주인들은 모두 어디 있는걸까? 곳곳에 이렇게 조각상도 있고. 한 1km쯤 걸은 것 같은데, 넓은 인도와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소박하면서도 활기가 있어 꽤 마음에 드는 거리였다. 풍우래기에서 나온 눈에 익은 분수대인데 날씨 탓인지 썩 낭만적으론 보이지 않았다. ^^; 카이모노 공원이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로터리가 나오는데 거기를 건너 토키와 공원으로 들어가 강 쪽으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이와 같이 작은 컨테이너 건물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가 나온다. 자전거 대여소는 할아버지 한 분이 지키고 있었는데 자전거는 4시까지인데 괜찮겠냐고 하신다. 4시... 지금 2시 20분 좀 넘은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면서 자전거를 타고 아사히바시 주변으로 강가를 돌다가 박물관이나 전통 미술 공예촌이나 갈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금방 닫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여신청서를 작성하고 건네주니 시간은 좀 오버해도 좋으니 5시까지는 꼭 돌아오라 한다. 그리고 자전거는 맘에 드는 것 아무거나 가져가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아사히바시 쪽으로 향했다. 근데 향하고 말고 자시고다. 대여소 앞에 바로 떡하고 아사히바시가 서 있다. 지도를 보고 일단은 강둑 길을 따라 돌다가 아사히카와 대교를 건너 전통 미술 공예촌쪽으로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근데 이렇게 달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지도로 보면 금방 갈 것 같았는데 이놈의 공예촌이 생각보다 멀다. - -; 자전거로 4~5킬로미터라 해서 우습게 봤는데 절대 우스운 거리가 아니다. 물론 갈 수는 있다. 그치만 보는데 최소 한 시간은 걸릴텐데 그러자니 5시를 넘겨버릴게 뻔하다. 에라! 나중에 보자. 먼발치에서 건물만 보고 그냥 자전거를 되돌렸다. 오늘은 그냥 아사히카와 시내 하이킹이나 하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외국 수종 견본림 방향으로 향했다. 외국 수종 견본림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의 무대가 된 곳이고, 입구에는 기념 문학관도 있다. 근데 그건 그렇고 그 소설을 한번 읽어보기나 했어야 말이지...; 그래야 들어가는 거에도 의의가 있는거다. 오기 전에 좀 읽어보고 올걸 그랬나... - -; 수목이 울창하여 꽤 볼만할 것 같았으나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이제는 이 자전거를 시간내에 돌려줄 수 있을까 부터가 걱정된다. 이런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강둑 길에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 바로 공짜라는 아사히카와시 박물관이나 갈 걸. 날씨 좋은 날 아침에 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삽질을 하면서도 아사히카와 시에 대해서는 느낌이 매우 좋아진다. 번화한 중심지는 넓고 시원하며 그곳만 벗어나면 이렇게 곧장 한적한 교외풍경이 펼쳐진다. 사실 아사히카와 시 자체는 교통의 중심지로 성장한 도시라 관광지로서는 썩 매력은 없는 곳이란 소릴 들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도시가 상당히 맘에 들었다. 삿포로와 비슷하게 쾌적한 환경을 갖추면서 작고 아기자기한... 사람들에게서도 여유가 느껴지니. 일본의 주택가들은 한국과 닮아있다고 늘 느꼈는데 이곳만큼은 다른 느낌이다. 과장 좀 보태면 한가로운 미국의 전원주택단지? 같은 모습과 느낌이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토키와 공원을 잠시 산책했다. 그냥 보통 동네 공원이지만 나름대로 볼만했다. 꽃들도 예쁘게 피어있었고. |
첫댓글 일본은 구석구석 작은 골목이라도 어찌나 깨끗한지 한 수 배운다라고 좋게도 생각 되다가도, 혹시 청소 강박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
뭐랄까 눈에 띄는 티끌 하나도 있으면 안될 분위기죠
조용한 곳이라는게 느껴집니다...으흐흐흐~
진짜 조용해요. 외곽으로 나갈수록 그 느낌이 황량함으로 바뀌지만... --;;
좋은 구경하고 갑니다... 감사를..
좋은 구경이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왠지... 시끄러운면 안될것 같아여^^ 좋은글, 구경 하고가요~ 여행기 잘 보고있어여^^
잘 봐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보여요^^
꽤 살기 좋아보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사히가와 넘 조용하고 좋지요?전 일요일 오후에 도착했었는데 아사히하시보러 가는 길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무서웠었어요.사진을 잘 찍으셨네요......
중심지 벗어나면 전원도시같은 인상이었지요. 감사합니다. ㅎㅎ
같이 여행하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행기가 은근히 빠져드는데요? 한적한 곳 너무 좋아하는데... 기회되면 한 달 정도 일본 기차여행 해보고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얼른 다음 편 읽으러 가야겠어요. ㅎㅎㅎㅎㅎ
정말 깨끗하고 조금은 한적한 곳인것 같네요..
시간날때마다 읽을께요.. 정말 열정이 부럽습니다.
일생에 이런 여행 한 번은 꼭 해보고싶은 희망이 더 강해지네요.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의 무대가 되는 외국수![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견본림 너무 아름답네요.![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사하시는지요. 덕분에 구석구석 여행 잘하고 갑니다.![굽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4/texticon_81.gif)
저도 가고싶을 만큼....저는 두번이나 읽었답니다. 사진을 촬영 기술이 아주아주
뛰어나신듯 블랙잭님 지금은 어떤 일에
한적하고 조용한 평지의 시골마을~ 좋네요.
와~ 멋진도시네요. 우선 늘 느끼는데~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하지만 늘 다녀오면 그 생각을 하지만 ..늘 생각뿐이네요!
잘 읽었음니다....아사히 맥주가 강처럼 흐르는곳인줄 알았읍니다...
재미있어여 ...
아사히카와!!!
외국수종 견본림을 방문하려면,
필히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빙점을 읽고 와야할 것 같다는 조언을 실천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