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들의 넋을 기린 양혜경의 넋 굿과
그 굿을 기록한 양시영의 ‘바람’전이 마포 ‘아지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가 양한모가 운영하는 ‘아지트 갤러리’가 인사동에서 월드컵로로 옮겼다는 것도
양시영의 '바람' 전시소식을 듣고 알았는데, 어디 쯤 있는지도 몰랐다.
요즘은 전시에 대한 글은 물론 전시장 가는 것조차 자제하지만,
넋전을 펼치는 무연고자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화려한 영화는커녕
이름 한자 남기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불쌍한 영혼이지 않은가?
전시를 마련한 주인공은 자리에 없으나 수많은 사진들이 마치 떠도는 넋인 양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전시장이라기보다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는 제단처럼 설치되었는데,.
미처 꽃을 준비하지 못해 제단에 마음의 꽃 한 송이 올렸다.
헤아릴 수 없는 넋들이 엄청난 분량의 사진에서 추려져 바람처럼 너울너울 넋 춤을 추고 있었다.
이승에서는 고난의 삶을 살았으나 저승에서는 편히 지내겠지만,
문제는 더 이상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시간에도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고독사’나 시체를 포기하는 각서,
사망신고를 할 수 없어 죽었지만 죽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죽는 것을 미리 걱정할 처지도 못 된다.
더 이상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가난과 병에 시달리다 죽는
무연고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 팔을 걷어 붙여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생활과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죽어서는 영혼이 구천을 떠돌지 않도록 공영장례를 상설화하라.
편안히 눈감을 수 있도록 장례라도 제대로 치러주라는 말이다.
언제까지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미룰 것인가?
서울시립 용미리 추모공원 무연고자 묘역에서 8년 4개월에 걸쳐 백번이나 합동위령제를 올린
양혜경씨와 그 위령제를 기록한 사진가 양시영씨가 있었기에 넋이라도 달랠 수 있었다.
혼신을 쏟아 부어 한 자락 바람으로 날린 넋전은 30일까지라 미룰 시간도 없다.
시간 내어 그들의 넋전을 돌아보며 추념하거나,
시간이 없다면 마음의 꽃 한 송이 올리며 버려진 사람들을 똑똑히 기억하자.
양시영의 ‘바람’ 사진전은 마포구 월드컵로 60길 13 ‘아지트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