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부경문해에서의 첫 답사를 합천으로 다녀왔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과 100번 듣는 것 보다 1번 보는 것이 낫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긴장이 잔뜩 들었는지 깃발을 따라 다니기에 급급했고 답사 후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답사는 수업의 연장으로 동래읍성 주변의 유적지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하늘이 보우하시어 날씨가 너무 쾌청하였습니다.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초보들을 위해 몇 번이고 반복 설명을 해 주신 교수님의 고생으로 용어들이 귀에 익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들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수업을 듣고 답사를 다니다보면 절로 해결될 문제라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합니다. 사진들을 카페에 올리면서 한 번 더 되새기게되고 답사기를 쓰면서 다시 정리하게 됩니다.
첫 번째 답사장소는 동래향교입니다. 명륜 초등학교와 이웃해 있어 초등학생들의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침 어린 친구들의 주말 역사수업도 저희와 같은 시간에 진행되고 있어 약간은 경쟁심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전학후묘인 동래향교 명륜당에서 건축양식과 조선시대의 향교문화에 대해 배우고 뒤편의 대성당에서 공자의 위패를 직접 뵈었습니다. 매년 음력 2월과 8월에 공자와 선현들의 학덕과 유풍을 기리기 위해 석전대제를 행한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 3월 22일에 치러진 춘기 석전대제에서는 국립부산국악원의 문묘제례악과 일무(佾舞: 유교제례의식무용)가 공연되었다고 합니다. 성균관에서는 지속적인 공연이 있었지만 격이 낮은 향교단위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석전대제도 중하지만 귀중한 공연이 가을에는 시간을 꼭 내서 관람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수업과 전통혼례가 동래향교를 삶의 공간으로 살아나게 합니다. 고층아파트도 고개를 낮추고 아담한 기와를 올려 예를 갖추듯 오래오래 부산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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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동래읍성을 올랐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서장대를 마주했습니다. 수원화성의 것을 본떠 복원해서인지 아주 화려합니다. 동래읍성의 중요성이나 장수의 위용이 물씬 풍깁니다. 특히 멋들어진 처마의 곡선이 한국 건축의 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시 쉬면서 김윤희 선생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간식도 먹으니 아주 꿀맛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5EA4F553CFFED32)
서장대를 이어 북문까지 쭉 이동합니다. 완만함이 오르내리기도 좋을 길이라 간간히 운동 나오신 동네 주민분들도 보입니다. 서장대뿐만 아니라 읍성 전체에 걸쳐 이뤄진 복원대상 중 기본적인 부분에서 간간이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제대로 알아야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일반 시민의 의식도 중요하지만 특히 공무원들에게 지속적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세 번째, 복천박물관입니다. 꼭 봐야할 유물 네 가지 중 칠두령(가지방울), 환두대도(고리자루칼), 금동관 까지는 찾았습니다. 나머지 하나 집모양토기는 못 찾아 안내사분께 여쭤봤더니 다른 곳으로 대여출장을 나갔다고 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 오리모양토기가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오리모양 토기를 보러 올라갔습니다.
낙동강은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로 특히 오리가 많이 다녀갑니다. 고대에는 남북을 오가는 오리를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영혼의 새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가야인의 장례용품으로 오리토기가 만들어졌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짝 잃은 집모양토기가 집까지 나가 아쉽지만 대신 며칠 전 공부한 오리모양토기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여 더 큰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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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부 동헌에 가는 길에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부랴부랴 전화했더니 누군가 주워서 안내데스크에 맡겨놓았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시민의식이 높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저를 기다리는 동안 인근의 김금옥 선생님 댁에서 호떡잔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 덕분에 좋은 곳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말씀해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항상 예쁘게 봐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를 여기에 남깁니다.
네 번째, 동래부 동헌입니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어있으며 부산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단일건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유일한 동헌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대 금강공원으로 옮겨졌었지만 동헌을 복원하면서 제 자리를 찾게 된 망미루와 동래독진대아문 그리고 찬주헌이 말간 속살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지의 크기가 옛것에 비해 작은 탓에 충신당 양 옆의 동.서익랑이 좁게 붙어있고, 망미루며 독진대아문이 온전한 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객사 터에 비하면 대우가 낫습니다. 객사 터 안내석 뒤로는 옷가게가 버티고 있고, 앞으로는 하수구가 악취를 내뿜고 있습니다. 옷가게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하수구의 악취는 안타까운 우리 문화재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헌에서 매월 넷 째주 일요일에 민속공연이 있다고 합니다. 동래야류와 동래학춤, 동래지신밟기, 동래고무와 동래한량춤을 만날 수 있고 특히 6월에는 시지정문화재인 수영농청놀이와 부산농악을 특별공연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동래부동헌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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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째, 송공단입니다. 저는 길을 잃어 세 번이나 방문하게 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삼태극도 직접 보고, 송상헌부사 이하 왜란 중 순절하신 분들에게 묵념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동헌의 부사 공적비 뒤에서는 갓 만든 어묵 냄새가 풍겨오던데 이곳에서는 갈비 냄새를 맡았습니다. 선열들께서 아주 흡족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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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수안역의 동래읍성임진왜란역사관에 당도했습니다. 동래읍성의 해자가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지하철역 공사 중 모습을 드러났습니다. 임진왜란시의 중요 유물들도 발견되었지만 동래읍성에도 해자가 존재했음을 밝혀주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오랫동안 공사가 지연되었고 그로인해 많은 불편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번듯한 유물전시관에 비하면 해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바닥색보다 조금 더 진한 타일로 선을 그었을 뿐이고 해자를 안내하는 글자는 사람들의 발길에 지워져 그 흔적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통행이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질감이 다른 타일을 붙이거나 제대로 된 안내를 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저의 아쉬움을 해소하겠다는 듯 동래부사접왜사도가 승강장 벽면 가득히 크게 복원되어있습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특히 동래부의 위상이 높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지하철역에서 이름을 딴 화가의 그림을 복원해 놓았던 것을 보며 부러워했었는데 제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도 이런 작품이 대중화되어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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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니는 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습니다. 역사에 대한 관점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곁에 있다고 당연하다 여기지 말고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긴 시간 야외에서 강의해 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뒤에서 살펴주신 김윤희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11기 선생님들 덕분에 재미있게 다녀왔습니다. 이번에 못 가신 분들도 다음 답사에는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11기에도 인재가 많다는 걸 답사기가 보여줍니다.
박선생님의 글은 향교의 석전제 제례악, 동헌의 동래야류와 학춤 따위 공연소식도 곁들여서 전통건물이 화석화되지 않고 활용된다는 공간임도 알려줘서 여러분한테 많은 도움을 주는군요.(옥의 티라면 각 사진 아래 눈을 어지럽히는 영문들.... 삭제하면 어떨지요?)
답사기 쓰는 것을 처음에는 숙제처럼 시작했는데 지금은 갔다오면 답사기를 써야 제대로 마무리 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공부도 제대로 되구요. 박선생님도 앞으로 쭉 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잘 보고갑니다.
ㅎㅎ 잘보고갑니다 ^^~다양한 정보 고마워용~^^ 언니와 먹은 차가 여독을 풀었던것같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