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609’ 폐쇄 1년… 그대로 남은 ‘레드존’

[골디락스]

지난해 6월 폐쇄된 부산 해운대 성매매 집결지 ‘609’ 일대가 청소년 통행 제한 구역인 ‘레드존’에서 아직 해제되지 않고 있다. 29일 왕복 4차로 바닥에 ‘청소년 통행 제한 구역’ 경고 문구가 적혀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성매매 집결지였던 ‘해운대 609’가 폐쇄(부산일보 2020년 6월 3일 자 1면 보도)된 지 1년이 지나도 청소년 통행을 금지·제한하는 ‘레드존’은 아직 해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도로 바닥에는 여전히 청소년 통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29일 오전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우동 645-7번지 일대. 옛 해운대 609 부지 앞 도로 바닥에는 왕복 4차로에 걸쳐 ‘청소년 통행제한구역’ 문구가 표시돼 있었다. 인도를 따라 우동 645-16번지 앞까지 약 60m를 이동하니 도로 바닥에 똑같은 형식의 제한구역 표시가 또 눈에 들어왔다. 왕복 4차로 바로 옆 옛 해운대 609 부지에는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왕복 4차로 약 60m 구간과 양쪽 인도는 청소년 통행이 제한되는 이른바 ‘레드존(red zone)’이다. 해운대구청이 2000년 1월 1일부터 성매매 집결지인 해운대 609 일대를 청소년 통행금지·제한구역으로 지정한 결과다. 당시 레드존에는 우동 645-6번지와 645-15번지를 잇는 골목길뿐만 아니라 공사 중인 생활형 숙박시설 부지 일대도 포함됐다. 해운대구 조례에 따르면 레드존에서는 오후 7~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6시까지 보호자 동반 없이 청소년 통행이 금지된다.

지난해 6월 폐쇄된 부산 해운대 성매매 집결지 ‘609’ 일대가 청소년 통행 제한 구역인 ‘레드존’에서 아직 해제되지 않고 있다. 29일 왕복 4차로 바닥에 ‘청소년 통행 제한 구역’ 경고 문구가 적혀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이러한 레드존이 해운대 609가 폐쇄된 지 1년이 지나도 해제되지 않은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70년 만에 성매매 집결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최근 몇 년 동안 주변에 호텔이나 식당 등이 새롭게 들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 한복판에 청소년 통행제한구역이 표시된 데 대해 의문을 품는 관광객들도 있다. 서울에서 여행을 온 조 모(32·여) 씨는 “청소년 통행제한구역 표시를 보고 부산 지인에게 물어 예전에 주변이 성매매 집결지였던 것을 알게 됐다”며 “이미 폐쇄된 곳인데 후속 행정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집중하느라 레드존 해제는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조례를 검토해 관련 기관과 회의를 가진 뒤 레드존 지정 해제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운대구청 가족복지과 관계자는 “지난해 성매매 집결지가 사라진 만큼 최대한 빠르게 레드존 해제를 추진하겠다”며 “지정 해제가 되면 해당 부서에 요청해 바닥에 있는 ‘청소년 통행제한구역’ 글씨도 지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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