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똑같아서 사는게 저 모양이야, 하나라도 야무지면 돈 좀 모았을 텐데...... 능력 없는 남편하고 사는 부인들이 곧 잘 듣는 소리다. 수입은 예전 보다 분명 늘었지만, 지출 또한 예전의 몇배가 늘었다. 추우면 한방에 모여서 살았고, 삼복더위엔 새끼줄에 얼음 한조각 묶은걸 사들고와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면 족했다. 3년짜리 정기적금에 모든 희망을 걸고 기다리면 목돈 한번 만져보고 금방부자가 될것 같았다. 하지만 세월은 20여년사이에 모든걸 바꿔 놓았다. 성실,근면,저축을 외치는 사람이 바보가 되었고,투기와 투자는 다르다며,요령껏 뭉치돈을 만들어, 올림픽 후보지며,신도시 후보지, 재개발 지역 등으로 뛰어다닌 사람들은 십중팔구 목돈을 건졌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들과 나보다 흰머리가 더 많이 생긴 아내를 보면서,마음은 초조해지고 답답해 지면서 한숨이 길어지는 우울증이 찾아 왔다. 보란듯이 친정에서 뭉치돈이라도 척척 들고오면,무시할 시댁 식구 아무도 없으려만, 그저 신랑 하나 믿으며 살아온것이 주변 머리 없는 아낙으로 낙인 찍혀 "묻지마 죄인"이 되어버린 아내가 이끈곳이 검도장이었다. 맨발에 속옻까지 벗어 버리고 신생아들의 배냇저고리 처럼 끈으로 묶으면 끝나는 검도복을 입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맨발의 청춘! 우리 인생사는것이 결국 맨발 이었던것을, 채워 지지도 않았지만,채워도 끝이 없을 욕심에 모든걸 걸고 살았던 것을 ...... 죽도를 들고 "기부림" 을 배우던 날은,열성신도가 터뜨린다는 "방언"처럼 나도 수십년 묵은 "한"을 토해 내고 있었다. 인정 받지 못하고 살면서 이름 석자도 못남기고 떠날 것 같았던 이세상. 그 한과 부질 없는 욕심을 단칼에 벤다. 귀신이 놀라서 자빠질 정도로 크게 외치는 기부림과 죽도가 있으니, 유명한 "박수무당"이 나보다 잘할소냐. 왜 이제 왔냐고, 왜 참고 살았냐고, 검도장 벽면에 일렬로 꼽혀있는 크고 작은 죽도들이 나를 보면서 같이 운다. "호면착용"! 복창소리와 함께 나는 오늘도 신명나는 박수무당이 된다. 세상의 모든 근심을 베고 욕심을 벤다. 사나이 "이름석자" 우주 만물에 비하면 그 무엇이라고 남기려 하는지...... | |
첫댓글 역시 검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